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지음 / 창해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해 /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외

몇 해 전 아이와 함께 한글길 체험을 하면서 구석구석 숨어있는 뜻깊은 장소들을 둘러본 적이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 그나마 사람들이 몰리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표시들이 대부분이라 알아야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실제로 서울에 갈 때마다 지나쳤던 곳이지만 책을 통해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라며 놀람을 주던 장소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문화재 탐방을 좋아하는 부모라면 이 책이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서울 옛길 12경에서 만난 서울 한양의 역사, 문화, 인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는 한양에 도읍을 틀었던 6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수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한양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와 서울에 갈 때마다 방향에 대한 감각이 없어 수시로 길을 잃곤 하는 탓에 스스로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은데 예전 한양의 모습을 크게, 시내와 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쪼개 수시로 등장하기 때문에 지도를 천천히 살펴보며 지나쳤던 곳을 연상해보는 시간도 색다른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개성이 중심이었던 고려 시대를 지나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며 주산을 정할 때 백악을 주산으로 하자고 주장했던 정도전과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자던 무학대사의 에피소드는 너무도 유명한데 유교를 기본으로 삼았던 조선에서 유일하게 불교 이름이 붙은 산이란 점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청와대 옆쪽으론 세종대왕 탄생지나 이중섭 집터, 배우 이민정의 외할아버지인 박노수 미술관, 윤동주 하숙 집터, 통인시장 등 알면 보이지만 모르면 그냥 지나칠 곳들을 만나게 된다. 이 또한 무심코 걷다 보면 바닥에, 한 귀퉁이에 서 있는 표지판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몇백 년 동안 나라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곳들을 발견하는 경험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서울 옛길 12경의 물길은 모두 청계천으로 모이고 청계천의 상류와 하류를 관통하면 한양의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높은 빌딩들에 가려지고 둘러싸여 시원하게 흘러가는 물길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아 안타깝긴 하지만 현재의 모습에 대입해 물길이 흘러갔을만한 장소를 짐작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모르면 알 수 없고 문화해설사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그 깊이가 조금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만 있으면 근방에 뭐가 있고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어 아이를 둔 부모라면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녘 /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 정명섭 장편소설. 산호 그림

미국 아칸소에서 시작된 독감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고 한반도는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심정지 후에도 움직이는 시체의 출현에 미국 당국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정보가 밖으로 유출되지 못하게 하는 데만 급급해하는 사이 사건은 점점 더 커지게 되는데....

그런 아비규환 같은 상황에서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지구를 탈출한지 어언 백여 년, 시뮬레이션대로라면 좀비가 멸종했을 거란 예측을 토대로 지구파는 11개 탐사선을 꾸려 세계 곳곳에 탐사팀을 보내 지구의 근황을 살펴보기로 하지만 대부분의 탐사선은 지구 착륙 도중 불안한 기체 결함으로 인해 사라져 실제로 지구에 발을 내린 탐사선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중 한반도에 발을 내린 K-기준이 선두로 이끄는 탐사선은 지구에 닿자마자 좀비와의 격렬한 싸움을 한 뒤 곧 뒤따라 올 지원팀을 맞이하게 위해 정착지를 만든다.

그리고 다음날 주변 정찰에 나갔던 K-기준은 맨홀 밑으로 빠져 고립되게 되고 어두운 곳에 혼자 갇혀있다는 사실보다 좀비가 있을지도 모를 두려움 속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던 그때 오래전 좀비 출현 당시의 상황을 지구인이 기록해 놓은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의 주인은 이대 앞 치즈베라는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아칸소 독감이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을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다. 그럼에도 아직 한반도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않아 긴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윽고 정부의 조치로 항공이 폐쇄되고 사람들의 사재기가 시작되면서 점점 혼란스러움이 야기되는 상황에서 프리덤 워치라는 단체가 미국의 음모론을 내세운다. 그렇게 조금씩 밝혀지는 아칸소 독감의 실체가 죽지 않고 썩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는 인간이었으니 점차 수가 증가하면서 정부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기에 이르고 일기장의 주인공을 비롯해 프리덤 워치 멤버 몇 명이 모여 카페를 아지트화하기 시작한다.

