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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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재미없고 인간들이 미워질 때 읽으면 좋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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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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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이란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삼국지가 떠오른다. 삼국지를 제대로 읽지 않았고 이문열이란 이름은 알지만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책을 적지 않게 읽음에도 <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을 접하며 당혹감을 느꼈다.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에는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영화로도 제작돼 알고 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외에는 제목조차 처음 접해보는 글들이라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난해하거나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싶으면서도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기분이라 설레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여섯 편의 단편 중 너무도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워낙에 어린 시절에 나온 영화였음에도 시기는 다르지만 학창 시절을 겪고 있었기에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이 꽤 기억에 남았는데 그 외에도 제목부터 궁금증이 들었던 <익명의 섬>은 외딴 시골 동네의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주인공의 시선에서 집도, 가족도, 돈벌이도 없지만 동네 아낙네와 남정네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깨철이의 존재가 중심이 되어 흥미로웠다.

오래전부터 문중이 들어와 보금자리를 틀며 자리 잡은 산골 마을,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 집에 수저가 몇 개가 있는지 서로 간 다 알 정도로 가까우며 폐쇄적인 동네에 친인척 관계도 아니며 노동을 하지 않는 백수임에도 하루는 이 집에서 밥을 빌어먹고 다음 날은 다른 집에서 밥을 빌어먹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집도 절도 없지만 날이 추워져 어떻게 할 수 없는 날은 남의 집에 비비적거리며 신세를 질 정도이니, 그조차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도대체 깨철이는 어떤 존재인가? 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하지만 드라마틱함을 상상한 것과 달리 깨철이의 존재는 인간의 본질적이고도 철학적인 사유로 비치고 깨철이의 존재를 용인하는 사람들이 심리는 소설을 다 읽고도 되짚어볼 만큼 쉽지 않다.

<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은 중단편에 걸맞게 단편과 중편의 분량 차이가 있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중년 작가의 노련함이 묻어난 세월감을 소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소설만 읽은지라 연륜이 묻어나는 글이 주는 색다른 느낌이 너무 오랜만이라 즐겁게 읽었는데 예전에 읽다가 포기한 삼국지와의 느낌과 다르게 푹 빠져들어 읽게 되어 이문열 작가의 진가가 바로 이런 것이었을 텐데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대와 다른 정치 이야기임에도 아버지 세대에서 흔히 엿보던 이야깃거리를 그대로 보는듯해 왠지 정겹게 다가왔는데 막 사회로 발돋움을 할 무렵이라 정치보다는 암담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많이 떠오르게 했던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과 군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새하곡 등, 시대성이 짙게 묻어나는 이야기들이 대거 등장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이문열 작가의 매력이 뭔지 맛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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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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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사찰 탐방, 전국 사찰 투어, 대한민국의 사찰...이 아닌, <절집 오르는 마음>이란 제목에 눈길이 갔다.

사찰보다 절집이란 표현도 거창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와 오랜만에 절집에 관한 책을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된 것 같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절에 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 여행을 가면 꼭 빼먹지 않고 들르는 곳이 동네 서점과 절인데 다른 고장에 여행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바뀌는 통에 마음이 헛헛해질 때나 살면서 생각이 많아질 때 나도 모르게 절을 찾게 된다. 나에게는 절을 찾게 되는 마음이 이러하기에 저자가 절집을 찾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지가 저절로 궁금해졌다.

<절집 오르는 마음>에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찰이나 경주 남산 곳곳을 자리 잡고 있는 여래좌상 등을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운치 있는 사찰도 있고 서울에 위치하고 있지만 분주하고 바쁜 도심의 시간이 아닌, 더디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차에 어리둥절하게 되는 길상사도 담겨 있다. 하나같이 그 크기나 규모, 하다못해 절 안에 심어져 있는 꽃나무나 나무들, 바위나 돌, 불상이나 단청, 나뭇결 무늬조차 같은 것이 없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절을 보고 있노라면 좀 전까지 무겁게 누르던 인생의 무게가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과 은은한 향내, 머리 위를 따갑게 내리쬐고 있지만 그조차도 기분 나쁘다 여겨지지 않는 것만 봐도 시각적인 요인과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마음의 평안을 주는 심리적인 측면은 절이 주는 위안이 상당함을 느낀다.

