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대를 앞서간 천재들의 삶은 권력을 배제한 삶이기에 그 끝이 초라한 것일까. 아니 도화서의 화원 자리를 박차고 나온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조선 팔도 어느 곳에쯤 머물고 있을지 사라진 그녀의 발자취를 더듬어 혼과 마음이 담긴 그녀의 그림세계를 엿보고 싶다. 단원 김홍도가 들려주는 그와 신윤복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 것인가. 어느정도의 허구일 것이라 짐작하면서도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들 앞에 나는 이미 책속에 빠져들고 있었음을 잊고 있었으니 이미 내 기억의 한자락은 그들이 있는 곳 가까이에 머물고 있었다. 

천재를 알아본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만큼의 고뇌를 안고 있을 것인가. 겨루어 이기고 싶다가도 나보다 못하길 바라다가도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늘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해야하나 보다. 신윤복 그녀가 바라본 기생 정향에게조차 질투심을 느끼는 단원 김홍도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하다. 화원 신한평의 아들 신윤복은 아버지의 후광과 형 영복의 지지속에 화원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틀에 박힌 그림들을 모사하거나 모든 사물에 깃든 색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정안에서의 화원의 길은 그에게 맞지 않았으니 벗어던지고 싶어도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단청실로 간 형 영복과 가문을 중시하는 아버지로 인해 그 또한 쉽지 않다. 화원이 된 윤복과 같은 조건에서 겨루고 싶은 홍도의 생각과 함께 화원의 길을 뿌리치는 것이 왜이리 힘든 것인지. 자유롭게 영혼을 불사르고 싶은 윤복의 희망은 역시 접을 수 밖에 없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실력대결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임금인 정조가 은밀히 김홍도를 부르면서 자신의 목줄이 위태로울지 모르는 줄타기를 하게 된다. "십년전에 도화서에서 일어났던 참변을 밝히라"는 어명이 떨어진 것이다. 수석화원 강수항과 그 수종화원 서징이 당한 영문모를 죽음 이들에게 대체 어떤일이 있었기에 십년이 지난 사건을 들추게 하는가. 십년전에 강수항이 죽고 죽음을 밝히고자 하는 서징과 홍도, 서징이 죽음을 당하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지고 세월에 따라 권력에 대항하지 못한 홍도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굳이 잊으려고 애썼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다니는 홍도, 기록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것을 목격한 사람의 말이 진실일 수 있기에 여기저기 탐문을 하고 다니지만 어느 순간 이 이야기는 자취를 감추고 화원이 되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대결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갑자기 큰 흐름이 바뀐듯하여 어리둥절해진다. 어명에 의해 사건을 파헤치던 그가 그저 자신이 행하던 도화서에서의 생활에 몸을 맡기다니 어떤 큰 사건의 실마리가 밝혀지는가 하여 긴장하며 보던 나이기에 이야기의 흐름이 툭툭 끊긴다고 생각할 밖에. 정조에 의해 같은 주제를 놓고 다른 그림을 그려 대결을 펼치게 되는 홍도와 윤복,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의 생활상을 보고자 하는 임금의 마음이 천재화가들을 권력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가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조차 위태로우니 누굴 지킬 수 있을까. 어진을 그릴 사람을 선택함에도 뇌물을 받아 천거한 사람을 뿌리치고 홍도와 윤복을 선택한 왕이기에 그 기백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냥 한가롭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십년 전의 사건에 얽매이지 않은이가 없으니 뒤주속에 갇혀 죽은 장헌세자의 어진을 그린 강수항의 죽음을 꼭 밝히고 싶은 정조와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자신의 인생을 바꾸면서까지 이 일에 뛰어든 윤복, 절친한 지기의 죽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범인을 잡길 원하는 홍도. 이 모든 것이 점점 수면위에 떠 오르고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뒷돈을 대 신분을 사고 자신의 죄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에 철저히 옭아맬 올가미를 던지는 윤복과 홍도. 이들의 활약이 정말 눈부시다. 가슴속이 뻥 뚫린듯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림만 그리고 싶은 이들의 소망이 권력과 맞물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유독 여인을 그림속에 등장시키는 윤복, 서민의 삶을 그려내는 홍도. 솔직히 난 여인의 그림보다 서민의 삶을 그린 김홍도의 그림에 눈길이 더 머물지만 화려한 색을 이용하여 여인의 마음까지 표현한 신윤복의 그림에도 놀라움을 느낀다.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신한평의 아들로 살아온 마음이 그림속에 녹아있지 않았을까. 여인은 도화서의 화원이 될 수 없기에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책장을 넘기며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보니 가슴이 아파온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 보여줄 수 없었던 시대의 아픔이 남아있으므로 그와 함께 단원 김홍도의 애잔한 마음까지 느껴져 가슴이 아픈 것이다. 함께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이므로. 뛰어난 천재 동생을 둔 영복이 윤복이가 원하는 색깔을 만들기 위해 손마디가 터져 나가는 모습은 시대의 천재는 오로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윤복의 인생에 가려 보이지 않는 영복의 존재 또한 아픔으로 전해지니 이젠 그림을 봐도 즐겁게 감상하지 못할 듯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8-2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명씨의 책이라 어떨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있던 책이었는데.. 느낌이 상당히 좋네요.ㅎㅎ 하지만 다른 분들의 글도 읽어봐야 확실히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학진사랑님 글만 보면 무조건 다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학진사랑 2007-08-2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평을 잘 못쓰나 봅니다....괜찮지 않은 책은 괜찮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겨줘야 하는데 말이죠..ㅋㅋ 읽을때는 와 닿는게 없다가 책을 덮고 서평을 쓸때 가슴을 울리는 책도 있더라구요.....이 책은 그림대결을 할때 그림에 문외한이라 좀 더디게 읽혀지던데 다른건 괜찮았어요...ㅎㅎ
 
