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대학생인 사츠타는 작가를 목표로 한 적은 없지만 큰 노력을 들이지 않은 글이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시리즈로 출간되자 다니던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한다. 그즈음 어릴 적에 이름만 가끔 들어본 복잡한 먼 친척 관계인 '이에하라 할머니'가 장기 입원하게 되면서 할머니가 집을 비우는 동안 사츠타가 대신 들어가 집과 정원, 살림살이를 관리해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이 들어오고 마침 글을 쓰고 있지만 가족들 눈에는 빈둥거리는 백수로 비치는 게 신경 쓰였던 사츠타는 할머니가 사시던 버찌관으로 이사하게 된다.

가족 없이 혼자서 큰 집을 관리하며 사셨던 이에하라 할머니, 낡긴 했지만 멋진 정원과 혼자 머물 수 있는 공간, 번화가에서 좀 떨어져 있고 상가 또한 변두리에서나 볼 법한 가게들이지만 이 또한 사츠타에게는 정감 어린 장소로 다가와 버찌관에서의 생활이 활력소가 되던 것도 잠시, 가족이 없다던 할머니에게 남겨진 손녀 '리리나'가 갑자기 버찌관에 나타나면서 사츠타의 일상에 변화가 시작된다.

열 살인 리리나는 사츠타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많았고 변덕도 심했으며 사츠타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음은 물론 하고 싶은 말도 멋대로 해서 사츠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많았지만 함께 살면서 리리나가 속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자기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면서 사츠타는 리리나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 또한 피치 못하게 다가오는 법, 할머니의 퇴원이 결정되면서 사츠타는 버찌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 아쉬운 맘에 버찌관을 떠나기 리리나와 벚꽃 핀 공원 나들이를 떠나기로 한다. 그렇게 리리나 몰래 도시락까지 챙겨온 사츠타와 리리나의 즐거운 공원 나들이는 갑작스레 비가 오면서 집에 가기 위한 발걸음을 돌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츠타는 난간 아래 절벽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난간 아래로 떨어지기 전 자신을 밀었던 것이 리리나라는 것을 깨달은 사츠타는 지금 벌어지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데....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는 대학생인 사츠타와 열 살 소녀인 리리나가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정이 드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밉깔스러웠던 리리나와 점점 관계가 좋아지면서 리리나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고민하는가 하면 리리나가 아파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 아파하는 사츠타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미 초반에 너무도 훈훈해져버려서 이야기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내심 궁금했는데 느닷없이 사츠타가 난간 아래로 추락하며 정신을 잃는 사고에 당황스러움과 호기심이 교차하며 계속 읽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느닷없이 벌어진 사고 후 3개월 만에 의식을 되찾은 사츠타는 믿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분량은 짧지만 갑작스러운 전개와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어 다양한 요소를 맛보게 되는 소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골반저에 답이 있다

골반저에 답이 있다 - 삶의 질을 훼손하는 여성 질환 뿌리 뽑기
킴 보프니 지음, 윤혜영 옮김 / 한문화 / 2022년 9월

임신과 출산이 이어지며 여성들은 체형은 물론 체질이나 면역력도 약해져 기존에 없던 병에 시달리는 일이 잦다. 나 또한 체질이 많이 바뀌었고 피부가 예민하게 바뀌는가 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자궁선근증이 심해져 약물 치료를 하거나 시술을 하는 등 의학의 도움을 받는 일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나이가 먹으니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이 약해짐을 쉽게 느낄 수 있고 피로감도 예전과 다르게 더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에 골반을 강화하기 위한 대처법이 늘 궁금했지만 이것을 어디에 물어봐야 하고 어떤 운동으로 해야 할지 난감해하기를 몇 년, 그랬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쓴 '킴 보프니'는 영국의 '질 근육 강화 운동 코치'로 골반저 기능 회복 운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라고 한다. 여성들에게는 아무래도 민감한 부분이고 솔직히 산부인과에 가서도 제대로 된 운동법 등을 듣기가 어렵기에 여성들에게 골반저의 신체적 의미는 무엇인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요실금이나 성교통, 심각하게는 대변통이나 골반 장기 탈출증 같은 증상을 막기 위한 운동법 등을 그림이나 글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여 있어 누군가에게 물어보기 민망하여 속앓이만 했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요즘은 임신 출산과 상관없이 자궁 문제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들었다. 환경적인 문제나 식습관, 잘못된 옷 입는 습관 때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연유로 산부인과를 찾아도 병명을 찾아 약을 지어주고 어떤 문제들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정도에 불과하고 그 외에 일상생활에서 하면 좋을 운동법 같은 것은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기에 답답함은 물론 내 몸 안에 있음에도 어떻게 관리해 줘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있었는데 이와 같은 궁금증이 있었던 여성이라면 누군가에게 민망함을 무릅쓰고 물어보지 않을 정보를 습득하게 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싶다.

