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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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며 살고 있지만 살기 위해 죽을 이유를 찾는다는 이 알 수 없는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이야기가 담겨 있길래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싶었다.

유리코는 간호사이다. 간호사로 살아가고 있지만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봉사 정신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는가 싶다. 사촌 언니에게 찾아왔던 우울증을 자신도 모르게 떠올리며 남일이 아닐 것 같은 약한 불안감을 느낀다. 유리코와 나이 터울이 나는 남동생 쇼타는 친구의 전학으로 의기소침해 있다. 밥도 거르고 방안에 들어앉아 학교 등교도 거부하고 있다. 이야기는 여유가 없는 빠듯한 간호사 생활을 하는 유리코와 남동생 쇼타, 그리고 유리코의 병원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친구를 매일같이 지극정성으로 병문안 오는 유스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성이 아닌 동성 친구 간의 지극정성인 병문안을 호기심으로 엿보는 사람들, 그들의 우정에 대한 호기심과 혹여 우정이 아닌 사랑이 아닐까라는 궁금증들도 이어지지만 어린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이들의 사연은 독자로서도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꽤 긴 분량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란 의문이 들기도 하며 덤덤하게 전개된다.

도입부를 읽을 땐 간호사 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보는 유리코의 간호사란 직업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가라고 짐작했더랬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 책의 주인공은 유리코가 병원에서 마주치는 유스케와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도모야의 이야기로 흘러가며 이 둘의 어린 시절부터 자라면서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부모님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그리고 바다족과 산족에 관한 이야기가 이들이 자라온 환경에서 부모의 역할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되새겨 생각해 보게끔 한다. 다소 어려운 느낌이 있고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란 의문이 들어 지루해질 만도 한데 책을 덮을 즘엔 가슴에 남는 묵직함이 있어 쉽게 털어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뭔가 마음에 들어왔지만 쉽게 정의하고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내내 언저리에 남아 있는 소설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제목만큼이나 참 묘하게 다가온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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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억
최정원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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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전철역 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며 영웅으로 부상한 기석은 잘생긴 외모와 모범적인 인상을 등에 업으며 그를 눈여겨 본 교수의 딸과 결혼하여 평탄한 삶을 살아간다. 모자라지 않은 삶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기석은 아내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본능을 찾아 젊은 여자를 찾고 기석의 아내 유경도 남편에게서 채워지지 않은 애정을 같은 아파트 20층에 사는 젊은 남자에게서 찾으려 한다.

아쉬울 것 없는 그들의 삶은 보이는 것과 달리 삐거덕거리는 결핍 속에 갇혀 있고 이야기는 기석과 유경, 영환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무언가 고약한 악연의 연결고리 선상에 있는 이들은 어떤 비밀을 간직한 채 서로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클럽에서 젊은 여자를 유혹해 이동하던 중 정신을 잃은 기석은 몸이 묶인 채 깨어난다. 어둡고 캄캄한 방에서 정신을 차린 기석은 모니터에 비친 세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들은 아내인 유경과 아들, 아버지임을 알고 경악한다. 하지만 모니터에 비춘 셋 중 한 명을 지목해야 자신이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지시에 기석은 아내를 지목하고 복면을 쓴 남자가 아내를 처참히 강간한 후 전기톱으로 살해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전작인 <레시피>가 심상치 않았던 단편들이었기에 <붉은 기억>도 수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전작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처참함 그 자체로 다가왔다.

어린 시절 기석의 캠프에 친구인 지후와 참가했던 영환, 하지만 지후는 캠프에서 실종되었다가 며칠 후 끔찍한 토막 시체로 발견되고 이로 인해 기억을 잃은 영환과 자식을 잃은 지후 부모, 한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여러 명의 상처는 오랜 세월을 지나며 잔혹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너무 끔찍하고 처참한 이야기라 책장을 덮기까지 꽤 힘들게 읽을 수밖에 없는 <붉은 기억>, 읽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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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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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관점에서 쓰인 글들이 매력인 '무라타 사야카'의 단편집 <무성 교실>은 책 제목인 '무성 교실' 외에 3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작가로 등단하며 상을 받은 책 제목인 직업을 가진 이력 때문에 매스컴에서 이미 유명해졌는데 그 이후 만난 책들도 '무라타 사야카'만의 확실히 독특한 문체로 각인되어 신간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책 제목인 <무성 교실>은 젠더가 금지된 학교라는 주제에 맞게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복장으로 자신의 성에 대해 발설하는 것이 금지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성을 알 수 없는 친구에게 끌리고 그로 인한 궁금증에 노출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렇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무던히도 번거로운 일이며 자신이 설정한 대단한 이상이 아닌 이상에는 다 같이 맞춰 이런 것들을 실현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역시 관점의 다름에서 오는 이야기라 요즘같이 젠더로 이슈화가 많이 되는 시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외에도 '비밀의 화원'이나 '변용'같은 이야기도 다소 엉뚱하지만 뭔가 가슴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네 편중 처음 등장하는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 소녀>는 '무라타 사야카'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존의 글들과 차별화가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다. 어찌 보면 쉽지 않은 주제인데 유년 시절부터 간직해온 비밀을 통해 어른으로 도약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재밌었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캐릭터를 서른 중반의 어른이 된 시점에서도 쉽사리 놓지 않고 힘들 때마다 용기를 얻는 모습에서 발랄함과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글 느낌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왠지 기존 것과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어 앞으로 만나게 될 이야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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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현대사 인권기행 2
박래군 지음 / 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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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들은 이제는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글로 다가온다.

