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탐 청소년 문학 24
이명랑 지음 / 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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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 사춘기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요! / 이명랑 지음

4월 30일. 드디어 사달이 나고 말았다!

설마설마하며 애써 아니겠지 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중학교 입학식 날 점심을 먹고 부모님께 늦게까지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맡고 뭉친 현상과 건우, 정민과 재영은 PC방으로 향한다. 한참 신나게 게임에 몰두해 있는 건우에게 게임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한 아이가 다가온다. 자신과 똑같은 명랑 중학교 교복을 입고 이름이 이태양이라며 소개한 아이, 하지만 건우에게 그런 이름 따위 들릴 리 없었으니 태양이는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에서 엄청난 레벨을 자랑하는 고수였고 그날 PC방에 함께 간 아이들은 태양이의 무기 창고를 보고 부러움과 충격에 휩싸인다.

레벨 15를 자랑하는 태양이의 무기 창고를 본 건우는 입학 축하금이라며 할아버지가 주신 백만 원을 태양에게 건네 무기 강화를 부탁한다. 덩달아 옆에 있던 현상이가 합세해 거금을 받아버린 태양, 하지만 건우와 현상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레벨 10 무기 두 개를 결합해야 했는데 그야말로 아주아주 희박한 확률로 레벨업이 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되면 레벨 10 무기 두 개는 영영 없어져 버리고 말았으니 태양은 건우와 현상의 돈을 받고도 전전긍긍하면 강화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차일피일 무기 강화를 미루던 태양은 건우와 현상에게 쪼일 대로 쪼여 마지막 필살기인 무기 결합에 들어가지만 암전이 된듯 레벨 10 무기 두 개가 없어져 버린 순간, 건우와 현상에게 돈을 건네받던 것을 보던 정민에게 그 장면을 딱 들켜버린다. 이제 사건을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이로 인해 평소 인도주의를 지향하던 현상이 급기야 태양이에게 주먹을 날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야기는 철없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극한의 레벨을 자랑하며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태양이 자영업을 하느라 새벽에 들어오는 부모님 없는 빈집에 들어가기 싫어 게임에 몰두했던 결과물이었으며 항상 자신 편에 서주지 않는 엄마에게 불만이 있었던 건우는 현상에게 자기편임을 습관처럼 확인해왔고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공부 강요만 하는 엄마와의 갈등을 현상은 만화방 주인아저씨에게 털어놓으며 각자의 무게로 끌어안은 고민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왜 부모님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아 답답해 정말 말이 안 통하네...' 분명 그 나이의 나도 같은 마음을 느꼈을 텐데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그때의 내 모습을 잊고 부모의 입장으로만 아이를 대한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부모라면 같은 생각을 해보리라 생각드는데 우스개소리처럼 사춘기라서 그런가 봐요~했던 이야기가 아이들한테는 얼마나 속 편하고 이해받지 못할 소리처럼 들렸을지 미안함이 들었다.

짧은 분량이지만 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 좋은 책인데 태양이가 레벨업할 때의 상황이 무기 결합 전에 기도로 시작하여 꽝이 나오면 나라를 잃은 것처럼 망연자실해하던 남편의 표정이 떠올라서 의외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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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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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이사 / 마리 유키코 지음

제목도 특이했지만 꽤나 선정적인 표지 때문에 더 호기심이 일었던 소설 <고충증>의 작가 '마리 유키코'.

인간의 뒤틀린 성욕을 담은 이야긴가 싶어 들었던 호기심은 소설을 읽으며 내내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에 휩싸여 끝까지 읽는 게 꽤나 힘들었었는데 몇 년이 지나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읽으며 이런 장르가 '이야미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찝찝함 때문인지 그 후론 '마리 유키코'의 소설을 굳이 찾아내 읽어보지 않았는데 소설의 주제가 '이사 호러 괴담집'이라 잡게 된 소설의 작가가 고충증을 쓴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뒤늦은 충격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읽다 보니 '어? 그때 그 작가 맞아?' 할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어 예전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읽을 수 있었는데 '이사 호러 괴담집'이라고 하기엔 초반부터 예상할 수 있는 단편들이 등장해 살짝 실망스러운 기분을 느껴갈 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도의 작품 해설을 통해 본문에 숨겨져 있던 세세한 이야기가 뒤늦은 소름을 던져준다.

