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의 새 아름드리 그림책 4
시빌 들라크루아 지음, 이상희 옮김 / 소원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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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 같은 담장에 기대어 앉아 있는 소녀.

그리고 그 소녀의 팔에 앉아 소녀의 귀에 대고 뭔가를 말하고 있는 새.

새는 소녀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소녀와 새의 우정이야기일까요?

<내 어깨 위의 새>

그렇게 궁금한 마음으로 펼쳐보았습니다.

 


학교에 처음 간 나는 새 친구와 사귀려 하지만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새로운 친구가 아닌 어깨 위에 내려앉은 새 친구 때문에 말이죠.

게다가 이 새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죠.

새는 친구 곁에 가지말라는 둥 계속 어깨 위에 버티고 앉아 꼬치꼬치 시시콜콜 참견합니다.

처음엔 가볍던 이 새는 점점 무거워지고 마침내 나는 어지러움까지 느끼지요.

다음 날 학교에서는 새의 재잘거림 때문에 나는 선생님 말씀도 듣지 못하고,

내 목소리조차 안 들려 숨이 막힙니다.

게다가 새는 계속 내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며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지요.

새를 어떻게 떨쳐 내야 할지 몰라 그저 외톨이로 남아 있어야 하는 나.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안고 홀로 있는 내게 조에가 다가옵니다.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내버려두지 않고 예쁜 리본을 건네준 조에.

나는 갑자기 힘이 샘솟습니다.

자, 나는 어깨 위의 새를 떨쳐낼 수 있을까요?

거절 당할까 두려운 마음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열등감이라는 새는 점점 그 몸을 불려 나를 짓누르지만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나. 그런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친구라는 이름의 조에.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어깨 위에 두려움과 열등감이라는 새를 얹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먼저 다가오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단지 한 번 내민 손만으로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그림책 <내 어깨 위의 새>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어깨 위에 새를 얹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두려움과 열등감이라는 새는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색과 점점 커지는 성질까지 있어 그 존재감이 엄청난 거 같습니다. 게다가 가만 놔두면 소중한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힘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지만 그 새는 물리칠 수 없는 무적의 새가 아니라는 걸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림책을 보는 내내 소심한 마음 탓에 선뜻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하지만 조에 같이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저도 어깨 위의 새를 쫓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조에가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다가와 준 내 친구들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저 손을 내민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네요. 그저 작은 몸짓으로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때때로 두려움과 열등감이라는 새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이제 크게 겁먹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친구인 서로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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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키다리 그림책 3
코린 드레퓌스 지음, 김희경 옮김, 나탈리 슈 그림 / 키다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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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엄마인 내 곁에 붙어 있던 아이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던 날.

사실 아이의 불안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아이를 떼어놓아야 한다는 나의 불안으로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그 날.

그림책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은 바로 그날의 흔들리던 나를 소환했습니다.

 


뱃속에 품고 있던 아이가 세상에 나와

먹고 자고 싸는 생명 유지를 위한 모든 활동을 엄마인 나 없이는 할 수 없던 바로 그 아이가

어느새 두 발로 걷고 말을 하고 이제 하루의 얼마 동안을 나 없는 곳에서 보내게 되는 새로운 시작.

바로 바로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아이와 엄마는 서로 각자의 그렇지만 같은 이유로 불안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마음이 복잡하기만 합니다. 그런 마음의 변화를 두 사람이 함께 손 잡고 걸어가는 길에서, 변하는 날씨를 통해서 느낄 수 있지요.

아이와 엄마가 유치원에 가는 길에 스쳐가는 많은 엄마와 아이들의 다양한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엄마와 아이들은 이별을 하지만 아이에 대한 엄마의 걱정과 사랑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은 닮아 있더군요. 엄마와의 이별이 왜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아이의 질문에는 마음이 짠해오고 유치원에서 오래오래 있다가 할아버지가 되면 어쩌냐는 아이의 말엔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

아이는 이제 엄마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맺기를 시작하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들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기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며 또 한 뼘 성장해 나가지요.

