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코끼리
타마라 엘리스 스미스 지음, 낸시 화이트 사이드 그림, 이현아 옮김 / 반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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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코끼리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 오늘 <슬픔은 코끼리>라는 책을 읽었다.

 

만약 슬픔이 동물이라면? 형상화된 감정은 알아차리기에 매우 용이하다. 이를테면 제목과 같이 슬픔은 거대한 코끼리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짓눌린 나의 상태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쿵쿵거리며 바짝 따라오는 코끼리를 뒤로한 채 도망치듯 달려왔더니 이번에 만난 슬픔은 사슴이다. 뒷걸음질치듯 살금살금 천천히 움직이며 사슴의 눈에 보이지 않게 숨는 아이는 귀가 엄청 큰 사슴 탓에 금방 들키고 만다. 슬픔은 여우가 되기도 하고, 생쥐처럼 작아졌다가 빛으로 반짝이는 반딧불이 되어 그 슬픔을 손바닥에 담아 안는다. 움켜쥔 손을 다시 폈을 때 밤하늘로 날아가는 슬픔을 지켜보며 슬픔은 감격이며 그리움이며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서정적인 그림과 시같은 서사도 정말 감동적이다. 특히 아마 슬픔은 네 말에 귀를 기울일 거야. 듣는 것을 좋아하거든.’ 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속 시끄러운 내 마음을 슬픔이 아무 말없이 들어준다면 이내 차분하고 평온해질 것 같다. 내 안의 슬픔을 차분하게 탐구하며 슬픔의 속성을 다양한 동물에 빗대어 나 외에도 다른 이를 위로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슬픈 감정은 부정적이라는 편견에서 우리의 감정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 슬픔을 보듬는 방법을 알려주는 따뜻한 동화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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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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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






 



<가깝고도 먼 이름에게>,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등 가랑비메이커님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글 속엔 저마다 고유한 문체가 담겨있는데, 나도 작가님처럼 선명한 나만의 문체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읽은 <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는 작가의 삶을 바탕으로 쓰는 삶의 정체성과 방향설정을 제시하며 편집자의 시선으로 가독성이 높은 글과 나만의 문체 발견하기, 글쓰기 강사의 경험으로 다 쓴 글도 다시 보는 퇴고 방법 등 에세이의 모든 것을 담은 가랑비메이커님의 노하우를 체독할 수 있었다.

 

일기와 구분하자면 에세이는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생각과 감정, 감각까지 공유하는 것이 목표이다. 난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나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에세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마치 활기찬 대화를 건네듯 생활밀착형으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탈바꿈하는 작가들이 대단하게 여겨진다. 누구나 가슴 속에 책 한 권은 품고 사는 법이므로 모든 예술 표현의 근간인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삶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의식이 지배하는 장르이므로 타인과 분리되거나 고립되는 것이 아닌, 세상과 궁극적으로 건강하게 관계 맺는 방식의 글쓰기인 것 같다. 나를 깊이 탐구하면서 존재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글일수록 독자는 더욱 글에 빠져드는 매력적인 에세이. 이 책을 통해 내면의 창을 내는 일인 글쓰기에 진심을 담고싶어졌다.

 

에세이를 쓰는 자세가 인상적인데 글감을 채집하는 방법부터 독자를 가리지 않는 작가의 태도, 그럼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글감에 그치지 않고 주제를 건지는 법, 말을 걸 듯 첫 문장을 내는 일, 습작과 독서를 통한 나만의 문체 만드는 습관 등 다양한 에세이 작법을 가르쳐 주어 매우 실용적이었다. 가랑비메이커님의 수업을 들은 한 수강생의 후기가 공감된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고. 나도 서평을 비롯한 일기, 나아가 에세이를 쓰고자 하는 행위가 모두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고 이해받기 원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녀의 바람대로 글과 함께 삶을 다듬어 나가고 싶다. 이 책을 두고두고 곱씹어 나의 글쓰기에 적용해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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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똑똑! 문해력 박사 2 : 한글 먹는 공룡 - 기본 낱말 익히기 EBS 똑똑! 문해력 박사 2
이재승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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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먹는 공룡

 



기본 낱말을 익히는 단계로 유아기 초기 문해력을 다룬 이 책 <한글 먹는 공룡>은 보물섬을 찾아가는 공룡의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용용이가 보물 지도를 발견해서 배를 타고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바닷속엔 해마, 오징어, 상어, 바다거북 등 수많은 바다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아이는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적재적소에 붙이며 소리내어 읽었다. 화려하고 예쁜 색감을 좋아하는 아이는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내뿜는 보글보글 거품을 물고기와 같은 색으로 색칠하며 낱말스티커를 붙인다. 얼마 전 수목원에서 본 거북이 등딱지를 생각하며 갈색으로 색칠한 바다거북 집으로 놀러가는 페이지엔 라는 8개의 글자를 따라가면서 선을 잇는다. 바다거북의 기분 또한 행복하면 노란색, 슬프면 빨간색으로 색칠하라는 지시문장에 따라 꼼꼼하게 색칠했다.