한밤중에 호러나 괴담 소설을 즐겨 읽는 나로서는 6편의 단편 중 마지막 <끈>편에서 소설을 덮고 방으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무서움을 느꼈는데 학창 시절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의 기억 때문에 괴담 주제로 등장하는 엘리베이터는 늘 쥐약처럼 작용하는데 마지막 단편이 딱 엘리베이터 이야기였기에 미처 다 읽지 못한 마지막 편과 작품 해설은 다음날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깡으로 버티며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면 그날 밤 머릿속을 가득 매운 잔상 때문에 나는 꼴딱 밤을 새웠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표지부터 극한의 공포감을 주는 '미쓰다 신조'의 괴담집과는 달리 '마리 유키코'의 괴담집은 충분히 예상 가능해 싱거울 정도다. '이게 무슨 괴담집이지? 하나도 안 무서운데.... 나 낚인 건가?'란 생각을 부여잡으며 단편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키가 작고 개그맨 같은 인상의 맨션 관리인 '아오시마'씨가 등장하는데 여기에 뭔가 숨겨둔 이야기가 있는 건가? 싶은 묘한 궁금증에 중반부터는 그 연결고리를 나름 열심히 짜 맞췄던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의 끝을 달리고 작품 해설로 들어가는 순간 이제껏 보지 못한 구도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비록 괴담집을 많이 읽어본 덕후는 아니지만 이런 전개가 오히려 꽤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두 번째 단편까지 예상했던 기대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후반부에 주는 내용이 더 신선하고 강하게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필살기로 남겨둔 마지막 작품 해설은 한방 제대로 먹은 느낌이라 이것이 작가의 의도였다면 나는 제대로 말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옮긴이도 언급했지만 그전의 느낌과 달라진 이번 소설로 인해 '마리 유키코'란 작가의 다음 작품이 꽤나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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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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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 / 구미호 식당 / 박현숙 장편소설

천 년 동안 천 명의 뜨거운 피를 마시고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가 되려는 구미호 서호는 이제 막 이승의 강을 건너려는 이민석과 왕도영에게 자신에게 피를 주는 대가로 49일의 시간을 주겠노라 제안한다. 술만 마시면 두드려 패는 아버지와 집 나간 엄마만큼이나 도영이를 못마땅해하던 할머니, 엄마가 다른 다섯 살 위인 형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자랐던 도영은 서호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지만 옆에 있던 이민석의 애절한 바람 때문에 49일 동안 구미호 식당에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서호에게 미처 듣지 못한 규칙이 있었으니 몸과 마음은 그대로지만 얼굴은 다르며 구미호 식당을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으나 죽기 전 5성급 호텔의 셰프였던 이민석은 서호의 규칙을 깨고 사랑했던 여인 지영일 찾아 밖에 나갔다 초죽음이 돼서 돌아온다. 규칙을 어긴 고통이 어마 무시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민석은 식당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점을 역이용해 지영을 식당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와 자신만 아는 얼큰한 '크림말랑'을 만들기 시작했고 식당에 찾아왔던 백발머리 할머니를 통해 SNS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게 아르바이트생으로 찾아온 사람은 도영을 죽도록 못살게 굴었던 이복형 왕도수였고 양아치 기질이 다분하지만 평소 SNS 중독자였던 사실이 이민석에게 먹혀 바로 채용된다. 이런 일들이 못마땅한 도영이지만 아저씨의 간곡한 부탁과 며칠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도수와 함께 식당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안 이민석은 도수에게 부탁해 크림말랑의 재료를 맞추는 사람에게 상금 300만 원을 주겠다는 이벤트를 열었고 그때부터 구미호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 많은 손님 중에 이민석이 애타게 찾는 서지영은 찾을 수 없었고 도영은 도대체 이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49일만 존재하는 구미호 식당, 사랑하는 연인을 찾기 위한 이민석의 노력과 가족에게 학대받으며 삶에 희망이 없었던 도영은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을 조금씩 알게 되는데....

살아 있을 땐 알지 못했던 진실에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 이들에게 죽을 걸 미리 알았더라면 죽은 자와 남겨진 자들의 고통이 조금은 가벼워졌을까? 삶과 죽음,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사소한 오해로 등을 진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솔직히 말하면 밖에 나가고 싶다.

수찬이를 만나고 싶다.

수찬이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키득거리고 싶다.

수찬이는 하루 중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수찬이에게 내 얘기도 해주고 싶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수찬이가 잘 들어줄 거 같았다.

왜 이제야 이럴까.

살았을 때, 그 많던 시간들은 다 흘려보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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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Strong Words - 말대꾸 에세이
딥박 지음, 25일 그림 / 구층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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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층책방 / 글쎄 STRONG WORDS / 딥박 지음

아, 그때 받아쳤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을 안 하며 살고 싶은데 꼭 뜬금없이 '그때 그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란 생각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할 때가 있다.

'왜 그때 받아치지 못하고 바보같이 웃기만 했을까, 아 등신 같다.... 그 사람이 날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을까?....'

갑자기 떠오른 그때의 기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밤새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 이런 생각은 아마 누구에게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받아치지 못했기에 흘러가게 놔두지 못하고 되풀이하며 나 자신을 괴롭히는 일, 그 상황조차도 짜증스럽게 다가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었던 수많았던 날들, 비록 다시 만날 일이 없어 영영 앙갚음해주지 못할 말이 되었지만 괜찮다, 이 책을 보면서 빡쳤던 그 순간들을 잊어버리면 되니까.

다큐를 보다가, 예능을 보다가, 뉴스를 보다가 빡치게 되는 잡생각들.

돈에 매여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나날들, 그로 인해 나의 일상이 건조하고 무의미하며 결국은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로 이어지는 잡생각들.

