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1 - 에스파냐 - 빛과 그림자 한길그레이트북스 109
홋타 요시에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 1746~1828)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의 스페인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현실에 참여하는 고발성 명화부터 말년의 정신세계를 그린 독특한 작품까지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화가다. 이 책은 고야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일종의 평전으로 총 4권의 방대한 양이다.


먼저 1권은 에스파냐 - 빛과 그림자편으로 그가 직업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고야는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사라고사의 엘 필라르 대성당의 천장화를 그려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서른 살 때부터 16년 동안 왕립 산타 바르바라 태피스트리 공장을 위해 약 63점의 밑그림을 그린다. 이 무렵에는 종교화도 많이 그렸는데 그 시절을 주로 다루고 있다.


평전의 작가는 일본의 저명한 역사연구자 겸 작가인 훗타 요시에로 전후시대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적 작가이지 사상가로 존경을 받는분이다. 1974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하여 1977년 4부작으로 완성한 [고야]로 '오사라기 지로상', '알폰소 10세 십자상', '아시아-아프리카 로터스 상'을 받았다. 1978년부터 10년 동안은 에스파냐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 거주하면서 서양의 사상사, 지성사, 문화사를 폭넓게 탐구하였는데, 이는 그의 저작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홋타 요시에는 인간, 종교와 예술 전반에 걸친 심오한 이해와 통찰력으로 한 시대의 압도적인 자료를 통해 그 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 왔다. 이 책은 사실에 입각하여 고야의 삶을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탐색한 고야 연구서이다. 나머지 3권을 읽기 전에 먼저 포스팅한 이유는 이 책은 평전이지만 문학작품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세련된 작품이다. 소개글을 통해 어떻게 이 작품이 씌여졌는지 알아보고, 다음권들을 차례로 독파할 예정이다.

고야는 언제나 위대하다


왜 고야인가? 저 먼 과거에, 그것도 유럽의 ‘변경’에 지나지 않았던 에스파냐 출신의 화가를 왜 오늘에 만나야 하는가? 화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그림을 보면 될 터인데, 왜 그를 책으로 만나야 하는가?

고야는 모국인 에스파냐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사는 물론이고 정신사ㆍ지성사에 큰 획을 그은 거인이다. 그는 또한 근대 유럽을 뒤흔든 거대한 변혁과 혁명의 물결들을 회화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삶과 예술을 준열하게 증언하고 있는 영원한 현재진행형 화가이다.

일본의 저명한 역사연구자 겸 작가인 홋타 요시에가 역사와 인간, 종교와 예술 전반에 걸친 심오한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일구어낸 이 책에서 독자는 저자가 제시하는 방대한 자료에 압도당할 것이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간군상의 파노라마에 금세 매료될 것이다. 그동안 고야의 전기는 많이 나왔으나 이처럼 사실(史實) 앞에 엄격하면서도 모든 사가들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극복한 고야 연구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책의 전권에 걸쳐 고야의 전 생애와 작품을 다루면서도 작품의 진정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17세기 에스파냐의 황금기, 18세기 유럽 왕실경영과 프랑스혁명, 19세기 대불항쟁과 전제정치, 20세기의 내란과 프랑코 정권 등에까지도 그 서술의 폭을 넓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야의 동시대인들, 각국의 대문호와 예술가들의 사상과 지적 경향이 정교하게 엮인 그물처럼 고야의 예술정신과 연결되어 있다.

시대의 거인


저자는 고야가 모순적이고 불연속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에 와서 보면 결과적으로 가장 독창적인 화가였지만 18세기 후반 사라고사에서의 화가 지망생 시절부터 마드리드의 아카데미 정식회원이 되기까지 그 걸음을 더듬어가 보면, 자신의 독자적인 화풍을 자유롭고 비약적으로 키우려고 애쓰기보다는 시대의 화풍에 순응하고 동화하기 위해 숨차게 달려갔던 출세지향주의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심연을 겪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계로 들어갔을 때부터 고야는 비로소 미래의 장막, 현대회화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선구자가 될 수 있었다. 고야를 평생 따라다녔던 에스파냐 당대의 참혹한 현실, 즉 음모와 전쟁, 혁명과 반혁명 등이 그를 깨어 있는 시대의 증언자로 몰고 갔음을 강조한다.

