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때문이야 맑은아이 12
신현경 지음, 이갑규 그림 / 맑은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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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비를 잔뜩 맞고 있는 원숭이 표정이 심상치가 않네요.

<아빠 때문이야>라는 제목을 보니 아빠 때문에 뭔가 단단히 심통이 난 모양인데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합니다.

아빠와 무슨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부디 아빠랑 서로 잘 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꾸만 생기는군요.



새로 이사 온 긴팔원숭이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던 거미원숭이, 안경원숭이, 양털원숭이와 친구가 됩니다.

세 꼬마 원숭이는 긴팔원숭이에게 친절하게 술래잡기 방법을 가르쳐 주지요.

문득 이사가 잦았던 저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는데요.

가는 지역마다 같은 놀이도 조금씩 이름이 다르거나 방식이 달랐던 게 생각나더군요. ^^

친절한 세 친구 덕분에 긴팔원숭이는 쉽게 적응할 수 있겠다 싶어 안심부터 되는 엄마 마음이란...

그렇게 네 꼬마 원숭이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 날마다 모여 술래잡기를 했지요.

그런데 하루는 갑자기 내린 장대비로 나무가 미끌미끌해진 데다가 우르릉 쾅 천둥이 치는 바람에 긴팔이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맙니다.



다행히 나무에서 떨어진 긴팔이는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지만 마음을 다치고 마는데요.

친구들에게 화를 내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짜고짜 아빠에게 "아빠 때문이야!"라고 화를 냅니다.

걱정된 친구들이 하나씩 긴팔이네 집으로 찾아와서는 사과를 하고 같이 놀자고 말하는데요.

과연 긴팔이가 화난 이유를 아빠와 친구들은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친구들와 긴팔이는 화해를 하고 다시 전처럼 함께 즐겁게 놀게 될까요?


긴팔이 아빠는 긴팔이를 기다려 줍니다.

긴팔이가 화난 이유를 말해 줄 때까지요.

처음엔 말하지 않고 화만 내던 긴팔이는 마침내 그 이유를 아빠에게 말해줘요.

아빠는 긴팔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친구들의 마음이 어떨지도 긴팔이에게 이야기해 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온 친구 양털이와 긴팔이의 대화가 무척 인상적인데요.

양털이가 먼저 긴팔이에게 자신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숨바꼭질 하는 게 싫었다고 그리고 그런 점을 친구들이 먼저 알아주기를 바랐다고 고백해요.

친구 양털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자 긴팔이도 놀다 말고 집에 온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고요.

"몰라줘서 미안해."

"말해 줘서 고마워."

두 친구는 마음 속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렇게 더 돈독한 사이가 됩니다.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은 각각의 개인이 만나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을 저는 그림책 <아빠 때문이야>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잘 표현하고, 공감해주고, 이해하는 것을 배우는 작은 친구들의 성장이 참 예쁘고 기특하네요.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내 감정의 주인으로 스스로 책임을 지는 나로 잘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될 거예요.

<아빠 때문이야>의 꼬마 원숭이 친구들 덕분에 말이에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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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의 빙수 가게 미운오리 그림동화 4
다니구치 도모노리 지음, 고향옥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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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한 여름의 열기가 매일 우리를 녹초로 만드는 요즘 어떻게 더위를 달래고 계신가요?

전 시원한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몸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빙수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여기 좀 특별한 빙수 가게가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볼까 해요.

알록달록 색색깔의 물을 담은 병을 앞에 두고 카멜레온 한 마리가 빙수기를 돌리고 있는 표지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나요?

자, 어떤 빙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가득 안고서 <빙수 가게>로 출발!



온 세상을 여행하며 빙수를 파는 카멜레온.

세계 곳곳에서 모은 다양한 색깔의 시럽이 가게의 자랑이랍니다.

오늘의 첫 손님은 시무룩한 원숭이군요.

손님의 기분에 맞춰 노란빛 해님 빙수를 추천하네요.

크게 한 입 먹은 원숭이는 이글거리는 사막의 햇볕을 듬뿍 받아 힘이 불끈 솓는다며 만세를 부릅니다.



다음 손님은 더위를 먹어서 얼굴이 빨개진 북극곰인데요.

카멜레온은 달콤한 소다와 짭짤한 바닷물로 만든 파란빛 바닷바람 빙수를 권하는군요.

이번에도 북극곰 손님에게 바다를 소환해 주는 마법 같은 빙수를 대접하며 미션 클리어!