지식으로나마 알고 있는 것도 무관심보다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곳을 현장답사로 만나보면 확연히 다름을 느끼게 된다.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보는 것의 차이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 눈과 마음에 담아지는 질이 확연히 다른데 다크투어나 현장답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에 언급된 코로나19는 몇 년 동안 이러한 현장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드는 안타까움을 만들어내 책으로라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건을 접해보고 싶어 펼쳐들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탠다면 현장 사진이 실려 있어 사진으로나마 생생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막상 책을 펼치면 이미 알고 있었던 몇 가지 내용만을 다룬 게 아님을 알 수 있는데 민중들이 들고일어났던 동학 농민부터 천주교 병인박해 순교성지, 소수자 인권운동 단체 진주 형평사, 한국전쟁 시 처참했던 민간인 학살 터, 사회복지시설의 어두운 면인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터, 나라를 위한 외화벌이에 앞장섰지만 자신의 존재는 잊혔을 여성들의 이야기 동두천 미군 기지촌, 화려한 고층 빌딩의 이면인 광주 대단지 사건과 용산참사, 백사마을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노동과 인권 운동가인 이소선의 연대로 이야기를 맺음 한다.

솔직히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담았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더랬다. 인권 운동가 박래군의 한국 현대사 인권 기행 1권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책을 읽기 전엔 한국전쟁이나 4.3사건, 민주 항쟁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터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는 인권과 노동의 한국 현대사란 틀에 고작 몇 가지만을 관심사로 설정하고 있었던 우매함에 씁쓸함을 맛봐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싶은 사건들, 하지만 사실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이 진보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에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국회의원의 입에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대변해야 할 본분은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도, 자질도 없는 것이 아닌가란 조바심이 들게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너무도 미미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아가기 위한 발돋움은 그래서 더 가치있게 다가와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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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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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을 흥미롭게 읽었던 독자라면, 또는 시청자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을 소설 <악의 심장>

제목부터, 표지부터 강렬한 것은 말할 수도 없겠거니와 <양들의 침묵>과 견줄 만큼의 충격 심리 스릴러라는 문구는 가히 빈말이 아님을 소설을 덮는 즉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소설이다.

한적한 시골의 고속도로, 월턴 보안관과 보비 데일 보안관보는 고속도로 외곽의 휴게소에 들른다. 마침 끝내주게 맛있는 시나몬 애플파이가 나오는 요일이었으므로 애플파이가 오븐에서 나오는 오전 6시에 맞춰 자리를 잡았고 막 구워진 파이를 맛보려는 찰나 중심을 잃은 트럭이 휴게소로 돌진해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다행히 트럭은 휴게소를 정면으로 들이받지 않고 화장실을 들이받음으로써 멈췄지만 운전 중 심장발작으로 휴게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상황보다 돌진하던 트럭이 치고 지나가며 자동차의 트렁크가 열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아이스박스 안에 담겨 있던 머리만 잘린 두 여성의 머리가 공개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렇게 바로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FBI 아카데미 깊숙한 곳에 갇히게 되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며 며칠 동안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다.

한편 범죄심리 수사관으로 학년을 몇 개씩이나 건너뛰며 명석함을 자랑하는 로버트 헌터는 몇 년 만의 휴가를 앞두고 있고 바로 몇 시간 후면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지만 FBI의 국립 강력범죄분석센터 책임자의 호출로 휴가를 미룰 수밖에 없게 된다. 시골 고속도로에서 발견된 머리만 있는 두 여성의 시체를 실었던 차 주인 범인이 바로 헌터를 지목했기 때문이고 공교롭게도 범인은 헌터가 대학시절 몇 년 동안 함께 방을 쓰던 옛 친구였는데....

몇 년 동안 같은 방을 쓰며 절친으로 지냈던 사이지만 학교를 졸업하며 연락이 끊긴 지 몇십 년, 그렇게 두 사람은 범인과 수사관이라는 신분으로 마주하게 되고 범인으로 지목된 루시엔은 헌터에게 자신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며 학교에서 만난 여자 때문에 자신이 마약에 손을 대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루시엔은 자신은 그저 누군가의 지시로 아이스박스를 운반만 하는 일을 맡았으며 그것들을 기록한 일지가 있으며 자신이 기거하던 곳에 가면 발견할 수 있으니 찾아달라고 한다.

대학시절 헌터는 루시엔이 거짓말을 할 때의 버릇을 알고 있었고 대면 시 루시엔에게서 거짓말을 포착할 수 없었기에 그가 마약에 빠져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한순간을 간파하지 못했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그가 알려준 곳으로 향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뜻밖의 액자였는데...

<악의 심장>을 쓴 작가 '크리스 카터'는 독자를 휘어잡는 법을 너무 예리하게 잘 알고 있는듯하다. 이미 <양들의 침묵>이 언급되며 어떤 구도로 이야기가 흘러가겠다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마조마한 불안감을 한시도 거둘 수 없게 독자들을 쪼며 중간에 절대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전개를 펼친다. <양들의 침묵>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실로 오랜만에 심장 쪼이는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며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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