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 홀로 남은 사자.
동물 중 첫째가는 왕이 다 무슨 소용이냐며 외로움이라는 허기를 풀과 벌레 그리고 잠으로 달래봅니다.
그러다 철새인 나이팅게일이 찾아오고 사자는 천천히 조용하게 다가가지요.
오랜만에 고기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말입니다.
그런데 도망가지 않을 테니 더 당당하게 오라는 나이팅게일의 도발적인 인사에 사자는 깜짝 놀라지요.
게다가 자신을 먹어도 좋다는 새를 바라보며 사자는 너덜너덜한 날개를 가진 이 작은 새에게 그만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사자와 새는 함께 벌레를 먹고, 함께 햇볕을 쬐며 서로가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요.
그러나 사자와 새에게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별을 슬퍼하는 사자를 위로하려고 난처한 나머지 100년이 지나면 또 만날 수 있다고 말하고서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 새.
이제 다시 혼자가 된 사자는 그저 하나만을 생각하지요.
100년은 얼마쯤일까하고 말입니다.
정말 10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사자는 이제 암벽에 붙은 조개가 되고, 새는 바다의 작은 파도가 됩니다.
새였던 파도는, 사자였던 조개에게, 늘 정답게 바다를 보내주며 그렇게 함께하지만 어느 날 한 남자가 조개를 가져가며 둘은 다시 헤어지게 되지요.
또 다시 100년이 지나고, 또 다시 100년이 지나고 그렇게 100년이 지날 때마다
사자와 새는 한 번은 할머니와 빨간 개양비귀 한 송이로, 때로는 물고기와 어부로, 또 한번은 하얀 분필과 칠판으로, 언젠가는 아기 다람쥐와 눈송이로 만남과 이별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몇 번째인가의 100년이 지나고 사자와 새는 다시 만나게 되는데요.
과연 사자와 새는 무엇이 되어 서로를 만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