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 속으로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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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들녘 / 삼각파도 속으로 / 황세연 해양미스터리 장편소설

해양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장르가 호기심을 불러왔던 <삼각파도 속으로>의 이야기는 1945년 5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패전의 기색이 짙어감에 따라 일본은 천황의 동생인 치치부 왕자를 책임자로 둔 황금 백합이라는 특수부대를 만들어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수탈한 금괴나 문화재를 배를 통해 일본으로 빼돌렸고 그마저도 미군에 의해 여의치 않게 되자 병원선을 가장해 밤에만 몰래 이동했으나 미군의 레이더망에 걸린 731부대 병원선은 1945년 5월 17일 미군의 폭탄 투하에 바다 아래로 가라앉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순석은 머구리 작업 중 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보태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오랜 머구리 생활을 했던 박판돌과 함께 키조개를 따며 부지런히 돈을 모으고 있다. 키조개를 따며 남매를 키워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머니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해야 했고 순석은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위험하지만 일당이 센 키조개 잡이를 시작해야 했으며 여동생 순영은 간병인을 쓸 수 없는 형편 때문에 하루 종일 아버지 곁에 머무르며 간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아버지의 사고는 가족들이 생계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고 집안의 가장이 돼버린 순석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군산항에서 중국으로 가던 대형 상선과 작은 어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높은 파도로 수색이 여의치 않아 중단될 상황에 아버지를 찾아달라며 우는 윤정을 본 순석은 사고로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가 떠올라 실종 수색을 이어나갔고 어렵게 윤정의 아버지를 찾아낸다. 하지만 박판돌이 아니었다면 순석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을 아찔한 사고로 다음날은 정신없이 자다 일어나 보니 친하게 지내는 동곤 형에게 전화가 여러 번 와있는 것을 보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가 동곤의 시체를 발견하고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꼼짝없이 살인범으로 몰렸을 그 상황에서 순석은 윤정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고 동곤이 죽기 전 보물선 인양을 하는 이도형에게 연락해 일제시대 때 금괴를 싣고 가다 침몰한 배의 위치를 아는듯한 말을 했다는 것을 듣고 동곤이 죽은 현장에서 발견된 숫자를 통해 위치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렇게 순석은 친구인 이상홍과 좌표가 가리키는 곳을 수색하다 침몰된 배를 찾게 되고 기술력을 갖춘 이도형에게 연락해 금괴 인양에 나서게 된다.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금괴는 무려 28톤으로 금액만 해도 수조원에 육박해 순석은 고생하는 어머니와 순영이를 떠올리며 얼른 편하게 살게 해주자 생각한다. 그렇게 이도형이 꾸린 인양팀으로 작업이 시작되었고 고생 끝에 백금과 문화재로 보이는 항아리들을 발견한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한껏 부푼 기대도 잠시 조선족으로 보이는 도적들이 배를 장악하면서 순석을 포함한 인양팀은 포로가 되고 만다.

과연 금괴는 존재하는 것일까? 배 속에 밀봉돼 가라앉아 있던 항아리 속 이상한 물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금괴가 가득 들어있을 거란 기대는 점점 불확실하게 변해가고 급기야 인명피해까지 속출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기록으로 남겨졌지만 정확히 어디에 가라앉았는지 모를 보물선과 항아리 속에 잔뜩 들어있던 정체 모를 것들, 다친 후 이상하게 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긴장 요소를 자아내게 했던 소설 <삼각파도 속으로>

역사적 사실과 기괴한 추리력을 계속해서 이끌어내고 있어 쉽사리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이라 무더위를 식혀줄 서늘함을 원하는 독자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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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자
조경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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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 / 복수전자 / 조경아 장편소설

상호, 성명,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어야 할 명함에 QR 코드만 덩그러니 있다면?

뭔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이 들 것이다. 그리고 QR 코드로 접속해 과연 이 명함을 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렇게 경찰서에서 만난 보미에게 QR 코드만 덩그러니 있는 명함을 받은 기성우는 호기심에 접속해보지만 예상치 못한 게임 등장에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게임을 클리어하고 나타난 전화번호를 통해 보미가 말한 복수전자와 연결이 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는 만큼 의뢰인을 향한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복수전자와 연결되는 시스템은 그들이 하는 일이 결코 합법적이 아니란 것을 알려준다.

