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
라비니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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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움츠러드는 일이 많은 성격, 남 앞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싫어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채로 사는 것이 편한 성격, 지금까지 나를 형성해왔고 앞으로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을 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불만이었던 이런 성격을 비로소 나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이상으로 그리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감에 주변인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쳐지는 성격이기에 인정하지 못하고 수많은 자책과 합리화와 혐오로 오랜 기간 들끓는 시간을 보낸 후에 비로소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기까지 너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부정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다독거리며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그렇게 되기까지 힘을 줬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따듯한 말이나 조언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련과 애환이 담긴, 그와 내가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나는 자책만 하기 바빴다면 타자는 그런 자신을 보듬고 위로하며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다독거린, 그런 감정들이 온전히 담겨있는 책을 보면서 비로소 나는 내 안에서 이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나를 만든 건 내가 사랑한 단어였다>란 제목을 접하며 나는 살면서 사랑했던 단어가 뭐가 있을까란 질문을 하게 만들었는데 지금껏 나를 일으켜준 수많은 저자들의 특별하지 않은, 오히려 소소한 일상에서 깨닫게 되는 깨달음들이 이 책에도 실려 있을 것 같아 얼른 펼쳐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보면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그렇고 그런 날 중 피하고 싶었던 타인과의 마찰이나 뾰족한 마음에 나 자신에게로 화살이 돌아오는 순간들, 쉽게 놓지 못하고 절절매는 감정을 저자는 단어에 담아 그 순간의 감정을 글로 담았다. 나와 다르지 않은 그의 일상에서, 기분 나빴거나 무언가 퍼뜩 깨달아졌던 순간들이 글로 다가와 공감되지는 부분도 많았고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낙관의 믿음은 역시 이 책에도 존재하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주변인들의 공감을 얻는 것조차 힘겹거나 버겁다고 느껴진다면 공감할 수 있는 단어들을 훑으며 공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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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 당신이 모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재구성
미켈 보르크-야콥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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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주춤한 면이 좀 있지만 그전까지 심리학 책을 보기 위해 서점에 들르면 프로이트란 이름의 제목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심리학에 관심은 있지만 그렇다고 전공자는 아닌, 어디까지나 호기심에 들춰보는 심리학서에서 어김없이 마주치게 되는 이름 '지그문트 프로이트',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고 인용되는 글귀도 많으며 심리학 얘기를 꺼낼 때 바이블처럼 거론되는 이름이지만 융이나 아들러 심리학을 접한 사람이라면 프로이트의 주장에 뭔가 의구심이 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오래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끝까지 읽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가 주장하는 이론들에 모두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대표적으로 신화 속 주인공들의 비극을 성과 연결하여 결론짓는 것에 대해 반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데 어쨌거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프로이트의 극히 작은 주장 일부분이기도 했고 비전공자가 심리학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오만스러운 짓거리 같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가슴 언저리엔 늘 의구심이 남았기에 <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이란 제목에 혹하게 됐던 것 같다.

이 책은 '미켈 보르크 야콥센'이 25년 동안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을 받았던 환자 38명을 추적,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프로이트와 파를 같이하거나 파를 같이 하지 않아서의 다양한 이유를 들어 프로이트 이론에 보태지는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최대한 배제되어 그동안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거슬렸을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신선하게까지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종교적인 측면과 남자가 바라보는 사회성을 프로이트라고 피해 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 책을 보면서 더 강하게 작용했는데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간주해 내린 진단이나 전에도 강한 의구심을 느꼈지만 성에 대해 집착한다는 생각이 강할 만큼 환자들에게 적용된 의심 어린 진단 등은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정신분석학 이론의 중심에 있지만 그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상충하는 것은 피해 갈 수 없을 듯하며 기존에 나와 같은 의구심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가 시행했던 치료법이 과연 적절했던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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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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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왠지 위태로운 느낌을 주는 <글래스 호텔>은 2008년 폰지 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슷한 유의 사기 사건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비단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선량한 시민들이 평생을 애지중지 모은 돈들이 작정하고 덤벼든 사기꾼들에 의해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는 일들은 강한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는데 소설 속에 등장해 투자 사기를 맞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이지만 그에 반해 조너선의 트로피 와이프인 빈센트와 그녀의 이복 오빠인 폴의 가난한 성장 배경은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헛된 꿈을 대조적이게 표현하고 있어 부자인 사람들이 사기를 맞았다고 타격이 덜 하겠다는 이기적인 시선에 일침을 가한다.