신체 해부학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골반은 골반 내부의 골반저가 체액과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골반 내부 장기의 지지와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이 골반저에 문제가 생기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흔히 발생하지만 창피해서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요실금이나 장기 탈출증 같은 증상을 겪게 된다. 보통 흔한 증상이 요실금이고 나 또한 이 증상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골반저 강화 운동법을 유심히 보며 실천 중인데 단순히 나이를 먹어가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여기기에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끔찍한 일상이 돼버릴 수도 있기에 꾸준한 골반저 운동이 답인 것 같다. 무엇보다 기능 향상을 위한 시술이나 수술보다 매일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그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방치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간과하다 보면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는 골반저 문제, 소개되는 운동법은 돈이나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돈을 들여 수술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아픔을 호소하게 된다면 이보다 바보 같은 짓이 어디 있을까, 하루에 세 번, 5분 정도만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하다 보면 외출하는 일이 두렵지만은 않으며 부수적으로 챙겨야 할 짐들 앞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00자평] 골반저에 답이 있다

골반저에 답이 있다 - 삶의 질을 훼손하는 여성 질환 뿌리 뽑기
킴 보프니 지음, 윤혜영 옮김 / 한문화 / 2022년 9월

그동안 속앓이만하고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증과 운동법을 이 책이 해결해준다.

락다운

락다운
피터 메이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0월

무장 군인들과 돌보기를 포기한 건물들, 흡사 전쟁터 폐허가 연상되는 도시에서 매일 바이러스로 인해 수십만 명씩 죽어나가지만 이조차도 정확한 수치인지 알 수가 없다. 당장 내가 며칠이나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나라의 총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을 맞이한 와중에도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다툼 공방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나라를 책임질 총리조차 바이러스를 피해 가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국민들은 허탈함과 무기력을 느낄 뿐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초토화된 도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이웃 주민들 얼굴을 못 본 지 오래전, 상가는 이미 약탈로 인해 텅텅 비었고 집 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형사 맥닐은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형사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을 실현시키기 전날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을 늘리기 위해 공사하던 장소에서 가방 안에 든 어린아이 뼈가 발견되면서 맥닐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부족한 의료시설을 임시적으로나마 짓기 위해 정부의 재촉으로 받으며 공사에 투입된 인부들,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오래이며 상당한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쓸 일도 없는 상황이지만 몰아치는 재촉에 공사를 진행하던 중 전날까지는 보지 못했던 가방이 구덩이에서 발견되고 그 안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것도 살과 분리된 뼈가 든 가방이 발견되면서 퇴직을 하루 앞둔 맥닐은 사건에 투입되고 두개골 복원을 통해 중국계 여자아이며 구순구개열의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왜 그런 끔찍한 죽음에 이르러야 했는지 사건을 파헤쳐 가던 맥닐은 아들 션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상황과 자신이 파헤치는 사건 뒤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맥닐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그를 쫓는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이 소설이 언제 쓰였는지 모르고 읽는다면 몇 년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썼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팬터믹 사태의 리얼함이 너무 잘 느껴진다. 하지만 소설이 코로나가 발병되기도 훨씬 전에 조류독감을 취재하며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소설보다 더 큰 소름이 온몸을 강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예견한 듯이 너무도 리얼하게 쓰였기 때문에 그의 예지력에 감탄마저 하게 되는데 이렇게 쓰인 소설이 당시 아무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해 최근에서야 출간됐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소설들이 시중에 나와있기에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모른다면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비슷한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할 테지만 중국계 소녀 초이의 죽음 뒤에 감춰진 거대한 음모와 바이러스가 덮친 세상이 주는 기시감이 강해 그저 그런 소설로만 다가와지지는 않았던 듯하다.

[100자평] 책과 우연들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한 사람이 있기까지의 읽고 쓰기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