경찰서에서 이미 유명 인사로 통하는 기성우는 국회의원이며 사학재단 이사장인 그의 아버지가 벌인 짓에 고통받는 사람들로부터 사죄하기 위해 일부러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부수고 깽판을 놓는 행동을 한다. 이에 신고가 들어가고 피해자와 피의자인 기성우가 경찰서에 들어오면 위협적이거나 감정적인 상황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마침 사건 현장에서 기성우가 하는 짓을 본 보미가 경찰에게 무조건 기성우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해도 어째 경찰서의 분위기는 부드럽기만 하다.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인상이 역력할 때 기성우측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제시한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보미는 경찰서를 나오는 길에 기성우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묻고 그런 보미의 물음에 그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한다. 이에 보미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복수전자 명함을 기성우에게 건네는데....

그렇게 해서 게임과 설문조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며 복수전자에 입성한 기성우는 자신 앞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조리 쓸어버리는 아버지 때문에 유일한 친구였던 현민과 멀어지고 학교 선생님이었던 현민의 아버지를 학교에서 내쫓은 일로 자신이 가출했었고 그렇게 가출한 자신을 현민과 현민의 아버지가 받아줬지만 그들이 다시금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는 것을 안 성우의 아버지는 현민 가족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만다. 그저 물질적인 부족함 없이 자랐을 뿐 자신에게 그 어떤 애정도 주지 않던 아버지가 벌인 일로 인해 성우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살면서 나에게 억울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인간에게 복수하고 싶은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은데 만약 내가 느꼈던 그 감정 때문에 내 인생이 달라져 고통과 처참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그저 가볍게 복수하고 싶다는 충동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와 관련한 영화나 소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이 책 역시도 복수가 다는 아니라는 점을 집어준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상대방이 잘못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그것이 해결됐을 때 과연 그 사람이 죽으면 기쁘고 후련할 거란 예상에 기분 좋게 대답할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복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복수가 과연 답이 됐느냐란 대답엔 등장하는 인물들 이야기만큼이나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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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장님 - 2020년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30
이지음 지음, 국민지 그림 / 비룡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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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 강남 사장님 / 이지음 장편동화, 국민지 그림

제26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강남 사장님>은 길고양이에서 유튜브 스타로 거듭난 강남이와 강남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다 아빠의 사업이 망하게 되면서 변두리로 이사 온 지훈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돈이 필요한 지훈이는 아르바이트할 곳을 찾아 이곳저곳 찾아가 봤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받아주는 곳이 없어 기운이 없다. 그러던 중 집 앞 전봇대에 붙은 용모단정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초등학생을 구한다는 전단지를 발견하여 면접을 보러 간다. 막상 면접을 보러 간 곳은 의리의리한 궁전 같은 곳으로 화려한 내부와 고양이 용품들이 즐비하여 지훈이는 아르바이트로 맡게 될 일이 은근 궁금해진다.

 

 

그리고 처음 마주친 것은 나른하고 도도하며 보통 성깔이 아니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로 믿을 수 없게도 고양이가 하는 소리가 지훈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었는데 이윽고 도착한 실장님이란 사람에게 고양이가 유튜브 백만 명을 둔 인기 고양이이며 아르바이트로 할 일은 고양이 강남이의 일거수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강남이의 시중을 드는 것이었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고 보수도 괜찮아 바로 하겠다고 나선 지훈이는 강남이의 벼락같은 성깔을 견디며 처음으로 고양이 응가를 치우고 고양이를 재워주면서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알게 된다.

영상을 찍지 않을 땐 게으르고 나른한 고양이일 뿐이지만 촬영 중일 땐 귀여운 모습을 한껏 뽐내며 이중적 이미지를 보이는 강남이, 아르바이트비를 받기 위해 그 모든 고생을 참아가며 강남이의 온갖 시중을 견디는 지훈이, 그러던 어느 날 강남이가 지훈이의 학교에 따라가겠다고 나서게 되고 강남이로 인해 교실은 발칵 뒤집히게 된다. 유튜브로 이미 강남이를 아는 아이들과 귀여움을 발산하는 강남이의 모습에 넋을 잃은 아이들은 그동안 강남에서 이사 와 재수 없다며 지훈이를 피했던 아이들과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고 이날의 사건으로 인해 강남이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힘들고 고된 일도 많았지만 뭔가를 배우며 보람된 하루 일과가 생겼고 무엇보다 오해로 인해 서먹했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어 불편하기만 했던 학교생활에서 즐거움을 되찾은 지훈에게 드디어 대망의 월급날이 다가오지만 강남이와 관련된 사업을 키워보겠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실장이 망해 잠적하게 되면서 한 달 동안 고생한 월급은 물론 궁궐 같은 집에서 쫓겨나 나앉은 강남이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훈이는 강남이가 길거리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던 길고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러울 것 없이 강남에서 잘 살았지만 아버지 사업이 망하며 변두리 좁은 빌라로 쫓기듯 이사 와 아이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여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티격태격하게 되는 사이지만 강남이로 인해 지훈이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들을 깨닫게 되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다.

