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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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거울 삼아 살아온 스물다섯 청춘이 있다.

그 청춘의 이름은 김예원.

그리고 그 청춘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준 시들은 나태주 시인의 시.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는 스물다섯 청춘 김예원이 꾸밈없는 담백한 목소리로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한 삶의 면면을 들려준다.

나태주 시인과 처음 만난 순간에 대한 기록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저자가 쓴 것처럼 자신의 시를 닮아 있는 따뜻하고 소박한 시인의 모습을 통해 그래서 나태주 시인의 시가 주는 감동이 진실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딱 오십년의 차이가 나는 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아닌 시인의 시라는 점이 내게는 신기했다. SNS로 소통하는 이 젊은 세대가 소설도 아니고 시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니 말이다. 그래서 사실 더 기특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이 청춘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1부 곁에 있어서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에는 모두 저자의 곁에 있어서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들과의 이야기.

돌아가신 할머니, 큰 사랑을 주신 엄마와 아빠, 두 번째 엄마인 언니에 대한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들과 교육자로 멋진 본을 보여주시고 마음을 키우는 가르침을 주신 스승들을 통한 성장과 저자를 만났던 학생들과의 이야기들에서는 노력하는 교사의 마음가짐이 드러나는 아야기들 그리고 소중한 벗이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며 저자를 빼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했던 이야기를 통해 김예원이라는 사람의 주변을 통해 김예원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나태주 시인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풀어낸 시들이 마치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은 이야기들에 놀랍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닮는다더니 시를 닮은 삶이란 이런 거구나 싶어진다.

2부 떠나 보면 알게 되는 것들에는 여행을 통해 맑아진 시야로 바라본 것들에 대한 단상들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때론 아름답게, 때론 아련한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또한 거기에는 돌아올 곳에 대한 안도감과 타지에서 겪은 상처를 사람들의 친절과 미소로 이겨내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르치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치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반짝거리며 나태주 시인의 시라는 별이 가는 빛의 길을 따라간다.

3부 희망한다, 소망한다, 살아간다에서는 우리의 삶이 사랑을 주는 존재들로 가득함을, 무탈한 하루의 대단함을, 시련이라는 삶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의미 있는 경험들을, 누구나에게 열린 나태주 시인의 시에 대한 고마움을, 대금을 잘 못하는 학생이 되어 모든 걸 알아야 하는 선생님의 자리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낀 이야기를 나눈다.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과 단단한 태도에서 바라며 살아가는 자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4부 사랑이 찾아올 때에는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랑을 노래한 시인의 시와 저자의 알콩달콩한 연애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듣고 있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하고 간질간질한 기분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역시 사랑은 참 좋다!!

5부 그럴 만했다에서는 사랑이 끝난 후에 찾아온 여러 가지 상념들을 감싸안으며 한 뼘 더 성장해가는 모습, 헤어짐으로 돌아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이별의 아픔을, 시간이 흐르면서 그럴 만했던 이유를 깨닫게 토닥토닥해주는 시인의 시들.

6부 마음을 선택하다에는 저자가 처한 여러 어려운 상황들에서 스스로를 힘들게 한 순간들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통해 위로를 받고 여유를 찾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꿋꿋한 모습들을 담았다. 어떤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생각되지만 그때마저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마음을 선택하는 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7부 행복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노래하는 행복과 겹쳐보이는 자신만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행복에 대한 생각과 행복해지는 방법들을 기록해 놓았다. 예쁘고 순수한 시어들로 현재 우리의 삶이 행복하며 우리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말해주신다며 그 영향을 받은 자신을 행복한 이라 말하는 그녀가 부러워지는 순간.

책을 덮으며 소박하고 다정하면서 뭉클하게 만드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함께 살아온 누군가의 고백이 담긴 일기장을 들여다 본 기분이 들었다. 시와 더불어 살아온 정말 꽃 같이 어여쁘고, 시 같이 아름다운 스물 다섯의 청춘의 기록이 주는 또다른 감동은 시와 더불어 아름답기만 하다.


참, 책 곳곳에 피어난 나태주 시인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그림들마저 그의 시를 닮아 있는 모습이라니. 이렇게 작가와 작품이 하나일 때 그 진실된 감동은 깊어진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이런 솜씨를 지니고 계시다니 시인이 부러워지기도... 그렇지만 가장 부러운 점은 자신의 시를 벗삼아, 스승삼아 삶으로 살아낸 이가 써내려간 바로 이 답장 같은 글들이다.

