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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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제목부터가 흥미롭다.

광활한 대륙을 지휘했던 고구려를 포함한 삼국이나 사극으로도 많이 제작되는 조선시대가 아닌 상대적으로 관심사에서 비켜있는 고려의 왕들을 심리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한 내용이라 제목만 보고도 충분히 기대감이 상승하게 되는 책인데 읽기에 앞서 고려의 왕들을 떠올려보면 태조 왕건과 영화 쌍화점에서 나온 공민왕 정도일 텐데 읽다 보면 생각보다 여러 왕들이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땐 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절대왕권의 상징인 왕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더랬다. 부모님과 함께 조선왕조 오백년이란 사극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시대건 권력을 향한 암투와 계락은 고도의 전술과 운이 맞아떨어진 계획이 맞물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저주와 피를 손에 묻혀야만 용상에 앉게 된 이야기는 놀랍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이제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 죽음이 과연 자연사인가 싶은 의심이 스스럼없이 들곤 하는데 앞에서는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이제나저제나 죽기만을 바라며 칼날을 겨누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늘 염두 해야만 하는 삶이라면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 싶게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던 왕들의 모습이 어쩌면 더 인간다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고려왕조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캐스팅만 다를 뿐 이야기는 거기서 거기인 드라마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사람 사는 곳, 피해 갈 수 없는 욕망과 권력이 난무하는 최고의 장소인 궁을 거쳐간 34인의 왕 이야기를 살펴본다면 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게 될 것 같다.

<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은 견훤과 궁예가 활약하는 후삼국부터 시작한다. 향락과 사치를 일삼아 백성들의 원성을 샀던 신라를 치며 견훤과 궁예가 후백제와 후고구려를 세우고 젊은 나이에 전장을 누비며 궁예의 신임을 얻었던 왕건이 고려를 세우며 왕에 추대되기까지 이야기에는 귀족의 핏줄을 받았지만 변방으로 내쳐지며 유모의 손에 죽은 듯이 숨어 지내며 자라야 했던 궁예의 성장과정이 한 나라를 보살펴야 하는 왕의 자리에서 이런 결핍들이 어떤 사태를 가져오고 왕의 자리에서 내쳐지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왕건은 궁예와 비교했을 때 기량이 더 나은 것은 아니었으나 성품이나 왕건을 둘러싼 신화적 이야기가 당시 환란 속에서 백성들에게 든든한 지지가 되면서 자신이 원했다기보다 궁예의 포악한 성정을 견디지 못한 신하들에 의해 추대되며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초반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왕건이 고구려의 뜻을 이어받아 고려라는 연호를 사용하고 안정을 위해 왕실의 독자적 세력 기반을 갖추기 위해 시행한 일들은 훗날 왕건이 죽은 뒤 왕자들 사이에서 혼란과 피비린내 나는 후폭풍을 가져왔으며 이는 조선시대를 열며 시작된 왕자들의 난과 겹쳐 보여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 보여주고 있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한 나라를 건국하며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노라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세월이 흐르며 퇴색해져 결국 패망하기까지 같은 수순을 밟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왕위를 두고 벌어지는 골육상쟁은 왕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죽을지 모를 위험과 수많은 형제들과의 비교, 후궁의 소생이라는 출신성분과 정쟁에 휘말려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를 요소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 일이며 그런 상황에서 왕들이 느꼈을 내면의 불안감들을 심리학 용어와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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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오피스
말러리안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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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나비가 가벼운 몸짓으로 팔랑거리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기업 회사 직원의 투신 장면,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야근과 무차별적인 언어폭력, 회사를 그만두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안타까움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싶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소설이라고만 보기에는 왠지 언론에서 어렵지 않게 비치는 장면이라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블러드 오피스>는 대기업 식품 회사에 다니는 직원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한 직원의 삶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루하루 이어나가는 제욱 또한 엄격한 갑을 관계에서 언어폭력과 무리한 근무에 시달리는 중이다. 당장이라도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투자한 것들이 보기 좋게 빗나가 끌어쓴 사채까지 갚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돈을 빌려준 조폭은 제욱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조폭이 가지고 있는 성분 모를 원료를 제욱의 회사에서 주력하고 있는 만두에 넣으라는 강요에 제욱은 제대로 된 성분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식품 첨가물에 넣게 된다.

몇몇 사람들의 맛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찜찜하지만 상황을 되돌릴 수 없기에 그대로 진행하지만 조폭이 맡겼다는 업체 또한 믿을 수 없는 식품 불량 업체로 제욱은 최악의 상황까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급기야 사채를 빌려 쓴 조폭 사무실로 찾아갔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렇게 눈을 뜬 장소에서 제욱은 마스크를 쓰고 연신 기침을 하는 사람들과 방독면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괴이한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사고 후 복귀한 회사는 전보다 더 악랄하고 지독하게 변해있는데....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인들, 먹고살기 위해 내 영혼까지 갈아마지않을 장소는 이미 그 자체로도 엄청난 부담을 주는 곳이다. 이윤과 연관되는 곳이기에 실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회사 안에서도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내 암투는 보기 힘든 장면도 아니다. 그렇기에 공감과 서늘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1부에서 3부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방향을 전환하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함도 느껴졌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대기업의, 정부의, 돈 많은 인간들의 갑질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공감과 동조와 울분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제욱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과 사건들에 마냥 몰입할 수없이 왠지 겉도는 느낌도 들었지만 정부와 대기업에 대한 일소는 좀 속 시원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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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 - 제주 곳곳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책방,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특별한 책방 30곳
고봉선 지음, 제주의소리 엮음 / 담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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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다닐 때까지 시골에서 자란 영향인지 아니면 나이가 드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의 생활보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시골의 감각을 좋아한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도시의 생활보다 부지런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도시에서는 여유 없이 괜히 쫓기는 듯한 느낌도 시골에서는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어 나이를 먹을수록 시골의 삶이 더 그립게 다가와지는 것 같다.

