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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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공장 /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김엄지 외

처음엔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기를 앓듯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아무 일 없던 듯 일상생활을 재개할 수 있으리라 속 편한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흐르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고 준비하던 시험이 연기되면서 일 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던 일정이 속절없이 지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금껏 한 번도 닥쳐보지 못한 상황에 조금씩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재잘거리며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 12년간 달려온 날들을 푸릇한 캠퍼스에서의 자유로 보상받으리라 다짐하며 들떠있던 수험생들, 선생님들, 저마다의 직업과 위치에서 겪게 된 코로나19로 기존의 평범한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확진자의 숫자를 확인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지역 감염 정보 알림과 피할 수 없는 외출에서 얼굴을 반이나 가려버린 마스크를 쓰고 상대방을 적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런 불편한 시간들은 갑작스럽게 겪게 된 상황이 무색할 만큼 무디게 다가오는 체감온도 속에서도 그저 제발 지나가기를, 얼른 지나가주기만을 모든 사람들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마스크를 쓰며 귀 안쪽이 아프고 숨쉬기조차 버거웠던 상황들에 어느덧 신체가 적응해간다는 게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애매하게 느껴지고 가까이 만났던 사람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만날 수 없다는 게, 벌써 몇 달이나 이렇게 지속된다는 게 생각할수록 놀랍고 허탈하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갑자기 닥친 팬데믹 코로나 시대에 13인의 작가들의 짧은 이야기를 실은 단편집으로 여행지에서, 평범했던 주부의 삶에서, 가장으로서의 삶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다가와 더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코로나로 인해 누군가는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재택근무를 시작한 남편 때문에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이었던 아내의 시간이 속박되어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는가 하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수업 동영상 준비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금세 동이 나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을까 봐 밤잠까지 설치며 불안에 떠는 사람들, 맘 편히 떠난 여행지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공격당했던 이야기들은 이미 숱하게 접했던 이야기들이라 놀랍게 다가올 정도는 아니지만 13명의 작가들이 토해내는 이야기마다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라 공감과 함께 강한 연대감이 들며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보자는 묘한 의욕이 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평범하게 누리던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웠던 건지, 매일매일 감사할 일들이 많았음에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오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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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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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 그녀들의 범죄 / 요코제키 다이 지음

아름다운 미모로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히무라 마유미'는 대학시절 치어리더를 하며 펄펄 나는 인기를 구가했었다. 그에 힘입어 대기업 비서실에 입사할 수 있었고 지금은 홍보팀에서 근무 중이다. 하지만 젊었던 시절 남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마유미도 서른네 살 이란 나이가 되면서 사내 술자리에서 점점 밀려나는 뒷방 신세가 되었고 웬만한 친구들도 모두 이십 대 중, 후반에 결혼을 했기에 최근 마유미는 결혼에 대해 초조한 마음이 앞서 선을 보고는 있지만 하나같이 실망스러운 남자들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속한 회사의 야구팀 선수를 취재하던 중 연습 타구를 맞고 기절해 병원에 실려간 마유미는 그곳에서 대학 선배인 '진노 도모아키'를 만나게 되면서 잊고 지냈던 대학시절의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고 마는데.... 그날의 기억이란 마유미보다 한 학년 아래였던 치어리더 리코가 도모아키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으로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일 이후 리코는 학교와 동아리를 모두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갔으며 애초 리코에게 치어리더를 제안했던 마유미는 리코에 대한 미안함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하기에 도모아키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마유미는 다친 자신을 걱정해 주는 도모아키로부터 자신이 리코를 성폭행했던 것이 아니며 리코가 오히려 자신을 유혹했고 관계는 합의된 것이었다는 말을 함으로써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부잣집 도련님에 키도 크고 잘생겨 늘 인기가 좋았던 데다 평판까지 좋았던 도모아키가 위험을 무릅써가며 학교 내에서 그런 짓을 할리 없다는 생각에 이른 마유미는 대학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상대는 마유미였다는 도모아키의 고백을 듣고 그의 감정을 받아들여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한편 진노 도모아키가 일하는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간호사 유카리는 도모아키의 구애를 받고 그와 사귄 지 일 년여만에 결혼에 이르게 된다. 아버지가 대학병원의 부원장이며 집도 부자들만 모여사는 동네에 있는 데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 스포츠를 즐겨 다부지고 탄탄한 몸매에 의사라는 직업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도모아키가 집안이며 외모 등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자신에게 구애를 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리지만 도모아키의 설득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고 결혼한 지 8년이 된 지금은 시부모님이 거주하는 본채 옆에 마련된 별채에 살며 하루 종일 시어머니와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자신의 삶이란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귀가가 늦는 대다 자신에게 손도 대지 않는 남편 때문에 진노라는 집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듬어보게 되던 유카리는 아이를 원하는 않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에 이르는데....