자신을 살린 누군가의 시들처럼 자신의 시가 다른 이를 살리기 원한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어떻게 한 사람에게 닿아 생명의 씨앗이 되고 참으로 어여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는지 보여주는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어쩌면 이 책이 누군가에게 또 다시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가, 혹은 당신이 오늘은 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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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69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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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피 아저씨가 돌아왔다!

존 버닝햄 작가님의 타계 소식에 아팠던 마음을 달래주는 소식에 이제나 저제나 만나기만을 기다렸던 그림책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배에 함께 타는 이들을 배려한다 약속하면 누구나 태워주고 이내 약속을 어기고 난장판을 만든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건 물론 다음에 또 배를 타러 오라는 인사까지 해주시는 마음 넓고 이해심 많은 검피 아저씨를 처음 만났던 것이 바로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그리고 다음엔 모두와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진흙탕에 빠져 어쩔 수 없이(?) 함께 힘을 모아 탈출한 후 더러워진 몸을 씻을 수 있게 해주고 다음 드라이브 초대까지 해주시던 현명한 검피 아저씨가 나오는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늘 아이들의 마음에 가까이 계시며 귀 기울이는 현명한 검피 아저씨는 바로 존 버닝햄 작가님 본인의 모습이었기에 작가님의 타계 소식은 검피 아저씨와의 이별이기도 했지요. 더이상 검피 아저씨를 만날 수 없다 생각했는데 존 버닝햄 작가님은 우리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를 남겨주셨습니다.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편과 드라이브 편에서는 나룻배와 자동차를 탄 검피 아저씨와 친구들의 모습이 표지로 나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코뿔소 등에 탄 검피 아저씨와 친구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오른쪽 상단에 검피 아저씨의 자동차도 등장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배는 어디 있을까요? 배가 어디 숨어 있는지는 잠시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

파란 하늘 빛 앞면지.

작가님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하늘을 담은 걸까요?


앞면지를 넘기니 검피 아저씨는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코뿔소는 붉은 카펫 위 아저씨 발치에 편하게 드러누워 있습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벽난로의 불이 퍼뜨리는 따뜻한 온기를 따라 올라가니 벽난로 위에 걸린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용 빨간 차가 그려진 그림이 보이네요. 그리고 큰 창 밖 밤 하늘에 뜬 초승달과 그 아래 달빛을 덮고 잠들어 있는 아저씨의 배가 보입니다. 아! 여기 검피 아저씨와 모든 것들이 모여 너무나도 평화롭고 따뜻하기만 한 순간을 그대로 담아두었네요. 아마도 천국에 있는 존 버닝햄 작가님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자, 이제는 진짜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를 본격적으로 살펴볼까요? ^^

 


검피 아저씨는 아프리카를 여행 하다 부모를 잃은 아기 코뿔소를 만납니다.

아기 코뿔소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은 검피 아저씨는 아기 코뿔소에게 '찰리'라는 이름도 주고 가족이 되어 줍니다.

아기 코뿔소 찰리는 검피 아저씨 집에서 무럭 무럭 빠르게 자라지요.


검피 아저씨는 날마다 찰리를 넉넉히 먹이는 게 어려워지자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한 아이의 멋진 제안으로 찰리는 시청 직원으로 일하게 되지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죠? 모두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찰리의 배고픔도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랍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는 걸까요?

뱃놀이와 드라이브 때처럼 이번에도 위기는 닥칩니다.

위기 없는 삶이란 삶이 아니겠지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닥친 문제를 찰리가 정말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답니다.


검피 아저씨가 찰리에게 건넨 도움의 손길은 아저씨와 찰리가 가족이라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었고,

찰리가 아이들에게 다시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인간들의 잘못으로 혼자 남겨진 어린 코뿔소를 외면하지 않고 생명을 소중히 돌본 그 마음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그 아름다운 선순환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에 그 강하고 따뜻함이 더 오래오래 마음을 안아줄 것 같네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띠지의 양 끝에서 남겨진 아기 코뿔소를 안아주는 검피 아저씨의 모습과 가족이 된 찰리와 검피 아저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검피 아저씨의 마음을, 존 버닝햄 작가님의 마음을 담아 책을 만들려고 한 것 같아 더 마음에 드네요.^^)