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결혼 6년째 전업주부이지만 게을러서 직장을 구하지도 않고 스스로를 나태한 생활로 아파트라는 탑 안에 가둬버린 시오미는 잠자는 라푼첼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물론 나도 그녀의 모습과 닮아있어 얼마나 놀라면서 책을 읽었는지 모른다. 마녀가 라푼첼을 탑 안에 가둬버리고 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라푼첼에게 머리카락을 내려달라 요구하는데 왜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스스로 탑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아마 새로운 세상에 한발짝 발걸음을 떼는 것이 두려웠겠지, 탑 안이 그녀에게는 세상 모두였을테니까. 아니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알지만 스스로를 가둬버린 시오미는 남편과 연애하던 그 시절을 뒤로 하고 그간 죽어있는 삶을 살아왔다. 라푼첼에게 왕자님이 다른 세상과의 소통을 의미했다면 루피오는 아파트라는 사각의 틀을 열어주어 시오미의 닫힌 세상과의 소통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에겐 '사랑'이었으니 열 다섯살이나 어린 중학생인 로미를 사랑하는 것은 그나마 그녀가 가진 그 작은 세계마저 무너뜨릴 수 있어 한발 한발 다가서는 그녀를 보는 것이 조마조마해서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다.  

책에서만 일어나는 허상의 세계라고만 단정지을수가 없다. 로미의 아버지와도 관계를 가지는 그녀가 그의 아들인 로미와도 관계를 가지는 모습은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으나 사람이 있는 곳 어디서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기에 그녀의 가슴아픈 사랑에 도저히 손가락질은 할 수가 없다. 단지 위태위태하던 그녀의 세계를 깨 버리고 밝은 빛속으로 나오게 한 존재가 로미이기에 오히려 고마운 존재라고 할까. 그녀안에 잠자던 열정과 사랑을 일으켰으니까. 파친코에 드나들던 그녀가 로미와 로미의 아버지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른 삶을 생각하게 된다.  

로미에게 시오미는 어떤 존재일까. 로미의 아버지에겐 시오미는 또 어떤 존재일까.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를 보는것도 아니고 그저 의존하고 싶어하는 약한 모습의 사람들. 갑자기 들이닥친 남편, 로미와 로미의 아버지가 그녀의 공간에 함께 있는 모습은 정말 어색하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남편이 더 이상하게 생각되니 이들 부부의 관계는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나. 옷이나 챙겨주고 받는 그런 존재? 참 복잡하다.  

