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격동의 근현대사에서 세상에 맞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수록했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반 민중들에게  선도자와 방향을 제시한 지도자를 다룬 책은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일파, 영화감독, 작가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규칙과 리듬, 삶의 태도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개성적인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책에 수록된 인물들은 세상에 맞서 싸우는 걸 주저하지 않았고 험난한 도전과 변화를 멈추지 않았으며 열정과 분노를 무기 삼아 시대와 불화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세상의 천편일률적인 질서에 무분별하게 편입되지 않고 작은 균열이나마 만들어 패러다임을 바꾸려 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인물들을 포함해 총 25명의 불꽃들을 접할 수 있다.


저자인 김부원 작가는 지식채널 아홉시에서활동하며, 매주 새로운 글을 연재하고 있다. 아울러 성균관대, 한양대, 방송대 등지에서 강의하며 학생들과 문학, 문화와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업적과 명성에 주목하길 원하지 않는다. 이들의 처절하고 외로운 삶을 들여다보며 ‘나만 고통스럽고 힘든 건 아니었구나하는 위로를 얻길 바란다고 집필의도를 밝힌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소개글을 통해 각 장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1부는 세상에 맞서 싸운 여자들을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고공투쟁 노동자 강주룡을 비롯해 조선공산당 여성 트로이카 그리고 위안부 참상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김학순 등의 이야기가 우리를 반긴다.


2부에서는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자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최초의 비행사 서왈보,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을 비롯해 일본 천황을 암살하려 했던 박열이나 바이러스 퇴치 역사의 전설 이호왕의 이름이 눈에 띈다.


3부의 경우 시대와 불화한 이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 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1960년대 문학소녀의 대명사 전혜린,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김수근, 한국 문학의 찬란한 별 김승옥의 이름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바 이들은 명성을 드날렸으나 시대와의 긴장과 갈등 속에서 수없이 좌절하고 방황했다.(소개글 발췌)"


20세기 한국사에서 책속에 소개된 인물들은 월북이나 기타등등의 이ㅠ로 인해 숨겨졌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거대한 세계 질서에서 빗겨나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견해를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고 체제를 비판, 위협, 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잊혀진 사람들에게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일단 재미있게 잘 읽히고 몇 몇 인물들은 좀더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견만리 : 공존의 시대 편 -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견만리 시리즈의 4편에 해당하는 '공존의 시대'편이다. 다뤄진 주제가 관심이 있는 불평등과 병리등인지라 독서교육 과정에 별 생각없이 신청하고 읽어주던중 기시감을 느껴 찾아보니 이미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읽어봤다. 하지만 책의 내용도 괜찮았고, 다시 한 번 복기해보자는 생각으로 차근 차근 읽어줬다.


명견만리는 KBS 방송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TED와는 다소 다르게 강연과 다큐를 결합한 렉처멘터리를 표방한다. 가끔씩 티비를 통해서 볼때가 있는데 상당히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이번편은 점차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를 키워드로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 편을 엮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포 표방되는 불평등 구조의 심화는 점차적으로 확대되어가며 인류에 커다란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공존과 공생의 길에 주목해야되지만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는 아닌것 같다.


일단 책은 크게 4부와 10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1부는 책의 표제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불평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구조적인 저성장이 장기화 되어가며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양극화가 심화되어감에 따라 이를 해소하려는 각국의 사례들이 소개된다. 전 세계가 벌이는 기본소득 등 복지 실험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조금만 인상해도 온통 난리이니...휴,,,,,


2장은 병리파트로 갑자기 사망한 여러 사람들이 생각나지만 우울증과 공황증은 현대인의 주요한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 어떻게 정신건강을 지켜나가야 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3장과 4장은 각각 금융과 지역으로 가상화폐와 핀테크, 그리고 지방분권화를 중심으로 주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명견만리는 요즘 주요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와 안목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시리즈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가 이어졌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의 문해력 -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가짜 뉴스의 범람으로 인해 디지털 리터러시의 능력을 함양해야된다는 화두가 많이 언급된다. 아울러 학습능력에서도 문해력이 점차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우리는 어떻게 그런 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능력을 배가시켜야되는 상황이다. 우선 리터러시 즉 문해력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자면,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유네스코는 "문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 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하였다. 유의어로는 글이나 글자를 안다는 뜻의 식자(識字)가 있다.(위키백과 발췌)"


