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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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진집이란 바로 이런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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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 - 인간관계가 힘든 당신을 위한 유쾌한 심리학 공부
김경일.사피엔스 스튜디오 지음 / 샘터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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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때론 그럼에도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원하지 않는 사람과 말하지 않고 그 누구와도 비교하거나 당해 심적으로 힘들어할 필요가 없는 것을 꿈꾼다면 거기서 오는 간극 때문에 사회생활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에도 한동안 그런 공상이 꽤 깊었지만 결국 사람과의 모든 관계는 끊어낼 수 없으며 그 누군가의 도움을 굳이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니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타적인 마음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얼마나 이기적이면서도 덧없는 것인지,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며 사람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결국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것 또한 그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은 달리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미처 자각하지 못했지만 나도 누군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자로 잰 듯한 인간관계를 깨우치고 싶다는 의미보다는 조금은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사실 내 마음도 모르겠는데 타인의 마음을 볼 여유가 있을까 싶은 반문이 들기도 한다.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어쩔 때는 부대끼는 인간관계에 신물이 나는 지경인데 그런 상태에서 굳이 누군가의 마음까지 들여다봐야 할까 싶은 마음도 생기긴 하지만 읽다 보면 마냥 누군가의 마음만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순간 나도 그런 마음일 때가 많았고 너무 잘 알겠기에 그의 행동을 나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고 싶지 않아 외면할 때도 있었으므로 타인의 마음이지만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곧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기에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보게도 됐다.

불안한 마음에 타인을 향한 언성이 공격적이었던 사람, 매사에 불만투성이며 부정적인 언사인 사람, 그런 온갖 부정적인 모습이 태도가 되는 사람을 나는 평소 굉장히 싫어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과거의 나의 모습이었기에 유독 그와 같은 사람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오래전에 발견하여 나름 꽤 노력하며 바꾸려고 노력해왔었다. 제목은 <타인의 마음>이지만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되돌아보게 되며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라 무언가로 나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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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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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괴담에 사족을 못쓰는 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불을 꺼놓고 전설의 고향을 혼자 볼 정도로 전설이나 괴담, 기담 얘기엔 나도 모르게 훅 빨려 들어가곤 했으니 어느 정도 나이가 먹으면 없어질 줄 알았던 괴담에 대한 호기심은 나이가 먹어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지금껏 보도 듣도 못한 더 강력한 괴담을 원하게 되었으니 그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미쓰다 신조일 것이다.

그의 소설은 <괴담의 테이프>로 시작했는데 낯설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그 자체로 너무 생생해서 지금쯤 귀신이 나올 텐데... 하는 두려움으로 조마조마 해하며 지켜보았던 보았던 TV 장면을 맞닥뜨렸을 때의 흥분과 충격이 전해져 첫인상부터 강렬하게 각인됐던 것 같다. 이름만으로도 이 분야의 장르에서는 독보적이라 여겨지는 작가인데 제목부터 대놓고 <우중괴담>이라 지칭하고 있으니 괴담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우중괴담>은 '은거의 집', '예고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부르러 오는 것', '우중괴담'의 다섯 편을 담고 있다.

일곱 살 생일을 앞둔 며칠 전, 몇 번의 전철 환승과 걸어걸어 도착한 작은 산꼭대기의 울타리가 둘러쳐진 집에 맡겨진 주인공은 며칠 남지 않은 생일까지 울타리 밖에 나가서는 안되며 그 누구와도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만약 누군가가 이름을 부른다며 다른 이름을 이야기해야 하고 절대 휘파람을 불면 안 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버지는 자신을 그 집에 맡겨놓은 채 사라지고 처음 보는 할머니와 밖에 나가지도 못한 채 은거하게 된 주인공은 자기 또래의 아이가 놀자며 다가와 반가워하지만 그동안 할머니와 약속한 조항이 있어 울타리 밖을 나가지 않으며 그 친구와 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깐 친구의 꾐에 넘어가 울타리를 넘게 되고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다시 되돌아가려는 순간 친구의 방해로 산꼭대기로 향하게 되는데....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거나의 일을 예고처럼 그림에서 찾아낼 수 있다면? 정말 이런 일이 어디선가 있지도 않을까란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들게 했던 '예고화'와 종교단체의 야간 경비 일을 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모 시설의 야간 경비',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 읽었던 괴담 중에 가장 강력해서 나이가 먹은 후에도 가끔 지금 이 시간쯤엔 계단 어디쯤에 그것이 와 있는 게 아닐까? 란 생각에 오소소 소름이 돋게 되는 이야기와 닮은 '부르러 오는 것', 책 제목이기도 한 '우중괴담'은 비 오는 날 만난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나며 오싹함을 던져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은 낯설지 않다고 여겨지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일본다운 토속적인 민간 신앙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지역에서는 그런 일이 실제로 있지 않았을까 싶은 호기심도 들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일본 작가의 SF 소설에서 본 기억이 있기에 왠지 낯설지 않다고 여겨졌던 반면 책을 덮고도 묘하게 계속 기억 속을 맴돌게 하는 부분은 역시 미쓰다 신조의 괴담력이 이번에도 굉장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도여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던 것도 괴담에서 크게 한몫했던 것 같은데 글로 읽는데도 강력한 파장을 이번에도 비켜갈 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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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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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기억은 그것이 슬프건 기쁘건 인구의 수만큼이나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에게는 따뜻하고 아련한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을 수반하는 음식일 수 있고 먹고 난 후 된통 앓았거나 고생한 기억이 있는 음식이라면 냄새만으로도 피하고 싶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가짓수의 음식만큼 각자 가진 음식에 대한 기억, 그 기억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는 이야기가 여기 있다.

