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정하윤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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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유명한 작품들은 익숙하지만

도리어 우리 작가들과 작품들이 낯선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만든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미술관에 입장하는 마음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대별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작가와 작품에 대해 소개해 주며, 감상해야 하는 부분들을 정하윤 작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언어로 이야기하듯이 안내해 주고 있다.

1부에서는 20세기 초, 서양의 원근법 같은 기법을 배워 그동안 정신적인 학문으로 미술을 대해 온 우리에게 최초의 한국 현대미술의 처음을 장식한 것은 고희동의 자화상을 시작으로, 전통이 아닌 서양의 것을 받아들인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는 한국의 현대미술을 자유로운 눈으로 바라보라 권하며 소개해 준 김관호 작가와 그의 작품을 거쳐, 1930년 일제 강점기 하에 작품 활동을 한 그림과 화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인성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논하며 그림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한다. 그림을 그림 이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동시에 시대를 반영하지 않은 예술은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준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보다 화가라는 정체성과 작품에 대한 열정이 강한 한 사람의 화가로 나혜석을 보아달라는 당부는 사회적으로 거의 매장되다시피한 그녀의 말년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 밖에도 환한 빛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한 한국의 인상주의자 오지호, 미술의 형식과 법칙을 버리고 대상의 내면을 그리고자 한 이상의 절친 구본웅, 민족의 부흥을 꿈꾸며 새로운 한국적 양식을 만들고자 노력한 이쾌대에 이르는 20세기 초의 우리 화가들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좌: 고희동 <자화상> 1918년, 우: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년

2부에서는 해방 직후의 화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무엇보다 '한국적인 것' 바로 '한국성'을 찾기 위한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함'과 '진실함'이라는 예술의 목표를 삶과 작품으로 보여준 박수근, 한국적인 추상주의를 국제적으로 알린 김환기, 화가의 재능은 천부적인 기술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라는 것을 보여준 '추상화의 대가' 유영국.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여러 차례의 수술과 입원으로 건강이 악화되어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열정이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그토록 미술관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깊이 감상하고 진한 감동을 느끼라고 하는 그의 작품들, 그리고 그만의 색이 궁금해졌다. 아이들과 아내 남덕(마사코)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으나 늘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던 우리에게 익숙한 이중섭, 단순하고 소박하고 작고 욕심없고 동화같은 그림을 그리며 '탈속의 미학'을 보여준 장욱진, 현대 한국화를 이끈 화가로는 전통의 굴레를 쓴 한국화를 해방시키고 본질에 집중한 서세옥, 자유와 평등 그리고 화합을 말하는 군상을 그렸지만,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평생 조국을 그리워해야 했던 안타까운 이응노를 소개한다. 2부의 마지막으로 '여행'과 '한' 그리고 '환상'과 '여인'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통해 마음의 고통과 불길을 다스린 천경자에 이르기까지 해방 직후 혼란한 사회 속에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들을 만나보았다.

좌: 장욱진 <도원:나무> 1985년, 우: 이응노 <군상> 1984년

3부에서는 1970년대로 들어서면서 다양한 실험을 시작한 우리 미술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전쟁을 겪은 6·25세대로 '한국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경향을 선도하는 박서보와 박정희 정권 하의 경직된 사회에서 정상화의 '단색화'를 탈속의 추상 세계로 도피한 엘리트주의 미술이라는 비판은 당시 사회를 향해야 하며 어떤 성향의 작품이라도 자유롭게 제작·전시·존중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시작한다.1970년대의 단색화와 1980년대의 극사실화의 다리 역할을 한 '물방울 시리즈'의 작가 김창열, 새롭고 재미있는 실험미술을 선보인 김구림, 신체를 이용한 행위미술로 간접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이건용, 미술의 틀을 깨는 동시에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면서 '한국성'과 '비물질'을 작품으로 빚어낸 이승택, 통합과 융합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준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유명한 백남준까지 1970년대의 한국 미술은 전쟁과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단색화가 주류로 자리 잡아가는 동시에 자유로운 표현이 어려웠음에도 젊은 작가들이 도전하는 새로운 미술이 함께 공존하는 시대였다.

