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2 - 중국, 사람이 하늘을 열어젖히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2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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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나 보게 되는 진귀한 미술품이나 보물들, 기계의 발달을 고려할 수 없던 먼 시대의 보물들이지만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볼 때마다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문명의 발달을 이야기하며 상하를 따지기에는 아주 오래전 살았던 조상들의 솜씨는 몇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후손들이 봐도 절대 빠지지 않음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그에 맞춰 미술품에 대해서는 같은 보폭으로 흥미를 느낄 수 없었는데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에는 어떤 내용들이 실려 있을지 퍽 궁금했더랬다. 동양미술 이야기가 다름 아닌 중국의 이야기라 우리나라 미술품과도 연관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였는데 동양미술에 관한 참고서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있어 책장에 꽂아두고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을 책으로 딱이었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지도까지 잘 첨부되어 있어 한국, 중국, 일본 외의 동양의 미술품 역사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어 나처럼 미술품엔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두께감이 있어 쉽사리 손이 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내고 일단 펼치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술술 읽어낼 정도로 꿀잼이 보장돼 있는 책이다.

세계 3대 문명의 발달하면 늘 등장하는 황하강에서부터 시작하는 중국의 문명은 중화 문화에 대한 이해로 먼저 풀며 그 어느 나라보다 먼저 발달한 문명만큼이나 서양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던 도자기 기술을 자랑했던 중국인들의 도자기 기술부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같은 동양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볼 수 없을 만큼 장대하고 큼직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중국의 보물들은 일찍이 그 기술이 빛을 발해 그 어느 나라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바닷길을 닫아걸었던 정책 때문에 중국의 도자기가 세계에서 빛을 내지 못했던 이야기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국을 통일했던 진나라의 등장과 상형문자, 천하를 통일했다 자부했던 진시황이 이룩했던 어마어마했던 유적들은 그 위엄만큼이나 대단하게 다가왔지만 그만큼 중국 왕들이 왕권에 대한 권력과 야망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엿볼 수 있다. 넓은 땅만큼이나 여러 민족들의 단일을 꾀하고자 소수 민족을 지원한다는 미명 아래 자행되고 있는 일들은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만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북공정이나 최근 한복에 대한 중국의 궤변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마찰을 야기하고 있어 좋은 감정일 수만은 없는데 조상들이 이뤄냈던 찬란했던 문명을 후손된 자로서 더욱 빛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약소국이라 여겨 하찮게 여기며 억지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인정할 건 인정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게 자신들이 말하는 진정한 겸손의 미덕이 아닐까 아쉬움이 많이 뒤따른다. 그만큼이나 훌륭한 문명들을 탄생시켰는데 현재의 중국 모습을 보면 찬란한 보물들을 후손들이 빛바래게 하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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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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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4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무역 회사인 동인도 회사, 그중에서도 수익성이 가장 높은 바타비아 총독인 얀 하안은 후추, 향신료, 비단 그리고 온갖 보물을 사르담호에 싣고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르담호에 총독의 아내인 사라와 딸 리아, 총독의 정부인 크리지와 두 아들, 동인도 제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이었지만 총독이 맡긴 사건에 연루돼 죄인의 신분으로 배에 오른 새뮤얼 핍스와 핍스를 안전하게 암스테르담까지 호송하기 위해 사르담호에 오른 아렌트, 그 외 기묘한 인물인 샌더와 이사벨, 사르담호 통솔하는 선장과 선원들이 등장한다.

바타비아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장장 8개월간의 사르담호의 긴 여정은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았으니 아내인 사라와 크리지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얀 하안 총독은 암스테르담으로의 출발을 강행한다. 그리고 배에 오르기 전 사르담호에서 일했던 절름발이 목수가 화염에 휩싸이며 내뱉은 저주의 말은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항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귀족층이 머무는 공간과 8개월간의 항해 동안 1/3은 죽어나갈 밑바닥 선실의 격차, 여자와 남자의 신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떠나 거대한 파도를 가르며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를 불안감과 흥분은 등장인물들이 감추고 있을 사연이 어떻게 발현될지 호기심과 결합해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욕망과 권위에 물들어 있는 총독의 강행으로 시작된 항해,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지만 그것이 어떠한 해악도 되지 않는 시대에 귀족답지 않게 겸손한 사라와 시대를 앞섰지만 당시 마녀라는 족쇄에 채워질 수 있어 집안에만 갇혀 있었던 리아, 마녀 사냥꾼인 신교 목사인 샌더 커스와 그의 제자인 이사벨의 행동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사냥에 나갔다 정신을 잃고 새겨진 흉터가 악마의 표시인 올드 톰과 연관되며 기묘한 사건들이 배 안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악마의 소행인 것일까? 아니면 악마의 소행을 빈 인간의 것일까? 소설은 초입부터 흥미진진함을 놓치지 않는다 장장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과 다양한 등장인물의 등장에도 헷갈리거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미신적 영역과 그것에 기대는 인간의 나약함, 거대한 욕망과 인간에 대한 증오가 결합되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게끔 잘 표현해냈다는 점도 소설을 더 리얼하게 읽어낼 수 있었던 요소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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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조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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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주,수영,지애,예리,태리,소정,아름

그들의 공통점엔 성희라는 이모가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혈연보다 더 뜨겁고 끈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어달리기>이다.

