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6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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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위기 앞에서는

누구나 도망치기 바쁠 거예요.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작고

힘든 시간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닥친 시련과 고통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지만

우리들은 연약하면서도 강한 그런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작은 친구 헤엄이와 그 친구들 이야기가

<헤엄이>라는 새이름을 입고 찾아왔습니다.



빨간 물고기 친구들과 깊은 바다 한 귀퉁이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헤엄이.

헤엄이는 무리에서 유일하게 까맣고 누구보다 빠른 아이였어요.

어느 날 커다란 다랑어가 나타나 친구들을 모두 삼켜 버리고 헤엄이만 간신히 도망을 쳤답니다.

친구들을 잃은 슬픔과 혼자 남은 외로움에 헤엄이는 괴롭고 두려웠지요.



헤엄이는 바닷속 여기저기를 다니며,

이런저런 다양한 친구들이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과 괴로움을 이겨냅니다.

그러다 큰 물고기를 피해 어두운 곳에 숨어 사는 예전의 친구들을 닮은 작고 빨간 물고기 떼를 만납니다.

잊어가던 괴로운 기억을 복습하지 않고 우리의 헤엄이,

작은 빨간 물고기들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니다.



생각의 생각을 거듭한 끝에 헤엄이는 함께 큰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헤엄치자고 하지요.

헤엄이는 친구들에게 서로 바짝 붙어 자기 자리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려 주고,

모두가 잘하게 되자 눈이 되어 큰 물고기 모양을 완성합니다.

이제 작은 빨간 물고기 친구들과 헤엄이는 큰 물고기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든지 마음껏 여기저기 헤엄치며 자유롭게 살게 되었지요.

남들과 다르지만 그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친구들을 잃은 헤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헤엄이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재난 그리고 그로 인한 이별과 방황.

아마 헤엄이의 마음은 고통, 슬픔, 괴로움, 자괴감, 두려움과 같은 온통 어두운 감정에 휩싸였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헤엄이는 눈을 뜨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우리들도 헤엄이와 같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헤엄이처럼 다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여행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며 마음을 회복할 수 있겠구나 싶어요.

그리고 다시 큰물고기들로 고통받고 있는 작은 빨간 물고기들을 만나자

잊고 있던 괴로움에 다시 잠식 당하지 않고

도리어 그 친구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지요.

거대한 힘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함께 이겨내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헤엄이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헤엄이는 결국 그 방법을 찾아내지요.

바로 '함께'라는 방법을 말이에요.

헤엄이를 보며 생각의 힘과 함께하는 연대의 힘이 갖는 중요성을 되짚어 봅니다.

작고 힘이 없는 나지만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나와 같은 이들이 여럿 함께 마음을 모으면 결국 모두 행복해질 수 있지요.

물론 생각하기와 함께 마음을 모으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헤엄이와 작은 빨간 물고기들은 서로 바짝 붙어 자기 자리에서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주고 연습해야 했지요.

자기 자리를 지키며 함께 같은 방향으로 헤엄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이 친구들은 그걸 해냅니다.

그리고 남과 달리 까만 헤엄이는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눈 자리에서 헤엄치겠다고 합니다.

남과 다르지만 오히려 그 다름으로 인해 전체가 완성이 되지요.

정말 멋진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환상적인지 모릅니다.

여러 가지 물건을 찍어 내며 만들어진 모양과 결이

멋진 바닷속 물고기들과 풍경들을 보여주지요.

<헤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 이 멋진 그림과 이야기는

정말 '함께' 보아야 하는 책이라 믿습니다.

고난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얻고,

상처 입은 마음에 위로를 덧발라 주고,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우리의 힘을 믿게 하고,

서로 다르기에 가능한 멋진 일들을 꿈꾸게 하는 그림책 <헤엄이>

함께 보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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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교양 -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식 11강
스가쓰케 마사노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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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갈수록 빨라지고 복잡해진다는 기분에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그렇기도 하다.)

나의 삶과 세상의 관계 속에서 좀 더 명확한 시선을 갖고 싶어지는 요즘.

<앞으로의 교양>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에 덥석 손을 내밀었다.

