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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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각의 기억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한적이 있을땐 그 때의 기억만큼을 머릿속에서 도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 속좁은 내 성격을 탓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것은 행복한 기억이 더 많기 때문일텐데 이런 기억조차 없이 그저 규칙에 의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이 있을까.  

조너스는 열두살이 되어 직위 받기 기념식에 나가게 된다. 난 열두살때 친구들과 놀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때였는데 직위 받기 기념식을 통해 열두살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다니 원로원들에 의해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내어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것은 참으로 부럽기까지 하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답답하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적성대로 맡는다고 하지만 말이다. 아직도 내 적성과는 상관없이 평생을 돈을 위해 직장을 다녀야 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물론 나도 포함된다)에게 희소식이 될 것 같긴 하다. 살짝 부럽기도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 "그렇게 말한 것을 사과한다"며 기계적으로 사과를 하고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은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모습이 아닌 마음이 차가운 사람들이 모인듯 하여 낯설게만 느껴진다. 

난 이미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속에서 정을 나누며 살아와서 그런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이 마을에서 살게 해 준다고 해도 거절할 것 같다. '항상 같음'을 유지하여 무채색인 환경과 성욕조차도 약으로 억제하여 산모의 직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아이를 받아서 키우는 모습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니여서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을 모르고 살아가는 불행한 모습의 인간을 보는 것 같다. 쌍둥이가 태어나면 체중이 덜 나가는 아이를 임무 해제하는 모습이라니 이건 스타르타보다 더 지독하게 사람을 가려내지 않는가. 아이가 자라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될지 누가 알 수 있다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무해제라니 울컥 울분이 치솟아 오른다. 이것은 노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울타리 안에서 우물안 개구리로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감정들이 없다. 희노애락은 물론 사람들 사이의 '정'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현재의 규칙이 심어준 기억만 가지고 있을뿐. 그래서 옛날 옛날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의 모든 기억들을 기억전달자만 가지고 있을 뿐 고통의 기억은 물론 행복한 기억조차 마을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조너스가 받은 직위 기억전달자의 임무는 열두살의 아이가 짊어지기엔 너무도 끔찍하다. 한사람에게 모든 기억들을 떠 넘긴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기억을 모두 갖고 가기도 힘든데 내 부모님조차 끔찍한 임무해제에 동조하고 있다니 조너스에겐 과히 충격적이다.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규칙만 강요하는 것은 감옥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 느낌일텐데. 하긴 이곳이 감옥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겠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난 내내 갑갑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세월이 흘러 흘러 정말 이런 마을이 생겨난다면 어찌 살아갈 것인가. 썰매를 타고 햇볕을 쪼이고 색색가지의 꽃들을 볼 수 있는 세상을 그리워하게 될테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곳을 정말 소중히 생각해야겠다고 깨닫게 되었다. 오존층 파괴니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도 접어둘 일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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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주식회사 - 에피소드 2 - 케이티, 환상의 빨간 구두를 신다
샤나 스웬드슨 지음, 이영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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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일상이 재미가 없거나 멋지고 능력있는 사람들틈에 한없이 평범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것은 삶조차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나같은 왕평범한 면이 오히려 타인에게 탁월한 능력으로 인정받는다면? 정말 멋진 인생이 펼쳐지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신나는 일이다. 아직 마음속으로야 소심하고 주눅든 자신의 모습이 담겨져 있기에 어깨를 당당하게 펴지 못한다고 해도 나의 매력 발산은 주위 사람들에게 충분히 작용하고 있으니 성격을 좀 쾌할하고 당당하게 바꿔줄 필요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케이티는 나처럼 내세울것이 없는 무지 평범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를 알아갈수록 얼마나 매력적인 여성인지 알게 된다. 

마법에 면역력이 있다니, 어느날 출근길에 날개 달린 요정을 보는 것은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충격적인 일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혼자 바보가 되는건 시간문제라 어디 터 놓고 이야기 할 상대를 찾기도 힘들다. 점심시간에 주린배를 안고 식당을 전전하며 밥을 먹으러 돌아다니는 수고가 없이 펑~하고 나타나는 음식들은 마법이 얼마나 편리한가 부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하여 계속 마법으로 위장하는것은 그들에게도 피곤하긴 마찬가지. 케이티도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속한 직장에 대하여 말을 할 수도 속상한 일에 대하여 의논을 할 수도 없는 외로운 처지다. 

평범한 데이트를 꿈꾸지만 늘 마법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쳐 속이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닌 케이티.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오언은 친구라고 못박고 늘 거리를 두니 이래저래 인생이 찬란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왜 모를까. 평범하다고 소리치는 그녀조차 신데렐라처럼 멋진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몸이라는 것을. 갖은 푸념을 이야기 하지만 조금은 얄미운 생각도 드니 이건 대체 어떤 마음인걸까. 책속의 그녀에게 질투라니. 아마도 나처럼 평범하다고 믿는 케이티이기에 그런가 보다. 

