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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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아가는 내 인생이 문득 문득 버거운 날,

한숨이 짧게 든 혹은 길게 든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날,

이 책이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펼친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한 작가라는 말에 더 궁금했던 작가.

알고 보니 나에게는 할머니 뻘인 작가 이시이 모모코.

이 책은 모모코 할머니의 지난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거 같아

책을 읽으며 이런 할머니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단순하고 동글동글한 김성라 작가의 일러스트가 글과 참 잘 어울려 몇 장 담아본다.

모모코 할머니의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는 유년시절부터,

전후 일본의 급변하는 시대상을 바라보며 씩씩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지켜나가는 청장년 시절,

어쩌다 큰 집에서 개와 고양이와 함께 지내게 된 사연과 혼자이지만 충만한 노년 시절의 이야기들이

모모코 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인 이 책에 들어 있다.

무엇보다 도시와 농촌 간의 괴리에 대한 모모코 할머니의 생각,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모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소리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누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곤 한 인간을 믿고 절대 의심하지 않는 것이었다." - 13쪽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좀 이상하긴 해도 거짓 없는 진실이다. 원래 서툰 사람이 야무진 사람들을 쫓아가려면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끊어내고 아무 말이나 대충 입에 담으며 먼저 걸어가야 한다.

언제나 어중간하고 조잡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 43쪽

"농촌 주부들은 우리를 위해 쌀과 보리를 생산해주는데

우리는 그들을 위해 대부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그네들은 쌀을 생산하느라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똑똑해 보이는 말을 늘어놓지도 못하고

늘상 낡은 옷을 걸친다. 정말이지 이상한 세상이다." - 67쪽

글이 정직하고, 담백하고 그래서 거짓 없는 진심을 말하는데 주저없는

차분하면서도 씩씩한 느낌이 모모코 할머니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반했다고나 할까.

아마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한 작가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책이 끝나도 모모코 할머니를 붙들고 이야기 하나만 더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다.

내가 잊고 있던 진짜 소중한 것들이 떠오르고,

그 소중한 것들을 꼬옥 끌어 안고 한동안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은 책

<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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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 행복한 개인주의자의 누가 있지 않아도 되는 일상
야오야오 마반아스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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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절실한 요즘.

결혼을 하고 둘이 되면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안심이 되면서 동시에 섭섭했던 기분이었던 나는

엄마가 되면서 '혼자'가 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필요한 시간인지 철저하게 느끼는 중이다.

그런 나에게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힘든 육아보다 더 이상 혼자일 수 없는 현실이 더 답답할 때가 많아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혼자일 때 느꼈던 그 마음들을 되찾는 시간을 선물해 줄 것 같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인 야오야오 마반아스를 모르더라도 책을 보다 보면

뮬란이 떠오르는 익숙한 그림체에 '혹시'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야오야오 마반아스는 미국의 굵직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에게 그림으로 가까운 작가.

그래서인지 이 책은 글보다 그림으로 더 많은 말을 걸어오고

한 장의 글을 읽는 시간 만큼이나 한 장의 그림을 보는 시간이 걸린다.

한 장의 그림과 짧은 글이 불러일으키는 마음과 생각들.

작가가 혼자일 때 느꼈던 감정들 하나하나가 글과 그림에 담겨 있어

그것을 보는 내 안에서는 공감과 위로가 차오르며 점점 따뜻해졌다.

기쁨, 슬픔, 외로움, 괴로움, 연약함, 즐거움, 고독함, 평화로움, 안심, 충만함,

짜증, 개운함, 울적함, 막연함, 행복, 고요함, 신남, 흔들림, 안도감....

(이렇게 단어로 나열하니 단어가 정의해 주는 표현력이 얼마나 빈약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

글로 표현되지 않는 그 미세하고 막연한 감정들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혼자라서,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단순하고, 순수한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생각들을

오롯이 껴안아 온 몸을 채우는 시간을 되찾아 준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

혼자인 내가 사랑스럽고 고마워지는 시간들,

혼자인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로 오롯이 충만해지는 시간들,

<어떤 마음은 혼자 있을 때 더 잘 느껴져>가 건네는 선물 같은 시간들

놓치지 마시기를.




+ 정말 신기하게도 34개월 남자아이에게도 작가의 그림들은 말을 걸었다.

글을 모르는 어린 우리 아이가 하루에도 여러 번 이 책을 꺼내들어

한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보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 나로서는

야오야오 마반아스의 그림의 힘이랄까 매력이랄까를 객관적으로 체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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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4
E. T. A. 호프만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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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모두가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 곳곳에서 들리는 캐롤 그리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선물.

모두가 뭔가를 기다리는 설렘이 가득한 이맘때의 분위기를 닮은

<호두까기 인형>

발레와 뮤지컬로 친숙한 호두까기 인형이

올해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라는 영화로도 나왔다니

아마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는 고전은

역시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매력이 궁금해서, 계속해서 새 옷을 입고 등장하며 우리 곁에 머무르는 이유를

알고 싶어 책을 펼쳤다.