고야가 현대회화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되는 판화집 『변덕』 가운데「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는 작품에 직접 부연한 그의 설명을 읽어보면 고야 속에 내재되어 있는 근대 리얼리즘의 태동을 감지할 수 있다. “이성에 버림받은 상상력은 있을 수도 없는 괴물을 낳는다. 이성과 하나로 합쳐져야만 상상력은 예술의 어머니가 되고, 그 경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이성과 상상력의 힘으로 고야는 다양한 인간적 정념,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 동시대인들의 악덕과 비참함을 풍자하고 비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판화집 『전쟁의 참화』


고야에게서 시작된 진정한 근대성은 판화집 『전쟁의 참화』에 와서야 비로소 극적으로 표출된다. 그가 평생 추구하던 수석 궁정화가의 지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에스파냐 궁정에 급작스런 정변이 일어나고(1808),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아 영국 군대에 의해 국토가 유린당하는 사태를 맞는다. 이 과정에서 에스파냐 민중들의 독립전쟁이 거세게 일어나고 상대방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참극으로 인해 에스파냐 전역이 피로 물든다(1808~14). 나폴레옹 군대에 저항한 에스파냐 민중의 애국적 봉기와 전쟁의 참상을 담은 이 판화집에서 고야는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느낀 그대로를 그려냄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현실성을 동시에 획득한다.

1814년 프랑스의 조제프 보나파르트(나폴레옹의 형)가 축출되고 에스파냐의 페르난도 7세가 복귀하자 고야는 대작 「5월 2일」과 「5월 3일」을 발표한다. 외세 침략 때 봉기한 민중들이 체포되어 처형당하는 장면이 담긴 이 작품에서 고야는 위대한 영웅도 혁명가도 아닌 이름 없는 민중의 처절한 몸부림을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이리하여 회화의 주제에는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함, 야수성의 표현이 들어가 에스파냐인들 앞에 당당히 자리 잡는다. 고야는 이제 종래 미술사의 문을 닫고, 현대회화의 문을 활짝 열었다.

복귀한 페르난도 7세의 악명 높은 반동정치와 종교재판소의 칼날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을 때에도 고야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창조의 정열을 불태운다.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집 『투우』『난센스』『C화집』『E화집』 등에는 70대 노화가의 작업으로 보기에 어려운 정념과 투혼이 살아 숨쉰다. 왕에서 시작하여 귀족과 성직자, 부르주아지, 게릴라, 프롤레타리아트, 거지와 죄수에 이르는 에스파냐 사회의 모든 계층의 중심에 고야는 우뚝 버티고 서서 그들의 운명인 허무를 포착해낸다.



역사책인가, 문학작품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고야와 그의 가족, 당대 모든 인물의 사생활을 남김없이 파헤친다. 고야가 40년 동안의 결혼생활에서 아내 호세파에게 스무 명이나 되는 자식을 낳게 하고, 아내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남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은 일이라든가, 그의 초상화 모델이 되어주었던 여자들과의 숱한 염문, 에스파냐 궁정의 추악한 성문란 등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흥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야의 작품과 그의 시대를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이 책을 두고 “과연 이것이 역사책인가, 문학작품인가” 하고 설왕설래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적인 구분은 옳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물음에 “역사서인 동시에 문학작품이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알고 싶다는 욕구


홋타 요시에가 이 글을 쓸 무렵 보통 에스파냐라면 카르멘과 플라멩코의 나라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카르멘과 플라멩코가 정통 에스파냐와는 다른 부류에 속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던 게 실정이었다. 카르멘은 집시여서 에스파냐를 대표하는 존재가 아니고 플라멩코는 에스파냐어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역시 귓등으로 흘려듣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따라서 그런 에스파냐의 역사에 화가로서 큰 발자취를 남긴 고야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 게다가 고야가 살았던 시대와 화가 자체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때까지 작가로서 중국을 비롯하여 인도와 유럽 등지에서 소재를 얻은 작품을 써온 작가에게도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었다. 영국이나 프랑스·독일·이탈리아 같은 유럽 중심부의 역사에 관해서라면 독자들이 어느 정도의 예비지식을 갖고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의 에스파냐 역사에 관해서는 그런 기대를 갖기도 어려웠다.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미술관 등에 공개되어 있는 고야의 그림은 거기에 가면 볼 수 있었지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작품은 사유재산인 만큼 쉽사리 접근할 수도 없었다. 알바 공작 저택에 들어가는 데 3년이나 걸린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사유재산인 고야의 작품을 왜 당신한테 보여주어야 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올 때는 절망이었다. 게다가 고야의 작품은 독일·이탈리아·프랑스·남북아메리카·스코틀랜드 등지에 흩어져 있었다.