보통 절들이 산 위에 위치하고 있어 계단을 오르거나 산길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구조이고 그러하기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산사로 등재되어 있는데 일단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면 무념무상이 되어 산사로 향하는 발만을 의식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이마나 등에 땀이 맺힐 정도로 열심히 오르다 보면 앞으로의 삶에 대한 근심 걱정이나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던 고통이 무색해질 만큼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왠지 위축되었던 마음이 느슨해지며 비관적이었던 생각들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자가 아님에도 삶에 고통을 줄이고 다시금 희망을 품고 살기 위해 그렇게도 열심히 절에 오르는 것 같다. 같은 이유로 책을 읽다 보면 공감되는 내용들에 동화가 되기도 하고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곳들을 또 열심히 보게 되면서 언젠가는 저곳에 꼭 가보리란 다짐을 하게 된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밀려와 고단한 하루에 힐링이 되어주는 책이라 산사와 절을 좋아한다면 글과 사진만으로도 정화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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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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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단함을 절을 통해 정화시킬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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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로운 조선시대 -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조민기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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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왕권의 상징인 왕, 하지만 왕은 외롭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권력 앞에서는 부모 자식, 형제지간도 없지만 그렇게 왕이 되어도 신하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외롭기만 하다. 그럴 때 왕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여인네가 있다면 잠시나마 왕은 근심 걱정을 덜 수 있으리라... 지금껏 많이 보았던 사극 장면 중 하나이지 않은가?

조선시대 궁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까지 봐왔던 사극의 영향으로 비슷한 이미지가 생각날 것 같다. 미천한 신분으로 갖은 고생을 하다 왕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고 총애를 받으며 권력의 중심으로 우뚝 선 이야기는 극적인 신분 상승으로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반면 총애를 받는 후궁 때문에 왕의 정실 아내임에도 뒷방으로 밀려 면이 서지 않았던 왕비들도 있다. 여자로서 이런 상황들이 썩 좋게 다가올 리 없고 왕 또한 총애를 일삼다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바꿔 거들떠보지도 않던 왕비를 보듬는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인과응보처럼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그조차도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글들이 있어 착잡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까지 보았던 사극 레퍼토리는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고 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과 여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단골 소재로 등장해 식상하다는 생각이 컸는데 <궁녀로운 조선시대>는 왕과의 불꽃튀는 로맨스가 아닌 조용한 삶을 살았던 궁녀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9세에 입궁해 12년 동안 궁녀로 지냈던 창빈 안씨는 자순 대비의 뜻에 따라 중종의 후궁이 됐지만 오랜 세월 중종의 총애를 받지 못함은 물론 후궁이 아닌 궁녀로서의 품계를 받았음에도 오랜 세월 시기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해 문정왕후를 보필해 내명부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비록 왕의 관심과 품계가 높지 않았지만 그랬기에 후궁들의 질투를 받지 않았고 문정왕후조차 안씨를 살뜰히 보살폈으니 인생사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오래 남아 자리를 지킨 창빈 안씨는 후에 손자인 선조가 왕위에 오르는 기적을 만드는데 이 또한 평소 왕후와 대비의 측근에서 잘 보필하였기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이 밖에도 당파 싸움으로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와 얽힌 궁녀 이야기도 등장하고 최근 사극 로맨스를 선보였던 정조와 성덕임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미모가 출중하거나 언어가 남다르거나 상대방의 심리를 잘 이용한다거나 궁중의 섭리를 알고 본분을 잘 지킨다거나... 등의 이야기에 걸맞은 궁녀들의 이야기, 왕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어느새 권력의 중심에 서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거나 반대로 총애를 받지 못해 뒷방 늙은이처럼 묻혔지만 결국엔 죽어서 품계가 올라가고 자신이 낳은 후대가 왕위에 오르는 이야기는 인생사 참 알 수 없음을 보여준다.

최근 조선왕조실록을 다양하게 해석한 책들이 출간돼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적 인물들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같은 방향을 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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