버려진 건물처럼 보이도록 꾸미고 장기전 돌입을 위해 비상식량과 무기 등을 구비해놓던 젊은이들은 좀비 소탕에 나선 군인들의 등장에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좀비와의 전투는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아닌 군인의 개입으로 아군 간의 피 터지는 전쟁이 군인의 승리로 돌아가게 되면서 상황은 점점 불투명해지기만 하는데.....

좀비 이야기라고 하면 다소 뻔한 스토리대로 이리저리 끌고 가다 결국엔 비스무리한 결말로 마무리가 되곤 하는데 <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도 그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 보인다. 오히려 그런 뻔해 보이는 스토리보다 좀비의 출현으로 당장 내가 살기 위해 약자를 내쳐야 하는 인간 상실에 비중을 두고 있어 눈앞에서 뇌수가 터지고 팔다리가 잘리는 장면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사람이 죽어 널브러져 있는 것에 무덤덤해지고 당장 내가 살기 위해 돌이 갓 지난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는 애 엄마의 눈물 어린 호소를 외면해야만 하는 현실은 내가 살아남고자함인 본능이지만 당연히 느낄 인간애까지 버려야 할 때의 그 고통은 죽음과 견주었을 때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점들이 소설 속에 녹아 있어 좀비 소설임에도 지금껏 보았던 좀비 소설과는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웅진지식하우스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 서중석 지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현대사,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고 친일청산이 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미국에 발목을 잡혀 눈치만 보는 나라가 될 거란 걸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 계산해뒀던 것일까, 굳이 미래가 지금처럼 되리라는건 몰라도 어쨌든 다 계획이 있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림수는 제대로 먹혔고 그들이 의도한 대로 분열되어 단합되지 않은 채 비극적인 분단을 맞은 건 두고두고 통한으로 남을 일이다.

아마 상고사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이슈가 현대사가 아닐까 싶은데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많지만 최근 들어 오랫동안 억압에 의해 묻혔던 사건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오르며 재조명되는 일들이 보여 이제라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곤 한다.

일제의 탄압과 원하지 않은 분단, 독재란 불운 콤보세트를 껴안은 현대사는 떠올리기만 해도 울분이 터지고 아프기만 해 책을 더듬는 일이 쉽지 않다. 아마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굳이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피하고 싶다고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고 고학년이 되며 현대사를 배워나가는 아이가 제대로 된 현대사를 배우고 역사를 발판 삼아 현명한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펼쳐보게 되었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는 1945년 해방부터 다루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두 차례에 걸친 원폭 투하와 소련의 참전으로 일왕 히로히토는 항복을 선언한다. 하지만 일본의 마지막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일왕의 '종전'조서가 있었으니 일왕 히로히토가 날인하고 내각 대신들이 서명한 '종전'조서에는 항복이란 말 대신 종전이란 말을 씀으로써 일본은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언제고 다시 그들을 짓밟기 위해 섬세하고 철저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오랜 억압에 처해있던 조선인들에게 광복이란 그 어떤 것에도 비출 수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광복이 되기 전인 1943년 이집트 카이로회담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국을 수십 년간 신탁 통치한 다음에 독립시킬 구상을 하고 있었다. 이미 다 계획이 있었던 셈인데 아직도 친일의 잔재 속에 이승만 정권의 적법함을 내세우며 미국에 호의적인 기성세대들의 행동은 사실 어릴 적 역사를 배우며 많이 혼란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였다. 얼토당토않은 왜곡된 역사를 사실처럼 꾸며 그것을 진실인 양 둔갑시키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힘든 세월을 직접 지나왔음에도 왜곡된 사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믿는 것에 굉장한 허탈감을 느낀다.

