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차박캠핑 이야기 - 호텔비가 뱃속으로 들어오면 더 즐겁다
오영교 지음 / 파르페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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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페북스 / 나의 첫 차박캠핑 이야기 / 오영교 지음

코로나19의 등장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 가운데 캠핑, 차박이 다시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 캠핑카는 이미 예약이 끝나 사는 것조차 힘든 지경이며 캠핑 장비 또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한동안 캠핑을 다니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캠핑장을 알아보며 예약조차 하기 힘든 것을 보면서 언택트 시대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던 것 같다.

이미 오래전부터 캠핑의 미니멀화를 강조했던 남편이었지만 기존 장비를 싹 다 바꿔야 함은 물론이고 의자도 낮은 의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나와 달리 좀 더 편한 캠핑을 즐기고 싶었던 남편이 차선책으로 내놓은 것이 차량 위로 올리는 텐트였지만 생각보다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그냥 기존에 있던 장비 활용이나 잘해보자란 쪽으로 기울었지만 카페나 캠핑 장비 동아리를 수시로 드나들며 보는 남편이 짠해질 때가 있다. 그런 남편이 장점을 누누이 강조하며 열변을 토했던 부분들이 책에 실려 있어 차박에 대한 궁금증과는 달리 또 다른 재미가 느껴졌던 것 같다.

<나의 첫 차박캠핑 이야기>는 혼자였을 때, 결혼해서 아이들이 생겨 차박캠핑을 하며 몸소 터득한 저자의 캠핑 이야기가 실려 있다. 차박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고 그에 맞는 장. 단점들이 소개되어 있다. 차 안이나 차 위에 올린 텐트에서 자야 하기 때문에 잠자리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게 에어매트 고르는 법 등도 실려 있고 무엇보다 오토캠핑장이 아닌 노지 캠핑에서의 에티켓과 캠핑을 위한 안전 수칙 등도 꼼꼼하게 쓰여 있다. 오고 가는 휴게소의 먹거리와 샤워시설 등 가족과 함께하기 좋은 휴게소도 소개되어 있고 무엇보다 정형화되지 않은 직접 만든 캠핑 장비 이야기에는 혹하게 되는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다.

처음 캠핑을 시작하며 초보이기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장비들을 구입하는 실수를 했었지만 그 뒤 캠핑을 다니며 뭐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경험으로 습득하게 되어 주변 캠핑 초보 입문자가 장비에 대해 물어오면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캠핑이란 화려하고 예쁘게 꾸며놓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싸지 않은 최소한의 장비만으로도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가는 사람도 보았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많은 장비와 텐트를 치기 위해 소요되는 노력이 버겁고 뭔가 특별한 음식거리를 준비하느라 이래저래 진이 빠지는 경험을 통해 차박에 관심에 가졌다면 차박에 관한 실전 경험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쓰인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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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의 거짓말 - 김원장 기자가 팩트체크한 땅, 집 그리고 가격
김원장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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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집값의 거짓말 / 김원장 지음

서울에 규제구역이 생기기 시작하니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인천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고 나면 몇천씩 올라 1억 2억이 오른 아파트 이야기를 들으며 다들 미쳐가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첨엔 실제로 살 것도 아닌 투기 목적으로 인천 집값을 올려버린 외지 사람들을 탓했으나 이 또한 어쩌면 이미 예상돼 있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출을 규제하고 투기 지역을 규제하면 은행에 돈을 넣어놔도 비웃음만 자아낼 이자를 붙이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 아파트를 사놓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지혜였으리라.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흐름이었음에도 자고 나면 치솟는 아파트 가격 얘기는 참 인생이 단번에 허탈해질 정도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전에도 지금도, 아마 먼 훗날에도 그럴 테지.