식당을 하던 아버지의 기억이 서려 있는 식당, 어릴 때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가 식당을 이어받았고 이제 망초가 다시 식당을 이어받기 위한 지금, 아빠와 엄마의 애틋함이 서려 있는 식당을 딸인 문망초에게 물려주기 위해 엄마는 100일 동안 7명의 편식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먹인 후 사인을 받는 조건을 걸어 물망초 식당이라는 임시 식당을 열어준다.

평소 요리에 진심이었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며 요리에 매진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대가 없이 편식을 고쳐준다는 문구를 내건 식당에 손님이 올리 만무했고 SNS에 홍보를 해도 좀체 손님이 찾아와주지 않던 어느 날 매운 음식을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여전히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첫 손님이 찾아온다.

그것을 시작으로 물망초 식당을 드문드문 찾는 손님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이었음에도 가난과 함께 물리도록 먹었던 그 음식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던 손님, 좋아하던 여자친구와 함께 먹던 음식을 이별 후 좀처럼 먹을 수 없게 된 이야기, 사랑하던 반려견과 함께 먹던 음식,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과 엄마가 깨부수지 못했던 음식 등, 각기 자리 잡은 음식에 대한 기억들을 망초는 따스한 기억이나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며 그것을 떠나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며 평소 거리끼던 음식들을 아련한 기억들로 치환시켜 준다.

손님들의 사연을 듣고 음식에 대한 각자의 트라우마를 자연스럽게 탈바꿈시키며 망초 자신과 엄마도 아픈 기억을 이겨내는 모습은 그저 한 끼 때우려고 먹는 음식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정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대개는 입 밖으로 말하지 못했던 음식과 관련된 복잡한 감정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사연 속에서 공감을 불러오기도 하고 음식 하나로 복잡 미묘한 온갖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 떠올라 가족에게 소홀했던 것들이 내심 미안해지기도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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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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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식 소설의 대가라면 단연 '아오야마 미치코'가 아닐까 싶다.

단편마다의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편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전편에서는 주인공이었지만 다음 편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연관성이 '아오야마 미치코'의 매력이며 그런 릴레이식 이야기에 중독되어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독자가 비단 나뿐만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다음 편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월요일의 말차 카페>가 속편으로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직 한국에 출간되지 않아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월요일의 말차 카페>는 역시 '아오야마 미치코'를 외치기에 충분하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이 12가지의 색깔로 도쿄와 시드니를 오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월요일에는 말차 카페>는 도쿄와 교토를 오가는 12계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 편에서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마스터가 속편에서도 같은 위치에서 등장하고 앞 편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속편에서도 깨알 등장해 그 재미를 더 찰지게 이어나가는 <월요일의 말차 카페>는 벚꽃 가로수길 끝에 위치한 상냥한 점장이 있는 마블 카페를 시작으로 문을 연다.

핸드폰 가게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모처럼의 연휴지만 무심코 출근을 해버린 통에 아침부터 심사가 뒤틀려 있다. 그렇게 무심코 향한 곳이 마블 카페였지만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어 되는 일이 없다며 투덜거리지만 이벤트성으로 열린 말차 카페를 보고 카페로 발을 들인다. 상냥한 점장 대신 기모노를 입은 쌀쌀맞은 젊은 남성은 진한 말차와 연한 말차를 메뉴로 내놓고 주인공은 재수 없는 하루지만 나를 위해서 비싸지만 진한 말차를 주문한다. 하지만 평소 말차를 접하지 않는 사람이 먹기에 진한 말차는 다소 무리가 있어 주인공의 의기소침함이 계속되는 와중에 기모노를 입은 남성이 최근 바꾼 스마트폰 작동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것을 보고 주인공이 작동법을 알려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교토에서 2백 년의 전통을 가진 찻집 도련님인 주인공과 전편에서 그림을 그렸던 테루야와 그의 아내, 딸이 등장하기도 하고 수제 란제리 매장을 운영하던 주인공도 등장한다. 대기업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접고 돈도 안되는 헌책방을 내 중년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은 한여름 헌책 시장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2권밖에 없던 만화책을 대학생에게 판 주인공은 어떻게든 책은 돌고 돌아 주인에게 다 찾아간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고 돈이 되지 않는 책방을 운영한다며 만류하지 않았던 아내가 대기업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 받았던 자신을 걱정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무심히 흘려보낼 하루 속에서 예견되지 않은 만남은 갖가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아오야마 미치코' 소설은 바로 그런 인생의 감동을 종합 선물처럼 소설 속에 풀어놓는다. 마치 '자 이래도 인생이 재미없다고 할 거야?, 봐 이래도 세상이 각박하다고 할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듯해 단편들을 읽다 보면 '네네, 작가님 당신의 말이 옳아요. 다시금 힘내 볼게요'라며 어느새 힘찬 시동을 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게 '아오야마 미치코'의 마법이 아닐까?

사는 게 너무 버겁고 인간들이 다 밉고 그냥 다다다다 싫어질 때 이 소설을 읽는다면 나도 모르게 아오야마 매직으로 불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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