그런 느림의 미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책방을 좋아하는데 너른 들판과 육지에서와는 다른 나무들, 색깔부터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나무가 자리하고 있었고 마치 처음부터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자연스러움이 배인 책방으로의 여행은 자주 올 수 없는 여행지이기에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와질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라면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책방일 것이다. 나 또한 여행지에 가면 평소 가고 싶었거나 검색해서 알게 된 책방을 한두 군데는 꼭 들르는 편인데 생각보다 취향이 달라 선뜻 구매와 이어지지 않아 고심해서 책을 고르게 되는 책방이 있는가 하면 잠깐 서 있는 동안에 몇 권을 고를 정도로 구매욕을 불태우게 되는 책방도 있다. 아무래도 최근 내가 구매했거나 읽은 책의 가짓수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감정도 구매와 연관이 클 것 같다. 내 경우엔 거의 혼자 책방을 찾는 편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의 감정 상태나 책방에 들어섰을 때의 향기, 음악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책방 지기가 엄선해 놓은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날의 나의 상태를 엿보는 것도 가능해서 책방 들르는 것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독자의 입장이고 책방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방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는 것은 애초에 생각도 안 했을 테고 가게 운영과 어느 정도의 생활비만 돼도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책방 지기들의 마음일 텐데 평소 SNS로 독립서점들의 근황을 볼 때마다 사라져버리는 동네 책방들도 많아 안타까움이 크다.

동네 책방의 장단점이라면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지만 평소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아무래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아쉬움도 존재할 것이다. 책도 구매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최적의 책방이 있다면 벌써 아지트로 삼았을 법하지만 아직은 그런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가 이상향으로 삼을만한 책방을 두 군데 찾았는데 너무 멀리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지만 책방 투어를 가고 싶을 정도로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장소라 최근 책태기로 정체되어 있던 독서력에 활력소가 되어줄 것 같다.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는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고봉선 시인이 발길 따라 들른 제주도의 특별한 책방 30곳을 소개한 책이다. 시인의 필력답게 물 흐르듯 잔잔한 문체와 책방 지기들이 제주도에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제주도에 책방을 내기 위해, 책방을 연 후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책방을 열기 위해 야간대학에 입학해서 사서 자격증이나 독서논술지도사, 귀촌 프로그램을 배우는 열정에는 '한가하게 책방이나 하고 살면 좋지'란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큰돈을 벌 수 없지만 아무 걱정 없이 책방을 이어나가는 듯한 느긋함은 걱정근심에 찌든 사람들의 눈에는 팔자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으며 무엇이 자신의 삶에 더 옳은 선택일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결론 내렸는지, 계속해서 시도하고 공부해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겉으로만 보이는 팔자 좋은 모습이 얼마나 큰 오해인지 또한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있으려니 산책과 북스테이로 뒹굴뒹굴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더 거세짐을 느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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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 - 제주 곳곳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책방,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특별한 책방 30곳
고봉선 지음, 제주의소리 엮음 / 담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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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인생 책방을 찾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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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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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소리가 날 것 같은 노트가 연상되는 예쁜 표지와 '결혼'이라는 단어에 이끌린 알베르 카뮈의 <결혼>은 처음 기대와 달라 적잖은 당혹감을 느낀 카뮈의 에세이다. 그의 결혼 생활을 담은 에세이일 거란 생각에 의심의 여지없이 덥석 집어 들은 것이 어쩌면 화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은 제목만 보고 연상되는 느낌과 다르다. 그의 결혼생활을 담은 에세이 또한 아니다. 노벨상을 수상했고 '이방인'이라는 소설의 묵직하고도 나른한 느낌이 강렬했던 통에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어떤 문장으로 담아냈을까 꽤나 궁금했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얄팍한 두께에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에세이가 왜 이렇게 어렵게 읽히는 걸까 내심 발을 동동거리며 고민하게 됐던 책이다.

'티파사에서의 결혼'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감은 눈 안으로 따스함과 태양의 온통 노랑의 밝음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삶이, 죽음이, 자연을 살아내는 이야기를 강단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에도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철학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두루뭉술하게 에두르지도 않는 느낌이 퍽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어렵다는 느낌이 컸던지라 예상하지 못한 글의 전개에 당황스러웠는데 어느 문장에서는 '이방인'의 문장이 떠오를 정도로 친근한 분위기가 전해져 아련한 느낌도 든다.

쉽지 않지만 마냥 어렵지도 않아 읽다가 다른 생각으로 빠지게 되면 지금까지 읽은 맥락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통에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왠지 니체의 글을 읽을 때의 느낌과도 사뭇 비스름해서 카뮈의 사유가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느껴지는 깊은 사유의 영역은 그가 철학을 전공했고 고교 졸업반 때 만난 철학자 '장 그르니에'에 관한 글 또한 만나볼 수 있어 소설과 다른 느낌을 원한다면 이 책의 인상 또한 소설 못지않게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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