남편이 맡긴 고양이로 인해 그녀의 생활이 점점 꼬이기만 하고 로미의 여동생 주리의 존재로 인해 탑 안이 서서히 무너진다. 고양이를 보고 싶어하는 주리를 집안에 들이지 못해 그냥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오빠인 로미의 운동화를 본 것, 자신을 거부한 것을 참지 못한 주리가 한 행동은 끔찍하다. 금붕어 죽인 것을 택배로 보내고 문 앞에 "고양이를 키우지마"라는 글을 쓰는 등 도저히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삐뚤린 아이들의 모습,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안에서의 사랑을 찾지 못하고 맴도는 아이들을 모두 다 받아들이는 것은 시오미에겐 무리였기에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 로미만을 위하는 사랑은 그렇게 끝을 향해 치닫게 된다.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누구나 시오미처럼 살지는 않는다. 남편이 달마다 주는 돈을 파친코로 날려버리고 한가득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둬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그녀, 이런 외양적인 모습만 봐도 참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기에 이렇게밖에 살지 않는 그녀가 안쓰럽기만 하다. 남편이 가둬버린 탑이지만 스스로 나오지 않고 웅크리고 살아온 그녀가 그 탑을 깨고 나오는 모습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험난하겠지만 어딘가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무엇이 있다. 남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먼저 꺼내고 그전에 똑같은 향수를 해외에 나갈때마다 사오는 남편에게 멋지게 한방을 날기는 시오미 정말 잘했다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어진다. 그래 탑안에서 스스로 나온 그녀가 너무 대견하니까. 아직도 자신이 만든 탑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탑안에 갇힌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번쯤 창문을 열고 바깥 세상을 쳐다 보는 것은 어떨까. 한발짝 내밀었을때 오히려 탑안으로 다시 돌아오기 싫어질지도 모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8-2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섬세한 리뷰 :)
잘 읽고 추천합니다 ^^

학진사랑 2007-08-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잘 쓰지 못한 제 글을 추천해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는게 빡빡하고 힘들다고 해도 내가 있는 이 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 '여행'정도는 했었지만 아에 주거지를 옮겨 지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그렇기에 '파피용'을 타고 지구밖으로 나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구로부터의 탈출, 물론 그 끝은 오히려 지구보다 더 원시적인 상태에서 사는 것이라 해도 시도는 역시 높이 사 줘야하지 않을까. 그전에 천년의 세월이 지났을때 '파피용'안에 사람들이 어찌 살고 있을지 시뮬레이션 정도는 해 봤다면 참 좋았을텐데 여러사람의 욕망이 어쩌면 14만 4천명의 후손들에게 선택할 권한마저 빼앗아 버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만 하다. 늘 가슴속에 가지고 있던 회피, 도망이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을 꾹 누르고 탈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자기변명을 줄기차게 하면서 떠나왔으면 지구밖 생활이 지구에서의 생활보다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펼쳐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종교적인 냄새를 피우며 파피용호가 안착한 행성에서의 생활은 태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다를바 없는 생활이 이어지게 된다. 지구에서 가져간 것들로 인해 조금 아주 조금은 윤택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그 끝은 실패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이브과 엘리자베트의 만남은 아주 끔찍했다. 누구든 이런 만남을 하고 싶지 않으리라. 세계 단독 요트 일주 경기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우승하며 챔피언의 영예를 거머쥔 엘리자베트, 그녀를 차로 치어 하반신 마비로 만든이는 이브다. 어떠한 것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겠지만 그는 그녀를 위해 아버지가 연구하던 프로젝트를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어마어마한 자금력이 있어야 했지만 맥 나마라의 도움으로 가능했으니 '파피용'의 항해사로 엘리자베트를 데려오면 이것으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게 될지도 모르니 '파피용'의 제작은 동기가 충분하다. '파피용'에 탑승하는 사람들을 좌지우지 하려는 정치인, 종교인 등을 보면서 사실 웃음이 나고 어이가 없다. 어쩌면 저렇게 이기적일까. 파피용을 제작하고 싶다고 했을때 사람들이 모두 안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완성된 단계에 이르니 서로 갖고자 하다니. 우주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법률에 제정하기까지 하는 모습은 정말 정이 떨어질만도 하다.

파피용의 발기인 이브, 엘리자베트, 맥 나마라, 아드리앵, 카롤린이 오래 오래 살아 파피용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지 않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파괴주의적이거나 우울증 등 안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배제하고 뽑았건만 역시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생활은 야만적이고 잔혹한 인간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쟁으로 인한 살육, 전염병 이 모든 것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이브에겐 치정에 의한 첫 살인이 나타났을때 생겨난 법률을 보면서 어쩌면 마지막을 예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엘리자베트와 함께 가정을 꾸려가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비록 모두의 아이라 할지라도 그에겐 그때가 가장 행복했으리라. 엘리자베트가 죽고 아버지처럼 사랑을 찾아 죽지 않고 그곳에 남아 천년뒤에 행성에 도착할 사람들을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그에게 남은 최후의 삶의 숙제였다.

