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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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지만 굳이 들먹이고 싶지 않은 나의 단점을 상대방이 들추었을 때의 기분은 상상하지 않아도 살면서 몇 번씩이나 겪었던 일이기에 꽤나 열받고 착잡하며 절망스럽기까지 한데 내가 살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바라본다는 건 누군가가 나의 치부를 들추었을 때의 치욕감이 몇십 배, 몇백 배나 느껴지기에 애써 외면하고 싶은 문제들일 것이다.

당장 내 생활도 벅차고 힘든 판국에 누군가의 힘듦에 귀 기울이고 작은 위로나 도움의 손길조차 내밀지 못하는 사회, 어쩌면 그러 사회를 탓하는 것조차 이기적이라 말하는 사회에서 상식적이지도 않으며 용서할 수도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 사건과 사고를 접하면서 그 피해자가 내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감을 느껴야 하는 나 자신의 누추함을 언제까지 모른척할 수 있을까....

<민낯들>은 열두 가지의 민낯을 담고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이 용납될 수 없는 군대의 모습을 담은 변희수 하사의 이야기, 사이버 공격을 받으며 조금씩 무너졌던 가수 최진리, 인간이 견뎌낼 수 없을 만큼의 체벌을 고심 끝에 신고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최숙현 선수의 이야기, 하청 직원의 목숨에도 등급이 있음에 충격을 주었던 김용균 씨 이야기, 선택적 복지에서 차별되어 고립되었던 성북동 네 모녀 이야기, 정부와 기업의, 아직도 속시원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차별화되는 현시대 이야기, 소녀와 여성이 그저 몸으로만 평가되고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행위가 수많은 남성들에 눈에 아무런 잣대 없이 비쳤던 n번방 사건, 사회와 종교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억압되었던 낙태죄 폐지, 정부의 무능함을 여과 없이 보여줬던 세월호 사건, 이건 나라가 아니라며 들고 일어섰지만 현재를 돌이켜보면 뭐가 달라졌는지 다시금 의문점이 들게 하는 박근혜 탄핵 사건, 공정하다는 착각을 불러온 조국 사태 이야기를 통해 차별화는 혐오로, 계층 간 고립으로, 어느덧 그런 시선들이 당연하게 자리 잡아온 사회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아프다. 가진 자는 가진 게 없어서 차별받고 배우고 잘 사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그것이 팬덤 현상으로 이어지는 희한한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과 계속되는 반문 속에 뚜렷한 해답이 있음에도 그것이 언제쯤 개선될지 착잡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마주 보는 것 자체가 힘겨움 그 자체이다. 알고 있는 민낯을 들여다보며 들쑤시고 그 아픔을 온전히 그러안기가 너무도 버겁기 때문에 힘들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올바른 잣대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당장 무엇이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그것을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인식을 가지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류에 휩쓸려 내가 인간이라는 본성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근자근 꼭꼭 씹어 읽어봐야 한다. 아프지만 그래서 더 마주해야 할 이야기들, 우리의, 사회의 민낯이라 아프지만 피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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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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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고 아프지만 마주해야할 대한민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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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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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금세 읽을 수 있고 그래서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내기 쉬워 상대방의 연락처를 따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사람,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보이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을 조종해서라도 그것을 얻어내고야 마는 사람. '나는 소시오패스다'라는 문장이 처음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모든 사람이 부러워 마지않는 인싸인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소름 끼치게도 24명 중 1명의 확률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등장한 '나는 소시오패스이다'라는 문장은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대입해가며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까지 떠올리게 하느라 독자들의 머릿속을 분주하게 만든다.