찰리는 코뿔소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군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찰리는 한 때 피해자였고, 슬픔과 고통 속에 있었지만 이제 검피 아저씨와 함께 사는 걸 좋아하고, 자기 일을 좋아하지요. 그리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검피 아저씨가, 존 버닝햄 작가님이 그리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는 작가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마지막 선물이라는 점도 그 의미가 크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가 갖는 의미 역시 아주 커다랗고 따뜻합니다. 생명을 구하고 돌보는 일, 모두가 함께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를 거쳐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에서 다시 이야기하고 있어요. 특히나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에는 앞선 두 이야기가 그림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는 어려움이 닥치자 검피 아저씨가 가장 먼저 달려가 답을 구한 것은 힘이 있고 아는 것이 많은 어른들이 아니라 바로 아이들이었다는 건데요. 우리가 종종 초심으로 돌아가자 말하곤 합니다. 제게는 그 초심이 동심으로 보여요. 처음 마음, 사람의 첫 마음이란 아이의 마음, 아이였을 때의 마음이 아닐까요? 이 작품은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처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더 멋지고 소중하네요.

존 버닝햄 작가님,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보여주는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라는 선물을 주셔서 정말,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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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이야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76
안병화 지음 / 봄봄출판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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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란?

엄마란 무엇일까요?

엄마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따뜻하고 좋은 걸까요?

엄마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알아가는 아기 곰의 이야기 <엄마는 행복이야>

테디베어 작가인 안병화 작가님의 테디베어 그림책.

하얀 엄마 곰과 아기 곰의 모습을 정성스레 작업해 그림책으로 만들었지요.

아기 곰이 엄마 곰에게 장난을 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지를 넘기면,

엄마 곰과 아기 곰이 살아가는 하늘 같기도 하고, 얼음판 같기도 한 곳에 사락사락 하얀 눈이 내립니다.

마치 엄마 곰과 아기 곰의 사랑이 내려서 쌓여가는 것 같네요.


어느새 자라 바다에서 수영할 때가 된 아기 곰.

아기 곰의 성장에 엄마 곰이 기뻐하자 아기 곰은 기쁨이 궁금해집니다.

엄마 곰은 기쁘다는 것은 행복을 말하며 아기 곰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주지요.

아기 곰은 엄마 곰 때문에 행복하다며 둘은 서로 웃는답니다.


행복할 때 웃는 것을 알게 된 아기 곰은 웃는 엄마를 보며 언제가 행복한 때인지 생각해 보지요.

아기 곰의 행복한 모든 순간에 엄마 곰이 함께 했음을 아기 곰은 떠올리지요.

수영을 하느라 피곤했던 아기 곰은 엄마 품에서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행복하지요.


이렇게 포근하고 사랑스럽고 따듯한 그림책이라니요.

행복한 엄마 곰과 아기 곰을 보고 있자니 저도 행복해집니다.

좋은 잠자리 그림책을 하나 더 알게 되어 행복하네요.

엄마가 있어 행복한 아이, 아이가 있어 행복한 엄마.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과 행복이라는 사실을 정말 하얗고 포근하게 안아주듯 알려주는 그림책.

<엄마는 행복이야>

엄마가 행복이니 아이가 행복인 것은 당연한 거겠지요.

행복은 행복을 낳습니다.

행복이 행복을 계속 낳을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더 마음 써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행복이 가득한 세상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포근하고 기분좋은 행복한 세상, 모두가 행복인 그런 세상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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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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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쌉싸름한 향과 어둡고 무거운 색감이 주는 그 어른스러움 때문에 내게는 어른의 음료였다.

어른이 마시는 것이었기에 친구들이 졸음을 쫓는다며 마실 때도 내겐 아직 멀기만 한 그 어떤 동경의 대상.

그런 커피를 처음 마셨던 날 그리고 처음 스탠딩 에그의 음악을 만났던 날을 떠올려 본다.

낯섦이라는 설렘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감싸쥔 손에 전달되던 따스함 그리고 쌉싸레하지만 입 안 가득 퍼지는 커피 특유의 검고 진한 맛으로 기억된 커피와의 첫 만남.

낮게 깔리는 에그2호의 목소리와 잔잔하기도 하고 설레게 하는 음들이 귀를 쫑긋거리게 만들었던 스탠딩 에그와의 첫 만남.

그리고 이 둘은 내게 어느새 얼마의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어 친구 같은 익숙함과 편안한 휴식 같은 따뜻함을 주는 커피와 음악이 되었다.

