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맛 -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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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치게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는 오히려 그동안 한국인에게 발생하지 않았던 질병에 노출되는 등 또 다른 문젯거리로 떠오르게 되었다. 못 먹으면 못 먹는 게 문제가 되지만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가 몰고 온 풍요로움은 또 다른 재앙을 안겨주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부의 상징이라 일컬어졌던 음식들은 이제는 너무도 서민적인 음식이 되어버렸고 그마저도 화학조미료에 대해 사람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맛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은 음식으로 인식되는 등 음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각 또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인의 맛>은 짜장면부터 믹스커피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을 주제로 다루고 있으며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휘몰아쳤던 백 년 역사 속에 등장했던 음식을 통해 서글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시대는 바야흐로 일제강점기, 게이오 대학에서 유학한 류경호 기자는 이번 달 특집 기사로 '음식'에 대해 취재하기로 한다. 음식에 대한 주제를 정한 류경호 기자는 전차에서 봤던 조미료 '아지노모도'를 첫 취재 대상으로 삼으며 본격적인 음식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구 열강 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이며 자신들이 당한 것을 그대로 아시아에 똑같이 실행한 일본은 키도 크고 힘도 좋은 서양 사람들의 식생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채소나 생선류를 즐겨먹는 자신들과 달리 육식 생활을 하는 서양인들의 식생활이 체격의 차를 가져온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고기를 즐겨 하지 않았던 일본 사람들에게 갑자기 고기를 먹으라고 선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이에 독일에서 유학을 한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와 제약소를 운영하는 '스즈키' 사장이 협업하여 '아지노모노'가 탄생하게 된다.

고기를 먹는다고 왜소한 체구의 일본인이 건장한 체격의 서양인들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당시 강대국을 열망하던 일본의 염원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고기를 독려할 생각으로 이어졌을까 싶었다.

'아지노모노'라는 생소한 이름을 빼고 등장하는 '짜장면', '돈까스', '설탕', '카레', '단팥빵', '김밥', '팥빙수', '커피'는 서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으로 현재는 자리매김했지만 소개되는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한없이 약소했던 조선이란 나라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로 인해 만나게 되는 씁쓸함과 안타까움, 그런 것들을 지나 서민 생활에 친숙하게 녹아버린 음식이 된 현재를 들여다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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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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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생이 읽어야 할~, 서울대생 필독도서~라는 부제가 달린 고전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사람이라면 고전의 '고'자만 들어도 씁쓸한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고전의 참 재미를 마흔이 넘어가는 나이에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책장에 꽂아둔 고전에 썩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고루하고 지루한, 단어에 암호를 내포한 듯 이렇게 생각해도 맞는 말 같고 저렇게 생각해도 맞는 말 같은 아리송함에 결국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던 기억은 나만이 가진 기억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그런 기억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기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고전을 서점에서 쉽게 골라 읽지 못했었다. 그러다 나이가 차고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서 그 속에 숨은 뜻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내면 변화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이해하고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됐던 것 같다.

이 책을 쓴 홍진호 교수도 고전을 읽으려면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고전을 이해하는 영역이 넓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고전을 읽은 사람이라면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뭐든 빠른 것이 미덕이 된 시대에서 읽자면 느림과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정취 또한 느낄 수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고전일 것이다.

헤세의 '데미안',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 호프만스탈의 '672번째 밤의 동화',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의 소개는 많이 알려진 고전이지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 풀이를 본듯한 느낌도 들었고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방향으로 사유할 수 있다는 데서 또 한 번 책을 읽는 매력을 엿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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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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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읽고서 왜 제목이 <보통의 노을>이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던 제목의 숨은 뜻에 순간 가슴이 저릿해졌던 것 같다.

최지혜씨와 노을은 나이차 나는 남매 사이로 보여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받지만 실제로는 모자 사이다. 서른네 살이지만 실제로 동안이라 더 어려 보이는 엄마와 열여덟 살의 덕수구레한 청년을 누가 모자 사이로 보겠는가, 그로 인해 사람들의 편견과 수군거림을 온몸에 받고는 있지만 최지혜씨는 어디에서나 당당하게 노을을 아들이라 말하고 다닌다.

고1에 노을을 낳은 최지혜는 고등학교 졸업도 검정고시로 마치고 미혼모 보호 센터에서 배운 액세서리 기술을 살려 공방을 하며 노을을 키워내고 있다. 철이 일찍 든 노을이 대도시가 아닌 외곽 도시로의 이사를 권유하여 사한으로 내려오기를 몇 년, 엄마의 공방도 자리를 잡아 제법 수강생들이 몰려 먹고사는 것이 전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자영업자의 생활을 알기에 노을과 최지혜는 검소한 생활을 유지해나간다. 엄마가 하는 공방 위층에 자리한 짜장짬뽕집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중국집 딸 성하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유지하지만 이들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한 가지 있다.

