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이다안 지음 / 파람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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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람북 / 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 이다안 에세이

내면에 우울함과 부정적인 면을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미칠 것 같은 제목의 에세이는 되도록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펼쳐들었던 건 인천이라는 지명과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죽여버리는 듯한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책을 펼치기까지 결코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읽어내려갈수록 마음이 무거워 차라리 읽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철되면 잊지 않고 피어오르는 곰팡이, 죽일 듯이 싸우는 부모님,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남동생, 그것을 모르는 척 방관하는 어머니... 저자의 결핍은 어릴 적 단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성년이 되어 극도의 긴장감과 사회 증후군, 우울증, 자살 충동을 느끼며 한 해 한 해를 버티어낸 기록들을 이 책에 담아냈다.

이란성 쌍둥이지만 동생만 편애하는 어머니와 오랜 기간 무능력한 가장의 모습과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닮아 데칼코마니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남동생이 사는 곳을 떠나 서울의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 번도 안락한 집의 느낌을 가지지 못한 저자는 셰어하우스의 쾌적한 환경, 비슷한 또래와 어울리며 즐거움을 되찾는듯하였으나 점점 셰어하우스 동료들과 삐걱거리게 되고 회사에서도 사회 증후군 때문에 극도의 긴장감을 놓을 수 없어 연봉이 높은 정직원 자리를 놓치게 된다.

완전히 녹아들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직장 생활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이따금씩 하우스내 불거지는 문제로 인한 충돌,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자살 충동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였지만 자신의 부정적인 면 때문에 떠나갔던 친구를 향한 반성과 당장 죽음밖에 답이 없다는 결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신과 상담 등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제목보다 더욱 어둡게 다가온다.

그 사람이 처한 입장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당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위로해 줄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머리로 조금은 이해한다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사람이 겪었을 공포와 두려움, 막막함을 내가 느낄 수 없기에 고민을 털어놓는 지인에게 뭐라 위로나 응원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입장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나 고민을 듣는 지인이나 둘 다 어색하고 괴롭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그날의 감정이 다른 날과 달라서, 가뜩이나 내 일로도 머리가 가득 차있는데 힘들다는 말만 늘어놓는 친구의 얼굴을 기분 좋게 볼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모두 힘든 하루하루를 잘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 크게 보면 인간사 다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그저 어느 누군가처럼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심경을 읽으며 그 감정을 익히 알고 있다는 공감과 괴로움으로 가득한 글들이 주는 무기력함 사이에서 왠지 나 자신이 힘겨운 고민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저자의 마음 상태이며 한 발짝을 떼는 것 또한 저자의 마음 상태이기 때문에 동정이나 아무런 힘이 되질 못할 위로보다는 그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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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일상의 모든 순간, 수학은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돕는가
키트 예이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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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지식하우스 /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 키트 예이츠 지음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펼쳐들지 않았을 '수학'이 제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수학적 패턴으로 파악한다는 내용에 꽤 흥미가 느껴져 펼쳐들게 됐던 책이다.

이 책은 잘난척하기 딱 좋지만 왜 이런걸 알고 있어야하고 왜 이걸 풀어낼 수 있는지 학창시절 내내 반복했어야했는지 여전히 의문이 들만한 복잡한 내용보다는 알고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수학으로 이루어져있는 것임을 뽑아내 보여준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마는 그러한 이유로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것이 수학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관점의 재발견을 하게되는 책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우유가 왜 빨리 상하는지, 비만을 측정하는 공식이라든지 병원에서 내가 받은 양성 판정이 틀릴 가능성이나 수학적 문제 제시가 오히려 엉터리 논증으로 변했던 드레퓌스 사건, 편리함을 위해 탄생한 수 개념이 오히려 인간을 곤경에 빠뜨렸던 일화와 팬데믹 시대 S-I-R 모형에서 집단 면역까지 전염병 확산 패턴과 백신 접종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우리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식당을 고를 때 실패율을 낮추는 법을 다룬 알고리듬의 주제는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 언제 집을 팔아야 좋을지등을 내다보는 알고리듬 이야기는 솔깃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로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진 현재 전염병 패턴을 읽는 수학 모형을 통해 관계자들이 전염병을 통제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모든 분야에 수학이 빠질 수 없다는 위대함마저 보여주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을 수학적 개념과 접근법으로 들여다보며 그 원리와 해결책등을 엿볼 수 있어 이지성 작가가 수학적 접근 없이 상대방만 믿고 은퇴연금을 몽땅 쏟아부어 사기를 당한다든가 그런 맥락으로 지인 말만 믿고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다 패가 망신한 일화등을 소개했던 것이 떠올라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수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느낌을 더해준다.

수학이 수치화로 표면에 드러나 정확성을 사람들에게 시사하고는 있지만 반대로 그 수치의 잘못된 잣대로 인한 결론값으로 인해 사람들이 오해와 혼란이 가중되는 일도 셀수 없이 많기에 그것을 가장 정당한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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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문제 한국추리문학선 9
장우석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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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나무 / 주관식 문제 / 장우석 소설

최고의 학군을 자랑하는 사립학교 W여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9편의 이야기를 담은 학교 소설 <주관식 문제>는 처음 등장하는 단편 '주관식 문제'와 두 번째 이어지는 '안경'이 이름이 주관식인 선생님을 중심으로 연결되기에 나머지 이어지는 이야기도 주관식 선생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이후 조금씩 시대를 달리하며 등장하는 인물들이 달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정신이 들기도 전에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허겁지겁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장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빠듯하고 수업 시간에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인생 이야기를 하기보다 수업 진도 빼기에 급급한 삭막한 학교 풍경은 <주관식 문제>에 그대로 녹아 있다.