미디어, 디자인, 프로덕트, 건축, 사상, 경제, 문학, 예술, 건강, 생명, 인류라는 11가지 분야에서

현재 일본의 가장 HOT한 11명의 사람들을 저자인 스카쓰케 마사노부가 만나

질문하고 그들의 대답을 담은 대담집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이 세계의 행방을 최전선에서 응시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에 변할 것과 변함없을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같은 마음으로 그들의 만남을 들여다 보았다.


1. 앞으로의 미디어(사사키 노리히코)

종이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미디어는 이제 종이와 디지털의 융합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말은 반갑게 들린다.

편집자들에게는 경영자로서의 그러니까 비지니스와 결부될 때 그들의 가치가 높아질 거라는 말은

미디어 밖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 앞으로의 디자인(하라 켄야)

인간이 만들어 온 도구는 인간의 욕망을 진화시켜 왔고 21세기라는 유동의 시대에서

디자이너의 역할 중 하나는 바로 사람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리키는 일이지만

동시에 축적되어온 인간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행위라 정의 내리고 있는 하라 켄야.

따라서 디자인의 본령은 행위에 따른 깨달음이

무언가로 바뀌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 가는 시대로

전통과 역사에서 가치를 만들어 가고

AI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가상과 구상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3. 앞으로의 프로덕트(후카사와 나오토)

프로덕트 디자인이란, 오늘날의 생활을 좋게 만드는 일로

상호작용이라는 관계성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형태보다 본질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후카사와 나오토.

사람에서 비롯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은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힘을 얻게 된다.

4. 앞으로의 건축(이토 도요)

동시대성을 획득해야만 살아 있는 건축이며

앞으로의 건축은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를 어떻게 다시 획복할 것인지가 큰 과제라고 말하는 이토 도요.

무슨 첨단의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가까운 건축이란

대체 어떤 건축일까 하고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을 권한다.

5. 앞으로의 사상(아즈마 히로키)

인간이 인간답다고 느끼는 것의 대다수는 오작동의 결과로

그 오작동이야말로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따라서 오작동을 어떻게 향후 사회에 통합시켜야 하는가 쪽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철학 자체가 우연성에 의해 성립된 것으로 철학의 본질은 의문에 있다는 아즈마 히로키.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재편성되는 인간 관계와 사회에서 우연성의 감각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그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6. 앞으로의 경제(미즈노 가즈오)

실물 투자 세계의 경쟁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를 그만두었을 때 어떤 사회를 만들 건지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 미즈노 가즈오의 지적은 따끔하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합리적으로'에서 '더 느리게, 더 가까이, 더 너그럽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권하고 있다.

7. 앞으로의 문학(히라노 게이치로)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인공 지능이 협업해 소설을 쓰게 될 거라 예측해 보지만,

소설의 가치는 소설을 읽고 감동하는 게 독자의 가장 귀중한 체험에 있기에

인간 소설가의 역할은 그 지점에서 생각해 보는 데 있다.

8. 앞으로의 예술(마쓰이 미도리)

199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술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 사회 참여 예술.

삶과 예술이 서로 관계하며 상호 촉발된다는 것과, 예술은 삶을 더 낫게 인식하고 더 활기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란 사실을 체현하고 있다.

삶을 직면하게 만드는 것들, 자기가 가야할 방향을 추구했을 때 진실을 드러내줄 듯한 예술 표현과 활동에 매혹된다는 마쓰이 미도리.

예술은 이제 삶의 영역 속으로 깊숙히 들어왔다.

9. 앞으로의 건강(이시카와 요시키)

정의를 실현할 만큼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세계 속에서

예방 의학은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구하지 않을지 결단을 내린다는

이시카와 요시키의 이야기는 처음엔 당황스러웠으나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 것은 사람 간의 관계가 장수와 건강에 크게 관련된다는 예방 의학의 발견.

10. 앞으로의 생명(이케가미 다카시)

인공 생명이란 생명이 깃든 곳에 존재하는 자율성을 인공적으로 생성시킨 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조건에서 점점 뜻을 알아가는 방식을 생각해야 진짜 생명을 디자인했다 말할 수 있다는 이케가미 다카시.

생명은 기계를 지향하고 기계는 생명을 지향하는 것을 보면,

인간도 기계도 인공 생명화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그도 인공 생명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사랑스러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니 안심이 되는 기분.

