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한 권일용의 범죄심리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9
권일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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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호 프로파일러로 잘 알려진 권일용 교수의 책이다. 방송에서 자주 봤던 기억이 있는분인데, 경찰에서 퇴직을 하시고, 교수로 근무하시며 이렇게 책까지 펴내시며 적극​적으로 활동중이시다. 이 분의 전작으로 공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를 만나봤는데,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등 연쇄살인범의 수사에 직접 참여하며 그들의 심리를 바틍으로 씌여졌는데 꽤 흥미롭게 읽었다.


아울러 21세기 북스에서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인생명강의 9번째 책이기도 하다. 인생명강 시리즈는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을 모토로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뿐만 아니라 도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연, 유튜브, 캐스트를 통해 지식 콘텐츠를 접할수도 있다.


저자인 권일용 교수의 경력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 범죄학과 겸임교수, 경찰청 한국KCSI학회 법심리분과위원장, 경찰청 과학수사·해양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여 년간 약 3천 건 이상의 강력사건 범죄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담당)를 역임했고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소개글 발췌)"


이 책은 범죄에 관한 대중심리서로 요즘 부쩍 많이 발생하고 있는 가스라이팅, 아동 학대, 데이트 폭력, 디지털 범죄, 스토킹 등 범죄가 일어나는 과정, 범죄 유형별 심리학 이론, 범죄자의 의도 간파하는 법 등을 실제 프로파일링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얼마 전 매스컴상으로 많이 알려진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회사의 부장님 자녀가 실제 사망한 사건을 보며, 단순하게 남녀간의 다툼으로만 볼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조주빈등 온라인상의 성폭력으로 남의 인생을 짓밟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이 책은 이러한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식의 전환부터 사회를 위한 따뜻한 안전망을 만들고자하는 저자의 견해가 담겨있다.


또한 범죄를 분석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둘 휴리스틱, 확증편향, 귀인 이론, 자기효능감, 이상심리라는 다섯 가지 이론 외에도 공격성, 죄책감 등 해소하지 못한 부정적 감정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다룬다. 이를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런 범죄에 노출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까지 생길 수 있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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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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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에서 무료로 큐레이션된 전자책이다. 이제 코로나의 끝이 어느 정도 가시권으로 들어온것 같은 싯점에서 인생의 혹독한 시기를 겨울에 비기며 이겨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에세이다. 번역체로 읽어도 상당히 우아하고 세련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원전으로 읽어준다면 더욱 맛깔스럽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이 책은 저자 캐서린 메이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남편의 맹장염,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거푸 닥쳐온 시련들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 캐서린 메이는 그럭저럭 무난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에게 인생에서 혹독한 겨울의 시기가 찾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이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동면의 시기, 윈터링(WINTERING)에 대한 담담하고 지적인 서사를 통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하고 찬란한 봄을 맞이 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저자는 영국 위트스터블의 바닷가 마을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글을 써왔다.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다가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10만 부가 팔렸고, 많은 화제를 불러일을켰다고 한다.


책 속의 몇 몇 구절들을 살펴보자면,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 p.18

무자비할 정도로 분주히 돌아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겨울의 도래를 영원히 뒤로 미뤄두려고 한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려고도 하지 않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헤집어놓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p.20~21

할머니의 죽음 이후, 누군가가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바로 할머니일 것이라고 믿었다. 한밤중에 위안의 빛을 뿜으며 할머니가 내 침대맡에 나타나지 않아서 얼마나 쓰라린 실망에 빠졌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슬픔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만 같은 간절한 그리움. 할머니가 떠나신 첫해에 그런 마음이 가장 사무쳤지만, 그 후로도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는 말할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땐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는 것들이 있다.
--- p.80

누군가 월급만 준다면 걱정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 듯싶다. 나는 이 기나긴 밤에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 돈. 죽음. 실패. 태양이 침몰하면 비로소 일어날, 조용한 종말의 친숙한 기사들(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네 기사를 의미한다 ? 옮긴이). 나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내 집이 영원히 아래에 있는 바위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나는 완전한 소멸은커녕 그저 놓쳐버린 월급봉투를 걱정한다. 나는 빚이 너무 많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 지구상에서 40년을 살면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먼지 쌓인 책더미가 있을 뿐.
--- pp.108~109

