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카페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지식 충전소
질다 르프랭스 지음, 최린 옮김 / 가디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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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 지정학 카페 / 질다 르프랭스 지음

알긴 아는데 제대로 설명 못하는 지식이라면?

하... 뜨끔할 정도로 얕은 지식만 가득한지라 초등 고학년 아이와 뉴스를 보다가 말문이 막혀 답답해질 때가 많은데 <지정학 카페>는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준다.

역사에 있어 지정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 우리나라 또한 지정학 위치 때문에 일본과 미국, 중국의 그늘에 가려져 핍박받던 역사를 겪었기에 낯설지 않게 다가오지만 우리나를 넘어서면 아무래도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야 아래로는 일본이 있고 옆으로는 중국이 있으며 태평양 건너에 미국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대륙을 쪼개 여러 나라들이 마주 보고 있는 유럽은 오밀조밀 몰려있는 나라 이름을 다 알지 못해 지구촌 문제를 다룬 채널을 볼 때마다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아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 이제 세계지리를 눈에 익히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이는 어렵게 다가올 텐데 사실 위치만 잘 알아도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연결고리를 금세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 파악해도 지정학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알게 될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핫한 이슈 30개를 완벽 분석해 지도와 함께 살펴보는 이야기인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에 이어 현대로 이어지는 민감한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 마약과 난민, 노예, 극단주의, 조세 피난처, 자연재해, 전쟁, 종교 순례 갈등, 해협의 중요성, 남획, 빈민촌 등의 문제를 매 장마다 등장하는 지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한 나라만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고 관련 나라와 비율 등을 색색깔로 표시해놓고 있어 눈에 빨리 띄고 그만큼 이해도가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부패한 국가는 어디일까라는 주제의 글도 흥미로웠는데 부패의 정도를 다섯 가지 색으로 지도에 표시한 전 세계 부패상황에 제일 청렴한 국가로는 뉴질랜드나 덴마크, 핀란드가 차지했고 가장 부패한 나라인 상위 3개국으로 꼽힌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북한이 들어있다는데는 적잖은 충격이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부패 정도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기뻐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색깔로 표시된 나라의 연관성을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어 평소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인 지정학이 좀 더 재미있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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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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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 적어도 두 번 / 김멜라 소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짤막한 줄거리가 던져주는 민감하고도 묵직한 주제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들었던 김멜라 소설 <적어도 두 번>은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그리고 7편이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이 참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라면 모두 다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의 한 부분이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변태나 성도착증 환자 또는 밝히는 사람으로 타인의 눈에 비치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기 꺼려 하는 인간의 심리가 담겨 있어 꽤나 애매한 부분이지만 김멜라 작가는 그런 애매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단편에 담아냈다. 그렇다고 선정적이냐고 묻는다면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가져질 호기심 이상의 야함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읽어놓고도 당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할 만큼 독특한 소설임엔 분명하다.

지위(자위), 클리토리우스 또는 콩알(클리토리스)을 통해 죄악이 아닌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이야기 한 <적어도 두 번>은 자신의 콩알 만지기를 좋아하는 여주인공이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콩알을 만지다 엄마에게 걸렸을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엄마의 눈을 통해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되며 입 밖에 내서도 안된다는 걸 습득한 주인공은 왜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성장한 주인공은 과외 아르바이트를 통해 맹인 여학생 이테를 만나게 되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모든 감각들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그들과의 접촉을 색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테가 아팠던 어느 날 따끈한 국물을 싸 들고 이테 집을 찾아간 주인공은 이테가 국물을 옷에 흘리는 바람에 데인 곳에 찬물을 대주어야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옷이 젖어 새 옷으로 갈아입게 된다.

그만할 때 다들 궁금해하는 성호기심이 화두가 되었고 자신의 콩알을 본적도, 어떻게 콩알과 악수(자위) 하는지도 모를 이테에게 불현듯 동정심을 느낀 주인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콩알과 악수하는 방법을 이테에게 알려준다. 그로 인해 이테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편지에 옮겨 적은 주인공은 왜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식이라 하마터면 공감하고 동의할 뻔하지만 순간 그 편지를 받아볼 대상인 남자가 유파고(선생님)란 사실에 지금까지 자신들의 성적 호기심을 채우며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그게 왜 상처가 될 일이냐며 오히려 따져 묻는 남자들의 심리를 비틀어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해석과 행동이 정작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음을, 무덤덤한 문체로 담아낸 단편들은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독창적이고 신선하며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담은 작가의 단편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들을 어떻게 이렇게 담아냈을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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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다움을 주기로 했다 - 나다움을 찾아가는 다섯 가지 마음 습관
고정욱 지음, 금요일 그림 / 리듬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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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문고 / 나에게 나다움을 주기로 했다 : 나다움을 찾아가는 다섯 가지 마음 습관 / 고정욱