해브메이어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에릭 패리시 박사, 이성을 잡아끄는 외모 덕분에 그의 별거 소식은 주변 여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기에 충분했지만 에릭은 하나뿐인 딸 해나와 전처인 케이틀린의 마음을 돌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해나를 위해 아내에게 저렴하게 팔았던 집을 아내가 비싼 값에 판 것과 그림 그리기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해나가 갑자기 소프트볼 연습팀에 참가하게 된 것, 그리고 그 배경에 비워진 자신의 자리를 꿰찬 어느 남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에릭은 배신감에 몸부림치게 된다. 이제까지 해나를 위해 케이틀린이 마음을 돌려주기를 희망했지만 케이틀린의 본심을 알게 된 에릭은 해나를 자신이 양육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그와 맞물려 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티그너 부인의 상담을 맡은 에릭은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손자 맥스에 대한 것이었으니 그녀는 도망친 사위와 맥스를 낳았지만 제대로 된 육아를 할 줄 모르는 딸의 부재, 지금까지는 자신이 키웠지만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을 맥스가 헤쳐갈 모든 것이 걱정되어 에릭에게 맥스를 상담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에릭은 티그너 부인의 애틋한 마음을 받아 맥스를 상담하기 시작하고 그에게 15분마다 의식적으로 행하는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강박 증세는 맥스가 좋아하는 소녀 르네와 연관되며 위험한 상상에까지 이르는데... 맥스가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될까 걱정스러운 에릭과 그에게 약 처방을 받고 싶어 하는 맥스, 상담을 더할수록 맥스가 에릭에게 숨기는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은 거둘 수가 없는데 작가는 첫 장에 '나는 소시오패스다'라는 문장을 던져줌으로써 등장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드는 고민을 안겨주었으니 재미있게도 뭔가 긴박한 이야기는 분명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도중에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도대체 소시오패스는 누구인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에릭? 그가 상담하는 맥스? 해나를 뺏기기 싫은 전부인? 자신에게 홀딱 반한 의대생? 오랜 친구였지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의사 친구?......

등장하는 인물마다 나중에 누가 뒤통수를 칠까 내심 마음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라고? 생각해 실망을 느낄 찰나 작가는 진짜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작가는 분명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게 분명하다는 확신은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궁금증에 멈추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미 인정하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의 구도와는 좀 더 다르게 다가와 색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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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메이트 - 영혼의 치유자,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하세 세이슈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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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소년과 개>가 너무 기억에 남았기에 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소울 메이트> 또한 감동으로 다가오리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한치의 어긋남 없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기에 충분한 소설이라 그저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서 느낄 감동을 넘어서 인간의 오만함에, 나보다 한껏 나약한 존재로 인식한 동물에 대한 경외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에 대한 감사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번져 나오키상을 받았던 전작만큼이나 따뜻하고도 놀랍게 다가왔다.

<소울 메이트>에는 일곱 종의 개가 등장한다. 보통 일본 소설하면 고양이를 주제로 한 내용이 많았기에 전작인 <소년과 개>를 읽을 때도 일본 소설치고 의외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일본 소설을 많이 보았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실제로 죽음을 앞둔 반려견을 위해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공기가 좋은 시골로 이사를 할 만큼 반려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어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배었고 그것이 큰 감동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일곱 편의 단편에서는 치와와, 보르조이, 시바, 웰시 코기 펨브룩, 저먼 셰퍼드, 잭 러셀 테리어, 버니즈 마운틴 도그가 등장한다. 외모나 품종만큼 다양한 개들의 성향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는데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에 의해 키워지는 애견에 국한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의 나약한 마음을 달래주고 다시금 용기를 주는 반려견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을 읽으며 개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너무 훈훈한 소설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개를 키웠던 사람이라면 다양한 이야기에 녹아있는 주인을 향한 개들의 마음이 결코 거짓이 아니란 것에 공감할 것이다. 말을 하진 못하지만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 반려견의 눈을 통해 개의 탈을 뒤집어쓴 사람이 아닐까란 의문을 수차례 가졌던 나로서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해 미처 알지 못하는 이야기에도 왠지 모를 공감이 가서 일곱 편 모두 특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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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세계
고요한 외 지음 / &(앤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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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을 접했을 때 SF 앤솔로지 소설인 줄 알았더랬다. 2의 세계란 제목에서 평행이론을 떠올리며 기존 작품에선 보지 못했던 작가님의 새로운 장르가 궁금해 펼쳤는데 소설을 읽으며 제목만 보고 SF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단편마다 전하는 묵직함 때문에 나 자신의 실수를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2의 세계>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이 아닌 2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인데 평소 2에 대해 깊게, 폭넓게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2에 대해서도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평소 2란 숫자에 얼마나 얽매여 있었는지, 더 나아갈 수 있었음에도 왜 그 이상을 생각해 내지 못했는지 일곱 명의 다채로운 작가들만큼 풍부한 이야기가 꽤 매력적인 소설이다.

사랑하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 끝나지 않는 시험의 굴레, 이성으로 만났지만 이성을 넘어선 사랑의 이야기, 나는 아니지만 나와 닮은 나의 이야기, 아이돌을 주제로 다룬 이야기 등 떠올리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나도 겪었음직한 이야기들이 모두 2에 포함되는 것들이었지만 소설을 읽을수록 평소에 얼마나 2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가란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다.

내 경험이었음직한 이야기, 주변에서 들었음직한 이야기지만 그것들은 또 하나의 주제로 탄생해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며 재탄생한 <2의 세계>, 앤솔로지지만 가볍지 않는 울림이 있어 더욱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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