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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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북스 /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주서윤 지음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한 제목이 이보다 훌륭할 수 있을까 싶게 단박에 가슴을 후벼파고 들어온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는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아마도 요즘 약간의 심적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면 '음... 탁월한 제목이지만 패스하겠어'라며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요즘 내 상황과 잘 맞는 제목에 혹할 수밖에 없었고 제목만큼이나 이건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란 게 예상되었기에 읽기도 전부터 온 마음을 열어젖히고 맞이했던 것 같다.

여자니까, 시집갈 때 명함으로 내밀기에도 좋을 유치원 교사란 직업은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적성을 살리지 못해 그만두고 그림으로 뛰어든 저자, 잘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두고 고시원을 얻어 부모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더군다나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그쪽 길로 접어들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는 젊은 세대라면 조금씩 차이는 있더라도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뭐 사실 젊지 않더라도 밥벌이에 대한 불안감은 나이를 먹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이고 더군다나 생사가 걸린 문제기에 나의 의도와 달리 맞지 않아도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찍히는 숫자 때문에 그저 꾸역꾸역 참으며 견뎌내기 일쑤인지라 그 누구라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콩나물시루처럼 매달려 출근하고 상사 눈치 보고 비위 맞추느라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올 때, 어쨌든 하루를 보낸 것에 안도하면서도 이렇게 또 하루가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버림에 생각이 많아졌던 나날들, 일도 사람도 지치기만 하는 상황에 마음 같아선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다달이 들어갈 생활비와 그나마 누렸던 최소한의 것들을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내보자고 다잡는 날들이 더해갈수록 완벽해 보였던 나의 형체가 희미해지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이도 저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날들이 더해질수록 어느덧 생활에 안주해버린 채 무기력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는 그런 것들이 참 서글펐었던 것 같다. 물론 인생에서 뾰족했던 부분들을 조금씩 깎으며 동글동글해지고는 있지만 그런 감정들은 순식간에 개선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감정이 들 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나 대처법'을 터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는 참으로 뒤늦게 깨달았지만 책의 저자는 수많은 고민과 번뇌를 글에 담았지만 지혜롭고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는 것 같아 왠지 한시름 덜게 됐던 것 같다.

젊어서 뭐든 할 수 있어 좋겠다는 말을 담은 부러움은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나에게 투영하는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 않기에 누군가에게 선뜻 내뱉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한데 젊은 시절에도 도대체 뭐가 좋은지 알 수가 없어 더 뾰족했었던 순간이 많았음을 상기해볼 때 오히려 나이 먹은 지금이 나는 더 좋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공감되는 글도 많고 힘든 마음을 다시금 되잡게 만드는 글귀들도 만날 수 있어 힘든 마음을 추스르고 위안 받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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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들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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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 / 김대웅

우리가 몰랐던 최초의 것들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한 번쯤은 문득 떠올랐을 궁금증은 아마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은 제목만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도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목차라도 훑어보게 만드는 마력이, 인간의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최초의 것들>은 인간생활의 기본이 되어 온 '의, 식, 주'의 처음을 파헤쳤다. 자고로 인간에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것의 '최초'를 통해 인간의 발자취와 발전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발명으로 이어져 인간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예들 앞에서 성공에 이르게 한 인간의 세심함이나 지배계층의 권력, 시대의 흐름 등을 함께 엿볼 수 있다.

'의'로 시작하는 최초의 것들에서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너무 유명한 이야기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중요 부위를 가린 것이 무화과 잎이었으며 그것이 최초의 내의였다며 등장하는 이야기는 이어질 이야기들이 얼마나 더 재미있을 것인가 흥미로움을 던져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순결과 정조의 이미지인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원래는 노란색이었으며 장례식 때 입는 검은색 옷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따라붙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니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어느 정도인가 알 수 있었다.

유럽의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다고 생각했던 오렌지의 원산지가 중국이란 사실이 놀라웠던 '식'의 주제에서는 아르텍족이 코르테스에게 진상품으로 올린 것이 자두였으며 척박한 땅에서 자라지만 그만큼 빛을 발하는 올리브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올리브에 관한 이야기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의 모든 것을 수입하여 향유했던 로마인들의 정복욕을 함께 엿볼 수 있는데 전쟁으로 다른 나라를 복속국으로 만들어가며 약탈한 것이 올리브였다는 사실은 올리브 외에도 아메리카 정복 역사에서 다른 식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다양한 생각이 교차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생활하고 머무르며 문화생활로까지 발전하게 된 '주'의 주제에는 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현대의 백화점, 도서관, 영화관 등 문화생활로서의 기능을 하는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다양한 흥미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궁금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호기심들이 한 권에 빼곡히 담겨 있어 한참 호기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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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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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이었던 테사는 누군가에게 납치됐다 젠킨스네 근처 공터에서 발견된다. 목이 졸려 이미 훼손 중인 여대생 시신과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신들의 유골들과 함께.... 그리고 그녀의 증언으로 테렐 다시 굿윈이 연쇄살인범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붙잡혔고 그렇게 17년의 세월이 흘러 곧 사형일을 앞두고 있다.

