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
박슬 지음 / 우를루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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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 먹어서 얹힌 날은 속이 부대끼느라 몸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속도 그렇지만 마음이 얹힌 날은 더 심각하지요.

마음에 뭔가 들어차서 싱숭생숭하고 힘든 날 보고 싶은 그림책 <덩어리>

도대체 이 덩어리의 정체는 뭔지 한번 펼쳐 봐야겠습니다.



마음 한 가운데에 멍이 든 것 마냥 심장만한 크기의 푸르스름한 덩어리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처음에 이것은 그냥 작은 덩어리에 불과했지요.

그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목에 걸린 가시마냥 마음에 걸리는 이 덩어리.

그저 빨리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제일 먼저 들 것 같습니다.



결국 이것을 없애보려고 애를 씁니다.

떼어도 보고, 잘라도 보고.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지요.

애를 쓸수록 떨어지기는 커녕 덩어리는 자꾸자꾸 몸을 불려갑니다.

이러다가 덩어리가 내 전부를 다 삼켜버릴 것만 같네요.

과연 나는 덩어리와 무사히 안녕을 고할 수 있을까요? 덩어리가 나를 정복해버려 괴물이 될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그림책 <덩어리>는 박슬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그림책을 보는 누군가도 이 이야기가 작가님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어요.

사실 모두가 마음에 덩어리를 품고 살아가니까 말이지요.

그것은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사정만큼이나요.

그리고 또 공통된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덩어리는 내 안에서 태어난 또 다른 나라는 이름이 바로 그것이겠죠.

그림책 <덩어리>에서는 덩어리를 버리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실 앞서 본 것처럼 마음대로 없앨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말이에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함께 잘 지내는 것이겠지요.

그러기 위해 덩어리를 외면하고 회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덩어리와 화해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 <덩어리>

덩어리라는 내면의 존재를 통해 우리는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네요.

겉싸개를 벗기고 표지를 보니 처음엔 보기 싫은 멍 같던 덩어리가 이제는 파란 한 송이 꽃 같아 보이는군요.

그저 모두가 마음 속에 덩어리와 싸우는 대신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어여쁜 꽃들을 피워내길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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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바람그림책 116
구도 노리코 지음,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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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 그리고 밤이 시작되는 곳.

잠자리.

아마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잠자리 그림책이 잠자리의 백미일 거예요.

그날 밤이 시작되는 모든 분위기를 결정해줄 테니까 말입니다.

저는 유난히 눈물 많도 겁도 많은 첫째를 위해 잠자리 그림책은 밝은 분위기로 골라요.

아이들이 꿈나라에서 노는 동안 노랗고 밝은 달빛 같은 그림책이 은은하게 밝혀주길 바라면서요.

그래도 유난히 두려운 감정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꿈나라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어떤 꿈나라에서 만날지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잠을 청하곤 하지요.

특히 기차를 좋아하는 1호는 칙칙폭폭 줄줄이 기차 꿈나라에서, 솜사탕처럼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2호는 달콤폭신 솜사탕 꿈나라에서 만나자고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한답니다.

그런 우리들을 보는 것 같은 사랑스럽고 살짝 설레기까지 하는 그림책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함께 슬쩍 들여다 볼까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미소지으며 꿀잠을 자는 분홍 돼지 친구가 있는 표지를 넘기면

이렇게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수놓은 밤하늘을 만나게 됩니다.

겉싸개 왼쪽 하단에는 올망졸망 모여 별자리 그림책과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어요.

책을 시작하면서 지금이 바로 잠을 자는 밤이라는 상황을 보여주는 거죠.

참, 그림에 등장하는 물건은 하나도 놓치지 말고 눈여겨 봐 두세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책 곳곳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거든요.



거실에서 제각각 혹은 함께 놀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들 꿀꿀 돼지 친구 다섯 마리 다 찾으셨나요?

한 장의 그림 속에 엇비슷해 보이지만 한 친구 한 친구의 특징이나 개성 같은 어떤 고유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엎드려 기차를 갖고 혼자 노는 아이를 보니 저희 1호를 닮은 것 같아 눈길이 더 갑니다.

그나저나 이 아이들 등장과 동시에 엄마 돼지, 아빠 돼지가 잘 시간이라고 하네요.



잠옷으로 갈아 입고, 양치하고, 마지막으로 화장실까지!

아니, 이렇게 완벽하게 착착 진행돼도 되는 건가요?

이대로 자러 간다니 이 집 엄마, 아빠가 부러워집니다. ^^

(저희 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개인지라.... 이 닦는 데만 최소 삼십 분... ;;;)



애착 인형이랑 좋아하는 그림책 들고 줄지어 방으로 들어가는 꼬꼬마 돼지들.