좌: 김창열 <물방울> 1972년, 우: 이승택 <바람:민속놀이> 1971년

마지막 4부에서는 1980년대 이후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한다. 당시는 1980년대의 우리 미술에서 중요한 축으로 꼽히는 민중미술이라는 경향이 등장하며 미술의 다양성을 꾀하고 소외된 대중을 불러내려는 노력이 있었던 시대였다.

추상이라는 기존 엘리트 미술계와 당시 군사 정권의 사회를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불화나 민화 같은 민중 예술을 참고한 민중미술을 부르짖은 오윤, 민중미술 계열의 한 사람으로 민족의 화합을 염원한 작품 <모내기>를 오독한 정부의 문화예술 규제에 희생당한 신학철, 본인의 어머니에서 출발해 이 땅을 살다간 여성들을 작품에 복원시켜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추상과 구상이 팽팽히 힘겨루기를 하던 때에 그 이분법을 넘어 둘을 한 화면에 담아낸 이동기, '삶과 맞닿은 미술'을 하고자 일상적인 재료와 전방위적인 활동을 통해 유쾌하고 재미난 작품을 선보이는 최정화, 통찰력과 명쾌하고 진솔한 내용 그리고 세력된 작업 스타일을 선보이는 서도호,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이불, 분열된 곳을 연결시키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희망을 주는 미술을 하는 강익중까지 만나보며 미술의 쓸모와 역할에 대한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 논하며 마무리한다.

좌: 윤석남 <손이 열이라도> 1985년, 우: 강익중 <광화문에 뜬 달>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은 20세기 부터 시대별로 화가와 작품을 소개하면서 화가와 작품이 처한 역사적 배경을 함께 기술하고 있어 당시의 사회문화적 상황까지 살펴보며 작가와 작품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그림을 보는 관점과 방식에 대한 안내도 함께 곁들여 있어 미술을 모르는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국 현대 미술 입문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단순한 입문서라 소개하기 아쉬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의 현대 미술의 흐름을 따라오며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모습을 함께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며,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생에 녹아 있는 애환을 통해 예술의 가치와 그 쓸모 같은 작가의 철학적 사유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소중해서 모두 언급하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지고 친절한 작가님의 대화체를 살리지 못한 나의 딱딱한 글이 죄송스럽지만, 우리 미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애정과 신뢰가 생기게 해 준 <커튼콜 한국 현대미술> 참 고맙다.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이 다음을 이끌어갈 한국의 미술에 대한 기대감은 부록이랄까?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정하윤 작가님이 다음의 다음의 한국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보고 듣고 싶어졌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책에서 소개해 준 미술관들의 링크를 첨부해 본다. 물론 언젠가 직접 가보겠지만.

<작품에 나온 국내 미술관>

- 박수근 미술관

- 김환기 미술관

- 유영국 미술관

- 이중섭 미술관

- 장욱진 미술관

- 이응노 미술관

- 김창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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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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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설탕 냄새 나던 마법의 빵이 가득한

<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 작가가

이번에는 날개 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버드 스트라이크>

인간이 만든 항공기와 자연의 새가 충돌해 사고가 나는 것을 버드 스트라이크라고 하는데,

어째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제목인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빨리 해답을 안겨주고 싶어 책을 펼쳤다.

익인, 그러니까 평소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날아야 하는 순간에

날개가 솟아나는 사람들은 하늘과 가까운 고원지대에서 살아간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그들이 어느 날, 도시인의 청사를 공격하고

그 와중에 날개가 유난히 작고 몸집은 익인들보다 크고 사람에 가까운 비오가 붙잡힌다.

탈출하는 과정에 비오는 루를 인질로 잡아 익인들의 마을로 돌아온다.

루는 현재 도시를 다스리는 시행의 배다른 동생으로

원치 않게 청사에서 살게 되며 은근한 멸시를 받으며

답답한 생활을 하던 차에 비오네 마을에 가게 된 것.