<블랙 아이드 수잔>은 사건 현장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 이름인 '블랙 아이드 수잔'을 따 연쇄살인 사건 이름으로 붙게 되었고 죽은 시체들과 함께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인 테사의 사건 직후와 17년이 지난 현재의 이야기가 오고 가며 독자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엄청난 사건을 겪고 살아남은 소녀, 이후 자신의 증언으로 인해 17년이란 형량을 살고 사형을 앞둔 테렐의 무죄를 주장하는 법조인과 법의학자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시신들의 뼛조각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에 테사가 기억을 더듬어 도움을 주기로 하면서 조금씩 사건의 윤곽을 더듬어가게 된다. 하지만 미비한 증거 때문에 붙잡힌 테렐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연쇄살인범인 것인지 사건을 함께 되짚어나가는 테사는 점점 확신할 수 없는 자신의 기억 때문에 테렐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 진범은 여전히 자신의 주위를 도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품게 된다. 편집증적인 이런 생각은 생일을 앞둔 시점에 자신의 창문 아래 일부러 활짝 피어있는 블랙 아이드 수잔 꽃을 누군가 심었던 것이고 사건 이후 벌써 몇 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테사의 기억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청소년기에 끔찍한 사건을 겪고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테사는 테렐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사람들과 언론의 관심에 딸아이가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지만 옛 기억과 현재를 오고 가며 최면술을 극도로 꺼려 하는 모습에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늘 자신의 곁에 있던 리디아란 친구란 존재도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는데 범인을 알 수 없기에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용의선상에 놓고 의심하게 만든다.

무엇도 믿을 수 없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은 책을 중간에 덮지 못할 만큼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데 벌써 영화화 확정이 되었다고 하니 영화 속 테사를 따라갈 묘사들은 어떻게 비춰질지 그 또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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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 우리들의 코로나 시대 건너기 함께이야기 1
강인성 외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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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달 혹은 두달정도 지나면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지리라고, 지금은 힘들지만 그 전까지만 조금만 더 참아보자며 자기 자신을 다독였을 것이다. 하지만 코비드19는 이젠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어 모두를 기나긴 터널 속에 갇히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새 친구들을 사귀며 배움의 장을 열어갈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내지 두번가는 등교에서 반가운 친구들과 그나마 어울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게 되면서 선생님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업 준비를 위해 손에 익지 않은 기술을 익혀야했고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들은 개인시간이 없어진 채 아이들 끼니 챙기기 바빠졌다. 그나마 엄마가 집에 있다면 몸은 힘들어도 아이를 눈으로 볼 수 있으니 마음이 놓이겠지만 직장을 나가야하는 워킹맘이라면 아이의 끼니를 챙겨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바깥 활동에서 나도 모르게 묻혀올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 등이 뒤섞여 더 혼란스러운 나날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봄빛에 하늘거릴 벚꽃도, 더운 여름 시원한 워터파크도, 울긋불긋 물들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일년을 통으로 날려버린 듯한 억울함은 그럼에도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도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12인의 코로나 체험기이다. 연극을 좋아하지만 줄줄이 취소되는 공연을 볼 수 없어 속상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도 있고 시골에서 책방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책방 사장님, 남은 휴가날 전역처리된 군인의 이야기, 아이 셋과 복닥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엄마의 일상,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온라인 강의로 제자들을 대해야하는 선생님의 고충, 학교에 가고 싶다며 결국 울음을 터트려버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친정엄마를 살뜰히 챙기며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지만 코로나로 인해 두달이나 만나지 못한 딸에 대한 이야기 등, 코로나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다르지 않을 일상을 마주하며 모든 원망을 코로나 탓이라고 돌리는 뾰족뾰족함과 그럼에도 코로나로 인해 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해 볼 수 있었고 삼시세끼를 차려주는 일이 고되지만 평소보다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도 볼 수 있었다.

코로나가 얼른 종식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코로나 때문이라는 탓만큼이나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백자리 언저리를 돌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3단계로 상향조정되어야하는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 시국에 감염병이란게 정말 무서운 것이며 사람과의 접촉을 얼마나 몸서리치게 만들어놨는지 놀랍고 혼란스럽기만하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디며 내성을 만들어 더욱 단단해지리란 믿음은 비록 코로나로 잃은 것들이 많긴하지만 그만큼 앞으로 닥칠 수많은 고난들을 해볼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은 그저 코로나 탓만 하며 우울하고 무기력하게만 보낼게 아님을 보여준 것 같아 다시금 힘을 내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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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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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이란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면 <일하는 사람의 생각>이란 제목은 나의 관심을 끌지 않았을 것이다.

제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겠지만 일을 하면서도 멘탈이 탈탈 털리는 일이 수두룩한데 생각화한 이야기를 글로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일 먼저 느껴졌다는 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들었던 생각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어디에 쏠려 있는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광고에 진심과 철학을 담아내기로 유명한 박웅현과 세련된 디자인을 구사하는 오영식 디자이너의 동종업계 30년 이야기를 담은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짧은 광고나 로고 등의 디자인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처음 제목만 보고 느꼈던 것과 달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는데 겪어보지 못한 분야이기에 예상만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도 발견하게 됐던 것 같다.

광고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이미 여러 권의 인생철학이 담긴 책을 통해 고수의 필력을 자랑하는 광고인 박웅현의 책들은 내가 사랑하는 책 중 하나인데 그저 짧은 시간 인간의 뇌를 현혹시켜야 하기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하는 게 광고라는 인식에서 좀 더 인간적이며 진정성이 있는 철학을 담은 광고를 보며 인생을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고 잠시나마 위로와 웃음을 건네주며 사는 게 별게 아니라는 위안은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 사람들의 연대감으로 다가와 광고를 볼 때마다 어느 순간 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됐던 것 같다.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라는 주제는 이들의 어린 시절이 지금 직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지금에 이른 직업 이전에 그들이 되고 싶었던 직업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원래부터 목표로 정하지 않았던 직업이었으나 오히려 30년이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같이 한 직업을 오래가지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이기에 더욱 대단하게 다가와지는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은 창작의 굴레에서 힘들기도 하고 치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함께 연대하며 겸손함을 철칙으로 여기며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는 두 전문가의 이야기는 개인으로서, 광고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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