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별난 신이 등장한다.
범죄를 이용해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려는 신.
그리고 두 명의 신의 아이가 있다.
마치 천재인 모차르트를 시기하는 살리에르, 신의 사랑을 받는 동생을 시기하는 카인 같은 아마미야와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감정이 결여된 사이보그 같은 마치다.
이 둘의 접점이라면 안타깝게도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그 어떤 제대로된 보살핌 없이
폭력과 무관심, 무자비함과 범죄에 노출된 채 보낸 어린시절.
우리가 천사로 비유하기도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불행하게 되는지를
,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불행으로 걸어들어가는지를 나는 이 소설에서 보았다.
"사회는 편견에 차 있다.
어른들은 누구 하나 아마미야를 한 인간으로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았다.
아마미야 가즈마는 그런 세상을 증오했다.
아무도 주지 않는다면 직접 빼앗으면 된다 - ."(90쪽)
신의 아이가 되기 전까지 아마미야는 구제불능인 어머니가 어느 날 증발해 버려
누나인 미카와 외삼촌 집에 맡겨진다. 그도 개차반인 인간으로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고
열여섯 살이었던 미카가 가출하고 곧 이어 아마미야도 가출한다.
둘은 다시 만나 함께 살게 되는데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누나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사회는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아마미야를 멸시하고 쫓아낸다.
그래서 아마미야는 저런 마음을 품게 된 것.
사람들을 폭행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를 저지르다 무로이를 만나게 된다.
"범죄라는 건 불행한 인간을 조금 행복하게 하고, 행복한 인간을 조금 불행하게 하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불가결한 것이다."(98쪽)
"나는 행복한 인간을 불행하게 하기 위해, 불행한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뿐이다."(99쪽)
무로이의 세계관이자 철학.
그는 범죄로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
아마미야는 그런 무로이를 위해 일하는 자신을 '신의 아이'라 믿고, 사명감까지 느낀다.
무로이는 아마미야에게 소년원에 들어가 마치다 히로시라는 소년과 친구가 되라는 명령을 받는다.
마치다 히로시.
직관상 기억력이 뛰어난 천재 소년이지만 14살이 될 때까지 호적도 없이
약물 중독 어머니 밑에서 동물처럼 사육되다 도망쳐 무로이를 만나 그 아래에서
사기 시나리오를 작성해주다 조직의 일원인 다테를 죽이고 붙잡혀 살인죄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내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단 하나밖에 없다.
머리가 좋은 인간인가, 나쁜 인간인가 - 그뿐이다.
미노루는 내가 처음 접한, 구별이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36쪽)
집에서 쫓겨날 때마다 공원에 간 마치다는 덩치는 크지만 언행은 어린아이 수준의 미노루를 만난다.
미노루는 자신의 주먹밥을 나눠주고 마치다는 그것을 얻어먹으며 처음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한다.
마치다는 미노루의 호적을 이용해 살아가지만 무로이 조직에서 그를 없애려고 하자
마치다는 미노루의 편에 서게 된다.
그런 마치다의 약점을 이용해 다시 그를 되찾으려는 무로이.
아마미야에게 미노루를 흉내내게 해서 마치다의 마음을 얻고 조직에 복귀시키고자 한다.
아마미야는 무로이가 집착하는 마치다에게 질투를 느끼면서도 주어진 미션을 성공시켜 인정받고 간부가 되는 꿈을 꾼다. 소년원에서 탈주하게끔 마치다를 부추기고 탈주에 성공하지만 함께 탈주하던 이소가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복역을 마치고 돌아온 아마미야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 온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신의 아이로 살기 위해서가 아닌 신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마치다가 아닌 미노루를 찾아 나서는데.....
여지껏 내가 알던 신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을 실현하려는 신이 등장하고,
신의 아이 그러니까 어쩌면 천사와도 같은 그들은 행복해야 마땅할 텐데 불행하다.
불행한 신의 아이들에게서 과연 신은 얼마만큼의 불행을 덜어낼 생각일까?
압도적인 불행한 삶에 과연 미미한 행복을 더한다고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애시당초 행과 불행이 저울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신의 아이 1>에서 시작된 이 질문들의 답을 다음 이야기에서 과연 나는 찾을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
그들이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신일까? 불행일까? 아니면 이 불합리한 세상일까?
궁금한 이들의 앞날을 만나러 두 번째 책을 어서 펼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