이브의 개인비서였던 사틴이 아드리앵과의 불화로 떠나고 신분을 위장한채 파피용호에 탔을때 사람들 내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지구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고 착륙이 가능한 우주 왕복선 2인용을 만들고 후손들이 더 큰 우주 왕복선을 만들 시간이 천년은 있다는 생각에 믿었으나 전쟁으로 서로가 왕이 되겠다고 살육을 일삼고 싸우는 중에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는 권력밖에 없었으니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파피용의 제작을 도운 맥나마라의 유토피아는 자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암을 선고받고 오히려 지구에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 너무도 극한을 치닫는것 같아 안타깝다. 성을 없애고 이름만 남겨 아드리앵-18, 엘로-2 등 번호로 매겨가는 모습은 꼭 기계에다 번호를 붙이는 듯 하여 오히려 파피용에 승선한 사람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지구를 그리워하며 '지구병'을 앓는 사람들. 살아가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후회하지 않았을까. 후손들에게 우주가 아닌 세계를 느낄 기회를 주었다면 지구밖으로의 탈출이 파피용으로가 아니라 다른 것으로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살만하다고 느끼기에 탈출에 대한 정당성에 아직은 동조할 수 없어 그들의 죽음만 안타깝다 느껴질뿐이다. 그저 우주로의 여행으로 몇십년을 돌아 다시 지구에 왔다면 많은 이들이 지금의 삶을 감사하며 다른 대책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지구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고통을 겪어보는 사람만이 삶의 행복도 알 수 있는 법, 파피용에서의 삶은 안정적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큰 행복을 느끼진 못했을테니 오히려 이 지구안에서의 삶에 작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이들의 삶의 끝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며 읽어갔건만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는 생각에 조금 힘이 빠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니의화원 2007-08-2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진사랑님, 누군지 절 기억하실까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비니맘"이에요. ㅎㅎ
잘 지내시나요? 책 읽고 리뷰 올리시는 학진사랑님 보면서 여전히 열심히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구나 싶어 반갑고 기쁘고 그러네요. 반가워요. 다시 뵙게 되어서요^^ 제가 아는 분이 꼭 맞길 바라면서...

학진사랑 2007-08-2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비니맘님 반가워요..맞아요..그 학진사랑...ㅋㅋ 잘 지내시죠? 아픈데 없구요? 세월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올해도 얼마 안남았네요....
늘 한결같이 똑같은게 좋은거 같아요..ㅎㅎ 안부 물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도전하는 10대 네 꿈을 펼쳐라 - 꿈을 가진 10대를 위한 자기관리
김미화 외 지음, 자유로운상상 편집부 엮음 / 자유로운상상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꿈이 뭐에요?" 이 질문은 30대인 지금도 종종 받는다. 그래서 대답은 "그냥 잘먹고 잘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아~행복하게도 붙여야겠군. 월급이 많고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이 얼마나 즐기면서 만족하면서 일을 하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니 성적에 따라 직업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10대때는 꿈을 크게 가지면 가슴을 쫙 펴고 다닐 수 있었는데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꿈이 조그맣게 변해버려 어깨도 펴지지 않는다. 인생을 다 살아봐야 안다지만 의욕조차 없는 지금은 그저 솥뚜껑 운전에 만족하고 살려고 하니 꿈에선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가정주부로서도 제대로 해내면 좋으련만 이도저도 잘 못하니 한심한 이 노릇을 어찌할꼬. 

순탄하게 인생을 달려가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렵게 한발 한발 때론 후퇴도 하고 절망과 좌절도 겪으면서 정상을 향해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한마디로 보물주머니라고나 할까.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누구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며 탁 치면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귀담아 들어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렇게 10대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없어 좀 부끄럽다. 꼭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개그맨들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꾸준히 공부를 한다고 하지 않나. 비록 자신의 꿈이 '개그맨'이어서 꿈을 이뤘다고 해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도태되지 않고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에 피땀 흘려가며 매진하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분들중 사실 몇분 밖에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포기 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일게다. 나중에 아이를 낳았는데 꿈이 너무 평범하면 더 높게 가져보라고 잔소리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대신 짊어지게 하지는 말아야겠지. 공부를 완료하지 못한 부모님에게 자식들의 대학 공부는 꿈이었다. 오히려 학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기에 감사할 일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 자신의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면 아마도 쌍수를 들고 못하게 막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래도 존중해주자는 생각을 가만히 해 본다. 뭐 노력해 보겠다고 말한다구. 

