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일>에는 독립서점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부터 고충과 자랑 그리고 그야말로 직업인으로서의 서점지기 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각 서점마다 공통적으로 주어진 질문과 개별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점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던진 질문과 답변 그리고 각 서점이 가진 독특함에서 연유한 질문과 답변이 바로 그것. 그래서 닮은 듯 다른 그렇지만 다른 듯 닮은 서점과 서점지기들의 이야기가 한 장 한 장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서점의 일이란 서점의 덕목을 지키는 것이라는 종합서점이라는 정체성을 대대로 지켜오고 있는 속초의 동아서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며 매일매일 자라고 있다는 여행 서점 바람길, 책방을 문화로 전하는 일이 서점의 일이라는 아름다운 산호초의 이름을 가진 제주의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그리고 스스로 오래오래 책방을 하고 싶다는 남해의 아마도책방, 책과 책,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우연한 관계를 만드는 망원의 어쩌다 책방, 다양성을 반영한 한국 소설 중심 소규모 서점인 연남의 책방서로, 책방은 이 시대의 대안문화 공간으로 동시대 도시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이라 말하는 책방 연희, '취미는 독서'라는 말이 제 뜻을 찾기 바라는 해운대의 취미는 독서, 책이 아닌 한 사람이 살아온 삶 전체를 누군가에게 전하는 공간이라 이야기하는 관악구의 하얀정원에 이르는 9개의 독립서점의 면면을 하나씩 만나다 보면 품고 있던 환상을 걷어내고 진짜 일로서의 책방지기, 현실 그대로의 독립서점 운영에 대한 문제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지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을 또 어쩌면 그런 당신의 다짐을 단단하게 다잡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한 사람의 독자로 독립서점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될지도.
서점 운영 동기, 서점의 구체적인 하루 일과, 책 고르는 기준과 서가 운영 원칙, SNS를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기대와 달라 어려운 점 그리고 스트레스, 책과 독자의 관계를 위한 '제안', 예상하는 앞으로의 책방/서점 문화라는 공통의 일곱 질문 이외에 각 서점의 개성과 성격에 따라 다른 질문들에 서점 주인들이 내놓은 자신들만의 대답이 궁금하다면 <서점의 일>을 펼쳐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혹시나 서점지기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적어도 이 책이 모두에게 똑같이 던진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자신만의 작은 서점을 열어도 충분할 테니 아직 준비 안 된 내가 열심히 응원해 줄 테다.
<서점의 일> 안에는 독립서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서점 밖에서 서성거리며 궁금해하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함께 책과 책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그 책이 좋은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이 모여 드는 곳에 관한 어떤 따스함이 담겨 있다.
언젠가부터 종이의 종말이니 책의 종말이니 하며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과 미디어로 대세가 넘어갈 거라고 하고 책 읽는 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손끝에 닿는 종이의 촉감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만이 줄 수 있는 감각들과 사유와 공감의 시간들을 소중히 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모이고 공유하고 존재할 것이라는 그 어떤 희망 역시 나는 이 책에서 발견했다.
독립서점 사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책방이라 부르고 싶다. 책방지기를 닮고, 책방지기의 취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서가에 꽂혀있는 개성넘치는 작은 책방들. 그곳은 어쩌면 누군가의 책으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전하는 책으로 작지만 가득한 누군가의 방 같아서 그렇다. 그런 작은 책방이 이곳저곳에 피어나기 어려울 것 같은 그런 틈에도 민들레꽃처럼 피어났다. 그래서일까?
표지에 서점이름이 적힌 작은 동그라미들이 내게는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민들레 홀씨들이 더 촘촘하고 더 멀리 더 구석까지 퍼지길 바라본다. 나도 언젠가는 민들레 꽃을 피워볼 수 있기를, 나만의 작은 책방으로 당신을 초대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