아무리 나 자신의 시간을 절박하게 원할지라도, 아들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학교로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의 만족할 줄 아는 능력보다는 미래를 위한 자격 조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응당 엄마에게 기대되는 태도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과 불행해지지 않는 것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행복은 우리가 배우는 것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이다. 그것은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두어야 하는 우리의 일부, 의도적으로 순진하게 구는 사람이 지닌 부끄러운 영역이 아니다.
--- p.164

그러나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 pp.164~165

극한의 추위와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를 상투적인 표현인 ‘지금 이 순간’으로 데리고 갔다. 이 순간, 우리의 정신은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거나 끝없는 할 일 목록을 적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추위가 우리를 지나치게 잠식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우리의 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 p.250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남성의 목소리가 결코 받지 않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성이 너무 부드럽게 말하면 친절한 생쥐 취급을 받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이면 앙칼지다고 욕을 먹는다. 마거릿 대처가 정치 인생을 시작할 때 권위를 내보이기 위해 웅변 수업을 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녀의 목소리는 국가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공포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 pp.292~293


갑작스런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시름을 앓았다. 살다보면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찾아오는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사실을 때로는 부정한다. 자기계발 시대에 맞춰 고난은 이겨내야만 한다고 강요되지만 저자는 때로는 삶에서 후퇴가 필요할때도 있고 겨울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인생은 다 그렇게 살아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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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박태원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5
박태원 지음, 천정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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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이제서야 클리어했다. 이제는 월클감독으로 우뚝 올라선 봉준호감독의 외할아버지이자 월북작가인 박태원의 한국문학에서 기념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모더니즘 소설의 효시격에 해당되며 의식의 흐름 기법과 함께 지식인의 일일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의 사회상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문지사에서 현대 문학 100년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 우리 문학의 고전을 동시대의 작품처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한국문학전집' 15권으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비롯한 박태원 작가의대표 단편 13편을 수록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중요한 작가로 볼 수 있는 박태원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1909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사범부속보통학교와 경성제일공립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경성제일고보 재학 시절에 <동명>의 '소년칼럼'에 <달맞이>가 뽑혔으며, 춘원 이광수에게 개인적으로 문학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일본 동경법정대학을 중퇴하고 귀국한 1930년 <신생>에 단편 <수염>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나왔다.


1933년에는 사회주의 및 민족주의에 반기를 든 '구인회'에 가입하여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이상 등과 함께 활동하였다. 1935년 첫 장편소설 <청춘송>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였고, 1936년에는 <조광>에 <천변풍경>을 연재했다. 1946년에 남로당 계열 문학 단체였던 조선문학가동맹의 중앙집행위원에 취임했으나, 1948년에는 좌익 인사를 감시, 관리하던 보도연맹에 가입하여 전향성명서에 서명을 했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서울에 온 이태준, 안회남을 따라 가족을 남겨둔 채 월북하였고, 북한 쪽 중군기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1953년 평양문학대학 교수로 취임했으나, 1956년 남로당 계열로 몰려 숙청당하면서 창작 금지 조처를 받았다. 1960년에 창작 금지 조처가 풀려 작가로 복귀하면서 대하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의 집필을 착수하였지만 당뇨병으로 인한 안질환으로 실명하고 고혈압으로 전신불수가 되는 등 시련을 겪는 가운데 1977년과 1980년에 <갑오농민전쟁> 1,2부를 출간한 후, 1986년 7월 10일에 사망했다.


사망 후에 박태원의 구술을 정리하여 <갑오농민전쟁>3부가 출간되었다.책임 편집 천정환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 졸업.현재 서울대, 홍익대 강사저서로는 <근대의 책 읽기-독자의 탄생과 한국 근대문학>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박태원 소설의 서사 기법에 대한 연구> <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근대화의 문제> <계몽주의와 '재미'의 근대화>등이 있음.(소개글 발췌)"


