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틸리와 벽>은 독일의 베를린 장벽(1961~1989)이 무너지기 6개월 전에 출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레오 리오니 작가님이 틸리처럼 벽을 의식하고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벽을 못 본 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고이고 고여서 마침내 팡하고 나온 시점이 정말로 절묘했네요.
사람들의 이념이 쌓은 장벽,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들 주변에도 이런 벽이 있지요. 남자와 여자, 세대와 세대, 개인과 집단,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정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벽들이 존재하지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실제로 여전히 38선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틸리와 벽>이 여러가지 의미로 마음에 와닿는 그림책이 아닐 수 없네요.
전 <틸리와 벽>을 보면서 어쩌면 조금 과격하게 말해서 벽은 존재하지 않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벽이라 부르고 벽이라 느낀다면 그건 벽이겠지만
우리에겐 상상력이란 마법이 존재하기에 틸리처럼 그걸 깨닫기만 한다면
우리에겐 모든 것이 열려 있고 가능한 게 아닐까요?
틸리가 벽의 반대편 세상으로 갔을 때 틸리가 딛고 서 있던 특별한 돌멩이는
바로 틸리의 상상 속에 등장했던 것과 닮아 있습니다.
상상의 힘을 믿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방법을 찾고 노력해
마침내 현실에 존재하는 벽을 건넙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상상력이 단단하게 틸리를 받쳐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네요.
모두 함께 만나 파티를 열고 색종이를 펑펑 뿌리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도 품어 보았습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이쪽과 저쪽을 오가는 순간 이쪽과 저쪽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함께라는 사실이 중요하고 축하할 일이 되겠죠?
오늘 이 순간 벽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특별한 파티의 주인공인 틸리가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