11. 앞으로의 인류(야마기와 주이치)

인간도 다른 영장류처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따라

집단의 규모를 나눠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야미기와 주이치.

따라서 실제 우리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150명 정도만 신뢰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신체를 통해 얻은 감각인데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에서는 신체 감각이 희박해지고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점점 줄어드는 셈.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커다란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해석할 수 있는 인공 지능과 달리

데이터 없이도 행동하는 능력, 직관을 가진 인간은 그 힘을 키우지 않으면

데이터에 좌우되는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며

직관력을 중시하고 가상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걸

진지하게 생각할 때라 말한다.

지금 일본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11명과의 대담집이라는 점에서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앞으로의 교양>

지리적으로도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모든 영역에서 발견되는 공통의 이야기는 '다시 사람'이 아닌가 싶다.

결국 고도로 문명화되어 가는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점은 사람으로 수렴되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질문이 시작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모두 사람인 우리의 몫이기에.

<앞으로의 교양>은 비단 일본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고 세계의 미래이기도 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미디어, 디자인, 프로덕트, 건축, 사상, 경제, 문학, 예술, 건강, 생명, 인류라는

11가지 키워드를 통해 일본이 내다보는 미래의 교양이 궁금하다면,

보다 자유롭게 살기 위한 지혜와 기술이라는 교양을 맛보고자 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의 교양>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과 무지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 희망과 자유를 찾는 계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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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빵 - 2020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2019 아침독서신문 선정 바람그림책 74
고토 미즈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천개의바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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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울어 본 적이 언제인가요?

아이나 어른이나 눈물을 흘리며 우는 일이

어째서인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일이 된 걸까요?

마냥 울고 싶은 날에 펼쳐 보고 싶은 그림책 <눈물빵>

그런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눈과 귀를 모아 주세요.


울고 싶은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눈물빵>의 주인공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모두 아는데 나만 모른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자괴감이 드는 주인공.

어른인 저도 여전히 삶이 어렵고 잘 모르는 일 투성이인데,

우리의 어린 주인공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

게다가 모두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다는 사실이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얼마나 힘들게 눈물을 참았을까요?


주인공 나는 비밀 장소로 가서 울기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손수건에 북받치는 설움, 눈물, 콧물을 닦지만

손수건은 금새 묵직해져 더 이상 그것들을 받아낼 수가 없게 되지요.

우리의 주인공 손수건을 던져 버립니다.

울고 있자니 배가 고파집니다.

비워낸 눈물과 아픈 마음을 좋아하는 식빵 테두리로 채워 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해 다시 눈물이 납니다.

눈물을 닦아낼 것이 없는 나는 식빵 테두리에 눈물을 닦아 던집니다.

그런데 천장에 난 구멍으로 올라간 눈물 젖은 식빵 테두리를 새가 눈 깜작할 사이에 물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눈물에 젖어 짭쪼름해진 식빵 테두리만 물고 가는 새.


나는 마음 깊은 곳의 슬픔이 모두 눈물이 되도록 실컷 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가 가져가지 않을 테니 말이에요.

온 힘을 다해 울며 식빵 테두리를 적십니다.

그리고는 던집니다. 많이! 더 많이! 더욱더 많이!

그렇게 나는 눈물과 슬픔을 있는 힘껏 쏟아내고 던져 버립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말이에요.

정말 정말 내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슬픔을 깨끗하게 비워냅니다.

이제 슬픔이 모조리 빠진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다음 이야기는 <눈물빵>에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눈물빵>은 우리에게 슬픔을 비워내고 던져버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그림책입니다.

울어도 괜찮다고 아니 울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렇게 마음을 비워내야 새로운 기분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니까요.

우리도 이제 슬플 때는 겉잡을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을 때는

참지 말고, 억누르지 말고 펑펑!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서

울어 보기로 해요.