기대를 저버리 않고 예의바르게 인사도 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가 많은 집답게(?) 아이들 물건이 여기저기 가득가득하지요.

저희 아이들은 밤하늘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쫑알쫑알 뭐가 있네 이야기하느라 바쁩니다.

(잠은 하나도 안 오는 얼굴인데... 이거 이래도 되나 싶어 살짝 의문이... ^^;;)



모두 자기 잠자리에 누워 잠잘 준비 완료!

이대로 눈감고 바로 꿈나라로 가는 걸까요? 그럴리가요. ^^

아이들은 차례대로 돌아가며 자신이 꿈꾸고 싶은 꿈나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창 밖에 휘영청 밝은 달님도 열린 창 틈 사이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쫑긋!







원숭이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는 정글로 모두를 초대하지요.

자, 그런데 돼지 아가가 네 마리 뿐인 것 같지요? 이야기를 꺼낸 친구가 잘 안 보이실 거예요.

정글 안쪽 폭포 근처 나무에 매달린 줄을 타잔처럼 타고 있답니다.

애착인형인 원숭이를 등에 매달고 말이지요. ^^

금방 찾으셨나요? 눈 밝은 분이라면 또 바로 알아차리셨을 것 같은데요.

돼지가 두드리는 북과 오랑우탄이 흔드는 딸랑이, 원숭이가 연주하는 캐스터네츠.

맞습니다. 아이들 방 앞에 있던 장난감 정리대에 있던 악기들이에요.

옷걸이에 걸려 있던 유치원 모자랑 가방을 맨 두 꼬마 돼지가 타고 있는 배는

창틀 위에 있던 장난감 모형배이고요.

이게 다가 아니에요.

처음에 말씀 드린 대로 여기 저기에 숨은 그림처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가득이지요.

글은 하나도 없는데 아이들과 이 한 장을 넘기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답니다.

이제 겨우 꿈나라 한 군데를 다녀왔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꼬마 돼지들은 돌아가며 차례차례 자기만의 꿈나라 이야기를 나누지요.

다함께 동화 속 성, 남극, 괴물이 사는 바다 그리고 수영장까지 다녀와요.

그러고 났더니 어느새 환한 아침이 되어 버렸어요.

라고 하면 그냥 평범한 다른 잠자리 그림책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한 번의 전복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전 더 즐거웠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림책을 통해 직접 만나보시라고 입 꾹 다물겠습니다. ^^



이 그림은 뒷면지인데요.

제가 처음 겉싸개에서 꼬마 돼지들이 보던 별자리 그림책을 굳이 언급했던 이유입니다.

그 별자리 그림책의 별자리들이 이렇게나 달콤한 마무리를 선물하네요.

이 별자리들도 그냥 만든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여러분도 눈치채셨겠죠? ^^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깨알같이 연결되는 이 서사.

꼬마 돼지들은 모두 진짜 꿈나라로 떠나고 엄마와 아빠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군요.

육아 동지로 이 꿀맛 같은 시간이 부디 오래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정말 몇 문장 안 되는 그림책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참 말을 많이 했네요.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는 그런 책인 거죠.

글은 정말 최소한의 이야기만 하고 그림이 모든 걸 소곤소곤 들려주는 그림책이면서

그림에 집중하게 만들고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정말 잘 그린 그림책이에요.

꼬마 돼지들처럼 동글동글하고 포근포근한 그림들은 친근감을 불러 일으키고 사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꿈과 현실이 맞닿아 있는 아이들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 깊은 속내에 감탄했고요.

크든지 작든지 주변의 현실을 꿈이라는 세상에서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주는 그 다정함이 따듯했어요.

저는 집중력이 공부할 때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이 그림책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집중력은 바로 그 다정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열쇠라는 것을요.

아이들이 얼마나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는지 놀라게 되실 거예요.

잠자리라는 현실과 꿈이 포개어져서 만들어낸 주름 사이에 누워

다정한 순간들을 수도 없이 마음껏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 넘치고 밝은 에너지로 마음을 풀어주는 잠자리 그림책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꿀꿀 꼬마 돼지 친구들이 들려주는 꿈같은 꿈나라 이야기를 아이들과 보다 보면

어느새 꿀잠에 빠져 들게 되실 거예요. 꿀꿀꿀~*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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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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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휴대폰으로 알림이 옵니다.

오늘의 코로나 확진자 수를 알려주는 알림.

