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 숨은 사이코패스 - 정상의 가면을 쓴 그들의 이야기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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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자신의 감정을 교묘하게 숨긴 채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계획안에 포획물이 들어오면 그 누구보다 잔인하고 흉폭하게 돌변하는 모습, 사람들 사이에서 다정하게 미소짓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 컨트롤을 잘 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최근 사이코패스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굳혀진 사이코패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속에 숨은 사이코패스>는 매체를 통해 이미지로 굳혀진 사이코패스의 유형을 일반인이 판단하기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소 범죄심리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에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읽으면서 점점 혼란스럽고 책을 덮을 때까지 엄습하는 두려움과 소름은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유형을 판단하는 잣대가 정확하지 않으며 그것을 판단하는 측정 도구조차 백프로 신뢰할 수 없으며 범죄자들을 살펴본 결과 그들의 확률을 통해 비슷한 공통점을 끌어내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는 사실에 사이코패스를 쉽게 가름지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을 납치해 살아있는 동안 고통스러운 고문을 가하고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간은 물론 시체를 훼손하는 절단이나 심지어 시체를 먹기도 하는 등의 끔찍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예시가 등장하며 사이코패스는 사람을 죽여도 동정하거나 가엽게 여기지 않는 괴물같은 존재로 여겨지지만 그것은 유전적 이유와 후천적인 이유로도 그렇게 성장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불후한 성장 과정을 겪는 이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기에 좀 더 복잡하고 내밀한 측정이 필요한 것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이코패스는 보통 뇌의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이 다치거나 일반인보다 작아 그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일반인들처럼 감정을 느끼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렇다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다만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일반인과 다르다고 한다. 한간에 떠도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이 힙합을 좋아한다거나 블랙 커피처럼 쓴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강하다는 소문은 사이코패스를 연구했을 때 발견되었지만 그렇다고 단적인 예로만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주어 사이코패스의 복잡미묘함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의 뇌에 각인된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며 와장창 깨지는 것을 많이 느꼈는데 읽을수록 어렵고 사이코패스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일인가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한다는 것에도 두려움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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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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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alternate', 교대로 일어나다, 서로 엇갈리다, 교대하다, 교류하다, 대신하는 것, 대리인.....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얼터네이트>의 사전적 의미를 보고 있노라면 알듯 말듯 해서 간지러운 느낌마저 든다. 청춘 소설이라 하니 청량하며 풋풋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소설일 거란 예상에 아이와 함께 보고 싶어 더 기대감이 컸던 소설이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생각지도 않은 저자 소개에서 더 흥미가 동하게 되었는데 소설의 저자인 '가토 시게아키'는 일본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핑크와 그레이'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고 이후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라 하니 여러 면에서 더 궁금증이 컸던 소설이다.

엔메이학원고등학교 3학년인 '니미 이루루'는 음식 평이 좋아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맛을 볼 수 있는 일식집 딸이며 학교에서도 요리 부장을 맡을 정도로 요리에 남다른 관심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일 년에 한번 있는 요리 대회인 '원포션'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그친 게 마음에 남아 더 정진하고 있는 이루루.

엔메이학원고등학교 1학년인 '반 나즈'는 SNS 앱 '얼터네이트'의 신봉자이다. '얼터네이트'란 고등학생 한정인 앱으로 서로가 플로우를 보내서 커텍트되면 메시지 등의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하지만 얼터네이트의 중요한 기능은 유저가 지정한 조건에 맞는 고등학생 중 그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을 추천하여 중개해주는 기능도 있어 바로 가입했지만 아직은 얼터네이트의 중개 확률이 더 높아지면 그때 자신과 높은 매칭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엄마가 큰 병으로 오래 앓다 돌아가신 후 빚을 지게 된 '다라오카 나오시' 가족,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방황하던 아버지로 인해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가까이 오셨고 이후 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돈을 벌겠다며 원양어선을 타 일 년에 한번 볼 까말까 해지며 소원해졌다. 나오시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지만 어린 시절 함께 밴드를 하자 약속했던 유타카를 찾아 도쿄의 엔메이학원고등학교를 찾는다.