 

 

 

 

길고양이로 위험하게 살아야 하는 삶과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 고양이 에티켓과 고양이의 감정 표현 등이 글에 잘 나타나있어 작고 귀엽다는 이미지만으로 동물들을 쉽게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한편 인간과 동물이 함께 상생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이끌어주고 있어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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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안아도 될까요?
미츠루 유우 지음, 정아름 옮김, 아오이 블루 원작 / 북스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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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리 / 오늘 밤 안아도 될까요? / 아오이 블루 원작 미츠루 유우 지음

제목부터 심쿵 달달함을 마구 발산하는 소설 <오늘 밤 안아도 될까요?>는 다섯 편의 연애 소설을 담고 있다.

쇼콜라 아이스, 실버 링, 베이비 핑크, 스타더스트 옐로, 섬싱 블루의 다섯 편의 제목만 보아도 연애와 결혼까지 예상할 수 있는 제목인데 평소 이렇게 대놓고 닭살 돋는 연애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왜인지 이 소설은 그냥 끌렸었다.

- 쇼콜라 아이스 -

대기업 출판사의 입사 6년 차인 아유미는 그토록 바랐던 문예 출판부로 발령이 난 뒤 일에 매진하고 있다. 업무가 많을 땐 철야까지 이어지는 날을 각오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유미는 자신이 이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만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일에 있어서든 타인에게 민폐가 될까 봐 부탁하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려 했던 것들이 남자친구와도 멀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렸고 혼자라서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됐지만 사생활 없이 너무 일에만 몰두하는 건가 싶은 고민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야근 중이던 아유미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짐을 가득실은 여성 잡지부 직원과 부딪치는 사고가 생기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코치해 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 실버 링 -

유명하지 않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호감으로 발전해 사귄지 7년차인 마호와 다이치는 대학을 졸업 후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인 다이치가 멀리 전근을 가게 되면서 전처럼 자주 만날 수 없어 전화 통화나 문자로만 연락을 주고받게 되며 점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고 느낀 마호는 바쁜 일에 치이는 다이치가 걱정이 되면서도 자신에게 마음이 식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전화를 걸어 통화하고 싶고 주말에 만나고 싶지만 연일 계속되는 바쁜 일로 피곤해하는 다이치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마호는 다이치를 생각해 배려를 해주지만 그렇게 꾹꾹 눌렀던 감정들과 오해들이 폭발하게 되는데....

- 베이비 핑크 -

여섯 살 차이나는 옆집 오빠 슈지를 좋아하는 리코, 같이 있게 되면 종알종알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리코와 달리 슈지는 츤데레 스타일이다. 자신이 슈지에게 하는 것을 보면 좋아한다는 것을 알만도 한데 슈지는 그런 리코를 마냥 동생으로만 보는 것 같아 리코는 속상하기만 하다. 그런 리코 곁에 세미나를 하며 친해진 아라타가 리코에게 호감을 표시하는데 무감한 리코는 아라타의 감정을 잘 몰라준다. 그런 미묘한 감정 속에 세미나 때문에 늦은 리코를 데리러 온 슈지는 함께 있던 아라타를 보며 자신이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낯설게 여기는데....

- 스타더스트 옐로우 -

아라타와 천문학 동아리인 유스케는 자신이 천문학 동아리를 들 수밖에 없게 만든 나나 선배를 짝사랑하고 있다. 뭐하나 잘하는 것 없고 평범하기만 한 자신과 달리 나나 선배는 성적은 물론 동아리 활동과 타인을 배려하는 성품이 배어 유스케는 자신에게 과분한 상대란 생각에 고백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런 나나 선배가 좋아했던 전설의 선배가 나나 선배처럼 모든 것에 완벽했었다는 사람이란 걸 알고 난 뒤 유스케는 더더욱 나나를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날 몰래 울던 나나를 발견한 유스케는 나나로부터 뜻밖에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 10개를 함께 실현해달라는 얘길 듣게 되는데....

