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내 맘이야! 사각사각 그림책 15
클레어 헬렌 웰시 지음,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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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맘 같지 않은 아이 모습에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 맘 같지 않은 엄마 때문에 아이가 힘들 때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이와 엄마, 서로가 서로에게 자기 마음만을 내세우는 그런 대치 상황이 그려지는 그림책 <흥, 내 맘이야!>

 


표지의 두 친구, 내가 뭘 어쨌다고 하는 표정의 노랑 오리랑 뭔가 화가 잔뜩 난 물방울 무늬의 붉은 후드를 입은 꼬마 도트가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도트는 집에 놀러 온 오리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잘 대접하려는데 점점 신경이 거슬리지요.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고 흙 묻은 발자국을 여기저기 남기고 옷도 여기저기 벗어 늘어놓고 심지어 음식 투정까지 합니다. 음...케첩 뿌린 바나나 아니면 안 먹겠다는데 뭐 식성은 개인 취향이니 그렇다고 해도 식탁 예절은 아주 형편이 없네요. 참다 참다 드디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도트는 반격에 나섭니다.

도트의 반격이 그야말로 재미있어 사실 조금 통쾌하기도 하더군요.

자, 이제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오리와 도트는 과연 화해할 수 있을까요?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채 내 마음대로 행동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또 서로 마음이 어긋난 두 사람이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지를

정말 간결하면서도 코믹하게 보여주는 그림책 <흥, 내 맘이야!>

상대의 마음은 무시한 채 내 맘대로 했을 때 두 사람에게 닥친 결과와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누가 쥐고 있는지를 보면서

마음이 부딪쳐 생긴 문제가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마음의 문제는 마음으로 풀어가는 것이란 사실을 보는 이들이 누구라도 잘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맘 같지 않은 타인과의 관계를 엄마와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 그리고 친구가 생기면서 친구와 갈등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상대의 마음을 배려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려주는 그림책이네요.

또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에게도 누군가를 배려하며 함께 잘 살고 있는지 되물어보는 그림책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맘대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으시다면 <흥, 내 맘이야!>를 펼쳐 보세요. 보는 것도, 안 보는 것도 모두 당신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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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리틀 뮤지션 - 개정증보판 리틀 뮤지션 시리즈
곽명주 그림, 남빛 글 / 후즈갓마이테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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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 손 잡고 피아노 학원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이내 어렵다며 그만둔 기억까지.

그리고 나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건 첫 아이를 임신하고 태교를 한다는 명목으로였지요.

사실 어릴 때 못 다한 피아노와의 대결(?)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왠지 어른이 됐으니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배운 가락이 있어서 시작은 쉽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은 여전히 나와 피아노의 끊없는 연습대결. 무엇이든 하나를 잘해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지요. 처음 피아노를 만났던 그때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잠깐 해보게 되더군요. 또 그렇다면 유명한 음악가들의 처음은 어땠을까?란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 음악가들이 악기를 처음 만난 순간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안녕, 리틀 뮤지션>


민트빛 바탕 위에 노란 기타를 든 뮤지션이 노래를 하며 인사를 건네는 표지를 넘겨보면

첫 만남과 첫 사랑의 설렘을 담은 분홍분홍 면지가 보는 저까지 마음을 왈랑거리게 합니다.

자, 어떤 음악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처음 우리를 반겨주는 뮤지션은 유명한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

키스 자렛은 무려 세 살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어려운 곡을 만날 때마다 자신감 없어 했고

그의 어머니는 첫 음과 두번째 음을 칠 수 있으면 그 곡을 연주할 수 있을 거라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네요.

그러면서 우리들에게 정말 멋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느끼는 대로 연주를 한다면 그것이 바로 너만의 음악이 될 거야."

키스 자렛의 아름다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그에게도 어려운 곡 앞에서 머뭇거렸던 순간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동시에 그런 순간을 어떻게 넘어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어 그의 음악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더군요.

 


다음으로 만나볼 사람은 제게 희망의 응원이 되어준 이야기를 해 준 뮤지션인 드럼 연주자 브라이언 블레이드.

원래 아홉 살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다 드럼에 푹 빠지게 되었다는 그.

"난 그저 내가 느낀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것뿐이야!"

한 가지를 꾸준히 할 수도 있지만 자신과 맞는 뭔가를 찾아나설 수도 있다는 사실과 악기를 연주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재미있으면서 위안이 되더군요.

사실 저도 바이올린을 배우다 드럼을 배운 경험이 있어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답니다.

아이들에게도 악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그림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고 있네요.

