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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달달한 설탕 냄새 나던 마법의 빵이 가득한
<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 작가가
이번에는 날개 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버드 스트라이크>
인간이 만든 항공기와 자연의 새가 충돌해 사고가 나는 것을 버드 스트라이크라고 하는데,
어째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제목인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빨리 해답을 안겨주고 싶어 책을 펼쳤다.
익인, 그러니까 평소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날아야 하는 순간에
날개가 솟아나는 사람들은 하늘과 가까운 고원지대에서 살아간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그들이 어느 날, 도시인의 청사를 공격하고
그 와중에 날개가 유난히 작고 몸집은 익인들보다 크고 사람에 가까운 비오가 붙잡힌다.
탈출하는 과정에 비오는 루를 인질로 잡아 익인들의 마을로 돌아온다.
루는 현재 도시를 다스리는 시행의 배다른 동생으로
원치 않게 청사에서 살게 되며 은근한 멸시를 받으며
답답한 생활을 하던 차에 비오네 마을에 가게 된 것.
비오 역시 외부인과 익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익인들과 모습이 달라
무리 안에 섞이기 어려운 처지는 마찬가지였고 둘은 닮아 있는 서로에게 점점 끌린다.
이 둘은 서로에 대한 커지는 마음처럼 점점 성장해 나가며
그들을 가로막는 것들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루와 비오.
속해 있는 곳에서 늘 겉돌고 섞이기를 거부 당하고 거부하고
불안하고 위태로운 아이들.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겪는 성장통이자
아이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집단 속에서
동일한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겪는 문제를
이 두 아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읽는 동안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동시에 이 아이들이 지적하는 이기적인 집단의 문제와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우리의 태도는
분명 반성하고 고쳐야 하는 문제들이란 사실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다.
이는 루의 입을 통해 뚜렷이 전달된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아.(296쪽)"라고
우리의 닫힌 마음을 쿡하고 찔러 온다.
이 소설은 익인과 도시인이라는 두 문화 간의 갈등이 깔려 있다.
이것은 힘이 있는 우위의 문화가 한쪽을 어떻게 억압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며,
더 세밀히 들어가면 힘을 이용해 어떤 식으로 착취가 이루어지고, 부패하고 타락해 가는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 이유는 이 안에서 용서와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
작가님이 그려 놓은 이 두 세계가 품고 있는 것이 엄청남에도
그것을 어렵지 않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탄했다.
빼앗는 일에 중독이 된 도시인들과 대조되게 등장하는 익인들의 삶의 태도를 통해
작가님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을 짐작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고 때론 설명되지 않는 연결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며 살아 있는 이유(104쪽)'라며
모든 생명과 만남을 소중히 하기를,
'우리가 짐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향해 마음을 베푸는 일(93쪽)'임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 게 아닐까.
루와 비오가 그 어느 한 쪽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이 있을 곳을 아니 자신들이 누구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떠나는 모습은 불합리하고 나약한 어른들의 모습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고 단단해서 떠나는 그들을
붙잡기는 커녕 크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게 만든다.
둘의 눈부신 성장은 이렇게 떠남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출발로 완성이 된다.
이제 막 비오를 향한 루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작가님이 성장 소설을 쓰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작가님의 소설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작품에서 빛나는 성장을, 펼쳐진 두 날개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 소설이 보여줄 또 다른 성장을 함께 따라 더 멀리 날아가고 싶다.
두 사람의 비행이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며...
아차차! 제목인 <버드 스트라이크>는
자연과 인간의 충돌, 익인과 도시인의 충돌, 비오와 루의 만남을
그리고 이 책과 독자가 만나는 그 엄청난 충격을 모두 이르는 말이 아닐까라는
나만의 답을 내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