그리고 이토 사가미 해안에서 항해 중이던 어선에서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사체의 주인이 진노 유카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수사가 시작되고 유카리가 일주일 동안 가출했었던 점과 절벽 아래 신발이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그녀가 자살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이후 생각하지 못했던 정황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유카리가 자살이 아닌 살해되었을지도 모를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자란 도모아키는 그에 대한 반항심리로 부모님의 기대에 거스르는 며느리를 골라 결혼했고 부모님과 사이도 원만하며 자신의 내조 또한 잘하는 부인이지만 그럼에도 결코 사랑으로 이를 수 없는 아내와 정반대인 마유미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하는데... 반면 도모아키의 외도를 직감했던 유카리와 도모아키가 유카리와 이혼하면 자신과 결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마유미의 각기 다른 입장은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냐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새벽 바다에 떠오른 한 구의 시신, 시신을 둘러싼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미 <루팡의 딸>에서 꿀 재미를 확실히 보장했던 작가였기에 이번 작품도 고민 없이 선택했는데 그 선택에 실망이 없을 만큼 몰입도를 선사해 기존 그녀의 작품을 읽었던 독자라면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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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드북 유출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6
토마스 파이벨 지음, 최지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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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 / 프렌드북 유출 사건 / 토마스 파이벨 지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된 조쉬, 이혼 후 엄마의 감정은 들쑥날쑥해지기 시작했고 다니던 은행에서 상사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잘리면서 엄마의 감정 기복과 집안 상태는 엉망이 돼버린다. 조쉬가 학교에 갈 때 아침밥은커녕 일어나 보지도 않는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서도 싱크대나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어 조쉬는 굶주린 배를 채울 길이 없다.

그런 무기력한 엄마의 존재는 가끔 집에 남자 손님이 올 때면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데 그럴 때마다 조쉬는 저녁때까지 집 밖을 서성거려야 한다. 재미없고 따분하며 즐거운 일이란 1도 없는 하루하루 속에 조쉬는 학교 아이들의 호감 대상 1호인 알렉스와 우연찮게 친해지게 되면서 어울리게 된다. 그리고 조쉬의 마음에 들어온 또 한사람 리키, 학교에서 그녀를 눈으로 좇지만 막상 앞에선 한마디도 할 수 없어 조쉬는 애가 타고 그런 마음을 알렉스에게 털어놓으며 도와달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알렉스가 리키의 주변을 돌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 조쉬는 알렉스를 오해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알렉스의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 조쉬는 리키와 다정하게 있는 알렉스에게 화가 나 알렉스의 프렌드북 계정에 몰래 들어가게 되고 메시지함에 도착해있는 안나의 누드 사진을 목격하게 된다. 이미 질투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조쉬는 알렉스를 골탕 먹이기 위해 안나의 누드 사진을 알렉스의 계정에 올리게 되고 결국 가볍게 생각했던 장난으로 인해 사건은 걷잡을 수없이 번지게 되는데....

<프렌드북 유출 사건>은 이미 수많은 폐해를 낳았던 SNS의 피해를 담고 있다.

왕따의 괴롭힘 속에 벗은 몸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올려 피해자의 심적 고통을 극대화하는 수법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함을 시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금도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고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깨달을 수 있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대인기피증은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게 되는 SNS 범죄 피해는 정작 가해자가 사건의 피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는데 통신의 발달과 점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병적인 사회로 인해 이런 사건들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걷잡을 수없이 커져버린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한 조쉬의 모습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현실 속 인간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용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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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령 장수 1 - 한 번쯤 만나고 싶은 기이한 혼령들 혼령 장수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도쿄 모노노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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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숨쉬는도서관 / 혼령 장수 1 / 히로시마 레이코 글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로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신작 <혼령 장수> 시리즈는 무더운 여름을 한 번에 타파해 줄 다양한 혼령들의 이야기이다.

기묘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전천당'과 달리 '혼령 장수'는 기묘함에 공포스러운 오싹함을 가미한 이야기인데 저학년으로 올라가는 시기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몸집이 크고 다부진 체격에 스님처럼 반질반질한 민머리지만 큼직한 금귀걸이와 빨간색과 하얀색 바둑판무늬 기모노를 화려하게 걸치고 사극 드라마에 나오는 산적같이 생겼지만 얼굴은 밝고 온화한 이상한 남자는 아이들이 뭔가 간절히 소망할 때 귀신같이 나타난다.