 

 

 

 

다 계획이 있었던 그 꼼수에 분열되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미국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움을 안겨줬을 것이다.

이미 누가 배후였을지 유추해볼 수 있는 모든 이가 알만한 현실에서 민족 통합을 부르짖었던 김구 선생이 암살되고 비극적인 한국전쟁을 겪게 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에서 결국 자신에게 총을 겨눈 꼴이 되어버렸던 전쟁.

전쟁 중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생사조차 알지 못하게 됐거나 피난길에 부모가 죽거나 자식이 죽는 일이 허다했던 아비규환 속에서 그렇게 전쟁은 끝이 났고 초토화된 한반도는 재정비에 들어간다. 이후 악몽 같았던 전쟁의 잔상을 딛고 단기간에 경제를 되살리지만 이 역시 미국과 일본에 엮어 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역사는 지금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발목을 잡히곤 한다.

 

 

 

 

큼지막한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라 현대사를 어려워하는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만족도가 높은 책이다. 현대사를 배우는 아이의 궁금증에 설명을 하자면 부수적인 것들이 많이 튀어나와 이야기하다 갈 길을 잃곤 하는데 경제, 정치적인 면은 물론 생활적인 면들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어 폭넓은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함께 보는 책장에 꽂아놓고 두고두고 보게 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상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5
권정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미상이라는 제목 때문에 일본 소설인 줄 알았는데 <칼과 혀>라는 작품으로 혼불문학상을 받은 권정현 작가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더욱 궁금해졌던 소설 <미미상>

학원 강사이며 때때로 소설을 쓰지만 소설가로서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않는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온 후 이별을 통보받는다. 따뜻하며 물렁한 살결, 쿵쿵대는 심장의 느낌이 방금 전처럼 생생한데 주인공은 여자친구에게 이렇다 할 이별의 변명도 듣지 못한 채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고 뭔가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과 일방적인 이별 앞에서 여자친구에게 울며불며 매달리는 짓 따윈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은 이별을 통해 어제와는 다른 세계를 맞이하게 된다. 그저 등을 맞대고 있다가 마음이 식으면 언제든 제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소름 끼치는 성찰을 느끼며....

애써 매달리지도,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하지도 않지만 주인공은 여자친구가 사는 집 빌라 밑을 서성인다.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 여자친구의 꺼진 방 창문을 바라보며 노상방뇨하던 주인공은 자신의 오줌발에 맞아 허옇게 드러난 해골을 발견하게 되고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집으로 가져온다. 이따끔씩 여자친구가 방문해 누워있던 욕조에 해골을 담가 깨끗하게 씻은 후 헤어드라이기로 물기까지 말려 침대 위에 올려놓고 뻥 뚫린 눈과 왜소한 어깨의 해골에게 자신의 무수한 상상력을 덧붙이며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사람들의 온갖 잡동사니와 오물이 버려진 공터에 묻혀있던 해골, 무슨 연유로 아니 그것이 진짜 사람의 것인지 과학실에 걸려있던 것처럼 그저 모형의 그것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가져온 주인공의 심리는 당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골이 기분 나쁘고 오싹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주인공은 허옇게 뼈만 드러난 해골에게도 살이 있고 피가 흐르며 맑은 눈동자로 그 무언가를 보고 쿵쿵 뛰는 심장으로 부모님의 사랑도 느꼈을 거라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녀와 헤어진 날 발견한 해골, 그럼에도 주인공은 여자친구의 집을 서성이고 실재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을 해골의 존재를 통해 위안 받으려 한다. 그토록 외로웠던 것일까? 란 물음을 던지기엔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처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히 수긍할 수 없는 상황들 앞에 과연 주인공의 이런 기이한 행동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란 궁금증이 계속 들었던 것 같다.

