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서 시작돼 바다로 나온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은 어느새 우리가 됩니다.
해님이 고개를 기울이자 노을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품.
가시연잎도 하품하며 말합니다.
"바다 손님은 바다에 깃들 시간, 육지에서 온 우리는 저녁에 깃들 시간"
바다 친구들은 떠나고 가시연잎과 개구리는 연못으로 돌아옵니다.
가시연잎은 연못이 그리웠다며 이제 연못에서 새로운 가시를 키우겠다고 말하고,
개구리는 "함께여서 좋았어."라고 웃음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합니다.
그 말에 가시연잎은 동그랗게 웃어줍니다.
'가시가 다치지 않게'로 시작된 작은 개구리의 큰 배려심만으로
어떻게 가시연잎과 개구리가 친구가 되었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가시연잎의 가시는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개구리 입장에서는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을 텐데 란 생각에 작은 개구리가 참 커보였지요.
그리고 선선히 개구리가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배가 되어 준 가시연잎.
나중에 바다에서 가시복어들에게 가시를 줘버린 가시연잎의 말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원해. 갑옷을 벗은 기분이야."
갑옷 같던 가시를 바다에 나가서 벗어버린 가시연잎.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가 자신을 옥죄는 갑옷 같았다는 이야기.
작은 연못을 떠나며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린 개구리와
갑옷 같던 가시를 벗어버린 가시연잎의 시원함이 마치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와
어수선했던 제 마음을 정리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얀 혓바닥 파도를 날름거리는 거대한 바다로 나간 두 친구는 예측할 수 없는 여정 속에서
참 많은 그리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론 혼자 있고 싶은 돌고래, 쉬고 싶은 가오리, 우울한 대왕문어는
어느새 내 모습이 되어 가시연잎 배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너른 바다 위를 함께 떠다니며 가시연잎 배 위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기도 하고,
지느러미를 펼쳐 날아오르기도 하고, 일광욕을 하기도 하며 어느새 기운을 얻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되지요.
우리는 참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돌아온 연못에서 다시 새로운 가시를 키울 꿈을 꾸는 가시연잎과
마지막 면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막 준비 자세를 갖춘 개구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전과는 다른 일상일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 같네요.
아름다운 우리였던 순간, 함께여서 좋았던 시간이 고스란히 마음 속에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