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시대에 부쳐 워커스 라운지 1
홍인혜 외 지음 / 보틀프레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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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에는 직업 하나로 퇴직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 세대에게 종신 직업이란 옛 유물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멀고 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은 고용 불안감이 클 테고 무엇보다 부모 세대처럼 참고 힘들어도 묵묵히 일하는 것을 요즘 세대들은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어쨌든 부모 세대나 요즘 세대나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은 늘 크기 마련인데 최근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며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틀이 깨지는 경험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방식까지 엿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n잡 시대에 부쳐>는 다직업자인 12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만 해도 42가지인데 1인당 평균 3.5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우면서도 부럽기도 하였으나 그 직업들을 다 어떻게 헤쳐나갈까 싶어 걱정스럽고도 궁금한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직업이 여러 개지만 모두 하고 싶어 포기하지 못하고 시작했던 일로써 때로는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타인의 눈에 동정 어린 눈길을 받기도 하지만 모두 각기 다른 직업에 대한 고민과 좋아하기에 당장 눈에 보이는 만족은 아니더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차근차근 나아가는 모습이 멋있게 보였다.

만화가이면서 카피라이터나 시인을 하기도 하고 본업을 유지하면서 퇴근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라이더를 하며 번 돈으로 주식을 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단편영화 스태프로 새벽 일찍 일을 시작해서 웨딩 비디오 아르바이트, 시민단체 인턴 등을 하며 일당백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비싼 와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와인을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자격증을 따고 창업하기까지를 다룬 이야기도 만날 수 있으며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책의 저자나 유튜버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도 있다.

직업이 많다고 해서 한 가지 직업만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지만 한 직장에 영혼까지 탈탈 털어가며 소진되기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고민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으며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에 부딪혀보고 그 누구도 살아주지 않는 내 인생에 대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자산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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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만화 세계사 - 웃다 보면 세계 역사가 머릿속에 쏙!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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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세계사! 확실히 글만 있는 책보다는 술술 재미있게 읽혀 역사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읽기에 안성맞춤인 이 책은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싶게 쇼킹해서 믿어지지 않는 내용들도 있어 더 흥미를 끌고 있다.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의학적이나 생활적인 면에서 청결하지 못했던 옛날, 로마는 목욕탕 때문에 망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목욕 문화를 즐겼던 로마인의 생활양식은 전염병과 맞물리면서 사람들은 씻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왕실은 물론 일반 백성들까지 일 년에 한 번은 고사하고 평생 단 몇 번밖에 씻지 않을 정도로 전락해버린 목욕 문화는 뜨악스럽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감염병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 민감한 이 시대에 청결함에서 불결함으로 바뀌게 한 전염병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러닝머신의 등장 이야기 또한 뜨악스럽게 다가왔는데 감옥에서 나가자마자 다시금 범죄를 저질러 범죄자들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일들이 늘어나자 영국 감옥에서는 죄수자들에게 트레드밀을 시켰고 그 결과 재범률이 낮아졌다는 보고에 미국 감옥에서도 도입했지만 강도 높은 신체활동에 죄수자들이 죽어나가거나 트레드밀에 끼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없어지기까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끔찍함 그 자체였으나 그것을 운동기구인 러닝머신으로 바꾼 생각의 전환은 또 한 번 놀라움을 주었다.

그 외에도 미국에서 마피아를 탄생시킨 금주령에 대한 이야기와 노예의 목숨과 맞바꾼 카카오 열매, 새똥 때문에 시작된 새똥 전쟁, 동양과 서양의 용을 대하는 상반된 자세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새똥 전쟁처럼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야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야기는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에 눈이 먼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림으로 보는 역사라 재밌게 볼 수는 있지만 가볍게만 다루지는 않아 아이들과 함께 보며 역사 지식을 쌓기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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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정치 - 진보는 어떻게 독선과 오만에 빠졌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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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가 망설여졌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터져 나오는 정치 이야기는 이번에야말로 뭔가 조금은 바뀌겠지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던졌던 투표가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인,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더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어 엉망진창이며 권력은 역시 믿을 것이 안된다는 생각만 가득 차게 되었다. 그토록 부르짖었던 진보가 왜 이렇게 전락했을까 싶어 속이 탈 지경이라 강준만 교수가 무슨 쓴소리를 할지 알겠기에 이미 나락으로 떨어뜨린 신뢰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자신이 지지하던 대통령이 끌어내려지고 지지하지 않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 부모와 자식 간의 희비가 엇갈렸던 정치판은 무언가를 희망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뒤틀려져버린 느낌이다. 그토록 어이없어 이게 말이냐 방구냐란 말을 연발하게 만들었던 구도판이 바뀌었지만 야당이 여당이 된 상황이라고 다르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국민 된 자로서 마주하기가 혼란스럽고 허탈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적폐 청산을 부르짖으며 무언가 바꾸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았고 믿었기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더 이해할 수 없고 어린아이 장난보다 못한 이런 상황들이 개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의 이 초유의 사태가 과연 말이 되는 것인가가 우선 믿을 수 없는 사건인데 더 의아한 것은 그것을 관망하는 대통령의 자세이다. 진보를 원했고 지지했던 사람들마저도 돌아서게 만드는 이 상황에 속 시원한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실망했던 사람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었으리라.