즐겁게 살고 싶은데 나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들을 원하는 사회로 인해 즐거운 기분을 느낄 찰나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던 수많은 날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놨던 모든 것들에 일소를 날릴 수 있는 통쾌한 글들, 이것이 딥박의 글이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끌어안고 자존감을 박박 긁어먹던 날들에 대한 그의 글은 짧지만 공감과 뼈 때리는 통쾌함이 배어있어 가슴 저 밑에 응축돼 있던 울분을 해소시켜 준다. 열받게 했던 인간 면전에 일침을 가하지 못했으면 어떠랴 싶은 호기로움까지 생긴다. 더불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덤으로 따라오니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일상에서, 나를 빡치게했던 인간 때문에 뜬금없이 괴롭다면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조금은 어쩔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주는 이 책을, 딥박의 글을 가까이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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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블랙홀 청소년 문고 15
김동식 외 지음 / 블랙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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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고 시리즈로 자주 보게 되는 블랙홀에서 무더운 여름에 걸맞은 미스터리 소설이 출간됐다.

SF, 미스터리, 공포, 좀비, 역사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함을 선보이는 다섯 작가들의 글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어 더욱 기대되었던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1920년에 문을 열어 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귀문 고등학교, 백년의 역사만큼이나 학교를 둘러싼 소문들도 넘쳐났으니 소문의 시초는 학교를 세운 김원창이란 분이 일본 놈들에게 고문을 당하다 죽게 되었고 이후 일본인들이 학교를 소유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교장이 하나 둘 죽어 나가게 되면서 진짜인지 이제는 알 수도 없는 괴담으로 넘쳐나기 시작한다.

그런 괴담들을 거치며 현대로 접어든 귀문 고등학교에 정적을 깨는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평소 기자가 꿈이라 학교 신문 동아리 리포터 활동을 하고 있는 민주가 이 사건을 조사하며 교장 선생님이 실제로 총을 가지고 있다 카더라는 이야길 듣게 되었고 그에 대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민주는 이 일이 학교폭력과 연관되었음을 알게 되는 김동식 작가의 <한 발의 총성>

비슷한 키에 같은 반인 해환과 애리는 금세 친해진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데 성적은 늘 1등인데다 예쁘기까지 한 애리는 신은 공평하다는 우스갯말에 부합하듯 조금은 이상한 느낌을 주는 아이다. 늘 해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환의 집에 찾아와 머물다 가는 애리에 대해 알고 싶어 가족이나 집이 어디냐는 해환의 물음에 애리는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했고 단짝이지만 해환은 애리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는 답답함이 조금씩 불만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일 년 내내 붙어 다니던 애리와 학년이 바뀌며 반도 바뀌게 된 해환은 같은 반 윤정이와 친해지며 애리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해환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애리는 해환에게 점점 더 집요해지고 해환은 그런 애리가 부담스러워 밀어내게 된다. 이야기는 몇 년이 지나 해환이 애리를 찾기 위해 애리가 이야기했던 곳들을 해환이 찾아다니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자신의 이야기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애리, 친한 사이임에도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아 거리감을 느꼈던 해환, 쌓이고 쌓인 오해가 불러온 학창 시절 친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인 조영주 작가의 <사이코패스 애리>

그리고 청소년 소설에서 가족 이야기를 많이 엿볼 수 있었던 정명섭 작가의 <또 하나의 가족>은 사설탐정인 준혁과 그를 따라다니는 귀문 고등학교 학생 안상태가 학교 교사로부터 사건을 부탁받아 조사하는 내용으로 가정의 불화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 미성년자의 가출을 담고 있다. 뉴스에서 경악할만한 사건들을 접하며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가정환경과 가족이라는 말로 아이들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가출팸의 현주소를 볼 수 있었다.

<유괴의 날>로 찰진 이야기를 선보였던 정해연 작가의 <짝 없는 아이>는 육아휴직에 들어간 선생님을 대신해 임시직을 맡은 종혁이 1학년 4반 외떨어져있던 한 여학생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짝을 맞춰 앉아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혼자 구석에 외떨어져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아이, 걸걸해 보이는 여학생들이 자신의 책상에 걸터 앉아 있는데도 무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본 종혁은 학창 시절 왕따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티나지 않게 그 여학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일관되게 아무런 표정이 없는 4반 담임선생님은 참견하지 말고 놔두라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데...

마지막으로 학생회장 후보 기호 3번의 실종을 그린 전건우 작가의 <기호 3번 실종 사건>은 공부도 잘하는 데다 잘생기고 인성도 좋은 이사장 아들 박현수와 후보에 나섰던 김미래가 연설과 투표가 시작되기 3시간 전에 실종됐고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부가 중심이 되어 사건 해결에 나서면서 학교의 부정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귀문 고등학교의 셜록 홈즈처럼 사건을 척척 잘도 해결하는 마정민 캐릭터는 익숙하지만 또 만나고 싶은 캐릭터라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마정민 캐릭터를 또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란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귀문 고등학교를 둘러싼 미스터리 사건 일지는 가족애와 우정, 성적과 차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소설 속 이야기로만 다가오진 않았다. 늘 어디선가 되풀이되고 그게 내가 될 수도 있을 만큼 학교와 가정이라는 갇힌 공간이 편안함과 안락함 대신 극한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설정은 그래서 어느 학교나 괴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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