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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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핑계로 귀가가 늦는 남편, 갓난쟁이를 둔 셸비는 남편이 둘러대는 핑계와 옷깃에 묻은 립스틱 자국에도 화를 낼 여력이 없다. 이미 어긋나기 시작했고 남편이 외도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따져 묻는 것조차 귀찮을 뿐이다. 그런 셸비에게 유일한 위안은 남편의 귀가 후 동네를 운동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남편에게 둘러대기 위한 핑계였을 뿐 셸비 또한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남성과 잠깐의 쾌락을 즐기고 있었으니 부부의 모습이 위태롭기 짝이 없는 와중에 셸비는 외도를 즐기러 나간 길에 사라지게 된다.

현재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딜라일라, 처음 납치되었을 때 딜라일라는 하루하루를 꼽아보려고 애썼었다. 하지만 춥고 냄새나며 습하고 축축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낮인지 밤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공간에서 하루를 세는 일은 불가능했고 그렇게 자신을 납치해온 여자와 남자가 주는 곤죽 같은 오트밀을 살기 위해 목구멍으로 넘기며 생명을 부여잡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였던 그 공간에 거스라는 아이가 잡혀오면서 딜라일라와 거스는 얼굴조차 제대로 본 적 없지만 서로 의지하게 되고 딜라일라는 거스를 위해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다.

늦은 밤 조시와 레오는 이웃집에 사는 케이트의 집에 방문해 아내인 메러디스와 딸 딜라일라를 보지 못했냐며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케이트는 메러디스와 딜라일라의 행방을 알지 못했고 그렇게 며칠이 흘러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실종되었다는 대대적인 매체를 접하게 된다.

실종되기 전 메러디스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협박 문자를 받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그런 문자를 받을만한 잘못을 저지른 기억이 없지만 자신의 이름을 대며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문자에 메러디스는 살기를 느낀다.

<사라진 여자들>은 11년 전 셸비와 메러디스, 딜라일라가 실종된 시점과 현재 시점을 오고 가며 전개된다. 11년 전 실종됐던 셸비와 메러디스가 시체로 발견되고 행방이 묘연했던 딜라일라는 11년 만에 감금되었다 도망쳐 나와 피폐해진 모습으로 발견되고 동생인 레오의 현재 시점이 등장하면서 도대체 세 여자는 누구에게 납치되었던 것이며 무슨 이유로 이런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것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도대체 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것인지 읽을수록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도중에 절대 덮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떠오르는 가설들을 무참히 깨며 이들의 교집합이 드러나는 순간 헉하게 만든다.

기존 '디 아더 미세스'란 소설을 읽으며 처음 접하게 됐었고 그때도 꽤 강렬한 느낌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이 더 강렬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미 TV 드라마 제작 확정이 될 정도로 작가의 소설을 알아본 이들이 많았다는 소개는 전혀 부풀려진 이야기가 아니기에 아직 접해보지 못한 독자라면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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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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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둔 마지막 날 호텔 바 라운지에 모인 세 사람.

큰 키의 피부가 가무잡잡한 여든여섯 살의 시노다 간지와 몸집이 작고 대머리인 여든 살의 시게모리 츠토무, 늘어진 뺨에 숏 보브 스타일인 여든두 살 미야시타 치사코. 연말 밤에 남자 둘과 여자 하나라는 구성은 차치하더라도 고령의 노인이 바를 찾는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기에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요즘 시니어들도 예전 같은 고루한 발상을 고수하지는 않기에 어떻게 보면 상당히 세련됐다고 느낄 수 있는 이들의 조합은 젊은 시절부터 미술서적 출판사에서 함께 일하며 오랜 기간을 함께 봐왔기에 가능했으리라.

새해가 밝았지만 평범한 일상의 어느 하루와 다를 바 없는 새해 아침, 정해진 규칙처럼 새해 아침밥을 먹기 위해 처갓집으로 향한 치사코의 손자는 뉴스에서 도쿄 호텔에서 세 명의 노인이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보도를 그냥 흘려듣는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같은 뉴스를 접하는 이들, 왠지 그 노인이 나의 할머니인 것 같아 불안감이 엄습하는 사람, 어쩌면 저런 일이 있을까 싶어 혀를 차며 안타까워하는 사람 등 뉴스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왜 죽었을까? 세 명이 총을 어떻게 쏴서 죽었을까? 등등의 꼬리를 무는 궁금증 뒤로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자살한 세 노인인 간지와 츠토무, 치사코가 계획을 앞둔 시점 바에서 만나는 진행형과 세 사람이 죽은 후 그들의 자식이나 손자들 또는 지인의 관점을 담아냈다.

세 노인은 무슨 사연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소설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도쿄 시내 호텔에서 엽총으로 세 노인 자살'이라는 충격적이고도 자극적인 사건을 세 노인의 관점으로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삶이 극한까지 처해져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배우자를 먼저 보낸 간지와 치사코, 배우자는 없지만 사는 동안 숱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었던 츠토무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그 어떠한 언질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집을 포함한 재산을 처리하고 아끼던 귀중품들을 받으면 좋아할 사람들에게 남기며 가족들 몰래 오랫동안 계획을 준비한 이들, 그렇게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할머니를 보내고 남겨진 이들은 각기 다양한 추억과 생각으로 그들을 기억한다.

자상한 아버지였으며 가정을 이루는 동안 바람을 피우는 등 가족을 힘들게 할만한 일을 하지 않았던 간지, 맞벌이를 하며 바쁜 삶을 보냈지만 아이들을 소홀하게 키우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치사코, 출판사를 그만둔 후 사업과 일본어 학교 선생님 등의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아 결국엔 빚을 떠안고 어려운 노년 생활을 하던 츠토무의 곁에 남겨진 이들은 자식과 손자, 지인으로 황망하게 죽어 배신감을 느끼는 자식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각자 간직한 기억은 힘들고 어려울 때 한없이 도와준 감사함이다.