한 부모 가정이란 동질감으로 친해졌지만 가정환경의 격차와 성적이 가져온 시기, 질투는 함께 나누었던 교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생을 달리했던 친구를 대신해 평생 친구의 부모에게 딸 노릇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성적이나 동아리 활동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경쟁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면 원만하지 못한 가정환경으로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아이 때문에 교직 생활을 힘들어하는 선생님의 고충도 엿볼 수 있다. 교실에서 일어난 분실 사건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한 선생님의 지혜와 부모에게 애착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선생님에게 애착을 갖는 여학생을 편애하지 않기 위한 선생님의 노력도 엿보게 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의 스펙을 속이고 선생이 되기 위해 학부모와 위험한 거래를 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단짝 친구보다 성적을 더 올리고 싶은 욕심, 어른들의 닳고 닳은 위험함은 살인으로 이어지며 단편마다 약간의 추리를 요하는 사건들이 등장해 가볍게 정황을 밟아가며 누가 범인일지 좁혀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평소 한국추리 문학선 시리즈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이 소설도 낯설지 않게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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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 인류의 역사를 이끈 50가지 식물 이야기
스티븐 해리스 지음, 장진영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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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나무 /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 스티븐 해리스 지음

대항해 시대를 열며 광기의 식민 열풍을 몰아온 후추 이야기는 식물이 인간의 욕망과 만났을 때 어떤 역사를 일으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 엄청난 금액을 조장했던 튤립이나 단일 종으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했던 감자 대기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사탕수수로 인해 악명 높은 아프리카 노예 무역과 인류가 정착할 수 있었던 보리 같은 곡물과 환각 증세를 느끼게 해 재배작물로 금지된 양귀비 등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힘없고 하찮아 보이는 식물이 인류에 끼친 영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과 달리 힘이 있어 인간에게 위협적이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오롯이 있기만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50여 가지의 식물 사례를 훑어보면 조용한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등장하는 식물들이 뿜어내는 포스는 그 무엇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쉽게 약을 구할 수 없었던 그 옛날 비슷해 보이는 수만 가지의 식물로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독이 없다는 것을 알아 식용으로 취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작은 식물이 화학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고 세계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토마토만 해도 제대로 먹을 줄 몰랐던 유럽인들 사이에서 악마의 열매라 불리며 등한시되어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재미있게 다가온다.

얼마 전 식물이 세계사에 관여한 또 다른 책을 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이 식물이 역사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가에 대한 글이었다면 이 글은 잡지식을 포함해 식물에 효능이나 약효, 쓰임새 등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 식물도감 같은 인상도 풍긴다. 무료 50여가지나 되는 식물에 그림으로 식물에 대한 정보까지 그려져있어 열매는 알지만 원형의 모습은 알 수 없었던 식물들의 생김새까지 훑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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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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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폴리오 / 사악한 자매 / 카렌 디온느 지음

열한 살의 레이첼은 어머니를 죽였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아내를 본 아버지는 죽은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 망연자실한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보고 자살한다. 이것이 레이첼이 기억하는 그날의 사건이다. 그리고 사건이 있던 날 사라져 눈발이 날리는 겨울 날씨 속에 숲속에서 버티다 2주 만에 발견되지만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기억 외엔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다. 발견된 후 긴장성 장애와 실어증을 겪으며 회복되자마자 레이첼은 어머니를 죽인 건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렇게 레이첼은 정신병원에 스스로를 감금시킨 후 15년이란 형벌을 주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15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덩치는 크지만 순진한 스코티의 잘생긴 동생 트레버가 기자가 되기 위한 관문으로 레이첼이 겪었던 사건을 취재하게 되고 트레버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 기사에 실렸던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가던 레이첼은 트레버가 경찰서에서 가져온 기록을 보고 혼란스러워한다. 그 속엔 레이첼이 어머니를 쏴서 죽였다던 라이플이 레이첼의 신장으로는 도저히 쏠 수 없기에 아이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글이었고 그것이 촉매가 되어 레이첼은 자신의 기억이 진짜인지 더듬기 시작한다.

그렇게 레이첼은 자신의 혼란스러운 기억에 의문을 품고 15년 만에 양서류와 곰을 연구하던 자신의 부모와 언니, 이모가 살던 집으로 향하게 된다. 이것이 시점이 되어 현재의 레이첼이 어머니였던 제니의 이야기가 함께한다. 그리고 제목에서 짐작되듯 레이첼의 언니인 다이애나를 향한 제니의 걱정과 슬픔을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를 죽였다는 기억을 끌어안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자신을 가둔 레이첼, 갈수록 섬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다이애나와 그런 다이애나를 지켜보며 현실을 마주하고 싶어 하지 않는 제니의 고통이 절절히 배어있다.

전작 <마쉬왕의 딸>에 등장했던 산속 배경은 이번 작품에서도 생생하게 다가오는데 전작에서 혹독하고 매정한 아버지의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 언니로 분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장 안락해야 할 집이 공포로 가득해 편안함을 주지 못하는 이야기는 맥락을 같이하지만 어머니인 제니가 다이애나를 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아이를 둔 부모라면 더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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