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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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 / 시티 오브 걸스 /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비비안,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노인이 된 비비안은 안젤라로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편지 내용은 그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만 담긴 게 아닌 의미심장한 물음이 담겨 있었으니 <시티 오브 걸스>는 안젤라에게 온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1940년 열아홉 살 비비안은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활약은커녕 부모님이 환영하지 않을 짓만 골라 하다가 대학교에서 쫓겨난다. 당연히 부모님은 좋아하지 않으셨고 그런 연유로 비비안은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페그 고모에게 쫓겨나기에 이른다.

뉴욕에 도착한 비비안은 지금까지와의 무료한 생활과 달리 화려한 뉴욕의 도시와 페그 고모 극단에 속해있는 쇼걸들에게 매료되고 평소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었던 특기를 살려 극단 의상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리고 극단에 속해있던 쇼걸 셀리아와 의상 이야기로 가까워지며 향락의 길로 인도되는 비비안! 젊음의 방탕함과 극단 일을 보며 뉴욕 생활에 차츰 적응할 무렵 극단의 또 다른 배우 에드나를 만나게 되면서 비비안의 인생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예쁘고 쾌활하며 향락적인 극단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배우 에드나에게 비비안은 인간으로서의 감명을 받으며 가깝게 지내지만 비비안의 남자친구와 에드나의 관계가 이상하다는 소문을 들은 비비안은 충동적으로 에드나의 남편에게 접근하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만남 장면이 사진에 찍혀 비비안은 극단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되돌아간 비비안은 그곳에서 뉴욕에서의 상처와 소란을 잠재우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비비안은 페그 고모의 권유로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몇 년 전 사건이 있던 날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말을 뱉어냈던 프랭크를 만나게 되고 만남이 이어지면서 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말 못 할 그의 상처를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육체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관계로서 만남을 이어가던 두 사람에게 프랭크는 유부남이라는 세간의 시선이 있었고 선을 넘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교감으로 이미 두 사람은 충분히 서로를 향한 신뢰를 드러낸다.

소설은 안젤라가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는지 묻는 편지에서 시작해 비비안이 뉴욕에 발을 들여놓고 그녀의 파란만장한 시절과 안젤라의 아버지 프랭크를 만나며 있었던 이야기들을 따라간다. 비비안이라는 여성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한 남자와의 깊은 공감과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는 젊음이란 열기와 방탐함, 전쟁이란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시대적인 배경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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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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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콜론북 /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채다인 지음

제대로 된 한 끼보다 부대끼는 속을 간편하게 달래주기 위해 간편식을 고를 수 있는 곳, 업무나 수업 시간에 쫓길 때 허기진 배를 달래줄 곳으로 편의점만한 곳이 없다. 또한 여자들에게는 야근이나 회식으로 늦어진 귀갓길 온몸의 감각이 어둠 속에서 한껏 예민해져있을 때 골목길을 환한 빛으로 밝혀주는 편의점은 든든함마저 들게 한다.

이제는 실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린 편의점,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애호가이자 편의점 전문 리뷰어가 써 내려간 편의점 기행록이다. 요즘은 SNS로 편의점 먹거리가 입소문을 타면 구하기도 힘들 정도라 발품을 팔 정도로 핫한 물건들도 많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행복한 사치를 부추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가격이 크지 않기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는 일이 어렵지 않은 것 같다.

학교와 학원으로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학생들에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는 물론 더운 여름날 편의점 앞 의자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 한 모금은 어른들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기에 손색이 없다. 인스턴트 음식이라 아이들이 편의점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못내 안쓰러운 부모의 마음이 있지만 나조차도 간단한 점심 식사를 위해 샌드위치와 커피로 대체하는 일이 많기에 편의점 먹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보다 많이 무뎌진 것을 느끼곤 한다.

편의점 전문 리뷰어답게 특색 있는 먹거리 소개와 각 편의점마다 다르게 출시되는 콜라보 먹거리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지만 유래는 미처 몰랐던 먹거리들의 탄생 경로도 알 수 있으니 어찌 재미있지 않으랴!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이나 일본 등의 해외 편의점 특색 먹거리까지 비교, 소개해 주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편의점 하면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고달픈 일터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치열하지만 맛있고 재미있는 먹거리가 많은 장소라는 이미지가 크게 다가와 편의점 가는 길이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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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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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프고 묵직한 이야기지만 마주해야할 이 시대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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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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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 구원의 날 / 정해연 장편소설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를 슬프지만 유쾌하게 그려냈던 <유괴의 날>과 달리 이번 이야기인 <구원의 날>은 아동학대란 주제를 좀 더 묵직하고 가슴 시리게 담아내고 있어 책을 덮고도 둔탁하게 내리누르는 무게감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작품이다.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들로 안타까움과 분노, 제도적 문제점들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며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현실에 무기력함과 충격을 받곤 한다.

