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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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훈 작가는 얼마전에도 소설을 출간한걸로 알고 있는데, 평소 생각한것 보다 나이가 드셔서 깜짝 놀랐다. 48년생이시니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70이 되신건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평소 그의 글에서 접하는 생각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랜 기간의 기자생활을 거쳐 현대작가중 거장의 반열까지 오르신 분인데 아직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시고 있다니 놀랍다. 아울러 슷로 자전거 레이서라고 할 정도로 활력있는 삶을 사시니 약간 부럽기까지 하다.


이 책은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칼럼과 에세이 50여 편을 모았다. 월드컵 이야기도 나오고, 신문사를 그만뒀다가 다시 경찰 출입기자로 변신하면서 일어나는 단상들도 볼 수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구성됐고, 밥벌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하며 시작한다.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어차피 감독관들도 머슴중 상머슴에 해당되는 정도니 지들이 아무리 몰아대봤자 주인은 될 수 없는 법이다.

의외로 본인의 속마음을 많이 토로할 수 있는 글들을 볼 수 있으며. 뒷부분에는 계간지 [문학인]의 2002년 가을호에 수록된 남재일과의 인터뷰를 담아 저자의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사실 유시민의 책에서 김훈의 생각에 대한 반박을 볼 수 있는데, 원문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하략)˝


하여간 본인의 의견에 대해 확고하신 분이다. 페미니스트에 대해 부정적이기도 하고 가부장적인 이미지를 숨기지 않는 면도 마음에 든다.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이 설왕설래하고 있는데 각자 자기들만의 생각이 있으니 서로 다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김훈 작가의 글 몇 토막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소유는 아름다움을 개인화함으로써 그 아름다움을 배가하는 모양이다˝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은 흥정과 타협의 산물이 아니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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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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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서 새롭게 만나는 하루키의 세계는 더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소설이라서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소설이 처음 나왔을때 읽었나 안 읽었나 가물거릴 정도로 시간은 지났지만 줄거리는 얼핏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솔직히 강한 인상은 받지 못해 왜 하루키 하루키 하는거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작년부터 하루키의 소설들을 접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그의 감각적인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뭔가 아련함이 느껴지는 감성은 나이가 들어서야 가슴 한 켠에 아련하게 다가온다.


작년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소설에서 만났던 감성을 다시 만난 느낌인데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감상에 젖어들 수 있었다. 학창시절의 인연, 사랑, 자살, 섹스등 하루키의 소설들은 일견 똑 같은 소재들을 무한반복 우려먹는 생각도 가져보기는 하지만 그의 매력적인 문장에는 푹 빠져들게 된다.


얼마 전 민음사에서 3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원제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재출간된 작품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예전 작품을 읽어줬다. 그리고 내년에 그 에디션을 다시 사서 읽어보기로 했다. 번역의 차이를 느끼는건도 외국소설을 읽는 쏠쏠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상실의 시대가 순실의 시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혼돈스러운 요즘 이 복잡한 일들이 빨리 지나고 좀더 차분하고 관조적인 자세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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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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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기간에 유시민 작가의 표현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평소 유시민 작가의 글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책이 좋았고 많은것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일단 서평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서평에 대해 기본적인 근간은 책에 대한 정보를 수록하는 것이고 대략적인 가이드 라인으로 글의 50%까지를 제시했다.


내가 올리는 글들이 서평의 범주까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과 내 자신의 글이 좀더 나아지기 위해 향후 책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씩 올려주는걸 기반으로 하고자 한다. 그런 기준으로 올려보는 첫번째 글이다.


이 책은 1999년 미국의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의 가해자중 한 아이의 어머니가 절절한 심정으로 쓴 일종의 수기다. 이런 책을 낸다는 자체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책은 어머니가 자기 아들의 죄를 옹호하기 보다는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사건이 왜 일어났을까 생각하는 고민의 결과물로 보인다.


물론 아무래도 자기 아들이니만큼 철저한 객관성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피붙이니만큼 동정이 가는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날 그 고등학교에는 도대체 무슨일들이 벌어졌던걸까?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의 컬럼바인고등학교에 다니는 두명의 학생(에릭 해리스, 딜런 클리볼드)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총기를 난사한다. 그 결과 13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범인은 모두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책은 두 아이중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의 서두부터 수 클리볼드는 말한다. 나는 내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절대적으로 저자의 마음에 공감을 느낀건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도중에 많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다. 마침 큰 애가 고 3이고 요즘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는 단계라서 여러번 마찰을 겪었는데 그런 미숙한 대처부분들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지나간 시간을 절대로 돌이킬 수 없겠지만,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되려면 보다 더 자식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지켜는 보되 방임하지 말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리드해나갈때 좋은 부모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에서 몇 가지 참고할 부분들을 발췌한걸로 마무리한다.