저자는 13년 경력 방송작가이자 글쓰기 코치 글밥으로 전작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에서 문장력 업그레이드법을 헬스 PT 형식으로 풀어내 호응을 받았던 김선영 작가다. 이후 저자는 글쓰기&독서 모임을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잘 쓰는데도 다섯 줄만 넘어도 읽기 힘들다. 두꺼운 인문책은 펼치기도 싫다.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어렵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문해력 부족에 있음을 파악하고 문해력 PT를 기획해 책으로 펼쳐냈다. 이 책은 어른의 문해력을 배양시켜주는 실전서로, 문해력을 이루는 어휘, 독서, 구성 능력을 8주 간에 걸쳐 습득하는 주 3회 훈련법을 제공한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다른 람보다 시간이 오래걸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나쁜 정보와 유익한 정보를 구분할 수 없음에 따라 생각의 수준이 매몰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해력도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하듯이 훈련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힘, 더불어 이해한 내용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그러므로 저자는문해력 트레이닝은 쓰기와 읽기 능력을 함께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개글을 통해서 각 장의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자면,


"먼저 1장(첫째 주)에서는 자신의 문해력 체급을 알아보고 준비운동을 한다. 2~4장(둘째 주~일곱째 주)에서는 문해력을 이루는 세 가지 근육(문해력의 토대가 되는 어휘 근육, 맥락이 있는 긴 글을 끝까지 읽게 해주는 독서 근육, 읽은 내용을 내 방식으로 재창조해내는 구성 근육)을 키우는 18개의 훈련법을 제안한다. 주 3회 훈련으로 구성하여 부담이 덜하고 복습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모든 훈련마다 PT 과제를 추가로 제공하여 독자가 더 연습해볼 수 있게 했다. 이 PT는 기본 2~3개의 문제로 구성되는데, 수준에 맞게 시도하게끔 중량(아령 개수)으로 난이도를 나누었고, 저자가 센스 있는 모범 답안 또는 예시를 제공하므로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 문제에 따라 직접 써볼 수 있는 노트 페이지도 마련해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마지막 5장(여덟째 주)에는 문해력 체력장을 마련했다. 각 근육량을 측정하여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하고 완독 후에도 훈련이 이어지도록 이끈다. 테트리스 맞추듯 문장에 딱 맞는 단어 찾기, 생소한 단어의 뜻 추측하기 등을 통해 어휘 근육을 단련한다. 읽기 전에 책의 내용을 예상해보고 느낌을 써보는 독전감(讀前感) 활용법 등으로 독서 습관을 바꾼다. 마지막으로 글에서 얻은 여러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직해서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성력을 키운다.(소개글 발췌)"

저자는 일단 문해력을 갖추기 위해서 먼저 숙련되 독서가가 될것을 주문한다. 남들보다 빠른 시간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만큼 문해력이 증진될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양질의 풍성한 글감을 바탕으로 쓰기에서 읽기까지 이해의 폭을 한층 더 넓히므로 문해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일단 어휘력으로 토대를 다지고 독서력으로 기둥을 세운다면 어느새 자신의 문해력이 커졌음을 알 수 있게 된다. 평소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거인의 포트폴리오 - 월급을 쪼개서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23가지 전략
강환국 지음 / 페이지2(page2)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급을 쪼개서 경제적 자유를 만드는 23가지 전략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어볼까 싶었는데 윌라에 보여서 먼저 들어줬다. 주로 해외주식중 ETF를 활용해 간접적인 투자로 경제적인 자유를 얻게되는 저자의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오디오북으로 듣기보다는 종이책으로 곁에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될 필요가 있다.


책의 제목은 아이작 뉴턴이 겸손하게 말했다고 전해지는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격언을 착안해 정한것 같다. 내용은 주로 위대한 투자자들의 전략을 배우고 이를 이용해 부를 일궈보자는 이야기를 논하고 있다. 저자는 직장인 투자자에서 파이어족으로 변신하며, 유튜버와 몇 권의 책을 써낸 경력을 바탕으로 이 책을 펴냈다.


