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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떠도는 집 라크라이트
필립 리브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다리가 많이 달린 이상한 생물체를 그리거나 우주선을 그리면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을 여행하는 황당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토끼가 방아찧고 있는 곳이란 상상을 하던 달나라에도 갈 수 있는 세상이고 보면 어렸을 때 머릿속에 그렸던 것들이 상상만으로 끝날 일은 아닌 모양이다. 한마디로 신난다~~!! 토성, 목성, 금성을 자유롭게 다녀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모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하기엔 그 의미들이 너무나 생소하다. 지금 현재 쓰는 단어들과 다르니 책 제목인 "라크라이트"조차 생소하다. 어른이 읽기에도 버거운데 아이들이 읽기엔 더 힘들겠지.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올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라 조금 불편해진다.
하지만 해적 잭과 함께 하는 모험은 위험하긴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흥미진진한 모험에 빠져들게 한다. "해리포터"이래 아이들을 위해 쓰인 가장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책중 하나란 것에 동의하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없다고 말해 두고 싶다. 그러나 악당인 거대한 거미인 "웹스터", 머틀과 아트를 도와주는 해적 잭의 존재. 이렇듯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고 아이들을 등장시켰지만 머틀과 잭과의 사랑이야기도 가미함으로써 갖출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추었다.
라크라이트에 등장한 웹스터의 존재로 우주를 정처없이 떠돌게 되는 머틀과 아트. 소프로니아호의 해적 잭과 그를 따르는 부하(?)들인 게 니퍼, 파란도마뱀 실리사 등은 인간과 거리가 멀지만 그들을 다른 종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잭과 함께 해적이 되었다. 인간이란 자고로 자신과 다르면 멸시하고 연구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바 이들이 있었던 곳은 왕립 외계 생물 학술원이었으니 이들과 함께 그 곳을 탈출한 잭 해벅의 존재는 영웅으로 비춰짐에 손색이 없다. 표본으로 불리는 그들, 솔직히 미래에 우리 인간이 그런 존재가 되지 말란 법도 없을 텐데 참 잔인하기도 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묘사한 그림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전혀 낯선 이것들에 시선이 그닥 머물지 않는다. 이해불가. 하지만 미래에 이런 일이 있지 말란법도 없으니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펼수 밖에. 어려운 용어에 대한 주석을 달아주었다면 어땠을까? 아님 그림이라도 첨부해 주었다면 좀 더 깊이있게 빠져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주를 떠도는 집 라크라이트란 소재는 좋으나 책장을 다 덮고 난 지금 오롯이 와 닿지 않아 내가 있는 곳이 미래에 비해 발전이 더딘 곳이라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아닌지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모험을 담은 책을 즐겨읽지만 나 자신 스스로 모험에 뛰어들기는 주저하는 바 얼마의 세월이 지난 뒤 이렇게 세상이 흘러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잠깐의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