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제목만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책.

사실 정량화하고 수치화했을 때의 편리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해도 숫자와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느끼는 나로서도 만약 이런 문장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우리에게 한정된 삶을 그래서 소중한 한 순간 한 순간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7개의 이야기들이 실린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첫 이야기인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에서는 제목에서 오는 직감으로 아... 주인공의 어머니가 곧 돌아가시겠구나 싶은 생각에 주인공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함께 가슴 졸이며 점점 어머니가 손수 지어주시는 밥을 거부하다 점점 어머니에게서 멀어져가는 주인공 가즈키를 만난게 된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저 문장. 숫자가 하나씩 줄 때마다 과연 어떤 기분일까? 우리 모두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 정확한 시점은 모른 채 살아가기에 이렇게 숫자로 카운트다운을 하게 된다면 하루 하루가 어떤 기분일지... 그 공포감과 조바심에 압사당할 것 같기만 하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은 순간 일어난 반전. 비록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객관화된 사실로 인정하고 숫자가 줄어드는 데 의미를 두기보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얼마나 진하게 음미하며 지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함을 알려주는 이야기 하나.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부모를 사고로 잃은 주인공 게이스케는 우연히 얻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공중전화 카드를 얻게 돼 이를 이용해 부모의 사고를 막아 보려고 한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어느 쪽의 나에게라도 전화를 걸 수 있는 5번의 기회. 그렇지만 1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에 있는 현재의 내가 벌이는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계획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지만 마지막 전화에서 게이스케는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마지막까지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해야 할 것들을 전하고 그 답을 얻게 된다.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들이 갖는 그 일회성과 유한성 그래서 소중한 그때에 마음을 전하는 일만큼은 최선을 다해도 된다고 다독다독해주는 이야기.

'당신이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

공부와는 담쌓은 여고생 가쓰라기의 눈에 보이는 제목의 문장 때문에 공부란 걸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숫자라면 고등학교 유급을 몇 번을 하고도 남을 숫자이기에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공부란 걸 열심히 해보는 가쓰라기. 무언가를 위해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반전의 결말이 주는 즐거움에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이야기.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평범한 20대 여사원 오노에게 행운도 아닌 불행의 편지가 도착. 장난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게 왠일인가? 정말 하루 종일 꼬이고 꼬여서 보는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 그렇지만 귀엽고도 살짝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불행들이 연속된다. 그런 연속된 불행이 안내한 결말을 보고 있자니 이런 거라면 불행을 7번이 아니라 몇 번이라도 기꺼이 맞아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의 인생이 행과 불행으로 뒤범벅되어 있지만 어쩌면 사소한 불행들이라 여겼던 것들이 큰 행복으로 이어질수도 있겠다 싶어 사소한 불행들마저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야기.

'당신이 거짓말을 들을 횟수는 앞으로 122만 7734번 남았습니다'

상대가 하는 말의 거짓여부를 알 수 있는 세노오. 결국 사람들의 거짓말 아니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싫어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좋아하는 진심을 전한 하세베. 거짓이 아닌 진심에 놀란 세노오는 기회만 생기면 하세베의 마음을 시험하며 행복과 불안에 휩싸인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내고 대학 졸업을 앞둔 두 사람에게 찾아온 이별의 위기. 하세베는 처음으로 서로를 위해 서로를 상처주는 거짓말을 한다. 사랑이라는 진심 앞에서 거짓말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할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사랑에 대한 불신을 혼동했던 적이 있는 나로서는 참 여러모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 이야기.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당신이 놀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9241번 남았습니다'

장난감 회사에서 가장 놀 줄 모르는 남자 다부치와 매번 히트 상품을 만드는 여자 후쿠모토가 함께 놀게 된다. 진지어르신 다부치는 과연 명랑쾌활 소녀 후쿠모토와 놀면서 노는 기분을, 노는 법을 회복(?)할 수 있을까?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참거나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한 순간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러면 좀 어때라는 작은 용기를 나에게 하나씩 선물해주고 싶어지는 이야기.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