어쩌면 성하보다는 노을에게 더 큰 고민일지 모르지만 노을은 그로 인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을의 고민이란 게 바로 짜장짬뽕집 맏아들인 성빈이 노을의 엄마 최지혜씨를 좋아한다는 사실로 둘은 무려 6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성빈의 한결같은 마음이 5년 동안 이어지면서 점점 엄마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듯해 노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데 있었다. 성하와 열 살 터울이나 나는 성빈은 명석한 두뇌와 훈남에 인성까지 좋은 어디에 내놔도 모자란 구석이 없어 노을도 좋아하는 형이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의 상대로 대입하면 입장이 달라진다는 데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이기에 젊은 호기로 구애하는 성빈에게 혹여 마음에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이 태산인 노을, 성빈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집안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란 것을 알기에 노을은 세상의 편견에 부딪칠 엄마가 안쓰러울 수밖에 없는데....

<보통의 노을>은 미혼모 최지혜와 미혼모의 아들 노을이 세상을 겪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들 사연이 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동정할 때가 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쭙잖은 호의로 그 사람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심어줬을지도 모르고 내가 생각한 잣대로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들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아찔함을 느끼곤 했는데 반대로 생각해 보니 사람들 편견만큼이나 동정심 또한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그동안 별로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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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숨소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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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야릇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소설이나 감성 에세이가 떠오르는 제목이라 미처 그것과 연관 짓지 못했던 <밤의 숨소리>는 '관계 수업'이란 타이틀을 내세운다. 관계 수업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빠져서는 안되는 간극을 말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흔히 생각해 떠올리는 관계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여도 엄연히 따지면 그 관계도 결코 사람 사이에서는 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 수업이란 의미에 뒤늦게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데 책의 내용이 바로 '섹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섹스', '관계'란 단어를 떠올리면 좋은 어감보다는 뭔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 내면에 있는 호기심은 다들 비슷한 범주일 텐데 그것이 단어가 되어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어쩐지 그것을 입으로 내뱉은 사람이 저급해 보이기도 해서 참 애매한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그런 사회적 현상에 의해 섹스를 그릇된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올바른 정의를 내리는 반면 남자친구와 혹은 여자친구와의 섹스로 고민인 사람들 사례를 통해 입 밖으로 차마 내뱉지 못했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비슷한 경험들로 고민이었던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성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이 담긴 사례들이 담겨 있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궁금하고 고민스러웠지만 그 누군가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던 민감한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접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섹스를 잘하기 위한 설명서라기보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며 영화나 책을 통해 축적된 판타지를 현실에서 이뤄내기보다 편안하고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마음을 가질 것과 관계를 하지 않고 그저 안고만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신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흔히 생각하고 있는 관계와 삽입이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잘 지내기 위해 고민하는 다양한 연인들의 모습과 사랑하지 않지만 관계 때문에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관계란 의미를 다시 정의 내릴 수 있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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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 금을 삼키다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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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레시피 / 탄금 / 장다혜 장편소설

금을 삼키다는 뜻의 '탄금'을 보고 얼핏 마약 밀매를 할 때 마약을 삼킨 채 들여오는 수법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탄금'이란 뜻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고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고 그런 형벌이 있었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든든한 대군의 뒷배를 얻어 미술품으로 돈과 권력을 거머쥔 심열국은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상단의 실세는 그의 부인 민씨이다. 애초 상단을 이끌어갈 재목을 염두에 두고 아내의 아버지가 양자로 들일 요량으로 점쳤던 것이 심열국이지만 딸이 그와 결혼을 자처하는 바람에 데릴사위가 되어야 했고 그런 연유로 심열국과 민씨 사이는 순탄하지 않아 자식이 들어서지 않았으니 후사를 위해 씨받이로 낳은 것이 재이였으나 뒤늦게 심열국과 민씨 사이에 아들 홍랑이 태어나면서 재이는 민씨 부인에게 더욱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온 정성을 쏟아 키운 홍랑, 그런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엄청난 부와 권력으로 홍랑을 찾으려 하지만 10년이 지날 동안 홍랑의 소식은 종잡을 수 없다. 애지중지 키워온 홍랑이 없어지자 민씨의 화살은 재이에게 향했고 그로 인해 더욱 혹독한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는데.... 그나마 집안에서 스스럼없이 자신을 대해주던 홍랑의 실종에 재이 또한 힘든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홍랑의 실종으로 모두 힘든 나날을 보내기를 십 년, 기억을 잃었다는 말을 하며 느닷없이 홍랑이 나타나게 되고 이에 민부인은 의심을 거둔 채 그가 홍랑이라며 반가워한다. 하지만 재이는 홍랑의 존재가 의심스럽기만 한데....

소설은 금을 삼키다는 호기심에서 시작하지만 목까지 금을 채워 인간을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만드는 형벌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급속도로 슬프고 처절한 이야기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 각자의 신분으로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마음이 안타깝게 배어들어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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