한 자리였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세 자리 숫자가 연일 뜨고 있는 요즘이네요.

아픈 이들도 늘어만 나는 것 같고, 코로나 상황에 지쳐가는 모두와 함께 보고픈 그림책이 생겼어요.

바로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입니다.


주인공 아모스 할아버지는 동물원에서 일해요.

매일 아침 자명종 시계 소리에 맞춰 일찍 일어나 말끔하게 다려 놓은 작업복을 입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정각 6시에 도착하는 5번 버스를 타고 동물원에 갑니다.

언뜻 보기에 평범하고 성실한 할아버지 같은데요.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있어요.

아무리 할 일이 많아도 늘 짬을 내어 친구들을 보러 가는 일이지요.


할아버지는 코끼리와는 체스를 두고, 거북이랑은 달리기 경주를 하고,

펭귄과는 말없이 앉아 있고, 코뿔소에게는 손수건을 빌려주고, 부엉이한테는 이야기책을 읽어 줘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천천히 체스 말을 옮기는 코끼리를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고,

거북이의 완주를 응원하며 매번 거북이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몹시 수줍음 타는 펭귄 곁에 말없이 앉아 함께 있어 주고,

늘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에게는 더러워하는 기색 전혀 없이 손수건을 빌려주고,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 부엉이에게 용기를 주는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부산스럽지 않게 스며들듯이 고요한 방식으로 전하는 할아버지의 다정함.

그것은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생기거나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매일 매일의 세심한 바라봄과 알아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다정함일 거예요.

다정함의 시작은 알아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상대의 기분을, 감정을, 필요를 알아주는 일, 말이나 몸짓으로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것들을 알아주는 일.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한 하루 하루 잠깐의 시간들 속에서 할아버지의 다정함은 쌓이고 쌓여 깊어지고 넓어졌겠죠.


그런 다정한 아모스 할아버지가 어느 날 동물원에 오지 않습니다.

기다리던 친구들은 안 되겠다 싶어 동물원을 박차고 나오지요.

자, 동물 친구들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요?

부디 여러분도 할아버지의 마음과 친구들의 마음이 만나는 자리에 함께 하셨으면 좋겠네요. ^^

문득 이심전심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사실 가족과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이 그림책을 부부가 공동작업했다는 게 대단해 보여요.

글의 정서와 그림의 정서가 이렇게나 잘 통하는 그림책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의 마음이 잘 통했다는 말이겠죠. 이 그림책의 아모스 할아버지와 동물 친구들처럼 말이에요.


할아버지 병문안을 마치고 동물원으로 돌아오는 친구들의 뒷모습이 따뜻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정함을 할아버지에게 채워주고 다시 돌아오는 친구들의 우정이 기특해서

모두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지네요.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그 엄청난 영향력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서로를 다독이는 다정한 마음의 영향력을 더 신뢰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서로 아픈 날 서로의 다정함을 더 많이 꺼내보이는 것 같네요.

당신의 다정함이 오늘도 차곡차곡 쌓이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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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을 만났어 - 2021년 문학나눔 도서 선정 그림책 숲 23
휘민 지음, 최정인 그림 / 브와포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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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제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그림책과 동시책인데요.

아름다운 그림과 동시가 함께 서로를 반짝거리게 해주는 동시그림책 한 권을 열어보며

제 안에 흐려진 아이의 마음을 뽀득뽀득 닦아 다시 맑게 빛나게 해주려고 합니다.

휘민 작가님이 동시를 쓰시고, 최정인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동시그림책 <기린을 만났어>


세상의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자기 자신은 어디에서 왔는지 늘 물음표를 마음에 품고 사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자연과 만날 때, 자연의 품 속에 있을 때에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데요.

1부에서는 하나 하나의 생명에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며 관계를 맺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담긴 동시들과

파릇파릇한 초록색과 파란색 계열의 생명력 가득한 그림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주변을 보는 아이의 재미난 시선과 엉뚱한 상상들, 낮과 밤의 전환, 날씨의 흐름과 변화를 소리말과 모양말들로

채워낸 동시들은 소리내어 읽고 싶어지네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리고 귀를 활짝 열어 두고 있지요.

그렇게 누군가에게서, 자연에게서,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자랍니다.

상처 받기도 하고, 상처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야 하기도 하고, 격려와 지지를 받기도 하면서

삶의 다양한 소리에 귀기울이고, 여러가지 맛을 보며, 그리고 이런 저런 냄새를 맡으며 말이에요.


3부 잠깐 신어 본 신발


2부에서 젖니가 빠지거나, 감정과 생각의 충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을 경험하는

유년의 성장으로 단단해져가는 아이의 자아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데요.