록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손자 나오야와 하나뿐인 손자의 꿈을 응원하는 할아버지 고모다 씨가 나온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밴드 멤버들 모두 직장을 정하고 나오야 역시 꿈을 접고 구직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멈춰버린 카운트다운. 그러다 언젠가부터 자신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다녀오고서 자신이 역시 음악을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한 나오야. 카운트다운은 다시 시작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문장이 조금 바뀌어 있다. 나오야는 멈췄던 꿈과 함께,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꿈을 접고 현실을 살아야 하는 나오야에게서 젊은 날의 나와 그리고 지금 이땅의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쳐보여 나오야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고 마음 속으로 나오야를, 나오야의 꿈을 응원하다가 마지막 할아버지의 눈에만 보이는 남은 횟수를 보면 마음이 그냥 먹먹해져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반전은 있었다. 살아있다고 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지, 소중한 하루를 무엇을 위해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

읽기 전까지는 그저 엄정하고 비정해 보이기까지한 숫자를 가지고 무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펼쳐보니 소소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하나 하나 손꼽아주며 때론 귀엽고 아기자기하면서 때론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하는 이야기들을 만났다. 게다가 하나같이 반전의 묘미를 살려 눈물과 미소가 공존하는 이야기들.

이야기마다 결말의 반전이 가져다주는 놀라움과 그로 인한 감동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앞으로 작가인 우와노 소라가 새로운 이야기를 쓸 때마다 늘어날 테니 그녀의 표현법을 빌어 말하자면 <당신이 우와노 소라의 이야기에 감동할 횟수는 앞으로 n번 남았습니다>가 되겠다. ^^

그동안 내게 1이든 183이든 94820이든 뭉뚱그려 숫자에 불과했던 것들이 숫자 하나 하나가 의미있는 존재로 다가왔다. 만약에 나만이 볼 수 있는 문장이 있다면 어떤 문장일까? 나의 일상 속에서 카운트다운되고 있는 소중한 단 한 번, 단 한 순간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전화번호도 잘 못 외우는 요즘의 나이지만 이 책 제목만큼은 절대 잊지 못하겠다.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챙기라는 메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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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그림책은 내 친구 55
앨러스터 리드 지음, 윤주희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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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멍 때리며 공상하거나 내 맘대로 상상하는 시간이 나의 하루에서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어른이 되면서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다 보니라는 변명으로 나 자신을 자꾸 규격에 맞춘 인간으로 만들어 가며 말랑말랑하던 뇌를 점점 굳어가게 방치하고 있다 보니 그리 된 것. 그러다 아이들 그림책을 보며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고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새롭게 그림책을 만나고 있는 중에 그림책 <만약에......>를 보고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아! 그림책은 마음만 쓰담쓰담해주는 게 아니라 생각의 자유로움까지 누리게 해주는 것이구나!!!

상상의 즐거움을, 상상의 힘을, 상상하는 자유로움을 제대로 그리고 즐겁고 유쾌하게 느낄 수 있는 <만약에......>


우리의 생각이 마음껏 놀게 해주는 마법의 한 마디!

만.약.에.

현실이라는 한계를 가볍게 뛰어 넘어 말 그대로 무한 상상으로 질주할 수 있는 신호탄. 만약에!

그 '만약에'로 이 그림책은 시작된다.

한 장 한 장 제각각 다른 '만약에'로 시작되는 상상의 여행.

'만약에 ~라면'이라는 문장으로 그저 우리에게 상상의 배경만을 던져주는 게 전부다.

그런데 그 상상의 배경이자 시작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너무나 말도 안 되고, 너무나 어이없고,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너무나 허무맹랑하고, 너무나 매력적이고, 너무나 발칙하고, 너무나 당황스럽고, 너무나 신기해서 그것 자체로도 너무나 멋진 이야기들이 된다.

정말 하나하나 다 마음에 들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들.

 
 


"만약에 내가 작은 배를 만들어 타고 세계를 한 바퀴 돌고서 내 고향 바닷가가 1킬로미터쯤 남았을 때 모두가 메달이며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다리는데 나는 그냥 배를 돌려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세계 일주를 떠난다면..."

"만약에 내가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생판 모르는 사람이 비쳐서 '누구세요?'라고 묻자 그 사람이 '마라도 씨다"라고 대답한다면..."

