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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어버렸는걸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김지혜 옮김 / 재미주의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하면 만화가 떠오르듯이, 만화로 구성된 에세이형식의 도서들이 참 많다.
글이 아닌 만화로써 그려진 점만 다를 뿐이지,
책이 전하고자 하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의미와 뜻은 구체적이면서도
오히려 그림체라서 더욱 확고하게 다가오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기존의 일본 에세이 형식의 만화를 본적은 있지만,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도서는 놀랍게도, 책의 저자이자 작가이신 모리시타 에미코
작가가 실제로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캐릭터로 승화하여 만화로 나타낸 책이다.
기존에 나이와 관련한 도서들이 참 많다. 하지만 마흔과 연관된 책들은
찾기가 어렵고, 흔하지가 않아서 이렇게 만나니 좋았다.
거기다 아직은 마흔은 멀었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마흔을 생각하고, 대비하기에
안성맞춤 책이지 않나하고 생각이 든다.

십대시절에는 이십대가 된다는건 무엇일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이
달라질지 궁금하기도하면서 한편으로 들은 정보가 있어서 그렇게 두근대면서
기다리거나 한 적은 없었다. 지금은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는데
그렇게 아깝고, 아쉬우면서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그런데 나한테는 가까운듯, 먼 존재인 마흔이 된다는건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싶다.
코믹에세이라고 하지만 코믹한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나이와
상관없이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조언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모리시타 에미코 작가는 마흔이
된다는건 어떤 느낌일지를 만화로 잘 구성해서 짜임새있게 풀어써내려갔다.
나도 마흔이 되면 저자처럼 이러한 행동과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면서 꼭 마흔에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는 세상의 변화나 세월의 흐름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체감도 못하고 살아왔던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도 그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직격탄을
맞은것처럼 느끼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살씩 나이를 먹어가면 생각이나 하는 행동,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나 관점이 바뀐다는 것을 처음으로 나이를 먹는다는걸 체감하면서 알게 되었다.
저자의 이 문구들은 정말 공감도 많이 갔으며, 꼭 나이를
마흔이든, 마흔이 아니든 누구나 느끼는 거구나를 알게 되었다.
요즘처럼 sns 같은 경우도 어디서나, 누구나 사용하고
쓰고있는데 나만 그런건 사용하지 않고 있고, 사용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때면
꼭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는건 아니지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따라가지 않을려고 하려는 부분도 있다는걸 깨달았다.

진짜 진짜로, 제일 너무도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마구 한
장면이자 문장이었다.
이건 나만 공감하고 겪거나,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
19살에는 20살이 되는게 즐겁고, 행복하고 그렇겠지만, 이제
29살이 된다면 플러스1만 하면 앞의 숫자가 바뀌고 30대로 접어드는데
어느 누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겠는가. 마의 구간이라
칭하는 마지막 숫자인 9.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나도 저자처럼 생각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았던 적이 많다.
그 나이대에 무언가가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이
나이에 이러한 행동이나 결정을 해도 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고,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게 되고, 나이가 많아서 도전해도 될지
망설이게 되고 그러면서 나중에는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서 후회를 하는
도돌이표같은 인생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되는.

앞의 숫자가 바뀌고 새로운 나이대로 접어들게 되면 난리도 치고,
마음의 동요도 생기게 되는 법.
저자는 이제 40대를 앞두고 있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나도 저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꺼 같다. 하지만 새로운 플러스
되는 나이가 되기 전에 제대로 후회없이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 보내면
작가처럼 담담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코믹에세이 만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바로, 나이에
우리가 얼마나 연연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이다.
한국이 아니어도 사람 사는데는 웬만해선 비슷한 것 같다.
일본작가가 썼지만 공감이나 조언이나 위로가 안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나.
나이를 탓하기도 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원래 성격이 그럴 수도
있다. 해보기 전에 걱정하고 고민하고 두려워하는것 말이다.
그런데 그런걸 나이탓으로 돌리기에는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레 계속해서 죽을때까지 나이를 먹는다.
나이에 너무 압도당하고, 나이에 너무 집착하는 듯한 생각과
행동이 어디가지도 못하게 옭아 매는게 아닐까 싶다.
나이는 일단 저 멀리 던져버리고, 벗어버리고 나서 에미코
작가처럼 불안감을 느끼더라도, 두려움이 와도 새로운 것에 과감히 발을 담가 보면
내가 그동안 너무 앞서 고민과 걱정을 했다라는걸 깨닫을 꺼
같다. 나도 에미코 작가처럼 새로운 것에서 느껴보는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다.

마흔을 앞두고 있는, 마흔이 되어버린 주인공이자 작가는 나이와
마흔이라는 길목에서 자신의 꿈을 과감하게 지르게 된다.
지금 위의 사진이 바로 에미코 주인공의 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주인공인 에미코는 무려 20년 동안을 도쿄에 상경해서 살고
싶어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도해 보기도 전에 안된다는, 무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망설이기만 했었는데 마흔이라는 나이의 기로에서 저지르고야 만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게 무슨 꿈이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집 마련도 꿈이 되는 세상이다.
하물며 땅값, 집값 모두 비싼 도쿄에서 독신이고, 나이도 꽤
먹은 에미코 주인공이 오랜시간동안 꿈꿔온 일을 저질렀지만 결국은 이뤄낸것이 아닌가.
이걸 보면서 자신의 꿈이나 목표가 작든, 크든 남의 시선과 말을
신경쓰지 말고, 특히 나이가 많든, 적든 어차피 누구나 먹을 나이.
덜컥 저지르더라도 자신의 꿈이었으니 결국 이뤄낸게
아닌가.

40대의 도쿄로 이사를 가게 된다. 읽다보면 만화형식이기도
하지만 너무 재밌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준다는 점에서 몇 번을 읽어도 참 좋은
책이다.

결국 도쿄로 이사를 온 우리의 주인공.
이걸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저질렀다고 표현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저지른게 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던 20년의 꿈을 이룰때가 되서 마음과
생각이 그러한 결정을 하게 만든거라 본다.

길을 처음 잃게 되면 누구나 두렵고, 어려우며,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 속에서 길을 영원히 안 잃고 살아갈
수는 없을꺼라 본다.
에미코 작가처럼 길을 살아오면서 잃다보면 어느순간 익숙하게 될것이다.
그러다보면 길은 잃었지만 결국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로, 혹은 도착지로
도착한다는것을 알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길치 중에 길치라고 생각해오며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건 내가
너무 밖으로 돌아다니거나, 여러 장소들을 가지 않았기에
잘못 잡혔던 착각들이었다. 이걸 깨닫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내 집 주위
반경을 벗어난 저 멀리 서울이든, 인천이든, 수원이든 등등,
그런 곳들을 목적지를 지도를 이용해 찾아서 사진으로 찍고 그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낯설고, 지도 보는것도 처음이라 어렵고, 같은 길을 계속 빙빙
돌았던 적도 있고, 헤맸던 적도 있다.
그때의 그 두려움, 막막함, 낯설음 등등이 마구 나를 덮쳤었다.
그런데 계속 차츰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차 지도
보는 눈도 생겼고, 웬만해선 길도 잃지 않고 잘 찾아가게 되었다.
바로, 도착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것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내가 생각해온
길치가 아니라는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처럼 나이를 자꾸 생각하고, 연연하기 보다는 처음이라서 어렵고, 무섭고
실패할 지도 모르지만 계속 해나가고, 해보다면 결국은 노하우도 터득하게 되고,
없던 안목도 생기며 자신감도 생긴다는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