그렇게 엄마와 아이는 서로가 없는 곳에서도 멈추지 않는 성장을 계속해 나갑니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을 보며 비록 엄마와 아이는 서로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둘은 서로를 생각하며 마음으로 이어져 있음을 저는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선생님들의 폭행과 차량사고 소식들로 사회분위기가 어수선한 데다가 사실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느려 기관에 보내는 게 아이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더 마음 쓰였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아이와 저는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경험을 하며 성장하고 있네요.

처음 아이를 맡기고 한 시간 후에 데리러 가기로 약속하고 기다리던 그 한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정말 쏜살같이 달려갔는데 지금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너무 빨리 오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

비는 반드시 멈추고 해는 다시 뜨는 것처럼, 우리의 눈물은 마르고 얼굴에 미소는 다시 피어난다는 사실을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을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모두에게 다정하게 알려주는 그림책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아이를 기관에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과 가정이 아닌 사회에 첫 발을 들여놓는 아이들이 꼭 가기 전에 함께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처음 엄마와 떨어지는 아이들의 마음에 대한 그림책은 많지만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함께 쓰다듬어 주는 그림책은 처음이었기에 제게는 참 특별한 그림책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아이에게도 엄마의 마음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의미있는 그림책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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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나면
이시이 무쓰미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엄혜숙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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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전부가 어쩌면 이 두 단어로 설명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생명을 얻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살아오고 있는 우리.

만남의 기쁨이 이별의 순간 슬픔으로 바뀌는 것 마냥 기쁘고 행복한 만큼 슬픔의 크기가 큰 것 같아 어느 순간 만남이 무턱대고 행복할 수 없었던 시간을 보낸 저에게 그리고 처음 이별의 순간을 경험해야 했던 아이의 그 슬픔 앞에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그저 먹먹하기만 한 저에게 답을 건네준 책 <100년이 지나면>

 


초원에 홀로 남은 사자.

동물 중 첫째가는 왕이 다 무슨 소용이냐며 외로움이라는 허기를 풀과 벌레 그리고 잠으로 달래봅니다.

그러다 철새인 나이팅게일이 찾아오고 사자는 천천히 조용하게 다가가지요.

오랜만에 고기 같은 것이라 생각하며 말입니다.

그런데 도망가지 않을 테니 더 당당하게 오라는 나이팅게일의 도발적인 인사에 사자는 깜짝 놀라지요.

게다가 자신을 먹어도 좋다는 새를 바라보며 사자는 너덜너덜한 날개를 가진 이 작은 새에게 그만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사자와 새는 함께 벌레를 먹고, 함께 햇볕을 쬐며 서로가 있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요.

그러나 사자와 새에게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별을 슬퍼하는 사자를 위로하려고 난처한 나머지 100년이 지나면 또 만날 수 있다고 말하고서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 새.

이제 다시 혼자가 된 사자는 그저 하나만을 생각하지요.

100년은 얼마쯤일까하고 말입니다.

정말 10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사자는 이제 암벽에 붙은 조개가 되고, 새는 바다의 작은 파도가 됩니다.

새였던 파도는, 사자였던 조개에게, 늘 정답게 바다를 보내주며 그렇게 함께하지만 어느 날 한 남자가 조개를 가져가며 둘은 다시 헤어지게 되지요.

또 다시 100년이 지나고, 또 다시 100년이 지나고 그렇게 100년이 지날 때마다

사자와 새는 한 번은 할머니와 빨간 개양비귀 한 송이로, 때로는 물고기와 어부로, 또 한번은 하얀 분필과 칠판으로, 언젠가는 아기 다람쥐와 눈송이로 만남과 이별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몇 번째인가의 100년이 지나고 사자와 새는 다시 만나게 되는데요.

과연 사자와 새는 무엇이 되어 서로를 만나게 될까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그 장면.

