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2 : 기묘한 여름 방학 - 중학교 수학 1-2 개념이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2
권혁진 지음, 신지혜 그림, 김애희 감수 / 유아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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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수학이란 단어가 들어있고 학원에 치이는 아이에게 수학과 관련된 책까지 읽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작용해 1권을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더랬는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유 있게 미리 봐두면 좋겠다 싶었다. 마침 다음 달부터 중학교 수학을 맛보기로 나갈 참이라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 사실 수학이란 단어가 내내 마음에 걸려서인지 크게 흥미를 느끼진 못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웬걸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유치하지 않고 중학교에서 배울 수학 개념들을 이야기 속에 이해하기 쉽게 배치해놔 단어만 보면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개념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1권을 읽어보지 못해 1권과 이어지는 2권의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을까란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2권을 읽다 보니 2권을 읽고 1권을 읽어도 괜찮을 만큼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집에서 우연히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로 떠났던 소희와 진영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할머니의 고양이 치비를 툴리아에 남겨놓고 올 수밖에 없었고 소희와 진영이는 치비를 구하기 위해 다시 툴리아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2권에서 소희와 진영은 할머니가 어릴 적 툴리아에 간 적이 있으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학과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아이들이 당장 치비를 구하러 갈 결심을 들은 할머니는 중학교에 올라가 한 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이 되면 그때 치비를 구하러 가도 늦지 않다는 말에 아이들은 할머니 말에 따르기로 한다. 그렇게 새롭게 시작된 중학교 생활을 잘 마치고 기다렸던 여름방학이 되자 할머니 집에 모인 진영과 소희는 님프의 도움으로 툴리아 땅을 다시 밟게 된다.

하지만 치비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난감하기만 한 그때 님프는 요괴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짓고 있는 놀이동산에 치비가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는 의견에 소희와 진영인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열차를 타기로 한다. 하지만 출발 시간에 적힌 반직선 열차, 직선 열차, 선분 열차를 보고 당황하게 되는데....

<신비한 수학의 땅 툴리아 2. 기묘한 여름 방학>은 툴리아에 남겨진 치비를 찾아 인간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진영과 소희의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장밖에 없는 티켓으로 먼저 열차를 타고 놀이공원에 오게 된 소희가 평각실, 둔각실, 직각실, 예각실이 있는 기차를 타고 요괴의 마수에 빠지지 않고 서커스단에 갇혀 있는 치비를 구하기 위해 맞꼭지각 룰렛과 앞면과 평행한 뒷면 등의 비밀번호로 치비가 갇혀있는 우리를 열고 요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빠져나오는 과정들을 풀어놓고 있다.

엇각과 동위각, 내각과 외각, 대칭 놀이, 중심각과 각뿔, 각기둥 등의 다양한 개념들을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너무 오래돼서 그런지 중학교 때 이런 걸 배웠었나 싶어 가물거리는 기억들을 떠올리며 치비를 구출하기 위해 조마조마한 마음과 따로 출발한 님프와 진영이 소희와 무사히 만날 수 있을지, 요괴들의 방해공작 속에서 의외로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되는 포인트가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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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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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 체리 / 니코 워커 지음

제목만 보면 십중팔구 새콤달콤하며 탐스러운 선홍색 과일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표지의 그려진 섬뜩한 해골 모양이 이런 느낌과는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책 제목인 체리는 성적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접하게 되는 전쟁과 연관이 있다.

마약과 섹스에 절어 사는 주인공은 엄청난 부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자친구인 에밀리처럼 자신이 스스로 벌어 학비를 충당해야 하는 고학생도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버텨내지 못하고 잘려도 그저 자신의 탓보다는 오히려 잘 됐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렇다 할 패기도, 열정도 없는 그의 삶은 소리 없는 무성영화를 보는듯한 지루함마저 느껴진다.