신혼 초 아는 지인이 꿈도 못 꿀 아파트에 살며 재산세가 비싸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과연 집 없는 사람 앞에서 징징댈 일이던가? 란 생각이 들었었다. 자고 나면 몇천씩 오르는데 꼴랑 재산세 몇십만 원 내는 게 뭐가 그렇게 울상 지을 얘기일까 싶어 적잖은 당혹감을 느끼게 해준 그 사람의 일화는 최근 보유세 이야기를 보며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유세가 올랐다고 억울하다며 토로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며 나는 지금도, 아마 먼 훗날에도 저 사람들 이야기에는 공감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고 만약 로또에 맞아 (요즘은 로또에 맞아도 강남 아파트를 사지 못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아파트에 살게 된다 하더라도 저런 징징대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어쨌든 그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을 터, 수억 원이 올랐지만 지금 당장 팔지 못하는 재산에 보유세를 올려 내라고 하면 당장은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뭐 그게 그렇다고 뉴스에 나올 이야기이던가? 란 게 나의 생각이다. 가지지 못했기에, 가진 게 없어 겪어보지 못했기에 당연히 공감할 수도 없는 그들의 이야기, 그들만의 리그는 뭐가 억울한지 당최 알 수 없지만 언론에서 불쌍함을 조장하는 듯한 보도에 늘 의구심이 들곤 하였더랬다.

그리고 이 책 <집값의 거짓말>은 그런 불편함 들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어 등이 다 시원한 느낌이었다.

 

 

 

  '자고 나니 1억이 올랐더라', '평당 1억이라더라', '매물이 없다더라'

아니 왜 늘 매물은 없는 것일까, 이제는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 일도 어려워진 시대이고 사회학자들은 인구 절벽을 걱정하는데 그렇다면 도쿄처럼 빈집이 생겨난다고 해도 이상해지지 않을 시대에 여전히 집이 모자라다며 공급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내 머리로는 여전히 의구심만 남는데 아무리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혼자 사는 세대가 많아지면 집이 모자랄 만도 한 건가 싶다가도 주위에도 집을 몇 채씩이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혼자 사는 가구 수가 많아졌다고만 치부하기에도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껏 너무 많은 언론에 휘둘리며 부동산만 보고 죽어라 달려나갔구나 싶은 생각이 책을 읽으며 내내 들었더랬다. 내가 사는 인천도 이미 과열되고 있는지라 청년들이 부동산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곤 하는데 시대상이 너무도 반영된 이야기라 듣고 있으면 씁쓸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한때는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 원씩 오르는 아파트값 때문에 어린아이를 새벽같이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한심해 보여 마음먹고 부동산 공부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사회학자와 부동산 컨설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이야기 사이에서 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부동산 관련된 책은 어느 순간 멀리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측할 수 없지만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아파트값에 대한 이야기엔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부동산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향후 몇 년 안에 어떻게 된다고 장담하듯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마지막 열차에 올라타야겠다는 조바심도 여러 번 들었더랬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장담이 맞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정작 그 사람의 예측이 틀렸대도 묻히면 그만인 것이다. 이 책은 무언가를 예측하기보다 독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언론만 보고 부동산 열기에 무리하게 휩쓸리기보다 그것들을 나 자신이 걸러내고 합리적인 비교가 가능한 시야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은 부동산에 휘둘리며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아닐 수 없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모두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므로 부동산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출파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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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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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출판 / 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성장하며 큰 실패를 겪지 않고 자란 쇼타는 친구들처럼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시절 좋은 성적을 유지했고 졸업할 때가 되어 기업에 면접을 볼 때에도 어떻게든 취업하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가 하는 일은 빌딩 청소 중에서도 유리 청소로 특화된 코스모 클리닝이란 회사에서 소속되어 하루 종일 고층 빌딩 유리를 청소하는 일이다.

벌써 1년 이상 이어온 이 일에 대한 자부심보다 옆과 위,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의 삭막함을 지닌 채 정형화된 풍경을 위해 점점 고층 빌딩의 최상층으로 향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뿐이다.