저는 그만 호흡이 멈추고 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을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이 둘은 다시 헤어져야 할 운명이지만 언젠가 또 다시 만날 서로이기에 앞으로 예정된 이별이 결코 슬프지 않더군요. 저는 <100년이 지나면>을 만나고서야 우리가 삶에서 경험하는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이 그저 의미없는 반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서로가 어떤 모습이든지 내 삶에 등장하는 모든 만남들이 분명 몇 번의 100년 전 만났다가 헤어졌던 나의 사자이거나, 나의 새일지 모른다는 사실에 갑자기 하나 같이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그리고 이제 제게 이별은 더 이상 슬픈 헤어짐이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안녕을 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비록 헤어져도 언젠가는 만날 서로이기에 말이지요.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에서 영감을 받은 이시이 무쓰미 작가가 쓴 마음 뭉클하고 철학적인 이야기와 아베 히로시 작가가 그린 강렬하고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림으로 우리를 찾아온 <100년이 지나면>

어쩌면 이 그림책 <100년이 지나면>을 만나 마음이 두근거리는 당신이라면 이 책과 당신은 사자와 새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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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세지는 책 웅진 우리그림책 57
수아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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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늦은 생일 탓에 또래보다 작고, 둘째인 탓에 오빠한테 늘 밀리는

고된 인생살이 중인 28개월짜리 우리 딸이 생각나 집어든 그림책 <힘 세지는 책>

그렇지만 사실 힘이 필요한 건 정작 어른인, 엄마인 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와 같이 웃고, 위로 받고, 힘이 났던 건 바로 저였으니 말이죠. ^^

 


반짝반짝 특별한 힘을 가진 것 같은 손바닥이 찍혀 있고,

주변엔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붉은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는 표지를 보자마자

아이가 손을 가져다 대어 보는군요. 사실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

손바닥만 홀로그램용지로 되어 있어 불빛에 비춰 이러저리 손바닥의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특별한 첫인상을 주는데, 표지를 넘긴 앞면지를 보고 있자니 우주의 수많은 반짝임을 모아 표지의 손바닥에 담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그렇게 한 장을 더 넘기니 짜잔~ 힘이 세지는 주문과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제 힘이 세졌으니 모든 히어로물이 그렇듯이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해주러 가야겠죠? ^^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커다란 바위가 입구를 막고 있어 동굴에 갇힌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얍!얍! 손날 격파를 하고,

손이 닿지 않는 나무 열매를 따기 위해 나무를 흔들흔들 흔들어 주고,

먹음직스러운 왕수박을 쾅!쾅! 힘껏 두들겨 줘야 해요.

잔뜩 화난 화산을 달래기 위해 힘이 센 뽀뽀를 쪽,쪽,쪽 해주기도 하고,

하늘을 다 가린 구름을 손으로 쓱쓱쓱 쓸어주기도 하고,

마침내 친구들이 만난 것은 달님!!

친구들은 달님에게 소원을 빕니다.

과연 친구들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소원은 이루어졌을까요?


<힘 세지는 책>은 단순히 물리적 힘이 세지는 것 이상의 것들을 그리고 있는 책입니다.

친구를 돕고 싶은 착한 마음의 힘, 돕기 위해 노력하는 열심, 함께라는 힘 그래서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있지요. 게다가 마음을 다스리고 다독이는 힘, 고마움을 표현하며 나눌 때 더 커지는 마음과 기쁨들이 반짝거립니다.

책을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두드리고, 흔들고, 뽀뽀도 하고, 쓰다듬고, 하이파이브하며 그야말로 책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책과 한참을 놀며 어느새 마음의 힘이 자라게 되는 책 <힘 세지는 책>

작고 약한 아이들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수도 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치는 것이니까요. 몸의 힘이 세다고 다 어른이 아니란 것을 어른인 우리들은 잘 알고 있지요. 아이들과 진짜 마음의 힘을 키우는 시간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힘을 주는 그림책의 힘이 궁금하시다면 한번 펼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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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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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영화에서나 보던 타임머신이 책으로 짠~하고 나타나서는 40대 중반을 향해 달리는 아줌마를 15살 여중생 시절로 타임 리프시켜버렸다. 그 문제의 타임머신 책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바로 <안녕, 나의 순정>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라는 부제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아니 표지 한 가운데 떡하니 별박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우리를 바라보는 순정만화 주인공만 봐도 감이 딱 오셨을 터!!