소설집중 대표작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구보는 박태준 작가의 호로 일종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일본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별다른 직업없이 경성 시내를 배회하며 오가는 사람을 관찰하고, 친구들을 만나며 하릴없이 하루를 보내는 지식인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모더니즘 기법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 이외에 단편소설들에서도 박태준 작가 개인의 삶으로 추정되는 소설가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맛깔스럽게 보여준다. 소설의 이야기체가 익숙하지 않지만 워낙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글솜씨가 좋아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아울러 각 작품의 기저에 깔려있는 일종의 슬픔도 세련된 지식인의 우울한 단상을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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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와 화가
폴 그레이엄 지음, 임백준 옮김, 정희 감수 / 한빛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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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무너지고 있는 탑은 아마도 바벨탑을 그린듯하다. 바벨탑은 하나님은 세상에 하나뿐인 언어를 여러가지로 만들고 결국 인류는 뿔뿔히 흩어져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일종의 신화다. 책은 이에 빗대어 춘추전국의 시대인 컴퓨터 언어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창조자=화가=프로그래머의 도식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해커와 화가]는 천재 해커이자 와이 콤비네이터의 공동창업자로 알려진 폴 그레이엄이 광범위한 컴퓨터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약 20년전에 집필한 이 책은 웹 기반 소프트웨어의 출현, 작은 컴퓨터, 스타트업의 강점 등 쓴 글이지만 현재의 프로그래밍 세계의 트렌드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쪽 방면에 문외한인지라 완독하기 매우 힘들었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인문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는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었지만 언어와 프로그래밍에 관한 부분은 이해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구나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건 나름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역자의 서문을 통해 책의 성격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폴 그레이엄의 글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내용을 검색하기 위해서 구글을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화면에 검색된 결과를 훑어보다가 우연히 그의 글을 만나게 되었다. 그 글은 이 책의 2장에 실려 있는 해커와 화가였는데 그것을 읽고 프로그래밍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서 한 수 배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그래밍의 방법론에서 출발해서 일반적인 미학으로 연결되는 그의 글은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이라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훗날 책이나 칼럼을 쓸 때 그 감흥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그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번역을 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그가 프로그래밍 실력이 뛰어남과 동시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분명히 그는 많은 프로그래머가 지향할 필요가 있는 인문학적 프로그래머로 보였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그의 열정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교양을 제공해 줄 것이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술서만 읽어온 사람에게는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나는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그의 보수적인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관은 미국 중심이고, 부자 중심이며, 백인 중심이다.


그는 미국의 백인 남성으로 태어나서, 명문대학을 졸업했고, 비아웹이라는 회사를 야후에 팔아서 보통 사람이 벌기 어려운 부를 거머쥐었다. 그리하여 그는 책의 내용 전반에 걸쳐서 한때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라고 불렸고 지금은 더 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부자의 권리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의 그런 관점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물론 독자의 몫이다. 다만, 모든 글은 비판적 읽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보면(심지어 프로그램 소스코드도 비판적 읽기를 요구하지 않는가!) 이 책이 취할 부분이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양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다양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듯이, 이런 책을 포함한 다양한 글을 읽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안목과 내공을 높여주는 데 일조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폴 그레이엄의 글은 문장이 짧으면서도 풍부한 의미를 함축하는 방식이라서 번역이 과연 저자의 뜻을 온전하게 전하고 있을지 걱정된다. 밤을 지새우는 프로그래밍으로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책을 집어 든 사람 모두에게 행복하고 유익한 독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역자의 서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자기계발과 신자유주의의 관점으로 가진자의 권리를 귾임없이 언급한다. 아울러 지난 30년간 IT분야에서 거부가 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엘리슨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한국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를 보더라도, 소프트웨어가 낳는 돈은 보편적인 흐름의 한 파편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그 보편적인 흐름이다. 지금은 컴퓨터의 시대다. 컴퓨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의 모든 질서를 바꿔놓았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는것에도 동의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문제로 생각된다. 아무튼 오랜만에 힘든 책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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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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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과 함께 선물로 줘서 읽어본 한국소설이다. 시나리오 작가와 소설가로 활발하게 작품을 쓰고 있는 김호연 작가의 2021년도 소설이다. 누적 판매가 40만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은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냈다. 이제 편의점은 우리 삶에서 가까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런 편의점을 바탕으로 한 편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소개글 발췌)"

 

서울역 인근에서 오래된 동네중 하나인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작품이다. 살짝 미스테리한 기법을 가미해 작가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유머가 결합해 한 번 손에 잡으면 술술 읽히게 만드는소설이다.


저자는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렸다고 한다. 이 번 작품은 그의 다섯 번째 소설인데 전작들도 살짝 궁금해질정도로 재미있었다.

스토리도 좋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했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아마 영화로도 만들어질것 같은데, 따뜻하고 감동적인 인간미가 넘치는 작품으로 나오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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