"만약에 내가 백만장자인데 허름한 옷을 입고 은행에 갔다가 불친절한 경비원에게 쫓겨나고 은행장에게 전화해서 은행을 사 버린 다음 다시 허름한 옷을 입고 은행에 가서 또 경비원이 소리를 지를 때 귓속말로 '아저씨 해고.'라고 한다면..."

"만약에 내가 동물로 변신하는 법에 관한 책을 읽고 주문을 외워 고양이로 변신했는데 다시 사람으로 변신하려고 책 위로 기어 올라갔을 때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실 전부 다 마음에 들어 어느 하나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상 자체가 현실에서의 일탈이기에 이 그림책이 주는 마음의 자유로움은 그야말로 뚫어뻥!!

보면서 이토록 가슴 뚫리듯 신나는 기분이 들었던 책이 과연 몇이었나 싶다.

그림책 <만약에......>의 매력은 이야기 자체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차고 넘친다.

아직 글을 모르는 네 살, 다섯 살 우리 집 꼬마들도 책을 읽어주기도 전에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을 보다가 혼자서 몇 번을 넘겨보는 게 아닌가. 게다가 자기들이 먼저 이야기를 만들어 나에게 읽어주기(?) 시작한다.

많은 색을 쓰지 않으면서 눈을 사로잡는 몇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이지만 그 자유로운 분위기와 힘이 재미있고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윤주희 작가님의 그림들이 <만약에......>의 상상들과 정말 찰떡궁합으로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서로의 매력이 더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이 되었다.

넓고 넓은 검은 우주라는 식탁보 위에 색색깔의 별들이 마치 별사탕처럼 깔려 있는 면지를 펼쳐놓고 정신줄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본다. 거기서 마음껏 돌아다니며 이 맛 저 맛 색색의 별사탕들을 집어 먹으면서 상상의 우주에서 좀 실컷 놀다가 와야겠다. 사실 상상의 자유는 애나 어른이나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몸이 매어있는 나같은 어른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마음의 자유, 상상의 자유인지라 아이들보다 내가 더 이 책을 자주 펼쳐볼 것 같은 이 설레는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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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1
오호선 지음, 정진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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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아빠에게 질투가 날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해 들어오니 아빠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은 아이들.

그래서인지 유독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아이들.

어느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옆에서 자던 아빠가 없다며 아주 서럽게 울기 시작해 한참을 달래야 했지요.

우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아빠에 대한 그 마음이 처음엔 안쓰럽다가 이내 부러워지더군요.

그런 아이들의 아빠에 대한 사랑이 눈처럼 가득 쌓여 있고 강물처럼 넘치는 그림책 <아빠>

표지를 넘기자마자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밖은 어둡고 불켜진 창문으로 보이는 아빠와 나 그리고 강아지 꼬리.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실루엣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하늘에서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네요.

하얀 눈은 밤새 내립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통 하양.

아이는 잠든 아빠를 깨우고 밖에 나가자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아빠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피하는군요.

 


아빠가 감기에 걸린다고 말리자 아이는 괜찮다고 하고,

아빠가 감기로 열이 나서 집이 불에 탈지 모른다고 하자 아이는 소방관 아저씨들이 불을 꺼 주면 된다고 하고,

아빠가 소방관 아저씨들이 병원에 입원시킬 거라고 하자 아이는 약 먹고 금방 나으면 된다고 합니다.

이 두 사람, 서로 한 치도 물러섬 없이 정말 막상막하인데요.

분위기가 조금 바뀌기 시작합니다.

아빠가 주사를 맞고 너무너무 아파 엉엉 울거라고 하자 아이는 아빠가 꼬옥 안아 주면 된다고 하고,

아빠가 너무 멀리 있어 안아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아이는 자기가 엉엉 울어 온 세상이 눈물바다가 될 지 모른다고 하고, 아빠는 배를 띄워 멀고 먼 나라고 갈 수 있겠다고 좋아하자 아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이 아빠 정말 나가기 싫은 게 확실합니다. ㅋㅋ

과연 아빠는 아이의 말에 뭐라고 했을까요?