먼저, 크리스마스와 선물이라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설레게 하는 소재와

호두까기라는 독특한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슈탈바움 씨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맏딸인 루이제는 아름다운 옷을, 오빠인 프리츠는 암갈색 말과 경기병 분대를,

막내딸인 마리는 색동 띠로 장식한 비단 드레스를 그리고 셋 모두를 위한 호두까기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는다.

자,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다들 귀가 쫑긋할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는 마법 같은 분위기와 선물이라는 설렘으로 이야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게다가 호두까기라니 궁금증까지 더해서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둘째, 선과 악의 역동적인 전투와 재미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꼽을 수 있겠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마리는 홀로 남아 있다 생쥐 대왕이 이끄는 부대와 호두까기 인형이 이끄는 부대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전투를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본다.

열세에 몰리는 호두까기 인형의 부대를 도우려고 신고 있던 실내화를 생쥐 대왕에게 던지는 마리.

팔꿈치를 다쳐 기절한 마리가 깨어나 지난밤 이야기를 하지만 누구하나 믿어주지 않는다.

병문안을 온 드로셀마이어 대부는 마리에게 마법에 걸려 추한 모습이 된 피를리파트 공주와

마법을 풀기 위해 크라카툭 호두와 호두를 깰 청년 드로셀마이어를 찾기까지의 여정을 들려 준다.

다시 나타난 생쥐 대왕이 호두까기 인형의 생명을 위협하며 마리가 아끼는 것들을 하나씩 요구하고

마리는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내놓는다.

마리는 상처입은 호두까기 인형을 치료하던 중 호두까기 인형이 칼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들어준다.

그날밤 호두까기 인형은 생쥐 대왕을 무찌르고 마리를 환상적인 인형 왕국으로 데려간다.

대립되는 두 진영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자니 손에 땀이 찬다.

흥미진진한 이 전투에서 대뜸 실내화를 던지는 마리,

도무지 어떤 사람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로셀마이어 대부는

평범하지 않은 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마지막으로, 환상적인 배경과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마리는 그곳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다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인형 왕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지만

그누구도 믿지 않고 마리는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

바로 대부가 데려온 청년 드로셀마이어는 호두까끼 인형이었고, 마리에게 청혼을 한다.

나도 한참을 상상하며 행복한 기분이 들었던 인형 왕국.

인형 왕국 묘사 부분을 읽으며 바로 떠오른 것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과 찰리 앤 초콜릿 팩토리의 초콜릿 팩토리!

호두까기 인형을 읽으며 인형 왕국이라는 아름답고 맛있고 재미있는 곳이 하나 더 늘었다.

행복한 이야기의 결말은 언제나 배부른 기분.

오감이 즐거운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여행은 기분 좋게 끝이 난다.

분명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발레와 뮤지컬, 그리고 영화 역시 이토록 흥미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다른 모습을 한 호두까기 인형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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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안는다 - 오늘을 일상을 순간을 그리고 나를
심현보 지음 / 미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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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심이 가득 담긴 글이라는 걸 미리 경고(?)합니다!

개인적으로 1992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는 역사적인 날이다.

한국 가요 음악사에 두둥~ 유희열과 심현보라는 귀인들이 등장하셨으니 말이다.

이제는 이름만 대도 모두가 아는 희열 님에 비해 아직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실 그래서 더 좋다. ㅋ 뭐랄까? 나만 알고 있고 싶은 그런 사람 ^^)

심현보 작가님이 책을 내셨다니 정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노랫말을 쓰시는 작사가로 유명하신 분이라

아마도 <가볍게 안는다>는 그런 노랫말들이 글이 되었을 거라

기대하며 책을 가볍게 안아 읽기 시작했다.

<가볍게 안는다>는 사사롭고 소소한 작가의 일상에서

건져올린 아끼고 마음 쓰고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 기록들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가벼워진 나를, 가벼워진 나의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그대로의 내가 편하고 좋아지게 될 것이다.

형용사와 부사가 끼어든 삶의 풍성함을 즐기고 싶을 것이고,

좋아서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행복한 내가 되는 쪽으로 몸이 더 기울 것이다.



왜 '가볍게'일까?라는 생각을 줄곧 했다.

안을 거면 세게 안거나 꽈악 힘을 줘서 안는 게 더 좋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작가의 '가볍게'에 중독이 되어 버렸다.

아.... 그렇구나.

손 안의 공기 같은 거구나.

두 손을 가볍게 쥐어야 그 안에 공기가 존재할 수 있구나.

무겁게 꾹 힘을 줘버리면 공기가 있을 곳이 사라진다.

안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구나.