자산이 비교적 제한된 월급장이들은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자산배분과 마켓 타이밍 투자를 뜻한다. 먼저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자산배분과 마켓 타이밍의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면,


"자산배분이란 여러 자산군에 자금을 나누어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포트폴리오를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으로 나누어 구성하면 경제 상황이 바뀌어도 오르는 자산의 수익이 떨어지는 자산의 손실을 커버하고도 남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게 됩니다. 또한 마켓 타이밍 전략을 이용하면 떨어질 자산을 피하고 오를 자산에 투자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전략 또한 자산배분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 동적자산배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소개글 발췌)"

부자들은 대부분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책의 저자는 위에도 언급했듯이 제목 처럼 부자, 즉 투자의 대가들이 개발하고 사용한 전략들을 연구하고 정리했다. 이 책에는 올웨더 포트폴리오 포함 5가지의 자산배분 전략, 듀얼 모멘텀 전략 포함 12가지의 마켓 타이밍 전략, 강환국 전략 포함 6가지의 혼합 전략이 소개된다.

이 책에서는 규칙에 기반을 둔 퀀트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두 자릿수로 올리고 손실률은 제한하는 23가지 전략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전략들을 장기적으로 활용하면 매년 10~15% 정도의 복리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전략을 잘 수립할 경우 최악의 순간에도 10% 이상 잃는 상황이 매우 드물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23가지 전략 중 어느 것이든 골라서 10년간 따라 한다면 손실 확률은 0%입니다. 0.1%도 아니고 0%라고 말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투자전략은 수익을 쫓으면 돈을 잃지만 반대로 손실 최소화에 집중하면 수익은 따라온다는 어떻게 보면 워렌 버핏의 유명한 전략에 기인한다. 시간이 날때 서점에 가서 종이책으로 한 번 더 살펴본 후, 구입을 결정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젊은 날의 초상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윌라오디오북에서 이문열 작가의 소설을 보고 추억을 소환했다. 내 고등학교시절부터 스무살 언저리까지 이문열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었다. 그중 [사람의 아들]을 읽으며, 모태신앙으로 시작된 개신교에 대한 결별까지 내 인생에 그의 작품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것이다. 하지만 이후 이문열 작가의 홍위병 발언부터 시작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그의 글과 이별했다.


이문열 작가의 가족사를 고려해본다면 우클릭 경향을 충분하게 예상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의 정치적인 글은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세월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는거고, 내 젊은 시절의 이문열 소설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다. 물론 연작집인 [젊은 날의 초상]도 읽었지만 이렇게 오디오북으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다 듣고 나서 이문열 작가는 역시 수사가 서사를 능가하는 기술자라는 생각을 했다.


3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젊은 날의 초상]은 1981년에 출간됐다. 작품간의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지만 7,80년대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통해 자신이 꿈꿔온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를 감각적인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하구(河口)],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의 3부작으로 구성되었다. 이문열 작가는 2020년 새롭게 디자인된 표지와 본문의 일부 단어와 문장들을 순화하면서, 작가의 말에 새롭게 이렇게 덧붙였다. ".....사랑하는 내 정신의 자식, 가열(苛烈)하여 애잔한 내 젊은 날의 초상이여. 이로써 돌아보는 작업은 끝났지만, 그것이 가슴 저려하며 품고 갈 것이 없게 된 내게는 오히려 슬픔이다." 또한 "내 가장 큰 애착은 항상 이 책 위에 머무를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 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작품의 시간은 '하구'→'우리 기쁜 젊은 날'→'그해 겨울'순이지만 실제 발표 순서는 '그해 겨울(1979년 발표)' →'하구(1981년 발표)'→'우리 기쁜 젊은 날(1981년 발표)' 순으로 이루어졌고 1981년에 민음사에서 전체를 묶어 3부작 연작 출간했다. 작품들중 [그해 겨울]이 문학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무튼 이문열 작가의 소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건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글의 줄거리를 올려본다.



아아, 처참한 유적(流謫)이여!「하구(河口)」

입학한 지 일 년도 못돼 고등학교에서 쫓겨난 ‘나’는 어른들처럼 머리를 길게 길러 넘기고 어른들의 옷을 입고 술이며 담배 같은 어른들의 악습과 심지어는 그들의 시시껄렁한 타락까지 흉내 내고 있었지만 나이로는 여전히 아이도 어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생이랄 수도 건달이랄 수도 없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어른이 되어도 평균치의 삶조차 누리지 못하게 될 것 같은 불안에 휩싸인 나는 강진에 있는 형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소규모 모래장(모래 파는 곳)을 운영하는 형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희뿌연 안개와 갈대가 인상적인 강진에서 그의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하나는 ‘가난’이었다. 모래장 일을 하면서 술과 싸움으로 매일 난투극을 벌이는 최광탁과 박용칠, 마을과 떨어진 곳에 사는 별장집 오누이, 친구 서동호와 그 아버지의 과거, 장티푸스로 열이 올라 쓰러져가면서 공부해야 했던 나의 참담한 하루들…. 마치 상류에서 떠내려 온 찌꺼기들이 조금씩 쌓여 하구(河口)에 커다란 삼각주를 만들 듯, 이곳저곳에서 흘러든 사람들의 이야기.