아빠의 철벽 수비에 아이는 어떻게 했을까요?

나가고 싶은 아이와 나가고 싶지 않은 아빠의 한 판 대결.

그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꼭!꼭!꼭! 책을 만나보세요.

사실 아빠와 아이가 대결하는 시작은 나가서 같이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이를 말리고 싶은 아빠의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점점 상상력과 사랑의 대결 아닌 대결이 되어갑니다.

이 책을 보는 모두가 즐거운 상상과 재미있는 이야기 대결에 미소짓고, 책 속 두 사람의 애정 넘치는 투닥임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다시 눈가에 웃음이 지어지고, 만족스러운 마지막 결말에 서로를 마주보며 빙그레 웃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온 뭉클함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요. 재미와 감동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것 같은 참 따스한 유쾌함이 매력적인 <아빠>

비록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크리스마스는 해마다 찾아오기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더한 크리스마스 한정판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날 것 같은데요.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나온 <아빠>의 새하얀 겉싸개를 벗기면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노란 창문과 아빠의 모습이 보이는 초록 창문에 구멍이 뚫려 있어 우리 아이들과 아빠의 사진을 창 크기에 맞게 잘라 붙여보거나 알맞은 크기의 종이에 직접 그려서 붙여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합니다. 게다가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부록인 <아빠>의 그림이 담긴 '내가 만드는 스토리컬러링북'에다가 '아빠와 나' 그러니까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멋진 그림책에 잘 어울리는 선물이 아닐 수 없네요.


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신랑과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아빠가 보고 싶어집니다.

엄마는 그림자도 안 나오는 그림책 <아빠> 덕분에 살짝 삐친 제 마음은 우리 아빠한테 가서 이야기해야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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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 똑똑 모두누리 그림책
루시 롤런드 지음, 케이트 힌들리 그림, 김현희 옮김 / 사파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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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저의 모든 말에 "싫어"라고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드디어 일춘기가 시작되는구나 싶어 그러려니 했지요.

그렇지만 정말 모든 말마다 "싫어"라고 대답하니 정말 난감하고 어떨 땐 꼭지가 돌아갈 때도 있더군요. ^^;;

그런 저희 아이 이야기인가 싶어 궁금해지는 그림책 <언제나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를 만나봤습니다.

지붕 위에 앉은 빨간 용과 창문에 턱을 괴고 있는 주근깨가 사랑스러운 아이가 표지에서 우리를 맞아주네요.

아마도 이 아이가 오늘의 주인공 꼬마 기사 네드겠죠? 빨간 용은 네드의 친구인가 봅니다.

자,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처음부터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지 정리도 잘하고, 인사도 잘하고, 심부름도 잘하는 착한 어린이 꼬마 기사 네드가 등장합니다.

그것도 마을에 유일한 어린이라네요.

어른들의 어떤 부탁에도 곧바로 "네, 좋아요!"라고 웃는 얼굴로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

그런데 이 마을에는 매일 밤 무시무시한 빨간 용이 날아와서 밤만 되면 어른들 모두 벌뻘 떨며 집 안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어른들은 무서워하는 용이 네드에게는 자신처럼 친구가 없어 외로운 것처럼 보였지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꼬마 기사 네드는 이상한 기분을 느낍니다.


우유를 가져다 달라는 엄마의 부탁에 처음으로 화를 내며 "싫어요!"라고 외치지요. 네드는 끊임없이 "싫어요!"라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날 밤 다시 나타난 용을 보고 피하라는 어른들의 말에도 네드는 "싫어요!"라고 말하고는 빨간 용과 마주합니다. 자, 과연 꼬마 기사 네드는 어떻게 될까요?

빨간 용에게 잡아먹힐까요? 아니면 빨간 용을 물리칠까요? 그것도 아니면 빨간 용과 친구가 될까요?

아이가 하나 없는 어른들의 세상.

그곳에서 유일한 아이인 네드는 언제나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어른스러움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은 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응하는 표면의 네드 안에는 '싫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내면의 네드, 어린 네드가 있었던 겁니다.

누구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던 네드는 어느날 마침내 숨어 있던 '싫어요'라고 말하는 네드와 대면하지요.