저자의 이름을 지나쳤더라면 최근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비슷한 제목의 에세이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고정욱'이란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책은 아이와 꼭 읽어봐야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 유명한 재석이 시리즈를 얼마 전 읽고부터 고정욱 작가님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쓴 에세이라니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나다움을 주기로 했다>는 부제목으로 붙은 문장만 봐도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아이들에게 나다움을 찾는 중요성과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지만 아이보다 먼저 읽어본 바로는 사회인, 부모, 자식이란 이름에 둘러싸여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줘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

고정욱 작가의 글을 많이 접해보진 않았지만 몇 권의 책을 통해 내가 느꼈던 건 점점 개인적이고 경쟁으로 치열해져만가는 요즘 세상에 너무도 훈훈하지만 조금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글 속을 꽉 채운 고정욱 표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라는 진리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요즘 세상에 꽤나 긍정적인 분이시다란 생각이 있었기에 매사 앞서 나가게 되는 현실감과 선입견이 만들어낸 잣대들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그래서 더 고정욱 작가의 글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제일 못하고 잘 안되는 부분이 타인과 함께 지내는 것이기에 아이에게도 이런 나의 좋지 않은 영향이 전해질까 봐 나름 고민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평소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면이 많이 해소가 되었다. 같은 상황이었어도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인생도 달라지는 법일 텐데 그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인간에 대한 그 기준을 다시 한번 정의하게 되었던 시간이 됐던 것 같다.

누구나 나보다 타인이 먼저일 수는 없지만 내가 만들어버린 벽에 가두고 타인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그 벽을 깨는 것이 힘들었기에 친구 때문에, 성적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고 있어도 정작 말이나 글로 전달이 안돼 소통의 부재를 느끼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전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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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굴의 전설
김정희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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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숨쉬는도서관 / 곡계굴의 전설 / 김정희 청소년 소설

어릴 적 살던 곳은 섬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하면 떠오르는 인천상륙작전과도 연관된 곳이라 백 개의 계단을 오르면 그와 관련된 전적비도 만날 수 있다.

어렸기도 했고 어른들이 들려주는 전쟁 이야기는 솔직히 피부로 와닿지 않아 귓등으로 흘려듣기 일쑤였지만 한국전쟁 당시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연중행사처럼 방둑 너머 갯벌에 사람이 빠지거나 차가 빠져 인명피해가 일어날 때마다 전쟁 때 억울하게 죽은 혼령한테 씌어서 그런 거라는 소문이 돌곤 했었다. 워낙에 많이 죽었고 지역마다 그런 얘기는 얼마든지 있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곡계굴의 전설>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어릴 적 아버지한테 들었던 피난 이야기와 방둑에서 떨어져 갯벌에 처박힐 때마다 귀신에 홀렸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어 흘려들었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듣고 싶어졌다.

아버지가 큰맘 먹고 소를 팔아 제천에 있는 농고에 보내준지 6개월 만에 진규는 고향으로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터진 한국전쟁은 이제 곧 전쟁이 끝나리란 예상을 깨고 오래 지속되었고 전쟁에 차출된 형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떠날 수 없다는 아버지의 고집에 따라 진규네 가족은 피난을 가지 못한 채 집에서 멀지 않은 석회암 동굴인 곡계굴로 숨어들게 된다.

일단 급한 대로 언 땅을 파며 조그맣게 만든 방공호에 아버지가 자릴 잡고 나머지 가족들이 곡계굴로 들어오긴 했지만 진규는 걱정이 되어 아버지를 곡계굴로 보내고 자신이 집을 지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미군이 진규의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숨어둔 곡계굴에 소이탄을 퍼부으면서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진규는 가족의 생사를 알기 위해 곡계굴로 향하지만 미군의 집중 폭격을 맞은 그곳의 광경은 처참하기만 하다.

북한군이 그곳에 숨어들었다는 정보로 인해 느티나무 마을에 살던 주민 300여 명이 학살당한 사건은 이 책을 접하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을 이야기라 책을 덮으면서 아찔함을 느꼈더랬다. 많이 알려졌어야 하고 마땅히 알아야 할 진실이지만 제대로 된 사건 규명이나 사과가 이뤄졌을 리 없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표명해봤자 미군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사람들의 바람은 어린 나이에 전쟁에 내몰리고 먹을 것 없이 낯선 곳으로 내몰리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왜 죽어야만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갔을걸 떠올리니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기에 곡계굴의 학살이 더 이상 묻히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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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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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 때문에 시끄러웠던 마음에서 편안해지려는 마스다 미리만의 문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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