내 죽음이나 내 아이들이나 가족의 죽음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비극은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누구든 장애를 가장 먼저 봐요 그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사람이기 이전에 장애인인 거예요


좋은 부모라면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죠 - 남에게 상처주는 말


자식을 후회 없이 키우는 건 아마 불가능한 일일거다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채로 있는 것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라


자살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충격에 빠져 거의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훨씬 좋아졌었는데


특히 돈 문제나 부모의 병 같은 일은 십대의 우울과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는 막상 만나면 불쾌할 때가 많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이고 무례하고 화를 잘내고 적대적이고 게으르고 짜증을 내고 솔직하지 않고 위생상태도 썩 좋지 않을 때도 있다


밀지 말아요 엄마 화가 나기 시작하는데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이의 말을 믿으면 위험하다며 부모들에게 행동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설명이 안 된다고 느껴지면 괜찮다는 아이의 말에 넘어가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 문제를 보이라고 한다.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우울증이 짜증으로 나타난다.


나는 두려움을 두려워하게 됐다


슬프고도 무서운 진실은 언제 우리가 혹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심각한 뇌건강 문제를 일으킬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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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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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천명관 작가는 좋아하는 소설가이다. 다른걸 떠나서 그의 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김훈 작가가 소설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느니 내 운명을 달라지게 했다느니 그런말들은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했던데, 그건 사실 너무 막 나간 것 같고 일단 소설은 재미없이 보기 어려운 장르가 아닌가 싶기는 하다.


작가의 소설은 고래로 처음 접해봤는데 그 압도적인 서사력에 심쿵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다른 소설을 읽어볼거라고 구입해놨다가 신작인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낄낄거리며 읽고 나서 이번에 세 번째 만남이다.


주인공은 오십줄의 실패한 영화감독이다. 소설은 노숙자로 내몰린 판에 어쩔 수 없이 늙은 어머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먼저 집에 있던 또 하나의 백수 형과 나중에 합류하게 되는 막내딸과 그녀의 딸 조카 이렇게 다섯명이 살게 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 역시 낄낄거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영화로도 나왔는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한걸로 알고 있다. 조만간에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인데 감독이 송해성 감독이고 배우의 면면이 화려해서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해줄 듯 싶다.


소설의 결말에 약간 작위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평론가도 아닐바에 소설을 가지고 뭐 그리 복잡하게 따질게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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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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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치인 유시민, 작가 유시민, 방송인 유시민의 팬이다. 그를 처음 본게 아마도 100분 토론의 사회자로 출연했을때로 기억하는데 그의 깔끔한 진행과 논리정연한 말솜씨에 바로 반해버렸다. 100분 토론 진행을 그만 두고 경제학 카페라는 책을 펴냈던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바로 구입을 해서 읽었다.


그후 정치인으로 변신하고 수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걸 지켜봤다. 마음속으로 응원했건만 그의 정치 실험은 실패 아닌 실망으로 마무리되는 듯 싶고 요즘은 작가로서의 삶을 주변에 천명하시는걸 자주 봤다. 무한응원을 보내드리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저는 유시민 작가님을 지지하고 응원하니 힘내셔서 좋은 글들을 많이 써주길 기원한다.


청춘의 독서, 국가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다음번 독서는 글쓰기 특강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기대이상이었다. 내가 그동안 답답하게 느꼈던 점들에 대해 많은 부분들이 명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중 하나가 그도 책을 통해서 대중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의 살짝 닳은듯한 노련한 대응에 많은 공감을 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이나 대화시 어떻게 대처할것인가에 대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책 중간 중간에 정훈이 작가의 삽화도 재미있었고, 책 말미에 나오는 정작가의 인생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문단중 비평은 누가 비평하는지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주변에 날을 세웠던 자신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도 가져봤다.


아무튼 이 책은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곧 구입을 해서 다시 한 번 정독을 해볼 예정이다. 올해 고 3이 되는 큰 녀석에게도 시험이 끝나면 꼭 읽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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