예쁘고 공부까지 잘하는 마오는 그동안 달리기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아키를 제치며 달리기 1등을 차지한다.

달리기에서는 늘 두각을 나타냈던 아키였기에 1등을 놓쳤다는 충격과 자신에게 향했던 아이들의 관심이 마오에게 옮겨간 것에 분노한 아키는 이번 체육시간에 꼭 마오를 제치고 1등을 하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아키 앞에 이상한 모습의 아저씨가 나타나 아키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이야기하며 푸른 다리를 빌려주겠다고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는 딱히 없지만 달리기가 끝나면 반드시 푸른 다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오랜만에 마오를 큰 격차로 이긴 아키는 혼령 장수에게 푸른 다리를 되돌려주지 않는데....

도서관에서 사서 봉사를 하고 있는 사쿠라는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책에 낙서를 하는 아이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의 에티켓을 어기는 아이들에게 사쿠라가 주의라도 주면 도리어 아이들에게 공격당하는 입장이 되어 곤역을 겪던 중 이상한 모습의 아저씨에게 붓 귀신 혼령을 제의받는다. 졸업할 때까지 기한이 정해지며 도서관에서 성가시게 구는 아이들에게 붓으로 글씨를 쓰면 해결해 주지만 도서관 밖에서는 절대 쓰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 사쿠라는 과연 혼령 장수의 조건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편식이 심해 먹고 싶은 음식만 먹고 싶은 게이스케는 싫어하는 음식을 모두 먹어야 하는 급식시간이 고역이다. 그런 게이스케 앞에 나타난 혼령 장수는 게이스케가 싫어하는 음식을 대신 먹어주는 두 번째 입 혼령을 제시하고 게이스케는 두 번째 입으로 인해 그동안 먹기 싫은 음식 때문에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아하는데...

<야차 거미>와 <노는 아이>는 학교와 병원에 붙어있는 혼령을 유인하기 위해 혼령 장수가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이야기를 싣고 있다. 학교 전설로 등장하는 무서운 물고기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와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혼령이 밤마다 병원을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등 한참 무서운 이야기에 빠져 있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이야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혼령이 더욱 무섭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겠다고 아이가 떼를 쓴다면 부모는 그날 아이와 함께 잘 각오를 미리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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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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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미처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나간 길에 읽을 것이 없어 재미 삼아 구입했던 책이 월간 샘터였는데 그 후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니 왠지 반가움과 정겨운 마음이 한꺼번에 느껴졌던 것 같다.

2020년 10월호 월간 샘터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실려 있을까?

얇고 가격이 저렴하여 그 안에 실린 정보까지 허술할 거라는 생각을 깡그리 뭉개주는 월간 샘터 10월호에는 다양한 사람들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정겹게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가 발라놓은 시멘트를 걷기 위해 19년 동안 해체보수 공사를 해야 했던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이달균 시인의 아련한 시와 아홉 살 때 시력을 잃었지만 25년 넘게 미국 월가에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증권 애널리스트인 신순규씨의 '나에게서 나를 보호하는 일'은 사회적 이슈를 통해 나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일과 나를 염려해 주는 타인의 조언이 균형을 이뤄 다시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다.

6년간 프랑스 유학을 하며 조향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김태형 씨의 이야기는 우리의 기억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억들이 향기와 함께 소환되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후각에 관련된 다양한 기억들을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기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열두 남매의 남다른 우애를 소개한 글도 형제가 없는 나로서는 부러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이미 오래전 연락이 끊겨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를 친구가 자신도 어려운 처지였으면서 아버지 상을 당해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이야기는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내게는 그런 친구가 있나, 나는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그런 친구인 존재인 걸까란 물음을 던져주었다.

그런가 하면 음식과 관련된 사연과 함께 돼지목살 보쌈과 배추 겉절이 레시피도 나오는데 함께 실린 사진에서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느껴져 괜스레 가슴이 저릿해져오기도 했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잊지 못할 음식의 기억과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어머니의 고생을 알아가며 음식에 대한 애정과 기억이 더 진해지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집안일이 주로 여자의 몫이란 것을 떠올려보면 여자들에겐 이보다 더 공감될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다.

두께가 얄팍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네 어귀, 남녀노소 다양한 인생 이야기에 공감하고 가슴 짠하며 아릿해져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월간 샘터, 우리네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추억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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