커피와 스탠딩 에그라니 이토록 잘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은 바로 인디 밴드 스탠딩 에그의 에그2호가 쓴 커피 에세이로 그가 이곳 저곳에서 마신 이런 저런 커피에 대한 기억들과 감상의 편린을 조각 조각 모아 놓은 커피향 나는 커피 같은 책.

우리들은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무언가에 애정을 쏟으며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에그 2호'에겐 '커피'가 그런 하나.

그의 커피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커피를 닮아 참 진하고 부드럽고 깊은 향처럼 책에서 폴폴 풍긴다.

커피 품종은 물론이고 만드는 사람과 기후에 따라서도 동일한 커피란 존재할 수 없고, 샷이 몇 번 추가되는지에 따라 커피와 우유의 비율의 아주 사소한 차이로 수많은 이름이 존재하는 커피처럼 우리 각자도 자기만의 맛을 가진 유일한 존재로 다양한 취향을 존중받는 컬러풀한 세상을 꿈꾸기도 하고, 커피 맛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커피 마시는 순간을 마치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즐기고 싶다는 에그 2호.

커피를 마주하면 천천히 한 모금씩 입에 머금을 때마다 그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온 감각을 집중한다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서는 자세를 고쳐앉게 된다.

그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좋아해온 사람의 모습에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던 롯본기에서의 블랙커피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을 쓴 에그2호의 모습에서 이번에는 내가 그와 동일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커피'에 빠진 그는 결국 그만의 커피를 만드는 장소를 열기까지 했는데 그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망원동에 있는 그의 모티프 커피바에서 오늘도 원두를 갈고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함께 나눠 마실 좋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그들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이 그들의 멋진 하루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니 언제가 살그머니 찾아가 보아야겠다.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을 들고 말이다. 내가 찾아간 날의 커피 한 잔이 선물해 줄 멋진 하루가 벌써부터 커피향을 머금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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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는 나눔을 위한 거야 I LOVE 그림책
스테파니 파슬리 레드야드 지음, 제이슨 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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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사리 손으로 귤껍질을 열심히 까더니 "엄마 먹어!"하며 아이가 내 입으로 밀어넣어주던 달디 단 귤.

아마도 자신을 먹이고 입히고 보살피는 엄마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도 있을 것이고, 엄마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요. 아... 사랑한다는 마음은 그렇게 표현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내 것을 나누는 일, 내 것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의 작은 몸짓에서 하지만 크고 깊은 사랑에서 느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런 사랑과 나눔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파이나눔을 위한 거야>가 제 마음에 들어왔어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닮은 붉은 색의 앞면지를 넘기면 부엌에서 맛있어 보이는 파이를 구워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준비를 마친 가족. 가만 보니 이웃 모두가 다들 뭔가를 들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네요.

 


도착지에 먼저 온 친구들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 함께 온 가족들의 검은 강아지도 환영을 받습니다.

아...그렇군요.

모두가 함께 하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동물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자연 속에서 나눔의 잔치는 시작됩니다.

준비해 온 파이를 나누다 모자란 친구와는 책을 나누고, 공도, 노래도, 시간도, 산들바람도, 이야기도 그야말로 모든 것들을 나누는 사람들.

쉽기도 하고 곤란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빛나는 나눔의 순간들.그 반짝이는 순간들을 사람들은 함께하고 나눕니다.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가 떠오릅니다. 엄마와 연결된 탯줄로 끊임없이 엄마의 모든 것을 나눔받으면서 생명은 시작되지요. 그렇게 생명은 나누기 위해서, 나눔이 사랑임을 태어나면서부터 배우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의미가 바로 서로를 나누는 것이라는 기적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면서 내게 주어진 것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눔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참 따뜻한 그림책 <파이나눔을 위한 거야>

시 같은 간결한 언어가 주는 간단명료한 메세지가 노래처럼 아름답고 부드럽게 귓가를 맴돌고 ,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은 이 책 자체가 주는 나눔의 가치를 또 다른 선율로 그리고 있지요. 그래서 마치 화음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중창을 듣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와 그림이 서로의 존재감을 각각 드러내면서 서로 나누는 모습이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멋있고 의미있게 마음 속에 남는 그림책이네요. 살아간다는 것은 나누는 것이고, 삶이 나눔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잊으셨다면 이 책을 꼭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오늘도 당신을 혹은 무언가를 나누고 받은 당신의 삶과 연결된 세상 모든 것들이 감사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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