- 섬싱 블루 -

결혼정보지 편집부에 근무하는 아키라와 카타기리의 인연은 일 때문에 첫 대면했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보지에 싣는 아키라와 그들의 웨딩 사진을 찍는 카타기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외근하는 날이 많아졌고 평소 애인도 없는 자신과 달리 결혼을 앞두고 행복해하는 커플들에게 묘한 위기감이나 질투 등을 느꼈던 아키라에게 가타기리의 일하는 방식은 그녀가 자신의 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직장과 학교, 이웃이라는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치 않은 만남에서 서로의 공감대를 발견하여 호감을 느끼고 상대방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고민하며 그럼에도 네가 좋다는 감정으로 상대방과 이어지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뻔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실제로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지 이미 다 알겠는데도 가슴 콩닥거리며 읽게 되는 건 이제는 좀체 느낄 수 없는 연애 감정이라 몰입하게 된다기보다 아직까지 나에게도 연애 감각이 살아있어 그런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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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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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 기린의 타자기 / 황희 장편소설

제목을 보고 떠올랐던 건 중국 신수인 '기린'이었다.

뛰어남을 상징하는 만큼 상서롭고 신비함을 나타내 우리나라 문화재에서도 볼 수 있는 기린의 이미지가 소설 속에 어떻게 녹아있을지 더욱 궁금해졌다.

국회의원을 지내며 큰 교회를 일군 시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군 교회에서 목사직을 맡고 있는 남편, 그들을 내조하는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타입으로 거기에 성직자란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사람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과 달리 이 집에서 서영의 존재는 그저 먼지처럼 가볍기만 하다.

타자기로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앳된 서영일 성폭행해 임신시킨 후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집안에 발을 들인 순간 서영은 그들로부터 집중적인 폭행을 당하며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다. 이유랄 것도 없이 그날그날 그들의 기분에 따라 폭력의 수위만 조절됐을 뿐 맞다가 혼절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란 생각에 친정에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 엄마와 오빠, 언니는 시댁에서 받는 돈에 현혹되어 서영이 집안에서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아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집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무기력한 생활 속에 서영은 점점 삶의 의미를 잃게 되는데 그나마 그런 그녀에게 쌍둥이인 지하와 지민이 위로가 된다.

하지만 매일 같은 폭력에 놓이면서도 저항하지 않는 엄마를 보던 지하는 결국 자신을 찾지 말라며 가출을 감행하고 소설은 서영의 현재와 집을 나가 6년이나 소식이 없던 지하가 엄마의 과거가 담긴 소설을 출간해 작가로 데뷔한 이야기를 오고 간다. 동생 지민과 달리 지하는 청각에 문제가 있어 사람들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고 학창 시절에도 그런 지하에게 선뜻 다가오는 친구가 없어 늘 외톨이처럼 지냈지만 그런 그녀에게는 순간 이동이라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지하는 어느 순간 보청기를 껴도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친구들에게 눈을 맞추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을 포기하며 이를 로그아웃이라 정의한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빛나는 시간은 엄마가 쓰던 타자기로 글을 쓸 때였고 순간 이동으로 저지른 범죄에 발목을 잡혀 한국의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을 때 전혀 알지 못하던 곳이지만 그곳에는 지하의 사진과 지하가 쓰던 것들로 추정되는 익숙한 것들이 발견되면서 소설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전개를 열어준다.

가정폭력에 무기력한 서영과 그런 가정환경으로 인해 늘 백일몽에 잡혀 있는 지하, 이야기는 중간중간 아리송한 이야기를 불쑥 꺼내놓으며 다양한 추리를 던져주는데 이 작품에서도 끔찍하리만치 처절한 가정폭력이 등장하지만 이미 황희 작가의 소설을 접해왔던 독자라면 이번 작품이 기존 작품에 비해 수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잔인하며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을까 싶어 인간 상실을 선언하고 싶을 만큼 한없는 무기력을 전했던 그녀의 소설이 이번 작품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다가왔기에 그녀의 더 넓어진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 독자로서 신선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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