무기력한 권태감이 온몸을 휘감는 그의 생활에 살아있는 자신과 죽어 뼈만 남아있는 해골의 만남은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한다. 살아있지만 활기를 느낄 수 없는 주인공과 인생에 대한 처연함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의 해골은 어느 순간 살아있음에서 오는 강력함 앞에 초연해지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얇은 분량이어서 별 부담 없이 다가섰는데 읽을수록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 앞에서 앞으로 나가는 길이 더디기만 했던 <미미상>, 소설이지만 깊은 사유의 철학 책을 보는듯한 착각과 독특한 문체가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 같은 회사에 거침없이 어퍼컷
조기준 지음 / 포춘쿠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엔 '라떼는 말이야~'를 남발하기 좋아하는 꼰대들을 겨냥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펼쳐보니 이거슨?!!!

신입사원, 직원, 임원이란 세 분류로 나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 직장 생활예절을 다루고 있어 어느 누가 봐도 공감이 갈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얼굴 맞대야 하는 직장 동료들, 집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안정감보다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직장에서의 생활은 아무리 친해도 가족처럼 편하게 대할 수도 없고 생활전선이기 때문에 상사의 눈치나 사원들 간 비교 대상이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꼰대 같은 발언을 완장처럼 자랑스럽게 남발하는 상사의 꼴 보기 싫음도 나의 인사고과가 그의 손에 달려 있기에 입바른 소리도 마음대로 낼 수 없다. 무슨 놈의 회식은 이리도 많은지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지만 상사는 2차, 3차를 외치며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원인 내가 남자라면 사석에서의 더러운 꼴은 덜 볼 수도 있다.

무르익은 회식자리와 주거니 받거니 술이 들어가게 되면 그때부터 여직원들은 좌불안석이 된다. 최근에 미투로 인해 남자들에 대한 성인식 차이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내가 사회 초년생일 때만 해도 딸만 한 여직원들에게 술을 받아마셔야만 직성이 풀려야 하는 상사들이 많았다. 귀엽다고 옆에 앉히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일도 그저 딸처럼 귀엽다는 언사로 넘어갈 수 있었고 그런 행동이 싫지만 예의범절을 어릴 적부터 지겹게 배우며 자랐던 세대이기에 적당한 선을 찾지 못해 결국 그저 그런 비스름한 사건 사고들로 이어지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었다. 하지만 적당히 벌고 적당히 일하며 자신의 개인 생활을 즐겨 하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등장으로 회사 분위기도 많이 변해가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야근을 밤낮없이 하던 50대인 상사가 이제 갓 들어온 신입사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제시간이 되면 칼퇴근은 기본이고 궂은일엔 나서려 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의 선을 긋기 때문에 세대 간 직장 생활은 점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신입사원들은? 그들도 나름대로 불편함이 많다. 급한 일이 다 끝난 상황에서 집에 가지 않고 뭉그적거리는 상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할 테니 말이다.

이런 세대 간 직장 생활 격차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회사 생활이 더욱 힘들어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는데 이런 일은 남편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회사에서 딱 중간에 껴있는 남편은 6시 땡 하면 칼퇴근하는 신입사원들과 힘든 일은 안 하려고 드는 상사 중간에 끼어 일이 밀려도 거들어주지 않는 신입사원과 상사 중간에서 거의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 한다. 자연히 회사 생활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얌통머리 없이 자신들 일이 미처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퇴근하는 부하직원을 좋게 볼 직장 상사가 어디 있겠으며 그로 인해 일머리에 미숙함이 비출 땐 당연히 쓴소리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상사들의 안이한 태도는 아랫사람들에게 한심하게 비치기도 한다.

<가족 같은 회사에 거침없이 어퍼컷>은 신입사원, 직원, 임원이 서로의 위치에서 각자의 위치를 존중하고 공과 사를 구분 짓되 신입사원들은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함을 강조하고 상사에게는 꼰대짓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이런 일들이 잘되지 않아 회사마다 트러블이 늘 일어나고 일보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 이직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는데 당장 자신의 행동을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인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될 것 같아 회사마다 비치해두고 보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