나 역시 이 책을 펴자마자 중학교 2학년, 처음으로 친구와 만화방에 갔던 날의 설렘이 일순간 확 되살아났다.

공부 잘하는 범생이까지는 아니었지만 그저 학교와 집만 오가는 있는 듯 없는 듯 한 그런 조용한 여학생이었기에,

만화라는 세상 그리고 지금이야 웃음이 나지만 내게는 일탈이나 다름없는 장소였던 만화방(당시는 지금 같이 가족도 다함께 가는 건전한 카페 분위기가 아니었다)에 입성하던 그날 그 시절의 어리고 순수했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준 본격 한국 순정만화 에세이 <안녕, 나의 순정>

'어쩌다 어른'의 이영희 작가님이 쓰신 본격 만화 덕후 인증 에세이 정도가 아닐까 추측하며 정말로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의 세계로 들어갔다.

만화라는 매체로 이야기하지 못할 장르는 없음을 보여준 황미나 작가님, 어린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의 고단함과 가치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게 해주었던 신일숙 작가님과 김혜린 작가님의 작품들을 시작으로 역사와 맞물려 인간의 삶과 특히 여성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많은 의문의 씨앗을 품게 된 것은... 아!!! 바로 이분들 작품 덕분이었구나!!!

학원 만화지만 독특한 개성과 평범한 보편성을 두루 갖춘 이빈 작가님, 순정만화의 표본이라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이은혜 작가님,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한혜연 작가님의 작품을 보았기에 내가 주변 사람들과 나눈 우정과 사랑의 순간들이 더 반짝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가 하면 세련된 그림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탁월해 그 시절의 내가 필사를 하게 만들었던 박희정 작가님, SF 순정 만화하면 바로 이 분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강경옥 작가님, 정말 쿨하고 핫한 인물들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유시진 작가님, 세상의 그늘 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만나게 해 준 문흥미 작가님의 작품들은 상처받을 때마다 혼란스러울 때마다 나를 다독여주고 좁디 좁은 내 생각의 틀을 넓혀준 스승이고 친구였다.

낯선 세계와 낯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꿈을 만나게 해 준 나예리 작가님, 파격적이면서도 말 그대로 멋진 그러나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만드는 천계영 작가님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힘을 내라 말해주었다.


내가 10대에 마음 속에 그리고 내 일기장 한 귀퉁이마다 적어두었던 작품 속 인물들의 대사들을 40대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될 줄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참, 신기하고도 반가운 이 만남이라니... 무엇보다 참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돌이켜 보건대 어른들에겐 불온해 보였을 만화방과 시간 낭비처럼 보였을 만화책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인생을 배우고 어른이 되는 다리를 건너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 나의 순정>을 그저 누군가의 순정만화에 대한 사적인 기록이라만 볼 수 없는 것이 이 책에 나오는 작품 하나 하나가 가진 매력과 의미가 단지 한두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없기에 한국 순정만화의 역사이자 그 순정만화가 키워낸 순정의 역사를 만나는 기회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부디 순정만화에 대해 그리고 소녀들의 순정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가 그랬듯이 나 역시 나의 순정에게 참으로 반갑게 안녕을 건낼 수 있어 참으로 말랑달콤한 시간이었다. 아..... 만화가 보고 싶다. 그것도 순도 100%의 순정만화를 말이다. 여담이지만 이진경 작가님의 <사춘기四春記>가 꼭 완간되기를!! 작가님의 사춘기가 완간되어야 내 사춘기도 종지부를 찍을 것 같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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