<얼터네이트>는 세 명의 학생이 자신들의 고민과 일상, 학교생활을 서로 교차하며 담아내고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재미있게도 그 주인공들을 두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절대 조연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런 느낌을 나만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 명의 주인공의 비중이 묵직해서 그 외에 캐릭터들이 당연히 조연이란 생각이 드는 구도에 반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주인공조차 주연 다운 묵직함이 덜해 이야기 속에 녹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 가볍게 다가와졌던 것 같은데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치우치지 않는 중심 감각이 느껴져 나는 그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즐겁고 좋은 것보다 힘들고 어려운,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요즘 세상에서 나이에 딱 맞는 고민과 무게감은 그래서 더 만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페이스북 이야기가 고등학생들의 전용 소통 앱으로 확장된 느낌도 들긴 했지만 무겁지 않은 일본스러움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설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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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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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으면서도 그 시절 고민과 성장통을 기억할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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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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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란 이름을 들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캐럴>이란 영화 예고편은 봤지만 그게 어떤 장르이며 무슨 내용인지, 심지어 원작이 따로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몰랐기에 '서스펜스의 대가'란 문구에 혹해서 읽기 시작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작가의 약력을 보면서 1920년대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편을 읽을 때마다 세월감이 묻어났기에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레이디스>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초반기에 쓴 단편 열여섯 편을 묶어놓았는데 길지 않은 단편들이라 두께감이 크지는 않다. 그리고 보통 단편 모음집을 볼 때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그 단편들이 다 기억나는 것은 아니며 나중에는 두세 편을 뭉퉁그려 혼동하기도 하는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단편은 매 단편마다 임팩트가 꽤 강하게 다가와 당초 예상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읽게 됐던 것 같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여자들만 존재하는 금남의 장소인 수녀원에 숲에서 길을 잃은 남자아이를 기르기 위해 모든 남, 여에 대한 교육방식을 거부하고 쉬쉬하는 이야기는 '그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결론은 생각지 못한 서늘함을 안겨주어 정신이 확 들게 하는데 '서스펜스'라고 하기에는 좀 약한 면이 있지 않나 싶은 단편들임에도 확실히 이야기 자체가 강렬한 인상을 주어 이야기를 끝맺음할 때는 복잡한 심경이 되어버리곤 했다.

은근한 서늘함이랄까? 그러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어 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인간의 양면성을 잘 묘사했기에 심장을 쥐고 흔드는 느낌보다 서늘한 느낌을 계속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력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뭔가 급반전이라거나의 느낌보다 그다음엔 어떻게 될까? 란 기대 심리로 계속 이야기를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매력이 아닐까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녀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던 영화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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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귀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 마음과 철학을 담아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난청, 이명, 어지럼증 이야기
문경래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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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체 기관 중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어딘가 호되게 앓았던 기억은 매일 보고 듣고 말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기쁨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기관이 노화되고 있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젊은 시절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건강 챙기라던 걱정이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다. 그때는 그렇게도 잔소리처럼 들렸던 말들이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알게 되지는데 그 옛날 이런 것들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이비인후과 문경래 의사의 <당신께 귀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는 귀에 대한 질병들과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사례를 함께 소개해 준다. 인간의 신체 기관 중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당장 뼈가 부러지거나 큰 질병이 아닌 증상은 간과할 때가 많다. 고통이 있지만 간과하며 지나가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귀가 아닐까 싶다. 당장 큰 병은 아니지만 일상의 불편함들이 모여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는 이미 귀가 많이 망가져 있을 때가 많다. 나는 옆에서 직접 보았기에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나조차도 귀에 대한 각종 질병이나 증상들에는 무지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엄마는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해주는 적이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TV를 보니까 내 이야기를 못 듣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때가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와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듣고서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미치게 됐고 그 후로는 일부러 엄마에게 말조차 걸지 않게 되었더랬다. 그 당시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이라 더 오해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나는 엄마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대답해 주지 않는 무정한 사람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엄마가 중이가 녹아서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딸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는 매정한 엄마란 생각 때문에 서운함을 안고 있었는데 정작 엄마는 귓병 때문에 정말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는 걸 알고부터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졌었다. 이렇듯 듣는 게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마처럼 중증은 아니더라도 귀 통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변에서도 이석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꽤 많아 이 책이 더욱 궁금했더랬다.

이 책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답게 병원을 찾는 환자를 통해 난청, 이명, 어지럼증, 이석증, 메니에르병 등에 관한 귀 질병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며 항간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병원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검색으로 인해, 주변 사람과 나의 귀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보청기 장만을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보청기를 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한 질병이었던 사례도 있어 주변에 비슷한 증상의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나도 그와 같은 질병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리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귀에 대한 질병과 어떻게 치료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만 책에 담겨 있는 게 아니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세세함까지 살피는 모습과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정보와 함께 사람 사는 이야기까지 담아내 의학정보지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더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귀에 대한 질병과 자신의 이야기까지 담아내 에세이 느낌도 들어 따뜻한 귀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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