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글쓰기'
요즘 꽤 핫한 단어.
이런 저런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자주 띈다.
이런 책들 사이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책을 만났다.

지금까지 작가들에게 글쓰기란
책이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예술적인 창조 활동이라 생각해왔을 뿐이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하나 없이
작가들에게도 글쓰기란 하나의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자 일.
또한 좋아서 하는 글쓰기라 해도 생계유지가 안 된다면 하기 어려운 일.
결국 돈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이다.

글쓰기와 돈이라니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의 작가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있으면
내가 몰라도 한참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은
성공작가(성공작가라고 해서 만사가 오케이인 것도 아니다.)가 아닌 이상에야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적나라하게(그들이 쓰는 글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라니;;) 들려준다.
글쓰기를 위해 여러 가지 부업을 전전하며 어렵게 글쓰기를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글쓰기에만 머물지 말고 다양한 일을 통해 글쓰기를 확장하라는 작가도 있고,
예술로써의 글쓰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작가도 있지만,
예술과 상업성이 다른 것이 아닌 같은 것이라는 작가도 있다.

어느 것이 글쓰기의 정답이고 정석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수만큼 글쓰기의 의미와 모습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직업으로써의 글쓰기, 일로써의 글쓰기, 예술로써의 글쓰기, 삶으로써의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의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말해주는 책.

'처음으로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묻고 있다.
예전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쓴다고 답했을지 모른다.
아니면 더 견디기 힘든 순간에는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배고픈 채로 태어난다.
갈망을 충족하고 영혼도 행복해지는 비결은 질식하지 않고 적당히 먹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레이첼 매덕스'

'이제껏 했던 모든 일을 통해 배운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하는 삶이 글 쓰는 삶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삶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만줄라 마틴'

다 읽고 나니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의 출판계와 작가들에게도 동일한 이야기인지 말이다.
근래에 독립출판물과 다양한 형태의 서점들이 생겨나고 있어
더 다채로운 책들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한 사람으로
글쓰기를 '밥벌이', '일', '예술' 혹은 그 어떤 목적으로 하든지
누구나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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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의 기쁨'이라...
흠... 기존에 이런 주제로 쓴 비슷한 책들이 많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큰 기대 없이 하지만
책이 주는 기쁨에 대한 기대치는 볼륨을 최대로 하고
글쓴이가 들려주는 독서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독서의 기쁨!
어, 이 책 뭐지?
제목 그대로 일차원적으로 접근한 탓에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책을 읽고 난 후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이거 크게 오해(?)할 뻔 했다.

이 책은 '책' 자체에서 출발해 사방으로 그 가지를 뻗어나가며
'책'이 파생시키는 다양한 층위의 즐거움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다.
책 자체가 갖는 물질적 특징들,
표지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내지, 무게, 독서대, 책갈피, 띠지와 가름끈에 이르는 이야기들에서 시작해
독서라는 행위가 갖는 정신적 특징들,
유희 활동으로서의 독서, 독서의 목적과 방법, 작가, 분야별 독서에 대한
작가 나름의 철학과 즐거움 찾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크게 '책'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분류해 이야기한 후에  
직접 책을 만나고 부대끼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여기서는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과 세계를 구경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공감하기도 하고,
이런 것까지 생각하며 책을 보는가 싶어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 나는 아직 책덕후 레벨까지 이르기엔 모자란 모양이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바벨의 도서관>, <하얀 성>, <장미의 이름>,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은유가 된 독자>
이 5권의 책을 통해 그 내연을 펼쳐보인다.
더불어 책의 외연이라 할 수 있는 바깥 세계인
책을 다루는 매체, 책에 주어지는 상, 책의 내용을 빌려 다른 옷을 입힌 이야기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인 북튜브<겨울서점>으로 마무리가 된다.
아마 대부분 북튜브에서 작가를 알게 되어 이 책을 읽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은데,
나는 반대로 이 책으로 인해 작가의 북튜브<겨울서점>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작가가 그린 책의 내연에서 외연으로 따라 나오며
계속해서 또 다른 책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는 점에서
내 책의 세계, 그리고 세계 속의 책은 확장되고 깊어질 것이다.
작가의 바람대로 말이다.