어려움은 그밖에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작가를 움직인 것은 앞에서 말한 젊은 시절의 감동만은 아니었다. 유럽의 근대와 현대라는 것이 어떤 역사적 경과를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는 작가의 끈질긴 지적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소개글 발췌)"


평전을 읽으며 고야가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일뿐더러, 그가 어떤 생애를 살아갔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그에 대한 헤밍웨이의 말을 올려본다


"고야는 보고, 느끼고, 만지고, 쥐고, 냄새 맡고, 먹고, 올라타고, 부러뜨리고, 함께 자고, 의심하고, 관찰하고, 사랑하고, 증오하고, 파괴했던 것을 믿었다. 어떤 화가도 이 모든 것을 그릴 수 없었다. 그러나 고야는 바로 이것을 시도했다.”-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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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절대로 먹지마라 - 기적의 하루 두 끼 건강법
마쓰이 지로 지음, 정은경 옮김 / 펜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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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살짝 자극적인데 주제는 비교적 선명하고 간결하다. 1일 2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끼니보다 아침을 먹지말고 점심과 저녁식사에 방점을 두는게 좋다는 말이다. 저자는 크론병을 앓고 있다가, 1일 2식법의 창시자인 고다 미쓰오 박사를 만나 병을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하루 두 끼의 식사로 건강을 완성하도록 이끌어주는 이 책은 점심과 저녁만을 먹고 소식을 유지하는 식사법을 제시함으로써 아침 식사가 하루를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근원이라는 통념을 극복하도록 조언한다. 왜 하루 두 끼 식사가 몸에 좋은지, 아침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한 이론과 방법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는 피곤함의 원인은 식사에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에 대한 설명을 풀어나간다.


- 아침을 굶으면 만성피로가 낫는다.

- 우리 몸은 18시간의 공복이 필요하다.

- 두 끼 식사로 뚱뚱한 사람은 날씬해지고 마른 사람은 살이 찐다.

- 배가 고픈 것은 지나치게 먹기 때문이다.

- 오전시간은 배설의 시간이다.

- 아침을 굶으면 배설의 시간이다.

- 아침을 굶으면 숙변이 나온다.

- 하루 두 끼면 수명이 연장된다.

- 물 먹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 아침을 굶어도 뇌는 움직인다.

- 고기를 먹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 과식의 시대에 살아가는 방법

- 우유는 칼슘을 빼앗는다.


사실 아침밥에 대한 논쟁은 전문가별로 의견이 매우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아침을 안 먹고 거의 1일 2식을 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덕분에 매년 위내시경을 받아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것 같은데, 이제 생활습관으로 정착해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이 책은 1일 2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고 실천하는데 도움이될것 같다. 비교적 깔끔하고 알기 쉽게 정리됐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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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빅 히스토리 : 인류역사의 기원 - 생각하는 힘|세계사컬렉션 01 - 인류역사의 기원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
김서형 지음 / 살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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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에 관심이 비교적 많은편인지라, 윌라오디오북에서 들을만한 책을 골라보던중 눈에 띄여 완청했다. 듣다보니 눈높이가 청소년에 주로 맞춰진 책인지라 난이도가 살짝 아쉬웠지만 성인이 읽어도 괜찮을만한 내용이다. 살림지식총서로 유명한 살림출판사가 테마 세계사 50권을 내놨는데 이 책은 [생각하는 힘 시리즈]의 두 번째 기획 출간작인 [세계사 컬렉션]의 1권이다.

[세계사컬렉션]은 인류 역사의 기원부터 미래의 역사까지 시대순으로 엮은 50가지 테마가 하나의 콜라보를 이룬다. 이 가운데 제1권 [빅히스토리]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가장 폭넓은 시각과 관점에서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파악함으로써 전체 인류가 하나의 동일한 집단임을 이해하고자 하는데 방점을 둔다.


아울러 기획의도로 현실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획한 역사 독서 프로그램임을 밝힌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 나아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학부모와 일반 시민 모두에게 [세계사컬렉션]은 세계사적인 관점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우리 사회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데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주고자 한다.

먼저 책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류가 어떻게 생겨나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무미건조하게 늘어놓기 보다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유전학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렇다면 지구에 인류가 탄생하게 된 과정과 여러 가지 종이 등장하고 사라진 과정을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약 600만 년 전 최초로 등장한 공통조상으로부터 인류가 여러 번의 분화 과정을 거쳐 약 250만 년 전 오늘날 인류의 직접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기까지 기나긴 인류 진화의 역사를 다룬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가 다른 열등한 종보다 우월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임을 차근차근 밣혀나간다.


세계사 공부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일독이나 일청을 권해드린다. 위에도 밝혔지만 성인이 읽어도 무방한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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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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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이끌려 살펴보니 김혼비 작가와 그의 남편인 박태하 작가가 공동으로 저술한 일종의 기행문이다. 김혼비 작가는 아무튼 시리즈에서 술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재미있게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아무튼 시리즈보다 좀더 재미있게 읽었고, 살짝 말장난이 들어갔지만 공동작가와의 호흡도 좋아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에세이였다.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되는 동안 폭넓은 지지와 열독이 이미 있었던바, 이후 꼭지를 추가하고 내용을 보강하여 나온 단행본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부부가 직접 지역 축제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종의 K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에 풀어나간다.