3부에서는 외부로 점차 확장되어가는 아이의 세계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있구나 싶습니다.

주변의 생명들, 동물들을 통해 자연의 자연스러움과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배려와 감사가 깃든 시와 그림들을 따라가며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아이의 마음에 감탄하게 되네요.


4부 매일 아침이 기적


늘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불쑥 커보일 때가 있습니다.

혼자만의 비밀도 생기고, 짜장면 한 그릇을 혼자서 다 먹을 수 있게 되고,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오롯한 한 사람이구나 싶을 때 말이죠.

시와 그림을 통해 그런 순간들 하나 하나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을 보는 아이와 엄마도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휘민 작가님의 동시와 더불어 최정인 작가님의 상상력이 더해진 그림을 보면서

아이의 마음에 한층 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기린을 만났어>라는 동시그림책 안에서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 아이들의 시간이 모여지고, 겹쳐지면서

마음의 호수 안에 동심원을 그려주니 감동의 물결이 잔잔히 퍼집니다.

어쩌면 아마도 살짝 설레는 기분을 느꼈던 것은 처음 마음, 우리의 그 첫 마음이 시작되는 그 지점이 숨겨져 있는

비밀의 화원 같은 마음을 만나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비밀의 화원으로 놀러 오실래요? 어쩌면 여러분도 기린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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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 딱따구리 그림책 31
로라 바카로 시거 지음, 김은영 옮김 / 다산기획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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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의 첫번째 색인 빨강.

수도 없이 많은 색 중에서 가장 먼저 눈의 띄는 색은 바로 빨강입니다.

괴테는 빨강을 색의 왕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우리들의 눈을 한 번에 사로잡는 강렬함 때문에 그랬을까요?

그렇게 눈길을 끌어당기고 마음을 물들여버린 빨간 그림책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을 펼쳐 봅니다.


표지를 넘기자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아래 숲 속을 가로지르는 여우 가족이 등장하네요.

네 마리 중 유독 붉은 빛을 띈 작은 여우 한 마리가 다른 가족들과 살짝 거리를 두고 있어요.

어린 여우에게 세상은 얼마나 신기한 게 많은지 눈길을 발길을 멈추게 되는 때가 많아 그런 거겠죠?


환하게 세상을 밝혀주는 빨강, 바로 태양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하루.

그런데 아기 여우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네요.

분명 가족들과 함께 있는 걸 봤는데 아마도 한눈을 팔다가 헤어진 모양이군요.

이 붉은 꼬마 여우가 부디 가족들을 찾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꼬마 여우는 가족을 찾아 다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까지 내려오는데요.

공놀이를 하던 아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람들이 쓰던 목재에 박혀 있던 뾰족한 못에 발바닥을 다쳐 빨간 피를 흘리기도 하고, 철조망 때문에 맛있어 보이는 빨간 사과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지요.

높다란 빨간 벽돌담에 막혀 더이상 갈 수도 없게 돼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불안함, 배고픔과 목마름에 힘이 들고 지친데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길 잃은 빨강.

울긋불긋 가을의 빨강 속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쳐놓은 거짓 빨강에 속아 위험에 빠지는데요.

꼬마 여우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림책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에는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이 나옵니다.

길 잃은 여우 빨강의 여정을 따라 가며 우리는 다양한 빨강들을 만나게 돼요.

자연의 빨강, 사람들이 만든 빨강, 감정의 빨강, 진실과 거짓의 빨강에 이르는 그야말로 빨강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위험한 빨강에 반성하게 되더군요.

죄책감에 마음이 짓눌려 점점 무거워질 때 즈음 철컹!

작가님의 그려놓은 따뜻한 구원과 위로의 어쩌면 화해와도 같은 빨강이 등장하는데요.

저는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종은 다르지만 동물들에게도 인간들에게도 똑같은 붉은 색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빨강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겠다 싶어요. 그러니깐 세상의 많고 많은 생명이 될 수도 있겠죠.

작가님이 세상의 많고 많은 생명에게 사랑을 담아 이 책을 쓰신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한때는 내 안에서 자라던 생명이었던 아이가 옆에서 엄마에게 준다며 빨간 색연필로 하트를 그립니다.

하트와 빨강,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빨강은 살아 있어 사랑이고, 따뜻한가 봅니다.

길 잃은 여우 빨강이처럼 몸과 마음이 지치고 추운 날에 이 책을 꼬옥 안아 보세요.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이 품고 있는 따뜻한 온기로 우리를 데워주고 따뜻하게 지켜줄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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