 


조금 낯선 악기인 하프 연주자 카를로스 살제도.

세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다른 악기도 배우기를 원하는 아버지 덕분에 놀랍게도 자신과 잘 맞는 하프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건 없어. 다만 새롭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을 뿐이지."

어쩌면 삶이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이야기.

어른이 되었지만 삶이 어렵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엄청난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

이렇게 음악을 통해서, 음악인을 통해서, 그림책을 통해서 오늘 또 배웁니다.

이외에도 관객 바로 앞 무대 위에 서 있는 순간이 가장 신난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스스로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쁨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하루 스무 시간씩 기타 연습을 한 기타 장인 팻 메스니, 강제수용소에서도 첼로를 연주자가 될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이룬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를 소망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 모두를 위한 음악을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오페라가 삶이 된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게 참 기쁜 일이라는 아코디언 연주자 기 랄리베르테까지 다양한 음악가들과 각종 악기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라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연주해 보자며 손을 내밀지요.

저 붉은 커튼을 젖히면 어떤 음악이 들릴지 궁금하시죠? ^^

 


<안녕, 리틀 뮤지션>은 왼쪽은 엽서, 오른쪽은 음악가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 멋진 음악가들에게서 직접 엽서를 받은 기분이 든답니다.

친구가 된 뮤지션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와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전부터 알고 있는 뮤지션의 경우에도 제게는 다르게 들리더군요.

그리고 엽서 왼쪽 하단에 QR 코드가 있어 바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데요. 덕분에 각각의 뮤지션이 들려주는 다양한 악기와 노래가 다고 있는 음악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더 깊이 있고 더 넓게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엽서라는 형식 때문인지 위인의 고리타분한 교훈처럼 들리지 않아 마치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고, 음악이란 악기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로 듣게 해주는 이렇게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한층 더 가깝게 보고 듣게 해주는 그림책이라니요!! !

매력적인 사람들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담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그림책이 아닐 수 없답니다.

음악을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도, 음악가를 알고 싶어하는 누군가에게도, 악기를 처음 시작하는 누군가에게도, 악기 연습에 지친 누군가에게도 멋진 만남과 새로운 즐거움, 꿈과 희망 그리고 위로까지 주는 선물 같은 그림책 <안녕, 리틀 뮤지션>

<안녕, 리틀 뮤지션>은 음악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참 매력적인 인사란 생각이 드네요. 모두가 그 인사에 안녕!이라고 대답해주면 좋겠습니다. ^^

우리 모두는 음악가니까요. 자기 삶이라는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

저도 오늘은 먼지 쌓인 제 악기들의 안녕을 살피러 가야겠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제멋대로 하지만 그래서 멋진 우리들의 연주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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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리냐고? 국민서관 그림동화 227
매리언 튜카스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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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린이집 상담 기간이라 찾아간 어린이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한 가지 색으로만 색칠을 해서 선생님이 다른 색도 한 번 칠해 보라며 권한 크레파스를

슬쩍 칠하는 척하더니만 얼른 다시 내려놓고 원래 칠하던 색을 집더랍니다.

뭔가 아이의 고집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색깔이 아이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란

생각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에 파란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새 빌리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요.

어쩌면 아이의 마음 상태에 대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라냐고?>를 펼쳐볼까 합니다.


첫면지에 온통 어두운 파랑으로 뒤덮인 곳을 검은 새 한 마리가 바닥을 보며 걷고 있네요.

아마도 몹시 괴롭고 슬픈 상황에 처해 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마음을 붙잡습니다.

도대체 왜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이 친구의 이름은 빌리랍니다.

그리고 빌리에겐 뭐든지 함께 하는 단짝 친구 배트가 있지요.

빌리는 배트와 그림 그리는 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트가 쪽지 한 장만 달랑 남겨 두고 떠나 버리죠.

빌리는 친구를 잃고 우울한 기분에 젖습니다.

그 우울한 기분은 파르스름한 멍처럼 점점 번져 가고

빌리의 마음 속 배트가 있던 자리엔 커다랗고 파란 웅덩이가 생깁니다

빌리의 슬픔과 괴로움이 모여서 만들어진 파란 웅덩이.

거기에서 퍼낸 푸르스름한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빌리가 그리는 그림은 모두 그 마음을 그대로 닮은 파란 색일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 빌리와 빌리의 그림을 보며 안 되겠다 싶은 친구들이 빌리를 데리고 어디론가 갑니다.