갓 태어난 아이가 창문 밖으로 내던져져 죽은 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는가 하면 생후 2주밖에 안된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른 사건, 이모에게 물고문을 받고 여기저기 구타당한 채 죽임을 당한 사건 등 도대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잔인하고도 악랄한 방법으로 학대당한 이야기는 그것을 접한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구원의 날>은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요즘,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3년 전 예원은 아들 선우를 영인강 불꽃놀이 축제에 데려갔다 잃어버리는 사건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아들 선우를 잃어버린 후 예원은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 채 온종일 선우 얼굴이 인쇄된 전단지를 돌리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으며 남편인 선준 역시 선우를 잃어버린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이름은 물론 집 전화번호까지 외우는 영민한 아이였으나 실종된 이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후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조차 없어 선우를 찾는 일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다 할 단서조차 없는 상황에서 피 말리는 3년이 지난 어느 날 강가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사체가 발견되고 사체에 걸려있던 선우의 목걸이가 단서가 되어 선준은 경찰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백골사체는 선우의 것이 아니었고 그 시점 감정 조절이 지나쳤던 예원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선준은 예원이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로운이란 아이를 납치하여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구원의 날>은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파탄 난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추고 있다. 만약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으로 시작하는 후회에 발목이 잡혀 아이를 잃어버린 시점에서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은 실종된 아이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한편 부모가 아이에게 휘두르는 학대 때문에 그 모든 아픔을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연약한 아이들이 모습과 상처 또한 비추고 있어 숨 가쁘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 무거운 주제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지만 어제도, 오늘도 뉴스에서 보도되는 아동학대 이야기와 맞물려 더욱 아프고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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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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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겨울장면 / 김엄지 소설

어딘가에, 어떤 이유로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기이한 상황.

바로 그런 상태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예기치 못한 사고일까?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은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지금 죽은 것인가?

등장하는 겨울 장면마다 이런 의문점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다 내가 지금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는 생각이 더해져 책장을 덮을 때까지 수많은 궁금증과 의문점들이 난무하게 되는 <겨울장면>

<겨울장면>은 주인공 R의 시선에서 간헐적으로 떠올랐다 끊어지는 기억들을 소환하여 R의 신상과 기억을 유추하게 만든다.

직장 동료인 L의 죽음, 원만하지 못했던 아내와의 기억, 아내의 고향에서 만난 그녀의 남자 동창, 그리고 등장하는 제인 호수의 언 강바닥....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 맞는 기억인 건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은 나의 기억과 달리 다가오기도 하고 상대방이 부여한 의미와 달리 기억되기도 한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마음이 그것이었던 건지, 하지만 모르겠고 지금은 알 수 없는 기억들은 잔잔한 수면 위 파동을 일으키듯 잔잔하게 마음을 잠식해간다.

나는 지금 살아있는 것인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의 기억은 꽝꽝 언 강바닥에 있는 것인가,

죽어 내 육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읽다 보면 점점 더 모르겠어서 불현듯 이러다 내가 정신병에 걸리지 않을까란 조바심이 나게 만드는 <겨울장면>

한 남자의 인생이 이리도 고요하고 허무하며 무의미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인가,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살아있다는 가슴 떨리는 기억보다 인생의 씁쓸한 장면들과 외로움인 건가,

그렇게 살아냈던 인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조금의 미안함은 들지만 회한으로 가득 차 가슴을 옥죌 정도는 아니다.

그만큼 나는 인생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인가.....

무덤덤하고 무표정하며 무감각적인 느낌이 난무하는 R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별나지 않으며 그 누군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 바로 R의 모습이란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다르다는 생각은 어쩌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R이 말하는 장면들을, R이 생각하는 것들을,

그는 지금 후회하는 것일까,

다시 되돌리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그런 마음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차가운 얼음 강바닥에 갇혀버린 나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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