세 노인의 죽음으로 십 년 넘게 의절하고 살던 가족이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서로 간 오해와 오랫동안 부채로 남아있던 미안함을 조금씩 메워가기 시작하는 삶을 시작했으며 흔들리던 삶을 다시금 굳건하게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이들, 어떻게 보면 꽤나 비극적인 사건으로 연출될 수 있겠으나 죽은 이들도 남겨진 이들에게도 보여진 사건의 느낌과는 달라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고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다며 옅은 미소를 짓는 세 노인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아 쓸쓸하면서도 왠지 후련한 기분이 느껴졌는데 어쩌면 인생은 이렇듯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나이쯤 되면 아웅다웅하며 살았던 자신의 인생이 산뜻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왠지 작가도 나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란 느낌이 얼핏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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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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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는 것과 같음을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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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송경혁 지음 / 고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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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뽑은 차를 타고 기분 좋은 나들이를 가던 영길이네 가족은 덤프트럭에 치여 2미터 아래로 추락하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읜 영길은 외삼촌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외삼촌과는 왕래가 없었고 듣고 보니 왕년에 싸움 깨나했지만 부하에게 뒤통수를 맞아 재야로 사라져버린 인물과도 같았으나 막상 그런 흉흉한 소문과 달리 함께 살기 시작한 외삼촌과의 생활에 큰 불편함을 영길은 느끼지 못한다. 다만 절벽을 올라야 하는 외삼촌의 집이 불편하지만 그것도 사람들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는 곳이기에 어느 순간 영길은 그곳을 편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겨우 힘든 일상을 다잡으며 살던 삶에 외삼촌이 부모님의 보험금을 홀라당 탕진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둘은 헤어지게 되고 보금자리였던 청주를 떠나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없던 영길은 정처 없이 전국을 떠돌며 나이를 먹다 영장이 나와서야 다시 청주를 찾게 되는데 그곳에서 잊고 있었던 친구 상일을 만난다. 영일의 기억 속에서 비중이 크지 않아 먼저 아는체하지 않았다면 분명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지나쳤을 친구 상일이지만 번번이 영길에게 다가와 아는체하며 다정하게 구는 상일이 싫지 않았고 상일이로 인해 영길은 떠돌이 생활을 잠시 접고 청주에 머무르게 된다.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제목도 특이하고 흥미롭지만 외로운 청년 영길과 그의 곁을 맴도는 미래의 청년회장을 꿈꾸는 친구 상일이와의 이야기가 나름 따뜻하게 다가온다.

제목에서 뭔가 느껴지듯 영길의 피가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특수한 피이며 영길과 외삼촌 주변에 블러드 하이 소속 직원이 맴돌며 매혈을 하는데 그 속에 음모가 숨어 있다는 게 또 재밌는 요소이며 이 소설은 장르를 딱 구분 짓기에 애매한 듯싶지만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그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짧은 소설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데 읽으면서도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된다는 점이 아무래도 가장 큰 즐거움으로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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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 영국 최고 법정신의학자의 26년간 현장 기록
리처드 테일러 지음, 공민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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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인류 최초의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가 탄생한 곳인 영국에서 26년간 법정신의학자로 일하며 만난 범죄자들의 정신세계를 담은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은 제목만큼이나 끔찍한 사건들이 생생하게 담긴 현장 기록이다.

영화나 소설을 보는 게 아님에도 사건이 어찌나 잔혹한지 책을 읽는 내내 소름과 공포를 내내 느껴야 했을 정도이다. 지능화되었든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 조절이 안되었든 간에 가해자들은 분명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며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고도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왜곡하거나 정신이상으로 인한 형량 감량을 받기 위해 선수를 치는 등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어 몸서리가 쳐진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은 26년 동안 그가 만나온 범죄자들의 유형을 성적 살인, 정신 이상 살인, 영아 살해, 연인을 죽인 남자들, 연인을 죽인 여자들, 범죄를 잊은 살인자, 강도 살인, 테러범들의 주제로 나누어 담아냈다. 그 어떠한 끔찍하고 잔인한 영화보다도 잔인하고 악랄한 사건들을 연이어 봐야 한다는 게 끔찍할 정도로 마주하기 힘들지만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정신이상임이 분명하지만 꾸준한 약물 치료가 덫이 되어 풀려난 후 계속된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을 통해 무고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애매한 선상에 놓인 정신이상이란 진단이 얼마나 애매한지, 인권과 자칫 더 큰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칼날과도 같은 상황을 사법제도와 분석자들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사실 강간범, 살인범의 인권을 들며 그들이 행한 범죄보다 가벼운 형벌에 꽤나 부정적인 입장인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같은 범죄를 일으키고 석방된 후 똑같은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보다 석방 후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음에도 소수가 일으키는 끔찍한 재발 때문에 범죄자들을 향한 편견이 강한 거라면 이 또한 할 말이 없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전문가와 사법기관이 얼마나 고민스러울지, 그들의 인간성을 믿고 내린 결정에 그들이 다시 인간이기를 포기한 범죄를 저질른 상황에서 향할 사회적 비난에 고통스러워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 한쪽으로 치우친 비난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한 엿볼 수 있다.

아마 오랫동안 이어져왔던 고민이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고 이어질 고민이 될지 모를 이들의 범죄 앞에 '정신이상'이란 소견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 그 어떠한 판결도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황 앞에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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