계속 힘을 주는 것도 불가능하려니와 지치고 말 것이고,

그 안에 있는 것들 역시 답답해하고, 달아나거나, 소멸해 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꼭 가볍게 안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볍게 안고 있으면 그 안의 공기는 따뜻해진다.

따뜻한 공기는 부피는 커지고 밀도는 작아진다. 따라서 가벼워진다.

자연히 가벼워진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늘의 별이, 나름대로 즐거운 소행성이 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다.

<가볍게 안는다>처럼

오늘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 사랑하는 것들을 가볍게 안고

떠올라 행복 근처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나 역시 많은 것이 가능한 스물 네 개의 한 시간들을 갖고 있고

더디지만 언젠가 피울 꽃을 품고 있기에.

작가가 어떤 음악을 어떤 노랫말을 쓰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가볍게 안는다' 뮤직비디오를 살짝 끌어와 가볍게 담아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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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반다나 싱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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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SF를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인도 출신의 페미니스트 SF작가는 처음!

지금까지 본 작품들에서는 보지 못한 새로운 뭔가를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시작한 반다나 싱의 작품집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이 공간에서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가는 몇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 인도인지라

낯선 인도식 이름과 인도의 풍경이 자아내는 색다른 공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현재의 인도 자체가 우주의 어느 시공간만큼이나 낯설게도 무한하게도 느껴진다.

그렇기에 반다나 싱의 작품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존재하는 곳 또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곳.

그리고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존재들.

그녀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자 특징은

그 공간과 그곳에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데 그 함의가 있다.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 공간이 갖는 의미가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다음 세 작품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델리에서 과거와 미래의 델리를 그리고 유령 같은 존재들을 볼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 '델리',

유년 시절부터 수호천사 파리쉬테를 보고 무한을 보고 싶어하지만,

무슬림과 힌두교의 정치적, 종교적 분쟁에 휘말려 누나를 잃고 친구마저 위험에 빠지게 되는

천재 수학자 압둘의 이야기 '무한',

화성에서 다른 차원으로 가 다른 존재를 만나고 돌아온 남자의 이야기 '보존 법칙'.

'델리'와 '무한'은 인도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정서, 역사, 그리고 정치적, 종교적 상황을 보여주고

'보존 법칙'에서는 우주와 우주가 교차하는 곳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중 '무한'은 수학자, 철학자, 시인들의 이론과 철학 그리고 문학 작품이 등장해

단조롭고 추한 세상을 벗어나 수(數)라는 무한을, 우주라는 무한을 꿈꾸는 압둘의 꿈을

아름답게 지지하고 그의 슬픔은 그만큼 더 밀도가 높아진다.

다음 작품들에는 인도에서 여성의 지위와 차별의 현실에 대해 작가가 페미니스트로서의 발언을 담고 있다.

하인의 시아버지인 노인의 죽음으로 허기지고 잊힌 자들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기는 여자의 이야기 '허기'와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하는 아내와 이를 숨기려는 남편의 이야기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여자의 이야기로 클림트의 물뱀이 떠오르는 작품 '갈증',

뉴델리의 도로 한복판에 나타난 사면체가 일으킨 소동 그리고 그 사면체의 정체를 알고 싶어한 여자의 이야기 '사면체',

이혼을 하고서 아내라는 존재를 벗어가기 시작하며 다른 차원,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시작하려는 여자의 이야기 '아내'.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불합리한 현실을 떠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뚫고 해결하려고 한다.

현실은 비참하지만 때론 우습고 통쾌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다음 두 작품에서는 환경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드러난다.

은하수에 존재하는 세 행성의 세 가지 신화 이야기, '은하수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성간 여행 시대의 신화들',

우기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특별한 조각가와의 만남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10대 소녀의 이야기 '다락방'.

흙과 돌 그리고 나무.

태초의 시작, 우주의 시작, 생명의 시작에 빠지지 않는 아니 빠질 수 없는 것들.

우리의 시작인 자연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어 이들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반다나 싱의 작품들에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그녀의 작품들이 갖는 차별성은

작가 자신이 인도 출신이라는 점, 여자라는 점, 페미니스트라는 점, 환경운동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매우 불리할 수 있는 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사람이다.

이 작품집의 가장 처음 나오는 '허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세상이 매우 기이하다는 그녀의 깨달음을 SF는 그 어느 때보다 잘 반영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SF 소설은 무척 난해한 방법으로 위대한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는 걸, 문학에 심취한 속물들을 속이고

무심한 독자들을 불러 세우기 위해 설계된 일종의 암호라는 걸, 그녀는 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혹은 몇 광년 떨어진 사람들 간의 거리를 재기 위해,

구태여 우주로 나가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이 그녀가 일생을 바쳐 풀어야 할, SF가 말하고자 하는 위대한 진실이었다.(36쪽)"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이상하다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당신이라면,

반다나 싱이 설계해 놓은 이 SF라는 암호, 위대한 진실을 한번 풀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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