<눈물빵>의 주인공처럼 내 눈물로 젖어

간이 딱 맞게 짭쪼롬해진 식빵 테두리는 새들에게 나눠주고

하얗고 깨끗한 식빵 속 같은 말랑말랑한 마음에

즐거운 기분으로 노래를 가득 채우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작가인 고토 미즈키를 저는 <눈물빵>으로 처음 만났는데,

뭔가 거침없는 그림과 아이들 책에서는 보기 힘든(?) 색들을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슬픔을 적신 식빵 테두리를 던져 새가 물고 가게 한다는 이야기가

젖니가 빠져 새 이를 달라고 지붕 위로 던지는 우리네 풍습을 생각나게 해서

친근한 기분과 동시에 그래 바로 이거야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 좋고 튼튼한 이를 달라고 마음 속으로 빌면서 지붕 위 새에게 던지듯이

울수록 더 단단하고 밝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몸 밖으로 슬픔을 힘껏 던지는 거죠.

정말 얼마나 신나게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슬픔을 던지는지 그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껴 보세요.

몸 속에 슬픔이 있나요? 그렇다면 <눈물빵> 한 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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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랑 꽃상여랑 풀빛 그림 아이 70
김춘옥 지음, 이수진 그림 / 풀빛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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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며 점차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며 나 자신과 내 피붙이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그래서인지 <꼭두랑 꽃상여랑>이라는 죽음에 대한 그림책을 만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꽃상여가 꽃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한 그 모습이

슬프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는군요.

표지의 꽃상여만 보아도 우리 조상들이 죽어서 떠나는 이들과

어떻게 헤어지는지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연분홍 살구꽃들이 봄바람에 너울 너울 춤을 추며 지나갑니다.

이 책의 주인공 살구나무가 처음으로 피운 꽃들.

이 살구나무의 첫 꽃들을 지켜준 명화와 살구나무는 친구가 되지요.

매일 같이 명화는 언덕 위 살구나무를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함께 여러 해를 보내며 두 친구는 성장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명화는 꽃가마를 타고 훌쩍 떠나고 살구나무는 남겨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나고 대포알에 맞고 세찬 비바람에 쓰러지고 만 살구나무.

그렇게 쓰러진 채로 늙어가던 살구나무에게 명화를 닮은 여자가 찾아와

살구나무를 집으로 가져갑니다. 그 여자는 바로 명화의 딸.

살구나무와 명화는 다시 만나지만 재회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고 명화는 숨을 거둡니다.



명화의 딸은 데려 온 살구나무로 어머니 가시는 길을 안내하고 책임질 꼭두를 만듭니다.

피리불며 춤추는 동자 꼭두, 말을 탄 선비 꼭두, 뭐든 척척 해낼 시종 꼭두를 말입니다.



꽃상여가 나가는 날

꼭두가 된 살구나무는 명화와 함께 새로운 곳으로 향해

피리를 불고 춤을 추며 가벼운 걸음으로 나아갑니다.

<꼭두랑 꽃상여랑>을 보며 우리 전통 장례의 모습을 처음으로 제대로 만났습니다.

죽은 사람의 혼례 때 입었던 옷을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가 북쪽을 향해 옷을 흔들며 '복'이라고 외치는 것이나,

죽은 자의 혼을 데려가는 저승사자에게 올리는 사잣밥을 담장 밑에 차리는 것이나,

저승 가는 노잣돈을 끼운 깃발을 꽂고 상여꾼들이 빙글빙글 도는 것까지

그 모든 과정에 담긴 의미가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이며 제사는 그 준비 과정이자 환송회라는 것을

<꼭두랑 꽃상여랑>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른인 나도 이런 전통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데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낯설고 생소한 모습이겠다 싶지만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무엇보다 <꼭두랑 꽃상여랑>이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와

옛것과 옛풍습이 담은 어떤 따뜻한 정신을 그림으로 잘 담아놓았다는 생각에

이 그림책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을 닮은 나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여자의 일생을 따라 함께 살다 함께 떠나는 모습에서

자연 속에서의 인간다움과 자연스러운 생의 흐름과 죽음을 발견하게 해 놓은 설정도

<꼭두랑 꽃상여랑>의 주제를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이승과 저승이라는 삶과 죽음의 공간이 어쩌면 멀리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너무나 가까이 붙어 있어서 오히려 잊고 있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빛과 어두움 같은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꼭두의 존재를 알게 된 것과

우리 조상들이 죽어서 떠나는 이들과 어떻게 이별을 했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그림책의 가치는 충분하지만 정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말이 길어졌네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꼭두에 대한 이야기 몇 개만 더 해볼게요. ^^

<꼭두랑 꽃상여랑>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여러 가지 것들 중에 가장 마음을 끌었던 꼭.두.