어딜가나 흑마법을 부리는 악당은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 이드리스는 케이티의 주위에서 깐죽거리고 텍사스에서 부모님이 오셨을때조차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다. 악당이라곤 하지만 큰 힘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저 질투심에 어린 분노를 펼쳐 보인다는 생각이 들뿐이니 해리포터에서 등장하는 악당처럼 긴장감을 선사해 주지는 않는다. 판타지 소설이라고 하지만 케이티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뿐이다. 

"저게 뭐니?" 날개 달고 있는 가고일을 바라보는 엄마, 정말 케이티의 심장이 오그라들만 하다. 자신의 면역력이 엄마에게 받은 것인데 어쩌랴. 수습을 할 밖에 느는것은 거짓말뿐이긴 하지만. 이런 작은 에피소드에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마법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 멀린의 존재는 아서 왕을 비롯한 여러 소설에 등장하는 예언자 멀린이라니 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모습은 전화조차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이니 현대에 맞게 재미있게 각색하여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 마케팅이니 경영서적에 대해 공부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니 나도 현실세계가 참 무미건조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케이티처럼 "난 너무 평범하다"고 외치지만 나에게도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늘 가지고 있기에 읽는 동안 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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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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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리데기의 이야기를 '바리'처럼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듯이 알게 된 건 아니고 '전설의 고향'에서 바리데기의 이야기를 방영하는 것을 보고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 정도는 알고 있다. 할머니 다리에 머리를 괴고 누워 도란도란 옛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평온해 보이지만 바리가 있는 북선의 상황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바리. 그녀가 영국에 갔을 때 기아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가족들과 동족들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버려진 상태로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화려한 불빛 아래 먹고 사는 문제를 제쳐두고 유흥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바라볼때 배신감마저 들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삶에 순응하며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울분도 회한도 없이. '난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돈에 팔려 짐승처럼 배 밑바닥에서 한달을 견디고 도착한 런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 몸을 팔아서 사는 곳에 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생각하는 바리를 보니 편하게 앉아서 밥을 먹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샹 언니의 남편 쩌우에게 배워둔 발마사지로 이곳 런던에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물론 주위에서 도움을 주는 루 아저씨, 탄 아저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겪는 그녀는 어릴 때 장질부사 염병을 앓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고 죽은 영혼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무녀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조금은 생소하다.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란 그리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는 아니기에 숨기면서 살아가지만 발마사지를 하며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죽은 사람들의 한풀이라도 해 주려는 것일까. 그래서 바리데기처럼 생명수를 구하러 저승으로 가고자 하는가.  

북선에서 머나먼 런던으로 가는 모습은 황석영님의 소설 "심청"에서 청이의 모습과 닮아있다. 중국으로 팔려가 몸을 파는 생활을 하는 청이의 모습이 바리의 모습위에 겹쳐져 보인다. 바리는 시대의 아픔마저 가지고 있기에 실제 일어났던 일들속에 그녀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인 북선을 뒤로한채 식구들과 뿔뿔이 흩어져 영국으로 가게 된 것이 큰 변화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희망을 전하고 있다. 내가 숨쉬는 공간과 멀리 떨어져있지만 자신의 고국이 아닌 타국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바리에게 우리는 당당해질 수 없다. 온몸을 던져 다른이의 고통까지 함께 짊어지려 한 그녀이기에 손을 뻗어 의지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바리', '바리데기' 이데올로기, 종교, 테러 등 모든 것을 초월한 모습이 '바리'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시대의 변천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알아가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통해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그들의 생활을 보며 알아가는 삶.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어떤 책보다 더한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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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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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파르페는 꼭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여름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의 책은 반드시 여름에 읽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을 느끼게 한다. 고등학생인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겪는 일들은 평소 낯익은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일도 아니다. 일본소설을 읽게 되면 우리나라와 다르게 무척 자유분방만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책 또한 특별한 일을 겪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에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는지. 입시열풍에 몸살을 앓는 학생들의 모습은 늘 갇혀있는 세상에 있기에 아무래도 이 책속의 주인공들을 자유스럽게 느끼나보다.  