자, 과연 빌리는 친구들이 데려간 곳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

빌리의 그림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이 책은 화가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한 때 절친한 친구의 죽음과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그림으로 힘든 자신의 마음을

온통 파란색으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시기 이후에 사랑에 빠지면서 장미빛 시대로 넘어가는데

피카소란 화가가 자신의 마음에 참 충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표현해서 자신만의 작품 안에 덜어내고 자신을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피카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마음 속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낸 누군가의 이야기,

슬픔과 괴로움 속의 친구를 도우려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더 다가왔어요.

청색시대를 지나온 피카소의 이야기를 매리언 튜카스 특유의 화법으로 표현한 그림책 <내가 왜 파란색으로 그리냐고?>

그림 하나 하나에서 지문을 찍고, 물감을 떨어뜨리고, 다른 색을 겹쳐보고, 번지게 해보는 다양한 미술 기법들과

색색깔의 물감들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이랍니다.

또,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본 색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리는 동안에는 자유롭게 무엇이든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아

저처럼 하얀 도화지 앞에서 경직되는 사람들에게도 위안이 되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네요.

문득 저희 아이도 마음이 원하는 대로 끌리는 색으로, 가장 마음에 잘 맞는 색으로 표현한 것 뿐인데,

그런 아이의 마음을 몰라준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네요.

이제는 한 가지 색에 집착한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아이가 고른 색에 담긴 의미를 잘 헤아려봐야겠네요.

그리고 저도 마음을 표현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해봐야겠어요.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피카소처럼 나만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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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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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이라는 특정 시간이 '나의 그림 산책'이라는 제목 속의 단어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새벽 1시 45분. 육아에서, 집안일에서 그리고 그 어떤 인간 관계에서도 벗어난 나만의 시간.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그 혼자만의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나로서는 책 제목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이 책의 저자도 자신만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롯이 나로 충만한 그 시간의 자신을 소중히 할 거라는 마음의 태도가 닮아 있을 거라는 기대와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에 좋아하는 그림과 함께한 내밀하고도 조용한 이야기들을 그려놓았으리라 기대하며 책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을 펼쳤다.



사실 그림 산책이란 말로 인해 그림이 불러일으킨 어떤 감정과 감동을 그리고 사색을 적은 글을 모은 책이려니 했는데 작가님이 살아오며 만난 예술 작품들, 그러니까 미술, 문학, 음악 그리고 사람들이라는 어떤 작품 모두와 혼자가 만나 빚어진 사색들의 총합이자 결과물이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저자인 이동섭 작가님은 예술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예술인문학자란다.

그래서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은 저자가 화가들의 그림에서, 음악가들의 연주에서, 유명인들의 짧고 재치있는 말들에서, 지인과의 스치는 듯한 대화 중에서,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서 건져올린 깊은 진동과 울림을 품은 생각들을 따라 나만의 산책을 떠나게 해준다. '그림 산책'이란 말에 어울리게 '나만의 시간'에 보면 좋을 그림들이 몇 페이지마다 빼꼼 얼굴을 드러내면 반가운 마음에 또 한참을 들여다 보며 그림 안에서 산책을 하게 된다. 혹시나 그림만 실컷 보는 '그림 산책'을 기대하고 책을 펼쳐든 당신이라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작가님이 만난 사람들과의 어떤 순간의 기록이 인생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예리하게 세상을 보고 예민하게 느끼되 상대를 따뜻하게, 즉 '섬세하게 느끼고 세심하게 반응하는'을 삶의 태도로 삼고 있고 그런 삶을 위해 예술 작품을 가까이 두고 스스로를 비추고 돌아본다는 작가님의 말에 밑줄을 그어보았다. 어쩌면 그래서 나도 바쁜 시간과의 싸움에서 '나'를 잃지 않으려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려고 했구나 싶어 내심 안심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가 조금 기특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어째서 제목이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인지를 알아챘다.

저자의 생각이 담긴 글과 혼자 보기 좋은 그림들과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보다 나로 충분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세상과 타인에게 섬세하고 세심한 사람이 되는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산책이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을 펼치면 시작된다. 생각의 풍경을 바꾸고, 마음을 걷게 하기도 때로는 앉아 쉬게 하는 나만의 시간을 더 풍요롭게 해 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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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잎이 말했네 보림 창작 그림책
장영복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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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호수에서 즐겁게 노래하던 개구리가 무슨 일인지

길게 자란 억새 풀 잎 위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표지가 묘하게 마음을 끄네요.

다가오는 겨울의 추위가 걱정돼서 그럴까요?

아니면 <가시연잎이 말했네> 제목의 가시연잎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느라 그런 걸까요?

가시연잎이 개구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래요?