모험을 즐길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는데 현실에 안주하려는 내 성격은 너무 소심해서 불만이 많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였다면 지금은 다른 생을 살고 있었을까. 아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바뀔수 있을까. 남들에게 이렇게 해라 말은 잘하지만 실천하는게 힘들어 또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이것처럼 무서운말이 있을까. 기회를 줘도 똑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10대에는 누가 충고를 하면 바로 수용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렇기에 잘못을 저질러도 바른길로 금세 인도가 가능하다. 작은 언덕이라도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삶, 이것이 10대는 아니지만 나에게도 필요하다. 10대때의 긍정적인 생각과 패기와 열정은 남아 있지 않지만 삶을 여유롭게 관망하는 점은 그때보다 나으니 30대가 다 안좋은 것만은 아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던 때보다 금전적인 여유로움도 있기에 자기계발이 가능하니 포기하기엔 이르지. 다시 일어서 보는거야. 40대가 되어 "십년만 젊었어도 할텐데"라는 좌절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노력하면 세월이 흘러 40대에 나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나지 않을까. 빛이 나진 않더라고 밝을 것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니까. 10대들이여 아직 인생이 창창하니 좌절해도 또 일어나서 달려보자. 세상은 살만하니까, 좋은날도 꼭 올테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7-08-1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모, 의 한 구절이 생각나요. 꿈이 이루어졌을 때를 조심하라. 더 이상 꿀 꿈이
없는 데에서 문제가 생기겠지요. 님만이 아니라 누구든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겠지요. 그럼에도.. ^^

학진사랑 2007-08-20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모 책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챙겨봐야겠네요..^^
전 꿈조차 이루질 못해서.......ㅜㅜ
 
서른 살의 달리기
니꼴라 레 지음, 이선영 옮김 / 지향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30대가 10대나 20대보다 풋풋하지 않은 건 맞다. 이 책의 주인공들을 보면 솔직히 30대라기 보다 인생을 많이 살아서 이젠 의욕조차 없는 60대 이상으로 보이니 나만의 착각인걸까? 어쩌면 타인의 눈에 나도 30대가 아닌 중년의 나이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일은 귀찮아 하고 의욕도 없고 무엇보다 꿈이나 목표가 없으니 30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 나오는 다섯사람 프랑크, 벵상, 장, 마르크, 루이는 감정이 이끄는대로 가지만 난 이런 열정도 없으니 그들보다 삶이 더 지루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쓴 책들은 많지만 남성들의 입장에서 쓴 책들이 드문 이때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나온 책이다. 이성의 심리를 알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솔직하여 거부감도 들지만 조금의 수확이라도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서로가 다른 공간에서 살아왔지만 정신병원에서 만나게 되니 할퀴어진 자신의 사랑의 상처가 타인에게도 있음을 알아가며 살아온 세월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이다. 프랑크가 들려주는 자신을 포함하여 다섯명의 이야기는 인내하며 이겨낸 세월의 흔적인 것이다.  

솔직히 프랑크가 툭툭 뱉듯이 시간의 순서에 상관없이 나열하여 이야기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 집중해서 읽어도 어떤 내용인지 이부분은 누구의 이야기인지 짐작을 하기 힘들고 집중이 되지 않으니 감정이입은 결코 바랄수도 없으니 역시 동성과 이성의 차이인 것인가.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 잃어버린 사랑을 쫓아 현실을 외면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굳이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에 모였어야 할까. 더 좋은 공간이 있지 않을까. 떠나간 사랑으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야 하는데 여전히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과 프랑크가 기다리던 베네딕트가 병원으로 찾아오는 모습은 과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구원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쫓아온 사랑을 잡아야 함을 보여주니 조금 갑갑하다. 프랑크를 찾아온 베네딕트를 보면서 희망을 느끼기엔 좀 미흡하지 않을까.  

주인공들의 사랑은 추억이 아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잡지 못하면 떠나 보내야 할 것을 여전히 움켜쥐고 놓지를 않으니 과거의 일이 되지도 않아 회상을 하면 괴롭기만 하다. 그러니 병이 되어 버리지. '사랑'이라는 이름은 정말 핑크빛인데 왜 회색빛이 되어 버린것일까. 60대에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에게도 멋진 사랑, 가슴을 불태우는 사랑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사랑의 형태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삐뚤어진 사랑을 하는 이들이기에 꼭 자신이 사랑한 이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