비오 역시 외부인과 익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익인들과 모습이 달라

무리 안에 섞이기 어려운 처지는 마찬가지였고 둘은 닮아 있는 서로에게 점점 끌린다.

이 둘은 서로에 대한 커지는 마음처럼 점점 성장해 나가며

그들을 가로막는 것들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루와 비오.

속해 있는 곳에서 늘 겉돌고 섞이기를 거부 당하고 거부하고

불안하고 위태로운 아이들.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겪는 성장통이자

아이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집단 속에서

동일한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겪는 문제를

이 두 아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읽는 동안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동시에 이 아이들이 지적하는 이기적인 집단의 문제와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우리의 태도는

분명 반성하고 고쳐야 하는 문제들이란 사실에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다.

이는 루의 입을 통해 뚜렷이 전달된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아.(296쪽)"라고

우리의 닫힌 마음을 쿡하고 찔러 온다.

이 소설은 익인과 도시인이라는 두 문화 간의 갈등이 깔려 있다.

이것은 힘이 있는 우위의 문화가 한쪽을 어떻게 억압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며,

더 세밀히 들어가면 힘을 이용해 어떤 식으로 착취가 이루어지고, 부패하고 타락해 가는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 이유는 이 안에서 용서와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

작가님이 그려 놓은 이 두 세계가 품고 있는 것이 엄청남에도

그것을 어렵지 않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탄했다.

빼앗는 일에 중독이 된 도시인들과 대조되게 등장하는 익인들의 삶의 태도를 통해

작가님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들을 짐작해 본다.

'눈에 보이지 않고 때론 설명되지 않는 연결이야말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며 살아 있는 이유(104쪽)'라며

모든 생명과 만남을 소중히 하기를,

'우리가 짐을 나누는 것은 서로를 향해 마음을 베푸는 일(93쪽)'임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 게 아닐까.

루와 비오가 그 어느 한 쪽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이 있을 곳을 아니 자신들이 누구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떠나는 모습은 불합리하고 나약한 어른들의 모습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고 단단해서 떠나는 그들을

붙잡기는 커녕 크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게 만든다.

둘의 눈부신 성장은 이렇게 떠남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출발로 완성이 된다.

이제 막 비오를 향한 루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작가님이 성장 소설을 쓰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작가님의 소설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작품에서 빛나는 성장을, 펼쳐진 두 날개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 소설이 보여줄 또 다른 성장을 함께 따라 더 멀리 날아가고 싶다.

두 사람의 비행이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며...

아차차! 제목인 <버드 스트라이크>

자연과 인간의 충돌, 익인과 도시인의 충돌, 비오와 루의 만남을

그리고 이 책과 독자가 만나는 그 엄청난 충격을 모두 이르는 말이 아닐까라는

나만의 답을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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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리다 웅진 세계그림책 18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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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프리다 칼로의 일기를 보고서

고통스러운 그녀의 인생에 그 인생과 맞선 그녀의 용기에

전율했던 터라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의 <나의 프리다>와의 만남은 마치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의 그림책 <나의 프리다>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멕시코, 1907~1954)는 정말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아낸 화가입니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을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열여덟 살 때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끊임없이 수술을 해야 했답니다.

프리다는 몸이 아프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되었어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서 위대한 화가가 되었지요.

프리다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많이 그린 화가랍니다.

남들과 다른 자신을 아주 어릴 때부터 인식하게 되었고,

그런 경험들이 프리다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했고,자기 안와 바깥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게 아닌가 싶어요.

<나의 프리다>는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이

프리다 칼로의 일기장에 있던 상상 속 친구와의 만남을 우리들에게 그림책으로 보여줍니다.

이 친구와의 만남은 프리다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럼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해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프리다를 다른 아이들은 놀리고

그렇게 다르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된 프리다.

멕시코 사막 여기저기 서 있는 거대한 선인장 같은 괴물로 다른 사람들을 표현해 놓았는데

우리를 바라보는 프리다의 표정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나요?


자연스레 프리다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그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아마 무엇보다 불편한 신체 때문에 자유로움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겠지요.

생일에 선물로 받은 날개를 단 프리다.