“아, 그 기쁜 우리 젊은 날”

대학 입학과 함께 쓰라린 낭인생활을 청산한 나는 겨우 등록금과 한 달치 하숙비만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먼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가정교사 생활이었다. 대학 수업도, 똑같은 장소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오락가락해야 하는 것도 차츰 성가셨고, 특히 낭인시절에 굳어진 늦잠 자는 버릇으로 첫 강의시간에 무사히 대는 것은 거의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다 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동급생 하가와, 한 모임에서 만난 김형은 그렇게 나의 길동무가 되어주었다. 동료들은 그런 우리 세 사람을 싸잡아 ‘세 철학자’라고 불렀다. 우리는 술을 같이 먹으러 다녔고, 축제를 즐겼으며, 문학 서클도 함께했다.


대학생활 중 잊지 못할 연인 혜연도 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살아온 과정부터가 일부러 대비시키려고 찾아 세운 듯 달랐다. 고아나 다를 바 없이 떠돌며 자랐고, 배움의 태반을 정규 학교를 거치지 못한 채 대학에 온 나에 비해, 그녀는 유복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초등학교부터 명문만을 골라 거쳐 온 영양(令孃)이었다. 어긋날 수밖에 없었던 사랑놀이, 그리고 김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나는 이제 이 도시, 서울을 떠나고 싶다. 그때 기실 나를 내몬 것은 이지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그 이 년의 피로와 혼란, 그리고 김형의 죽음으로 자극된 까닭 모를 허무와 절망의 분위기였다. 한때는 아픔이요 시련이었으되 이제는 다만 애틋함이요 그리움일 뿐인, 아, 그 기쁜 우리 젊은 날.

그해 겨울, 진실로 절망하라

그해 겨울 나는 경상북도 어느 산촌의 술집에서 허드레 일꾼으로 일한다. 처음 나는 광부가 될 작정으로 강원도로 갔지만 그때만 해도 밥벌이가 쉽지 않을 때라, 난데서 굴러 들어온 신통찮은 건달에게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내가 있던 그 술집은 조그만 산골 면소재지에서는 지나치리만큼 큰 규모였다. 평소 여관으로 쓰이는 그 집의 아홉이나 되는 방은 잎담배를 감정해야 하는 시가가 오면 그 하나하나에 모두 색시가 있는 시골 요정으로 변했다. 감정원의 육안으로 등급판정이 매겨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매일 술자리와 섹시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경작자들의 아첨에 둘러싸인 그 감정원들. 그중에서도 갑ㆍ을 감정으로 불리던 두 사람은 무슨 당당한 제왕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곳의 색시들…. 그녀들의 생활은 일견 유쾌하면서도 눈물겨웠다.

전날 밤 과음한 탓으로 목이 타 깬 어떤 새벽 우연히 듣게 된 목소리들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졌다. ‘어쩌면 너의 출발은 용감하고 뜻 깊은 것이었다. 너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상의 여러 가치를 거부하고 스스로 찾고 확인하기 위해 떠났다. 그렇지만 지금 너는 엉뚱한 곳에서 젊음과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이 시간도 영악하고 날랜 아이들은 수없이 너를 앞질러가고 있다….’


나는 바다로 떠났다. 눈보라를 헤치고 걷던 중 한 읍내에서 여관을 찾다가 우연히 사촌누이를 만난다. 내가 강진에서 어렵게 열아홉을 넘길 무렵 그녀의 불행한 사랑에 대한 풍문을 마지막으로 나는 거의 그녀를 잊고 지냈다. 그녀가 어떤 처자 있는 남자를 사랑해 인생을 망쳐버렸다는 소문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걱정 마라.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진실하게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라고 말하며 진실하게 절망할 것을 권한다. 눈 내리는 삼십 리 재를 넘으며 나는 칼갈이 사내 한 명을 만난다. 그리고 그 칼갈이 사내는 그 자신만의 사연으로, 나는 나만의 이유로 같이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 말하라, 바다여. 나를 부른 까닭을. 무슨 일로 그렇게도 흉흉하게 또는 은근하게 내 불면의 밤과 옅은 꿈속을 출렁이며 휘저었는지를. 나는 온몸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