일단 목차를 통해 어떤 축제들이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자면,


축제의 힘을 믿든 말든 -의좋은형제축제 13
학구 많은 축제 중에서 -영암왕인문화축제 33
어쩔 수 없이 그럴싸하게 -영산포홍어축제 51
의령의 진짜 유령은 -의병제전 71
이런 나를 좀 보라고 -밀양아리랑대축제 91
에헤라 품바가 잘도 논다 -음성품바축제 113
어느 천년에 그거 다 했어 -강릉단오제 137
갈라져야 쓰것네 -젓가락페스티벌 161
이건 먹고 들어가는 콘셉트 -완주와일드푸드축제 185
이제 그만 거꾸로 거슬러 올라야 할 -양양연어축제 209
제철은 아니지만 제 길을 찾아 -벌교꼬막축제 235
작지만 맞춤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 -지리산산청곶감축제 261


지역축제에 별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책에 등장하는 축제들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산천어축제라던지, 군항제등등은 알고 있었지만 의좋은형제, 의병축제는 정말 이런 축제도 하나 싶을 정도로 유니크한 행사들이었다. 저자들도 자신들이 가보고 싶거나 궁금한 축제를 위주로 계획을 짜고 다녀왔던지라 못가본 오지를 대리탐험하는 느낌으로 읽어줬다.

책에 등장하는 축제는 모두 열두 곳이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제주도를 제외한 지방의 축제를 위주로 선정했다. 선별된 축제들은 부부가 가졌던 사소한 의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럴까, 한국이라는 공간은 왜 이럴까. KOREA, 즉 대명사 K로 상징되는 한국의 특징적인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과 의아함이 저자들을 지역 축제의 세계로 이끈다.


축제에 대한 참가 느낌을 위주로 글을 썼지만, 해당 축제를 통해 지역을 사랑하고 축제를 즐기는 주민들, 사소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사람들도 다루고 있다. 아울러 축제에는 위축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분투가 있고, 어딘가 너무나 한국적인, 그래서 이쯤이면 고쳐야 할 관습도 볼 수 있다.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 공간의 특성이 곧 축제의 주제가 되고는 하지만 결국 그 축제를 채우는 건 사람으로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연과 인물들이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아무튼 재미있는 축제 소개 겸 기행문으로, 강릉단오제나 완주와일드푸드축제는 일정을 참고해 한 번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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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예정된 전쟁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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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 샘통북통 패키지로 읽어준 전자책이다. 카피 문구에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그에 걸맞게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저자가 미국인이니만큼 아무래도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어느 정도 견지되지만, 그래도 객과적인 시각으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통해 한창 진행중인 미중패권전쟁에 대한 상당히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한다.


책에서 핵심으로 다뤄지고 있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그의 저서 [불가피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에서 세계 도처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앨리슨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기술한 펠로폰네소스전쟁(기원전 431~404)이 급격히 부상하던 아테네와 이를 견제하려는 스파르타가 빚어낸 구조적 긴장관계의 결과였다고 설명하고,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이라 불렀다. 당시 상황은 현재의 미.중 관계와 판박이인데,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집계다.

경제적으로는 2014년 이미 미국보다 몸집이 커진 중국의 도전,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그리고 이 두 거대국가를 이끌고 있는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둘 모두 위대한 국가를 외치며 충돌하는 상황에서 17번째 전면전 가능성은 심각(grim)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국이 야망을 축소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중국에 1등 앞자리를 내주고 2등 뒷자리에 만족하겠다고 물러서지 않는 한 무역분쟁, 사이버공격, 해상에서의 충돌 등은 곧바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절박한 상태라는 게 그의 평가다.(한경 경제용어사전 발췌)"


이미 경제용어사전에 등재될만큼 잘 알려진 용어인데 그만큼 저자의 견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위에 발췌된 내용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지 오웰이 말했듯이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현재를 지배하듯이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예정된 충돌을 막아야 한다.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한반도의 역할과 국제 정치의 역학관계, 외교적 딜레마 등에 관해 깊이 있는 관점을 펼쳐 보이는 한편, 제3차 세계전쟁을 막기 위한 조언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지금 중국과 미국은 어느 쪽도 원치 않는 전쟁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데 이는 바로 투키디데스 함정의 역설에 기인한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를 폐허로 만들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신흥국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패권국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일어났다고 설명했고, 지난 500년 동안 이런 상황이 16번 발생해 그중 12번이 결국 전쟁으로 귀결됐다. 저자는 미국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관계가 17번째 사례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지난 500년 동안의 역사적 기록을 살펴 전쟁이 일어나는 역학 관계의 기본 구조를 발견한 저자는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구조적 긴장의 깊이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국의 이익, 과대한 공포, 자존심이라는 명예가 심하게 얽힐수록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고 말하며 통찰력 있는 의견을 제시한다. 좋은 책이다.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양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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