그걸로는 정말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프리다는 실망을 감추고 상상 속 자유로운 곳으로 들어간답니다.


프리다는 그곳에서 또 다시 작은 문을 발견하고는

거추장스러운 날개는 벗어버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천천히, 땅속 깊이깊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프리다는 그 밑바닥에서 한 아이를 만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프리다에겐 너무나 친근하게 느껴지는 아이.

그 아이는 아름다운 춤을 추고 프리다는 그 아이에게 마음에 맺힌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친구가 없던 프리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지요.

프리다는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지만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그곳에 가면 언제나 그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 친구가 프리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프리다는 그 친구를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의 모든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응원을 보내는 내면의 친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힘을 내라고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그림책 <나의 프리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은 외롭고 힘든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자신을 만나고

현실의 자신과 내면의 자신을 수도 없이 그린 것처럼

우리도 우리 안의 자신들을 만나고 표현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그림책을 그리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과 프리다 칼로가 우리에게 전하는 선물 같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사실 세상의 모든 사람 하나 하나는 모두 다 다릅니다.

그런데도 장애가 있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종교가 다르거나, 여자라서 이런 여러 가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들로

서로를 외롭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 때문에, 그런 세상 때문에 외롭고 괴로울 때면

프리다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프리다, 내 안의 친구, 나의 나를 만나세요.

<나의 프리다>의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프리다의 얼굴에서 작가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작가님도 프리다를 통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네요.

세상에서 가장 나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프리다 칼로가 그리고 앤서니 브라운 작가님이 우리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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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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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후로 무작정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보았다.

그리고 글 잘 쓰는 이들에게 물었더니 하나같이 꼭 언급했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나탈리 골드버그의 인문학 글쓰기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제목부터 비장한 느낌이 드는 이 책이 과연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글쓰기에 대해 나는 어떤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될지

우선 뼛속까지 내려가서 읽어보았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글쓰기에 대한 방법과 글쓰기라는 철학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의 글 쓰기는 글 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넘어서 인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을 산다는 것이 글을 쓴다는 것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다음 구절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17쪽)

- 글쓰기는 매번 지도 없이 떠나는 새로운 여행이다.(20쪽)

- 그냥 쓰고, 또 쓰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긍정의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떼어 놓아라. 혼돈에 빠진 인생의 한복판에 분명한 행동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그냥 쓰라. "그래 , 좋아!"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171쪽)

- 글쓰기는 발견의 기록이다. 당신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당신과 그 화제와의 관계를 발견하기를 원한다.(165쪽)

-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가장 깊은 비밀이다. (201쪽)

그녀가 이렇게 글쓰기를 인생 그 자체로 대하게 된 데에는

불교의 '선(禪)' 사상이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녀가 제시하는 글쓰기의 철학과 방법론에 뿌리내린 모습을

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낯섦보다는 하나의 사상과 철학으로 글쓰기에 접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글쓰기 훈련은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마음을 지속적으로 열어 나가게 하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옳았을 때에만 좋은 글을 얻을 수 있다.(31쪽)

- 글이 글을 쓰도록 하라. 당신은 사라진다. 당신은 그저 당신 속에서 흐르고 있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 내고 있을 뿐이다. (92쪽)

- 우리가 글쓰는 방법을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탐욕과 질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경탄하고 애착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138쪽)

- 우리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얀 종이는 앞에 있는데 마음은 불확실하고, 사고는 연약하기만 하고, 감각은 무디고 둔하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조절력을 잃어버린 글쓰기, 결과물이 어디서 나올지 확실치 않은 글쓰기는 무지와 암흑 속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것과 정면으로 부딪칠 때, 이러한 무지와 암흑의 장소에서 출발한 글쓰기가 결국에는 우리를 깨우쳐 주며,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게 만든다. (178쪽)

- 우리는 모두 전체의 한 부분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우리를 통해서 글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7쪽)

글을 쓰기 위한 첫마음, 필기구와 같은 연장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장소와 시간 등과 같은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비평과 자기검열에 대한 태도, 슬럼프에 빠졌을 때와 같은 내외부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녀의 바람대로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더라도 상관없으며 모든 것이 유동적으로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방법과 내용들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들어 있다.