소시민으로 살기를 원하는 고바토와 오사나이. 그러나 쓸데없이 머리를 굴려 타인의 구린구석을 알아내는 고바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즐기는 오사나이는 결코 평범해질 수가 없다. 진한 우정으로 뭉쳐져 만나는 관계가 아닌 서로 소시민으로 살수 있게끔 그저 협력하는 사이이기에 한쪽 마음이 뚫린 듯이 허전함을 느끼는 오사나이, 그래서 고바토에게 관계를 정리하자고 말하지만 별로 마음이 아프진 않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사이다. 학교 밖에서는 거의 만날일이 없는 오사나이가 이번 여름방학 때 "오사나이 스위트 섬머 설렉션"을 하자며 지도를 한장 준다. 소위 맛집을 돌자는 건데 이것이 탐정기질이 있는 고바토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들기 시작하는 발단이 된다. 이것 모두 의미있는 일의 시작이라니. 아니 모든 사건의 발단은 몇년 전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사건의 말미에 와서도 도통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오사나이의 유괴사건으로 사건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예상대로 고바토와 친구 겐고의 노력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볼 때 이것이 전부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반전이 있을줄이야. 내가 몰랐으니 반전이라고 해 두자. 맛난 먹거리들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입안에 군침이 잔뜩 돌아 거기에만 신경 쓰는 사이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고 나는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을 느낀다. 그저 실제로 맛집의 음식들을 눈앞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으니까. 그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들이었다. 고바토는 오사나이가 시키는대로 따라다니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을 잡아냈는데도 말이다. 역시 나는 탐정기질이 없나 보다. 

복수를 하는 오사나이.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우고 공포스러운 맘을 버리고 맞서지만 왜 이사가와의 유괴사건에 스스로 몸을 던졌는지 그 발단에 대해서는 입을 함구하여 궁금해진다. 구타당하고 담뱃불로 지지려는 공포에 몸을 맡기며 그녀가 무엇을 돌려주려 한 것일까. 이 한권의 책으로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서로를 잘 아는 두사람. 관계를 끊지 않고 그 우정 영원히 변치 말았으면 좋겠다. 두사람의 능력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쓴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그래야 가을에는 무슨 사건이 일어나려나 생각 해 볼 수 있을테니 말이야. 전혀 예측불허의 두 사람이긴 하지만 소시민으로 살기엔 너무나 특별한 사람들이기에 또 사건들이 일어날 것 같다. 그 땐 이 두사람이 좀 더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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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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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드래곤라자', '용의 신전' 등 판타지 소설에 빠져 지낸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서 간간이 읽곤 하는데 '테메레르'의 존재는 인간역사에 자연스럽게 등장하여 꼭 실제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어 내가 판타지 세계에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알에서 깨어나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용이라니. 알을 깨고 나와 로렌스 대령에게 다가가 "왜 그렇게 찡그리고 있어?" 말을 하는 새끼 용을 상상하면 나도 입이 딱 벌어진다.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는데 새까만 등짝을 긁으며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그러든지"라고 이야기 하다니. 이건 용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닮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테메레르와 함께 하는 삶이 유쾌해질 것 같다.  

비행기가 아닌 용이 공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하는 시대. 나폴레옹이 등장하고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 등 우리 시대가 겪어온 현실에 용이 날아다니다니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릴리, 막시무스 등 테메레르 외의 용들을 묘사할때면 눈앞에 그려지지 않아 시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아쉽지만 실제 전투에 임해서는 다치고 죽는 살육의 현장에 있는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전쟁에서만 가치 있는 존재처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선택한 비행사와 끝까지 함께 하려는 '용'들이기에 그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진다. 인간보다 몇백년을 더 살다가 죽는 그들. 한몸같이 생활하던 비행사가 죽으면 슬픔에 빠지는데 비행사로서는 자신이 죽었을때의 상황마저 생각해야 하기에 마음이 아프다. 늘 냉정하게 대하고 곁을 두지 않는 비행사지만 전투시 입은 상처로 죽어가는 레비타스는 자신이 죽기전에 찾아준 랜킨을 볼 수 있어 기쁘기만 하다. 랜킨은 그저 동물로서 부려야할 존재로 대했을지 모르지만 레비타스는 랜킨을 가족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끈끈한 유대감, 가족보다 더 깊게 연결된 끈으로 인해 의무나 책임이 아닌 감정으로 자유스럽게 함께 하늘을 날았던 것이다.   

용과 함께 늘 생활해야 하는 공군으로서의 삶은 평범한 결혼생활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해군 대령으로 사랑하는 사람까지 있는 로렌스로서는 테메레르와 함께 하는 것이 많은 것을 잃게 하는 것이지만 테메레르와 꼭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테메레를 타고 하늘을 날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진다. 왕의 용, 전세계 몇마리 뿐이라는 셀레스티얼 품종. 그 모습조차 당당한 테메레르. 보석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인간이 되어 책을 많이 보고 로렌스와 함께 용을 타고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을 가진 테메레르.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아님을 전달해야 하는 로렌스지만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인간보다 더 똑똑하기까지 한 테메레르. 고소공포증이 있긴 하지만 테메레르가 내 앞에 있다면 코를 문지르고 나도 함께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다. 전쟁이 계속되는한 긴장속에 살아야겠지만 용들만 있은 세계보다 비행사를 태우고 하늘을 한껏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이 더 정겹게 다가오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인간인가 보다. 근데 혹시 구름 뒤에서 하강하는 용이 있는게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당당하게 왕의 용으로서 빛나는 테메레르. 너 정말 멋진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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