마약에 찌들어 흐리멍덩한 그의 뇌만큼 도대체 이 소설은 무엇을 전달하려고 그런 걸까? 싶은 생각이 내내 밑바닥 언저리를 맴돌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거창한 사명감이나 의무감 따위가 아닌 그저 즉흥적인 군 입대에 이른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이나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는 흔하고 입에 발린 말보다 그저 이게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의 대답은 세계의 정의나 평화를 위해서라는 거창하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말보다 오히려 더 솔직해서 수긍이 갈 정도이다. 물먹은 솜처럼 내내 무기력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별 이유 같지도 않은 군 입대는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제일 활동적인 기록이라 할만한데 그렇게 위생병에 입대하여 부대에 배치되기까지의 이야기 속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투입되어 다친 아군을 어떻게 치료하고 그에 상응하듯 가슴 뛰는 사명감 따윈 여전히 찾아볼 수 없어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반면 인간적인 적나라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게 위생병이 된 그는 이라크로 파병을 나가게 되고 함께 밥 먹고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 나누던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며 아비규환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언제 적들에게 노출되고 공격당할지 몰라 늘 긴장 속에서 지내야 했던 주인공에게 이 전쟁의 승리 따윈 이제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거창함보다 죽지 않기 위해, 동료의 죽음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마약으로 버텨야 하는 나날 속에 점점 그의 일상은 무너져내린다.

소설은 이라크 파병 이후 철저하게 망가져버린 주인공의 삶을 통해 전쟁의 잔학성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전쟁 후유증도 함께 풀어놓는다.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것인지 자꾸만 되묻게 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안겨주었을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전쟁으로 인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건너버려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그들에게 전쟁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묻게 된다.

마약과 술, 섹스에 젖어있지만 여자에게 무례하지 않으며 그의 심리를 따라가노라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와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지만 명랑만화에나 나올법한 밝고 쾌활하며 능동적인 인간보다 쉽게 타협하며 무기력해지고 그저 되는대로 살아가며 현실에 묻어가려는 안일함을 가진 것이 또한 인간의 본성이기에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언젠가 전쟁 후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마약에 길들여져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져버린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며 전쟁이 지나간 후의 예전의 일상 생할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두서없는 문장처럼 다가오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 읽으면서도, 책을 덮어서도 묵직함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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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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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 테라피스트 / 헬레네 플루드 장편소설

남편인 시구르의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을 조금씩 개조하며 차고 위 심리상담소를 꾸린 사라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선 남편을 잠결에 보내고 일어나 세명의 환자를 맞이한다. 심리치료사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기보다 예약된 일정을 모두 끝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라의 일과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바 없이 다가온다.

심리치료 중 아이들에게 말리지 않으려는 사라의 심리는 치료를 받으려는 아이들만큼이나 불안정한 심리가 엿보여 초반부터 왠지 위태롭게 다가온다. 그런 상담 중 남편인 시구르가 약속 장소에서 친구들과 만났으며 함께 장난치는 듯한 음성메시지를 남겼고 그렇게 정해진 진료를 끝내고 사라는 드디어 모든 일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오던 중 시구르와 그날 만나기로 되어있던 얀 에리크로부터 시구르가 약속장소에 오지 않았고 저녁이 된 지금까지도 오고 있지 않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분명히 낮에 시구르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얀 에리크와 장난치는 듯한 음성 메시지를 남겼기에 사라는 얀 에리크 부부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여겼지만 얀 에리크가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자 경찰서로 향하게 되지만 실종된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종신고를 할 수 없으며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답변을 듣는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뭔가가 어긋났던 아침. 그리고 그날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사라는 남편이 벽걸이에 매일 걸어놓는 도면통을 왜 여행에 가지고 나갔는지, 자신이 잠들었을 때 남편이 나간것이 맞는지, 화가나서 지워버린 음성 메시지가 있기는 한건지...읽다보면 어느 순간 망상에 빠진게 아닌건가 싶을만큼 확신에 가까운 것들이 의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게 된다.