제게는 빨간 용이 바로 그런 네드의 또 다른 자아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막상 마주했을 때 그 거대함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도리어 더 무섭게 으르렁거려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지기까지 하지요.


으르렁 대는 것에 지치고 외로움에 눈물짓는 빨간 용이 네드에게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네드는 단호하게 "싫어요!"라고 거절합니다. 그렇지만 네드는 진정으로 마음이 담긴 "좋아요!"를 회복하는 동시에 또 다른 자신인 빨간 용을 수용하게 되지요.

마침내 네드는 자신의 내면, 또 다른 자아인 붉은 용을 다루게 될 줄 알게 됩니다.

네드와 붉은 용은 이제 "좋아요."와 "싫어요" 사이에서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라는 프레임에 갖히지 않고 그때그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지요.

아이들에게도 이 그림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동시에 복잡한 사회의 인간 관계에서 자신의 붉은 용을 외면하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 <언제나 "싫어요!"라고 말하는 꼬마 기사 네드>

어른들도 피하기 바쁜 붉은 용을 마주한 네드의 용기!

이 마을에 하나뿐인 아이지만 가장 용감한 아이 꼬마 기사 네드!

그러고 보니 자신의 마음을 지킬 줄 아는 네드에게 꼬마 기사란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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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반딧불이 플로렌스 똑똑 모두누리 그림책
제인 클라크 지음, 브리타 테큰트럽 그림, 김현희 옮김 / 사파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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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작은 별.

꼬리 끝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달아놓은 것 같은 곤충 반딧불이.

요즘은 만나기 어려운 반딧불이라 그림책 <반짝반짝 반딧불이 플로렌스>가 더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어두운 밤 반짝반짝 반딧불이 플로렌스가 그리는 빛나는 반짝임의 궤적을 지금부터 따라가 볼게요.


고요한 풀숲에 살포시 어둠이 내리고,

반딧불이들은 반짝반짝 노란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기 반딧불이 플로렌스는 풀숲에서 놀다 길을 잃어버렸지 뭐예요.

그렇게 플로렌스의 집 찾기 여정은 시작됩니다.


플로렌스는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노란 빛을 따라 가봅니다.

이런 그것은 바다 위에 뜬 반짝반짝 노란 달.

이번에는 밤바다 저편으로 보이는 노란 빛을 따라 가봅니다.

어쩌죠? 이번에는 배들에게 캄캄한 바닷길을 밝혀 주는 등대의 노란 빛.

아! 등대 저편으로 기다란 노란 빛이 움직이는 게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니 이번에도 집이 아니라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노란 빛.

지쳐 보이는 플로렌스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해 봅니다.


기차를 따라 플로렌스는 온통 반짝반짝 노란 빛으로 가득한 큰 도시에 도착하게 돼요.

도시는 너무 밝아 반딧불이가 지내기에 힘들겠어요.

너무 눈부셔서 플로렌스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지경입니다.

겨우 도시를 벗어난 플로렌스를 위해 간절히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어 봅니다.

노란 빛줄기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별똥별을 보면서 말이에요.

어, 그런데 별똥별의 노란 빛줄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별똥별이 아니군요.

플로렌스를 위해 빌었던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책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


아마 아이와 잠자리에서 이 책을 보신다면 플로렌스를 따라 노란 빛을 쫓아가며 응원하고 간절히 기도도 하며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될 거예요. 베드 타임 스토리에 어울리는 그리고 반딧불이의 노란 불빛이 주는 따스함이 어울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플로렌스는 잃어버린 집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며 수많은 빛을 만납니다.

그 빛들 모두가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지닌 노란 빛이고 저마다 주어진 역할이 다르다는 것도 이 긴 여정을 통해 배우게 되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빛을 쫓아갔을 때마다 실망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는 여정이 있었기에 집에 돌아왔을 때의 감동이 더 큰가 봅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의 행복을 발견한 플로렌스.

집으로 돌아온 플로렌스가 기쁨과 안도로 반짝일 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기쁨과 안도의 빛으로 물드네요.

이 짧고도 긴 여행을 통해 플로렌스는 성장을 했겠지요?

이 책을 보는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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