뭔가 즐거운 일 없이 정해진 장소로 향해 빌딩 유리창을 닦는 쇼타, 그리고 그런 쇼타 곁에는 보이지 않지만 죽은 누군가가 했던 말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형체는 없지만 영혼이 달라붙어 기억과 말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듯해 그 대상이 궁금해질 즈음 쇼타는 청소하던 빌딩 유리창 너머에 기묘한 노부인과 유리창 하나를 사이로 마주하게 된다.

노부인임에도 흰머리 하나 보이지 않으며 집안에서조차 하이힐을 신고 있는 모습은 기묘함을 자아내는데 그렇게 하루의 일을 마친 쇼타는 웬일인지 낮에 보았던 노부인이 살던 빌딩으로 향하고 엄격한 체크를 거쳐 노부인과 대면하게 된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친 찰나의 눈빛에서 쇼타는 노부인에게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쇼타의 방문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노부인의 행동 또한 이해할 수 없게 다가오기는 마찬가지다.

쇼타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구는 노부인은 쇼타에게 그가 일하는 유리창 너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 사생활 침해라는 범죄에 해당하는 위험한 부탁임에도 쇼타는 노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채 두둑한 사례금까지 받아 영상 촬영을 할 카메라까지 구입하게 된다.

높은 빌딩에서 목숨을 걸고 유리창 닦는 일을 하는 쇼타, 그가 찍어온 사진을 보며 흡족해하는 노부인, 소설의 대략적인 내용만 훑었을 때는 대학을 졸업해서도 일자리를 찾기 힘든 젊은 세대들의 좌절과 고난을 그린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높은 건물 안에 갇힌 고립된 인간상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순간 상식을 무너뜨릴 만큼 흐려진 판단력은 철저히 고립된 인간들의 상실을 보여주는 듯해 무겁게 다가와졌다.

"고층 맨션이란 곳은, 밖은 얼마든지 보이지만

안은 전혀 보이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위에도 아래에도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사람은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모습은커녕 인기척 같은 것조차 느낄 수 없지요.

정말로 도쿄의 빌딩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요.

어때요,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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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신세계에서 1~2 - 전2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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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신세계에서 1,2 / 기시 유스케 장편소설

일본 공포소설 중 내려앉지 않는 소름에 책을 덮었던 첫 기억이 '검은집'이란 소설을 읽었을 때였다.

그리고 생생한 기억은 아직까지도, 아마 평생 가지 않을까 싶은데 강렬한 첫인상이었기에 '기시 유스케'란 작가의 작품은 그래서 늘 관심 있게 봐지게 되는 것 같다.

 

 

 

 

 

210년 12월 10일, 가미스 66초에서 태어난 '와타나베 사키'는 가미스 66초의 수장 역임을 하는 아버지와 도서관 사서를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방 50킬로미터에 일곱 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가미스 66초는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종이를 잔뜩 매단 금줄인 팔정 표식이 있다. 그리고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팔정 표식 밖으로 나가면 악귀나 업마와 만나게 된다며 겁을 준다.

어린아이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짓궂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렵사리 볼 수 있지만 가미스 66초의 악귀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은 어릴 적 아랫목에 앉아 할머니나 삼촌이 들려주던 정겨운 귀신 이야기와는 달리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하며 뛰어놀기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절대 팔정 표식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급함마저 느껴져 의구심은 점점 더 깊어졌다.

어른들에게 늘 악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사키는 어느덧 와키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전인 학급으로 올라갈 시기가 되었으나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 교실에서 사라지며 졸업을 맞이하는 동안 사키에겐 찾아올 것이 오지 않아 졸업을 하지 못한 채 와키엔 학교에 남게 된다. 자신과 기억도 나지 않는 한 명이 교실에 남아있게 된 그날 밤 사키는 한밤중에 깨어나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는데 이해할 수는 없지만 들어서는 안도는 말이란 것을 어린 마음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라 조용히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오고 이어 보이지 않는 괴물의 난동을 겪으며 비로소 와키엔을 졸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바로 전인 학급으로 가지 못하고 한 사찰에 맡겨진 사키는 스님으로부터 상대방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느낄 수 있는 미션을 부여받으며 밤을 새운 뒤에야 전인 학급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고 어쨌거나 그곳에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다시 만난 친구들, 하지만 마지막으로 와키엔에 남은 게 자신이 아니라는 사키의 말에 아이들은 재빨리 다른 화제로 돌려버리고 초반에 등장했던 마리아의 이야기와 이따금씩 등장하는 기시감에 대한 이야기는 이 마을은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이며 초능력을 말하고 있는 주력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증폭되는 궁금증을 누르기 힘들어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전인 학급에서 다시 만난 다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름 캠프에 간 사키는 팔정 표식 너머의 세계를 접하게 되고 스님으로 하여금 주력을 봉인당하는 일에 처해지는데 이것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게 되는데....