 

책엔 미로와 그림 찾기, 다양한 난이도의 운필력 놀이 활동이 삽입되어 있었는데, 아이는 나비고기, 가오리, 새우 등의 그림을 보며 빈 칸의 점을 따라 똑같이 그리는 활동을 특히 좋아했다. 용용이가 찾은 보물상자엔 노란색으로 가득한 금은보화를 그려넣고 해적들이 몸으로 만든 자음의 모습을 직접 흉내내기도 하였다. 화살표를 따라 용용이가 보물섬을 향해 헤엄치는 과정에서 가부터 하의 글자를 따라 선을 잇는 것도 재밌어보였다. 기본 낱말이기에 주로 받침 없는 친숙한 낱말이 대거 보였다. 익힘 활동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지만 아이는 나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색칠하고 쓰는 것을 더 좋아했다. 단순히 한글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이해력과 창의력까지 더할 수 있는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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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똑똑! 문해력 박사 1 : 한글 먹는 돼지 - 한글과 친해지기 EBS 똑똑! 문해력 박사 1
이재승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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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먹는 돼지

 





제목부터 흥미롭다. 발음 중심법의 한글 학습책이 아닌, 의미 중심 접근법을 통한 이 책은 문해력을 높여주기에 적합한 책이라 확신한다. 자음과 모음을 끼워맞춰 반복 훈련하며 가나다를 배웠던 나는 내가 배운대로 아이를 가르치려니 재미없어해서 고민이었는데 마침 이 책을 만났다. 한글을 학습하기 전에 선이나 도형을 따라 그리면서 워밍업을 하는 시간을 가졌고, 놀이를 통해 자모음자의 일부를 노출하면서 의미 있는 상황과 낱말을 눈으로 익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답을 찾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 스토리텔링 중심의 읽기 활동은 아이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동물 친구의 모험 이야기를 통해 한글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문해력도 기를 수 있었다. 스티커 붙이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순서대로 학습하지 않고 아이의 흥미에 맞춰 페이지를 넘나들며 재미있게 읽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점선을 따라 그으며 를 연상했고 바람은 사선을 그리면서 이미지화했다. 아이는 특히 구름마을의 달콤달콤 과자 집을 보며 자신도 여기 가고 싶다고 했다. 글자 과자도 직접 구워보고 싶다며 의욕적이었다. 과자를 많이 먹은 통통이가 어떤 똥을 누었는지 스티커를 붙이면서 막 웃었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그란 달과 반짝이는 별의 획을 직접 달과 별의 스티커로 표현한 것이었다. 앞으로 이 글자를 쓸 때엔 달과 별의 이미지가 생각날 것 같아 웃음이 났다. 또한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과 그네, 정글짐에 모음이 숨어있어서 숨은그림찾기같이 찾아 0표를 하는 방법도 좋았다. 오늘 놀이터를 갔는데 아이가 책에서 보았던 모음을 찾아보길래 놀랐다.

 

통통이와 함께 구름마을을 여행하며 한글과 친해지는 단계인 한글 먹는 돼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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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우울 - 우울한 마음에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다
이묵돌 지음 / 일요일오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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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우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서로 다른 모양의 우울을 겪는 우리네 모습만큼 어쩌면 어쭙잖은 위로나 방법론은 그다지 소용없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읽은 책 <최선의 우울>은 이유없이 우울한 마음에 대하여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었다. 저자 역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신이 경험하는 우울이라는 것을 마주하고자 노력했다. 우울로부터 벗어날 순 없지만 그것에 저항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최선을 다한 우울의 기록을 읽으며 내 방식대로 헤매고 방황한 독자로서 일정 부분 공감과 의도치 않은(?) 위안을 받았다.

 

얼마 전 오묘한 패배감을 맛보았다. ‘겉보기에는 쉬워 보였던 것들이, 막상 해보면 말이 안 나올 만큼 어려운 경우가 흔히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도로주행을 한 번 떨어지고 어제에서야 붙었다. 제일 쉬운 A코스에서 어이없게 떨어진 날, ‘마음속으로는 이미 해내고도 남았어야 할 일들이 풀리지 않을 때, 혹은 사소한 일들에 지나치리만큼 흥분하거나 무기력해질 때같은 기분이 들었다. 휴직이 끝나는 10월 안에 합격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지나고 보면 별것도 아닌 것들에 잔뜩 긴장하게된 것이었다. 저자의 결말대로 나 또한 진부한 결말을 맞이했다. 합격 통지를 받았고 내일 면허증을 찾으러 간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실의에 빠질 일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그땐 그럴 수밖에없었다는 문장이 뼈를 때린다. 내 마음을 200% 대변해준 문장이었기에.

 

이 밖에도 <소확행의 두 얼굴><무작정 떠날수록 우울해지는 이유> 의 논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받아들인 그동안의 명제가 사실은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소확행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의 본질은 슬픔이고, 해소되지 않는 우울이다.’ 는 말에 어느정도 공감한다. 치료가 아닌 마취라 하면 정확할까? 소확행의 소유로 정작 공허감과 권태, 고독과 우울을 해소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해결책은 무엇인가. 가짐으로써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써 가질 수 있는 것에 가까운, 이를테면 샤워를 마치고 뽀송한 속옷으로 갈아입었을 때 느끼는 상쾌함 같은 것이 하루키가 정의한 소확행이며 이미 갖고 있ᄋᅠᆻ지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똑바로 인지하는 일일 것이다. 후자의 소재인 여행의 경우도 온갖 정서적 문제에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다뤄지는 여행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여행이 우울의 해소에 대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여행관이 소비나 휴양이 아니라 발견과 사유에 있어야 함을 지적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느끼는 그들의 비일상이 그들에겐 틀에 박힌 일상이며 내가 살던 곳의 처절한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말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책을 마치고 여전히 우울한 기분은 떠나지 않았던 저자처럼 나도 그랬지만 그저 머릿속에 성질 사나운 고양이를 한 마리 넣어놓고 있다 생각하며 산다면 나름 괜찮을 것 같다. 위로를 남발하는 여느 책보다 더 마음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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