권력을 거머쥐면 말이 방구라고 믿는 오만함에 눈에 머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인가, 싸가지 있는 정치를 그 누구보다 지향했지만 니편 내편 편 가르식 감정으로 팽배하며 내 편이 아닌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날선 독선이 보이는 발언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 책을 쓴 강준만 교수의 한숨과 고뇌가 보이는듯해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이건 아니라고 느꼈지만 믿고 싶지 않았기에 한동안 정치적인 무감증인채로 지냈지만 편가르기식 감정적 대치와 내치기 위한 날선 말들 대신 진보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 성찰하고 무엇이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독단에서 벗어나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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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딸이 사라졌다
리사 주얼 지음, 원은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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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주머니 / 그때 내 딸이 사라졌다 / 리사 주얼 장편소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 순간 집에 놀러와 시끄럽게 웃은 언니의 친구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가끔은 지치는 일이니까.

남을 탓하다 보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사소한 결과들이,

수백만 갈래의 길 중 내가 무심코 선택한 길이

절대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법이다.

로럴에게는 세 아이가 있었다.

모두 소중한 아이들이었지만 로럴은 외모나 성적이 우수해 타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했던 막내딸 엘리를 특히 더 사랑했다. 그랬던 엘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도서관에 간다며 평범한 차림으로 나선 그것이 엘리의 마지막이었고 목격자나 단서조차도 나오지 않는 상황 속에 애끓는 로럴의 마음을 비웃듯 10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

애먼 골먼 하며 이제나저제나 엘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기도하던 로럴은 남편과 이혼했고 남은 두 아이는 사라진 엘리만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에게 등 돌리며 성장해 집을 떠났다. 가끔씩 혼자 사는 해나의 집을 청소해 주러 들르고 사람과의 교류 없이 10년 전 기억에 갇혀버린 로럴에게 경찰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깊은 숲속에서 엘리가 사라졌을 때 입었던 옷가지와 가방, 여권과 엘리의 유해 일부가 발견되면서 그럼에도 어딘가에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바라던 로럴의 마음을 산산조각 내 버린다.

다른 자식보다 아꼈기에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던 엘리,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충족해 줬던 사랑스럽던 아이가 종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날 로럴의 영혼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모든 것이 정지했고 이것이 꿈이길, 꿈이 아니라면 제발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잔혹하게 살해되지 않았기를,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출했기를 바랐던 세월, 침묵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휴가지를 알아보는 남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경멸했던 로럴은 남편을 비롯해 아이들과도 삐걱거리게 되었고 그런 로럴을 힘들어했던 남편이 떠났을 때 로럴은 오히려 안정을 되찾게 된다.

그런 세월을 보내고 10년 만에 엘리의 유해를 찾아 장례를 치른 후 로럴은 플로이드를 만나게 되고 거짓말처럼 엘리와 닮은 그이 딸 포피를 보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쯤 되면 독자들이 세웠던 가설이 좁혀지기 마련인데 어째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싶으면서도 묘한 반전과 충격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부터 대놓고 딸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어딘가에서 많이 본 소설 장면 같아 기시감마저 들지만 엘리의 실종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면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싶은 답답함과 분노가 치밀어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군다나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런류의 소설은 정말이지 반가워할 수 없는 장르지만 그럼에도 소녀, 특히 어린 소녀와 관련된 범죄와 실종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기에 더 감정 몰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루해하지 않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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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은 내가 할게 - 최대호 작가가 건네는 오늘의 위로
최대호 지음, 최고은 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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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뜨끔했던 건 알면서도 모르고 싶은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기분이 별로여서, 비루해 보이는 내 인생에 밟고 도약할 뭔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곧잘 누군가를 걱정해 준다는 호의를 가장해 참견하고 비난하는 일이 잦았기에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것 같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내 삶, 나의 인생, 알면서도 곤란한 일은 누가 대신해 주기를, 힘들 때는 당연한 듯 누군가 옆에 와서 위로해 주기를, 너무도 당황한 상황에 지금 이 순간이 꿈이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돌이켜보면 현재 나로 살아가고 있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자각을 얼마나 가졌던가 싶다. 그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나의 인생이라며 야멸차게 나 자신을 몰아가는 것도 안타깝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관망만 하는 듯한 태도도 이와 동등하지 않을까.

뭐든지 잘하고 싶고 그래서 타인과 다른 내가 되고 싶은 욕심에 앞만 보며 달렸던 날들, 영혼은 미처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내달렸던 무수한 날들, 선의를 가장한 걱정을 앞세워 그저 너를 씹고 싶었던 옹졸함,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 상담이란 명목으로 누군가에게 내 인생 선택권을 떠밀었던 기억, 놔둬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을 안달복달하며 마음에 생채기만 냈던 지난날, 그럴 깜냥도 안되면서 척척 척하며 내 눈을 가려버렸던 순간들, 이번 생은 역시 안되겠다 싶어 숱하게 놓고 싶었던 순간들, 외모도 스펙도 뭐 하나 이렇다 할만한 게 없어 초라함에 시달렸던 날들....

나만 그런 건 아니었고 지금 바짝 기분이 좋다 해서 앞으로 이런 감정이 안 느껴질 리 없다. 단단히 잡고 있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툭 끊어져 버릴 순간은 내 인생에 널렸다. 다만 내가 모르고 있을 뿐... 하지만 그런 일들은 누군가의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저 내 감정에만 침식당해 더 넓게 보지 못할 뿐.

<내 걱정은 내가 할게>는 제대로 해내지 못해 불만이지만 그런 나를 마주하는 것은 또 불편한 것들을 정면에서 집어낸다. 피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라며 정곡을 집어내 제대로 쳐다보라고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책을 덮을 때쯤 다시 힘차게 발돋움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충전된 것 같아 스스로 조금은 다른 감정도 느끼게 된다.

짧은 글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역시 글이 지닌 힘과 그것을 전달하려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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