책장을 넘기자마자 저는 "아!"하고 작은 비명을 질렀답니다.

표지의 웅크렸던 작은 개구리가 앞면지에서 온 몸을 쭈욱 펼치며 도약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조심스럽고 작아져있던 제 마음이 개구리처럼 활짝 펼쳐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나 봐요.


쟁반 같은 가시연잎 위로 개구리는 가시가 다치지 않게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그리고는 통통통 노래하며 연못 한 바퀴를 돌아보지요.

연못 한 바퀴로는 모자라 개구리와 가시연잎 배는

둘레둘레 물길 따라 구불구불 물굽이 넘으며 너른 바다로 나갑니다.

연못 밖이 낯설어 겁이 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요.

파도가 두 친구를 삼키려 하지만 가시연잎의 가시 덕분에 두 친구는 위기를 넘기고

바다 위 여행을 계속 합니다.


그러다 가시복어가 몰려와 가시연잎의 가시를 물어가려 하자 개구리는 복어를 쫓으려하지요.

그렇지만 그냥 두라는 가시연잎의 말을 따릅니다.

가시복어들은 새로운 가시로 몸을 꾸미고 떠나가고 가시연잎은 갑옷을 벗은 기분이라며 시원해합니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은 돌고래와 그물을 피하고 상어에 쫓기느라 쉬고 싶은 가오리,

어두운 바다 밑이 울적해 일광욕이 하고 싶은 대왕문어가 차례로 가시연잎 배에 탑니다.

개구리는 가시연잎 배가 뒤집힐까 걱정되지만 가시연잎 배는 날치들이 축구를 할 정도로 넓고 튼튼해서

파도도 삼키지 못하고, 대왕문어의 몸무게도 거뜬하게 견딥니다.


연못에서 시작돼 바다로 나온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은 어느새 우리가 됩니다.

해님이 고개를 기울이자 노을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품.

가시연잎도 하품하며 말합니다.

"바다 손님은 바다에 깃들 시간, 육지에서 온 우리는 저녁에 깃들 시간"

바다 친구들은 떠나고 가시연잎과 개구리는 연못으로 돌아옵니다.

가시연잎은 연못이 그리웠다며 이제 연못에서 새로운 가시를 키우겠다고 말하고,

개구리는 "함께여서 좋았어."라고 웃음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합니다.

그 말에 가시연잎은 동그랗게 웃어줍니다.

'가시가 다치지 않게'로 시작된 작은 개구리의 큰 배려심만으로

어떻게 가시연잎과 개구리가 친구가 되었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가시연잎의 가시는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개구리 입장에서는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을 텐데 란 생각에 작은 개구리가 참 커보였지요.

그리고 선선히 개구리가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배가 되어 준 가시연잎.

나중에 바다에서 가시복어들에게 가시를 줘버린 가시연잎의 말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원해. 갑옷을 벗은 기분이야."

갑옷 같던 가시를 바다에 나가서 벗어버린 가시연잎.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가 자신을 옥죄는 갑옷 같았다는 이야기.

작은 연못을 떠나며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린 개구리와

갑옷 같던 가시를 벗어버린 가시연잎의 시원함이 마치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와

어수선했던 제 마음을 정리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얀 혓바닥 파도를 날름거리는 거대한 바다로 나간 두 친구는 예측할 수 없는 여정 속에서

참 많은 그리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론 혼자 있고 싶은 돌고래, 쉬고 싶은 가오리, 우울한 대왕문어는

어느새 내 모습이 되어 가시연잎 배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너른 바다 위를 함께 떠다니며 가시연잎 배 위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기도 하고,

지느러미를 펼쳐 날아오르기도 하고, 일광욕을 하기도 하며 어느새 기운을 얻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되지요.

우리는 참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돌아온 연못에서 다시 새로운 가시를 키울 꿈을 꾸는 가시연잎과

마지막 면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막 준비 자세를 갖춘 개구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전과는 다른 일상일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 같네요.

아름다운 우리였던 순간, 함께여서 좋았던 시간이 고스란히 마음 속에 남아 있으니까요.


장영복 작가님의 마음 따뜻해지는 시에 이혜리 작가님의 따뜻한 손길이 들어간 그림이 만나

참 따뜻한 그림책 <가시연잎이 말했네>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시에 귀 기울이면서 수많은 색연필 선이 더해진 아름다운 그림을

눈동자에 비춰보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실사를 만날 때마다 눈이 반짝해집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그림책 속 친구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그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여행에 함께 하고 싶다면 그저 가시연잎이 들려주는 말에 가만히 귀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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