그런 와중에 시구르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마구 엉긴 자신의 기억들을 하나씩 풀어갈수록 사라는 낯선 무언가를 감지하게 된다. 그것은 단지 낯선 것일까, 자신의 망상일까, 시구르는 왜 죽었을까? 죽긴 했던걸까?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라는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겨 덥석 물어버린 소설 <테라피스트>

심리학자지만 심리학자로서의 태도보다 일에 대한 귀찮음이 기저 곳곳에 깔려있어 철저히 가식적이기보다 인간적인 면을 한층 부각시킨 사라의 캐릭터는 그럼에도 의외의 예민함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데 남편인 시구르의 실종과 발견, 그 뒤를 이어 밝혀지는 진실들은 한쪽에 치우쳐 단정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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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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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식스 / 다시 비웃는 숙녀 / 나카야마 시치리 장편소설

모든 정황과 증거는 '가모우 미치루'를 지목하고 있었고 그녀가 벌였던 사기 행각으로 죽어간 피해자들의 원혼을 달래줄 수 있다는 자기만족감과 우월감 등이 감돌던 법정에서 반전을 선보이며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미치루가 더 교묘하고 강력한 악녀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비웃는 숙녀>가 초반부터 너무 센 이야기를 선보였기 때문인지 <다시 비웃는 숙녀>는 전작보다 왠지 잔잔한 느낌을 주며 시작한다. 다소 심심하다? 싶은 내용들을 하나하나 지나치며 결말에 다다르다 보면 이런 독자들의 반응을 마치 즐기고 있었다는 듯 작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빵 터트려준다. 전작에서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이번 작품에선 나름 각오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덮으며 '앗! 또 당했다'라는 생각에 멍하게 되었던 <다시 비웃는 숙녀>.

국민당 의원인 '야나이 고이치로'의 사실상 자금 역할을 하는 '여성 사회활동 추진 협회'의 사무국장인 '후지사와 유미'는 박력 있고 카리스마 있는 야나이에게 반해 '여사추'의 사무국장 일에 열심이지만 최근 협회의 스캔들로 인해 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어 모금이 순조롭지 않다. 모금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유미는 야나이 사무실 비서인 사키타에게 독촉을 받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고 기부의 방식이 아닌 투자 방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려 야나이의 비서관 자리를 꿰찰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기세이다. 그리고 그런 유미의 곁에서 보조 일을 하던 아카리가 FX 투자 자문사인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하면서 악녀의 공격은 시작된다.

환율차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FX 노노미야 쿄코에게 돈을 맡겨 재미를 본 유미는 큰돈을 벌어 야나이 사무실에 입성하려는 욕망에 쿄코의 조언대로 야나이 사무실과 사채를 통해 큰돈을 빌려 쿄코에게 투자한다.

구색만 맞췄을 뿐 사기나 다름없는 쇼도관의 부관장인 '이노 덴젠'은 교활함의 극치인 관장 이나오를 파면시키고 관장 자리에 오르려는 야심이 있다. 이미 교단 확장을 위해 대출받은 투자금의 이자도 내기 버거운 상황은 이노가 이나오를 제치고 관장이 되기 위해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었으나 뭔가 큰 한방이 더해진다면 이노가 관장 자리에 오르는데 수월할 것 같은 상황에서 이나오의 시중을 들던 아카리의 소개로 자산운용가인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받게 된다. 그리고 이노는 그녀의 머리에서 나온 신도에게 열 권씩 할당할 책을 만들어 수익을 거둔다는 의견에 동의해 큰돈을 대출받게 되는데....

아버지의 대를 이어 부동산 일을 하고 있는 '구라하시 효에'는 60이 넘은 인물로 현 야나이 의원의 선대인 고노스케 의원과의 친분이 계기가 되어 오랫동안 후원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박력 있고 카리스마 있었던 고노스케와 달리 아들 야나이는 구라하시의 성에 차지 않는 인물이었으니 속으로 자기가 더 정치를 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입 밖에 내진 않는다. 그리고 이런 구라하시의 맘속을 꿰뚫어보는 듯한 구쓰미의 입에 발린 말에 넘어가 노노미야 쿄코를 만나게 되고 얼마 후 있을 도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한 정치자금에 쓰일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국회의원 비서직을 시작했던 '사키타 아야카'는 젊은 패기와 명석한 두뇌의 야나이 의원을 미래 총리로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해 비서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야나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보좌관인 아야카는 남자로서의 믿음과 사랑도 있었기에 유부남인 그가 호텔로 불러들였을 때도 거부하지 못했다. 그렇게 5년여 동안 야나이의 옆을 보좌하며 야나이 눈빛만 봐도 척 알 정도로 호흡이 맞춰줬지만 사랑 없이 제멋대로인 그의 행동은 아야카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오게 한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기다렸다는 듯이 여사추 일로 사무실을 방문하던 구쓰미가 아야카의 마음을 읽어내고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상담사인 노노미야 쿄코를 소개받게 된다.