 

어릴 적 다양한 이유로 성희와 만났던 꼬맹이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성희 이모로부터 각기 다른 미션을 지령받고 미션을 통과하면 이모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어리지만 성희는 그들을 마냥 어린이로만 대하지 않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고민했으며 충분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재촉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자신을 돌봐주는 제대로 된 어른이 없어 힘겨웠던 아이, 퉁명스럽지만 좀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가 힘겨웠던 아이,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음에도 사회적 시스템에 부딪쳐 힘겨워하던 아이,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 이모 때문에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된 아이....

 

성희 이모는 아이들이 겪는 난관 하나하나를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이도 있었지만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성희 이모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밑바탕을 이룬다.

 

<이어달리기>를 읽다보면 이렇게 멋진 성희 이모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란 호기심이 인다. 인간이기에 당연하리라 생각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성희 이모란 존재를 향한 감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온기는 전해졌지만 얄궂게도 내가 누려보지 못한 이들의 유대관계에 나도 모르게 질투심을 느끼기도했으니 적잖게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몇 년을 더 살았어도 그 세월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님을 살면서 자주 느낀다. 사실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했음에도 나이에 걸맞는 적당한 어른스러움이란 틀에 갇혀 여전히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중이지만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먼저인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는 성희 이모로부터 다시 한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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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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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책을 통해 듣거나 본 것들은 얕은 지식일 뿐이지만 어느 순간 이미 알만큼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이 비로소 나의 경험이 되었을 때 더 가슴 아프거나 구구절절하게 다가와지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이다. <러브 플랜트>는 분량이 적은 글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이야기인데 내가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연애담, 조금은 가슴 아프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냈던 연애담, 그쯤으로 치부해버리기엔 뭔가 석연치 않으며 해소되지 않은 갈증에 목이 더 타들어가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인칭 컷, 완벽한 밀 플랜, 러브 플랜트 세 단편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위태로워 보인다. 이 여행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내내 주인공들의 발목에 따라붙어 조바심이 나는데 자신의 태도에도 한 명은 시종일관 애써 쿨한 척 괜찮다고 하며 한 명은 그런 모습을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크게 제재하지 않는다. 보통의 연인들이라고 하기엔 이미 사랑이 식을 대로 식어버린 것일까란 생각과 그럼에도 그것을 놓지 못하는 미련함 등은 이들의 사랑이 이미 그전의 사랑은 아니었으며 앞으로도 반짝거리는 사랑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는듯하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그런 식으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에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페미니즘 소설인가? 싶으면 그게 다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인가? 싶으면 또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듯해 템포를 빨리해서 읽는다면 분명 곤역스러움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목이 <러브 플랜트>라서 통통 튀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주인공들의 천장에서 뱅글뱅글 도는 것을 보니 한 번은 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아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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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악마들
구이도 마리아 브레라 지음, 김운찬 옮김 / 그린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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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의 출신 채권전문가 '마시모'는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자신의 사수 '데릭'으로부터 인정받아 유럽 채권을 이끌어가게 된다. <데빌스>는 마시모가 데릭을 이어 총괄로 발돋움하며 더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왠지 마시모는 지금 현실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오랫동안 열망했던 것인가 묻는다면 뚜렷한 대답을 내놓을 수조차 없을 만큼 기쁨에 흠뻑 취해도 모자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마시모, 자신의 자리를 축하하는 사람들, 시기 질투로 바라보는 동료들 틈에서 마시모는 당연히 느껴져야 할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그의 지위 향상과 대조적으로 불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자신의 향수 어린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좀처럼 분위기에 젖어들지 못하던 마시모에게 시작부터 내내 쫓아다니던 암울한 분위기가 드리우게 되는데.... 자신의 상사이자 자신을 총괄로 밀어줬던 데릭의 계략에 의해 마리모는 회사에 큰 손실을 가져오게 되고 뒤늦게 이 모든 것에 데릭이 연관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 마리모는 분노하게 되는데....

작가는 소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며 등장하는 사건들은 그저 우연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달았는데 전 세계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던 리먼 사태나 이후 유럽연합의 분열을 가속화했던 것들이 누군가의 빅 픽처였다면 누군가는 조소를 머금은 채 소설 쓰고 앉아있다고 조롱하겠지만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무릎을 치며 이 모든 것이 허구가 아닌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아찔함에 머리가 멍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 모든 음모론에 대해 일침을 가했던 책들이 기존에도 있었고 이지성 작가도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이 하는 무차별 짓거리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으니 이 소설이 그냥 소설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신빙성을 더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라 굉장히 사실적이지만 일반인이 같은 보폭으로 따라가며 읽기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아 읽는 내내 어려움이 뒤따랐던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머릿속으로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생생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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