책의 내용을 따라 이야기를 쓰다보니
독서의 기쁨이라는 주제의 소논문을 본 기분이 들 정도로
구성이 잘 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가 구성을 잘한 이유도 있겠지만
누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좋아한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그 온기가
읽는 내내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책덕후의 덕질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책덕후가 이야기하는 '독서의 기쁨'이 궁금하다면,
'책'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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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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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살아가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 서툰 사람들.
서툴러서 힘이 든다.
힘이 들지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삐걱대면서 살아낸 기록들.

김동영의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10년 전 여행에세이 작가로
처음 만났던 그때만큼 솔직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그는
처음 만났던 그때보다 느긋해졌다.

'살아간다' 그리고 '떠난다' 그래서 '돌아온다'
이렇게 책은 세 부분으로 순환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떠나야 하는 사람.
김동영 작가에게 여행이란 살기 위한
그만의 생존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삶의 빈곤함에 숨이 막혀 떠나고,
여행지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달래며 채운다.
그리고 정리되고 풍부해진 나로 돌아오는 것.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다는 고백.
여행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허나 지금의 자신이
특별하고 대단한 무엇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괜찮지 않느냐는 이야기.

하지만 정말로 솔직히 별다른 목적은 없다.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지도 않다.
거기서 얻은 게 있고 느낀 게 있다면 그건 대부분 여행 중이 아니라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어렴풋이 느낀 것이리라.
여행 중에는 정작 모른다.
여행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132p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
삶이란 과정도 똑같은 게 아닐까?
살아가는 동안에 나를 받아주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무엇이 되고 싶은 우리지만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나쁘거나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 우리는 이렇게 초라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대책 없이 살아갈지도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렇게 잘 살고 싶다.

-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어 41p

잘 살고 싶은 우리 모두.
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모두에게 살아가는 일은 매일 낯설고 어려운 일.
그런데 잘 살고 싶기까지 하니 더 숨이 막히나 보다.
그래도 잘 살고 싶은 내가 기특한 건 그 어려운 일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잘 살고 싶은 나를, 당신을
토닥토닥 위로하고 기특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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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사람들 - 미스 페레그린이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
랜섬 릭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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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름‘이 ‘나쁨‘으로 자리잡아 굳어져버린 우리들의 머릿속을 기묘하고 우아하게 그러면서도 서늘함을 잃지 않는 세련됨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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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젠더 수업 창비청소년문고 27
김고연주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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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닐까?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민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각각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나"를 궁금해하고,
생각해 보는 시기는 아마도 십대, 청소년기가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나란 사람 때문에 혼란이 시작된 시기가
바로 그 때부터였으니.

그런데 그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점이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이랄까?
이제 막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누군가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누군가까지
"나"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책.

무엇보다 작가인 김고연주 씨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3년이란 시간 끝에 낳은
또 하나의 생명 같은 책이란 생각에
아이처럼 보듬고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내내 읽었다.

나 역시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 새로운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정체성을 생각해 보고, 고민하고 있었고,
'아들'과 '딸'이라는 서로 다른 '성 姓'을 가진 두 아이와
어떻게 '가족'으로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막 질문을 던진 상황이라,
이 책이 반가웠는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에서 시작되지만,
그 대답이 쉽지 않은 것은,
'나'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정의 되고,
'나'란 사람이 끊임없이 변화를 겪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나의 첫 젠더 수업'은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열려 있는 수업이면서,
모두가 받았으면 하는 수업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미디어를 통해
왜곡되기도 하고, 편견으로 자리잡은 여러가지 '젠더'에 대한 내용들.
쉬운 이야기로 잘 풀어주는 작가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는 수업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나의 정체성 찾기'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라는
숙제는 결코 쉽지 않다.

'나'로 '우리'와 '함께' 잘 살아가려면
먼저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정체성을 스스로가
잘 만들어 놓아야 '너'라는 정체성의 당위성과 다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는 '젠더 수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젠더'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첫 수업이라 보면 될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즐길 줄 아는
'내'가 되고 싶어지는 수업.

'나의 첫 젠더 수업'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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