음악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먹고사는데 지장이 있다는 부모님의 염려에 자신과 맞지도 않는 전공을 선택한 폴, 하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른 전공이 흥미 있을 리 없었고 대학에서도 외톨이처럼 지내 누구와도 섞이지 못한 폴은 우연히 클럽에서 애니카를 만나 호감을 느끼지만 쉽사리 다가갈 수 없다. 그러던 중 폴이 지니고 있던 약을 애니카가 속해있는 밴드 일원이 먹고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폴은 이복동생이 살고 있는 섬에서 조우하게 되고 이후 몇 년이 흘러 그 섬에 세워진 5성급 호텔 카이에트 호텔에서 함께 근무하게 된다.

동생 덕에 호텔 청소 일을 하게 된 폴과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빈센트, 어떻게 해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젊은이들은 호텔 소유주인 조너선이 빈센트에게 반해 트로피 와이프로 맞아들이게 되면서 빈센트는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다. 평생을 벗어나지 못했던 섬을 벗어나 미국 최상층 중에서도 최상층이 사는 도시와 외곽에 있는 저택에서 집사의 수발을 받으며 안락한 삶을 시작하게 된 빈센트, 하지만 그런 안락한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빈센트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사치스러운 생활에 조금씩 녹아들기 시작한다.

실제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결혼한 부부인 척 생활하는 조너선과 빈센트, 시끌벅적한 사교모임이란 곳엔 함께 참석하지만 자신의 딸보다 어린 빈센트가 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잘 보이길 바라는 조너선, 좋은 감정은 있지만 미치도록 사랑하는 감정은 아닌, 그럼에도 자신을 향한 조너선의 감정을 기회로 거머쥔 빈센트의 이런 생활들은 상류층과 가진 것 없고 미래가 암담해 보이는 젊은이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돈을 향한 인간의 열망과 허영심, 불안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움켜쥐고 싶은 이들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비친다.

소설은 흥미진진한 전개보다는 돈으로 인해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돈으로 인해 인간이 무너져가는 심리적 묘사를 보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어 흥미 위주보다는 인간 내면의 감정에 더 초점을 둔 느낌의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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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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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인간의 당연한 심리를 잘 나타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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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
후지타니 지아키 지음, 이경은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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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이 되기 전부터 결혼 전까지 쭉 혼자 살았던 기간이 길어 나름 자취 생활에 대해 한두 마디쯤 거들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런 내가 금기시했던 것이 누군가를 내 공간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동거에 대해서만큼은 철벽을 두를 만큼 부정적인 면이 강한데 형제 없이 혼자 자란 탓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그 순간을 견뎌내는 게 힘들기에 한참 친구와 놀다가도 늦은 밤 혼자 사는 집에 친구를 불러들여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물론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것만큼은 아직도 꽤나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 한 집에 여자 넷이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이며 그들이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에피소드가 더 궁금하게 다가와졌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을 포함해 30대 덕후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애니메이션 덕후들이라 평소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평소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으며 더더욱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글 속에서 난무하는 드립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그럼에도 각자 하루를 보내고 만나게 되는 이들의 만남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음에도 정겹게 따스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으며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이며 내가 본 주변인들의 동거 생활은 항상 그 끝이 좋지 않았기에 마음이 맞는 이들이 함께 잘 살아가는 모습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볼듯한 느낌이지만 그것을 현실 속에서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집을 고르고 방 크기에 맞게 생활비를 분배하며 함께 생활해나가는 이들, 각자 생활 방식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지만 함께 살기 위해 이들은 합리적인 동거 생활을 도출하며 즐겁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글에선 굳이 노력할 정도로 힘겨운 감정 소비 없이 참 죽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였구나란 느낌이 강한데 이렇게 만나기도 힘들지만 그보다 함께 살기 위한 이들의 지혜로움에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져서 이런 사람들끼리의 동거 생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한창 셰어하우스 붐이 일었던 기억이 있는데 높은 부동산 가격과 젊은이들의 일자리 고충이라는 사회적 문제 뒤로 도시화로 인해 점점 더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외롭고 고독한 인간상이 어느 정도 절충되는 효과를 셰어하우스를 통해 볼 수 있어 사회적인 현상으로만 재단해서 보는 것도 너무 지나친 생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금씩의 고충은 있겠지만 이렇게 서로 죽이 잘 맞아 즐겁게 살아간다면 오히려 힘든 점 보다 이들을 통해 얻는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가 더 크게 작용해 그전과는 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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