<다시 비웃는 숙녀>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야나이 고이치로'와 연결된다.

미치루에게 잔인하게 짓밟히며 죽어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과거 야나이가 저질렀던 사건에 미치루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란 궁금증을 더하는데 결말에 이르러서 그런 궁금증조차 미치루에게 너무 과한 호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전작에선 등장인물들의 잔인한 죽음이 충격적이었다면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은 조금 시시할 정도이다. 항상 강렬함에 강렬함을 더하는 그의 소설에서 죽음을 왜이렇게 심플하게 담아냈을까 궁금했었는데 진짜는 역시 결말에 있었고 반전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미치루가 사건에 개입한 이유 또한 이것이 진정한 사이코패스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멍해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자 그렇다면 다음으로 이어질 내용은 또 어떤 사기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 속 캐릭터가 미치루와 격돌하는 것을 예상했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 건가 싶은 아쉬움에 다음 편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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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토미가의 참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0
아오이 유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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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성이 주는 고전미 때문에 의외로 풍부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먼저 만났던 추리소설이 여러 작가의 단편으로 꾸려졌었기에 이번 소설도 단편 모음집인 줄 알았으나 꽤 두꺼운 분량에도 한편의 추리소설이란 사실에 어떤 치밀함을 담아냈을지 궁금해졌다.

멋진 자연경치를 배경 삼아 지어진 시라나미소 여관, 하지만 이곳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비워진 방에 짐을 푼 난바는 이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혀 더 이상 조사가 필요치 않아 보이는 이 사건을 의뢰받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기 위해 시라나미소 여관을 찾았다.

사건의 개요는 시라나미소 여관의 별실인 이곳에 묶었던 후나토미 류타로와 아내 유미코가 살해된 채 종업원에게 발견되었고 경동맥 과다출혈로 발견된 유미코와 달리 사체는 없지만 여관 근처에 있는 절벽 부근까지 이어진 핏자국으로 인해 경찰은 범인이 류타로를 죽이고 절벽으로 끌고 가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이날 후나토미 부부를 만나기 위해 들렀던 '다키자와 쓰네오'를 유력한 범인으로 보고 검거하였다.

그렇게 후나토미 부부 살인사건은 그들 부부의 딸과 결혼하여 후나토미가를 이을 예정이었으나 다키자와의 다혈질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류타로가 마음을 바꿔 다키자와의 친구인 스사에게 향하면서 이에 앙심을 품은 다키자와가 류타로와의 대화 중 이들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처음부터 여관으로 향하지 않고 산 정상에서 류타로를 만난 이유와 열차의 시간상 미묘한 알리바이가 걸림돌이 되어 수사는 골머리를 앓게 된다.

반면 다키자와는 류타로가 딸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여관으로 찾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조퇴하여 시라나미소 여관을 찾았다는 것과 그가 탄 열차, 그를 태운 택시 기사의 증언으로 밤에 술을 마시고 기억나지 않는 몇 시간 외엔 별다른 거짓 혐의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 경찰로선 모든 정황이 깨끗하게 이어지지 않아 고민스러운데 그러던 중 다키자와가 탔던 열차에 대한 시간 트릭을 풀면서 범인은 다키자와로 몰아간다.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과 경찰들이 풀어낸 트릭들을 난바와 스사가 처음부터 다시 밟아가며 사건을 조사해나가고 이 과정에서 경찰들이 보지 못한 것과 놓쳤던 미묘한 것들을 포착해나간다. 그리고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가정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어떻게 보면 뻔해 보이지만 고전 추리 소설의 영향인지 그것조차도 원시적인 색다름으로 다가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고전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며 출발한 1권부터 현대 추리소설에 젖어있던 독자들에겐 눈에 뻔히 보이는 트릭들에 뭔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역으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고전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오히려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이야기도 이미 예상했던 트릭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전에 계획된 것들을 실행해나가는 범인과 난바의 두뇌게임이 의외의 볼거리로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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