처음에는 꼭두가 주인공의 이름쯤이나 되나 보다 막연한 생각으로 보다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으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초월적 존재로

서양의 천사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꼭두는 크게 동물 형상을 한 동물꼭두와 사람 형상을 한 인물꼭두로 나뉘고

죽은 사람을 안내하는 안내자,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보호자, 여행 중 허드렛일을 맡은 도우미,

저 세상으로 떠나는 영혼을 달래고 즐겁게 해주는 위로자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꼭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서울 꼭두박물관의 소개 링크와 꼭두박물관의 링크를 가져와 봤습니다.


꼭두박물관은 현재 확장이전으로 휴관 중이라고 하네요.

새롭게 단장한 꼭두박물관에 찾아갈 날이 기다려집니다.

덧붙여 국립국악원과 김태용 감독의 합작 영화 '꼭두 이야기'도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란 생각에 이를 소개한 국민 TV 뉴스 한 꼭지를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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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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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리 설날이 끝나고

이제 본격 새해가 시작되었다.

2019년 1월 1일부터 시작해 보겠다고 했던

새해의 다짐들을 다시 실천해 보라 주는 두번째 시작.

이럴 때 어울리는 자기계발서 한 권 정도는 읽어줘야겠다 싶어

읽기 시작한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일단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많이도 아니고 조.금.이란다.

해마다 작심삼일을 꼬박꼬박 기념식처럼 치르는 우리에게

일단 부담감을 덜게 해 주는 제목이지 않은가.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즘을 소개한 베스트셀러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쓴 편집자이자 미니멀리스트다.

지난 책이 돈과 물건에서 해방된 내용을 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노력과 재능이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의지력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가?

퇴사 후 게으른 생활을 즐기다 어느 순간 괴로워진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들려준다.

다양한 실험과 결과를 토대로 우리가 작심삼일을 의지력의 문제로 치부하는 데에 문제를 제기한다.

2장 습관이란 무엇인가?

습관이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으로 이 습관으로 이루어진 동물이 바로 우리다.

어떤 신호에 의해 반복된 행동을 하다 보상에 의해 그 반복 행동이 습관이 된다.

3장 새로운 습관을 몸에 붙이는 50단계

자신이 원하는 습관을 만드는 50단계의 전략이 들어 있는 장으로,

이 방법들을 통해 나쁜 습관을 버리거나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다.

50단계 중 '목표는 말도 안 되게 작게 잡는다','반드시 기록을 남긴다', '일단 눈 앞의 목표만 본다' ,'반드시 실패가 필요하다' 그리고 '습관에 완성은 없다' 항목은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을 하며 읽었다.

4장 우리는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습관은 결과적으로 나를 바꾸고 내가 잘하는 무언가가 되기까지 일명 재능이라는 능력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습관의 힘이다. 재능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속한 끝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는 내 의지로 내 모든 행동이 결정된다 생각해 온 내게

무척 신선한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우리 행동의 45%는 결정이 아닌 습관이라니

습관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좋은 습관을 들이기만 해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까지 느끼게 된다.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다가오는 온도차가 큰 것은

작가가 등을 떠밀며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된다는 식의 강요가 아니라

습관을 결정하는 결정권도 나에게 위임하고 있고,

그것을 습관화하는 방법도 50가지나 알려주면서 그 안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으라 격려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늘 실패하는 나에게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며,

실패가 쌓여 좋은 쪽으로 나아가도록 습관을 그리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에 집중하게 해준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에 빛과 그림자처럼 즐거움과 고통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힘을 불어 넣어 준다.

이거 참으로 위로가 되는 자기계발서가 아닐 수 없다.

자기계발서로 마음의 치유를 받다니 참 희한한 자기계발서!!

나도 당장 오늘부터 바로 지금부터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여 가는 삶의 과정을 즐기며 내 자신이 더 좋아지는 경험을 해 보고 싶다.

나의 습관이 곧 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이 책이야말로 진짜 자기계발서라 해야할 것 같다.

다들 긴장하시라. 진짜가 나타났다. 진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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