-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바깥에서는 어떤 배움의 길도 없다.(67쪽)

- 작가가 쓰는 글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들이며,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작가가 되려는 당신은 알고 있는가? 덧없이 지나가 버리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임무이다. (89쪽)

-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142쪽)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가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를 단순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생각해 오던 나에게

그 정의와 의미를 확장시켜 주었다.

글을 쓴다는 행위를 넘어서 글쓰기가 삶으로 들어오고,

삶이 글쓰기를 통해 발현되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고,

내 인생과 내 글을 바라보는 안목에 대해 돌아보고 공정하고 여유로운 자세를 갖게 되었고,

두렵지만 써야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뼛속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살고 싶다면, 살아야 한다면 써야 한다.

글 쓰기를 넘어서 삶에 대한 진실과 비밀을 알려주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모두에게 일단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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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 201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황성혜 지음 / 달그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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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나요?

"나는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그림책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를 보면서 내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투명한 책 커버가 씌워져 있는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표지부터 다른 책들과 다른 모습에 두근두근해지네요.

투명한 커버를 벗겨보니 표지의 캐릭터들의 모습이 조금 달라집니다.

모습의 일부분이 투명한 책커버에만 있어서 표지와 만났을 때

표지의 캐릭터들이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시작부터 개성 넘치는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너무나 궁금해집니다.

동글동글한 뭔가가 빨간 배경 위를 지나 갑니다.

다음 장을 넘겨 보니 빨간색으로 물들었네요.

그리고는 묻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의 처음은 작은 동그라미.

나뿐 아니라 모두 동그라미였지요.

하지만 다 똑같은 동그라미는 아니었어요.

모두들 무언가를 가만히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르고 커다란 꿈이 다가와 모두에게 서로 다른 파랑을 남기고 갑니다.

이번에는 새빨갛고 아주 강렬한 열정이 다가와 모두에게 서로 다른 빨강을 남기고 가지요.

투명한 상상도 찾아옵니다. 투명해서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었습니다.

갈등과 날카로운 아픔도 찾아옵니다.

갈등은 근사한 무늬를 남기고, 아픔은 까만 흔적을 남깁니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찾아왔고 나에게 무언가를 남겼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랍니다.

처음의 나는 단순한 동그라미였지만 지금의 나는 파랗고 빨갛고 까맣고 투명하고 복잡합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다른 파랗고 빨갛고 까맣고 투명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좋습니다.

나의 변신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

푸르고 커다란 꿈, 새빨갛고 강렬한 열정, 투명한 상상, 갈등과 날카로운 아픔들을 만나며

그것들이 나에게 남긴 것들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살면서 이렇게 자신을 이뤄갑니다.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 없이 조금씩 다 다른 모습으로 말이죠.

그리고 조금씩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며

서로에게 어떤 것들을 남기죠.

책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놓치지 마세요.

정말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는 단 한 장도 허투로 쓰인 곳이 없는 그림책이네요.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는 아이와 함께

지금의 나를 색깔로, 도형으로, 무늬로 표현해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단순한 선과 도형만으로 그려진 그림책이지만

다양한 그림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여 보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또한 커버의 투명필름과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는 상상을 표현하기 위해 트레이싱지를 사용한 것을

보면 작가님이 정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실험을 하며 이 책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지요.

이런 노력이 묻어난 정성스러운 그림책이라니,

황성혜 작가님의 다음 그림책이 기다려지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도 작가님을 따라해 보는 게 어떨까 싶네요.

나를 이루고 있는 색과 무늬와 흔적들을 그리거나 끄적여 보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모으면 나만의 그림책이 될 거예요.

책 제목은 당신이 찾은 나를 쓰면 되겠네요.

전 <하얗고 냥이 발자국이 드문드문 있고 불투명한 나>로 하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바뀌겠지요.

지금의 당신이 어떤 제목을 쓸지 궁금하네요. ^^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와 함께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찾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누려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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