210년이란 연표의 시작으로 과거 이야기인가? 란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이야기가 오랜 과거로 등장해 먼 미래의 이야기란 걸 알 수 있지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지향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어리둥절하게 된다. 사키의 기억을 통해 반복되는 악귀의 이야기나 팔정 표식에 대한 이야기는 이 마을의 정체가 무엇인지, 마을 밖에는 도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 것인지 궁금증을 낳는데 악귀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게 위압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마을의 정체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사키의 기억을 통해 지금까지 보았던 가미스 66초가 정상적이지 않은 마을이며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집단이란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굳게 믿었던 것들이 뿌리째 흔들린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지해야 할까,

팔정 표식 안에 위치한 마을은 안전하며 표식을 넘어서면 악귀로 득시글거린다는 이야기는, 그 오랜 믿음이 거짓이란 걸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삶마저 뒤흔들리는 상실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SF와는 또 다른 이야기로 다가왔고 그것에 기묘함을 더해 색다름을 느낄 수 있었던 SF 소설 <신세계>, 우리가 예상했던 신세계의 모습이 이렇다면 나는 너무 암담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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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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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 배한철 지음

아이와 찾게 되는 박물관에서 정교하면서 수수하거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유물 앞에서 모든 것을 잊고 마치 진공상태에 휩싸인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찌 이리도 섬세한 문양을 새겨 넣었을지, 지금처럼 중장비도 없었을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모양을 만들어냈을지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문화재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비상함에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문화재가 견뎠을 파란만장한 역사를 알기에 더욱 소중함이 배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 47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고고학의 오점을 남긴 무령왕릉 발굴에 대한 이야기와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례를 자랑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댐 안에 있어 몇십 년 만에 급속도로 훼손되는 이야기, 지금까지 조사한 160여 점에 달하는 고려불화의 태반이 일본에 있으며 개인이 사들여 박물관에 전시돼있는 고려불화가 우리나라에는 고작 10점이란 이야기, 조선 건국을 대표하는 경복궁을 불태운 건 다름 아닌 백성이었다는 이야기, 첨성대 위에 정자가 있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외에도 희노 애환의 인간사를 담은 석탑과 사찰, 기록의 역사만큼은 단연 독보적인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등의 다양한 국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대부분 학창 시절에 배웠으며 체험하거나 많이 접했던 국보 이야기라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책들과 차별화를 어디에 뒀을까란 궁금증이 있었는데 문화재에 대한 핵심과 일련의 사건들, 많이 다뤄지지 않아 처음 보는 사진들이 실려 있어 국보에 대한 이야기 한 점 한 점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보통 침략이나 전쟁으로 훼손당했거나 수탈당한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 앞에서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동요가 커 왜 그렇게 되풀이하며 침략을 당할 수밖에 없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저자는 최대한 감정 동요를 일으키는 글들을 덜어 아무래도 다른 책보다 감정적 대응이 덜했던 것 같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사진은 문화재 앞에서도 강국과 약소국을 구분 짓는다라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이는 강국이란 자부심 아래 오만한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지는지 위대한 문화재 앞에 인류애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던 것 같다.

국보 47점에 담긴 파란만장한 이야기.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가시면 아이와 함께 책에 실린 이야기를 따라 국보를 만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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