이후로도 며칠 동안 잠을 못 자 눈이 퉁퉁 부은 코알라, 입맛 없는 토끼, 배부른 사자 손님들을 맞이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빙수를 만들어 주는 빙수의 달인 카멜레온을 보고 있자니 저도 이 가게로 당장 달려 가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정작 카멜레온 자신은 주변 색에 따라 변하는 자신의 진짜 색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을 하는데요.

빙수의 계절이 가고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가게 문을 닫고 빙수 재료인 얼음을 구하러 북쪽 끝 차디찬 얼음 나라로 떠나지요.

그곳에서 카멜레온은 마침내 자신의 색을 발견합니다.

자기 색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이 가득해 빛이 나는 것 같아 보여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나 스스로가 별로인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손님들에게 맞는 온갖 종류의 마법 같은 빙수를 만드는 카멜레온도 정작 자신의 색이 뭔지 몰라 작아지다 못해 사라지려고 하는데요.

참 다행히도 추운 얼음 나라에서 투명해 무슨 색이든 될 수 있는 자신만의 색을 찾아내지요.

카멜레온은 자기 밖의 세상에서 자기 색을 찾으려고 했기에 다른 친구들처럼 세상의 수많은 색 중 하나만이 자신의 색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것도 없다 생각하고 들여다 본 투명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서는 드디어 답을 찾은 순간.

카멜레온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을까요?

자신을 찾아가는 카멜레온의 여정을 보며 누구나 자신의 색이 있음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나만의 나를 찾는 나만의 여행, 나만의 시간은 힘들어도 마침내 찾은 내 자신은 세상에 하나 뿐인 소중한 나라는 사실을 그림책 <빙수 가게>에서 시원하게 만났는데요.

가슴 뻥 뚫리는 이 시원함을 모두가 느끼면 좋겠습니다.

카멜레온만이 만들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빙수가 기다리고 있으니 <빙수 가게>로 어서들 오세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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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정화진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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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고, 또 제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한데요.

여기 저처럼 7월에 출간된 생일 그림책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애정하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님이 쓰고 그린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이 바로 그 주인공!

무언가에 놀라 달려가는 코끼리 등 위에 아이가 위태롭게 귀를 잡고 가는 모습에 위험해 보이는가 싶다가 즐거워 보이는 아이 표정에 이내 안심을 했네요.

도대체 누구의 생일에 어떤 대소동이 일어났는지 초대 받지는 않았지만 궁금한 마음에 어서 들여다 볼까 해요. ^^



이 아이가 일주일 후에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할 주인공인 해럴드 필립 스니퍼팟이에요.

파티를 너무 싫어하는 부모님 덕분에(?) 한 번도 생일 파티를 해 본 적 없는 친구지요.

해럴드가 보기에 부모님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고 마음이 메말라서 파티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파티 없이 지나갈 생일을 속상해 하는 해럴드를 보고 엄마는 폰죠 아저씨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독특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는 폰죠 아저씨는 잊지 못할 특별한 생일 파티를 만들어 준다고 약속을 하는데요.

자, 과연 어떤 생일 파티가 해럴드를 찾아올까요? ^^



드디어 기다리던 해럴드의 생일!

초인종이 울리고 해럴드는 문을 열었습니다.

해럴드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동물 친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당연히 너무 놀라 해럴드와 부모님은 뒤로 자빠질 뻔했지만, 어쨌든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해 그럭저럭 모두 즐거운 분위기로 시작은 괜찮은 듯 했는데요.



이내 상황은 바뀝니다.

집 안 곳곳에서 제멋대로 굴기 시작하는 동물 친구들을 보며 해럴드 가족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요.

자, 과연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해럴드의 생일 파티는 어떤 결말에 이를까요?


아이는 태어나는 날 생명을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생일은 축하를 넘치게 받아도 마땅한 날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생일에 제대로 된 축하를 받지 못하는 해럴드.

그리고 무엇보다 냉랭한 분위기의 부모님을 보면서 해럴드는 늘 위기의식에 불안했을 것 같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해결사 폰죠 아저씨의 특급 처방전은 정말 기가 막히는데요.

저는 그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온갖 동물들이 찾아와서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데 인상적이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거겠죠? ^^;;)

표면상으로는 사람이 사는 집답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집을 동물들은 동물다운 방식으로 완전히 뒤집어 놓아요.

옮기고, 깨고, 부수고, 물어뜯고, 오물을 배설하고 그야말로 난장판 중의 난장판이 되는 집안.

결국 엄마와 아빠는 두려움에 숨기까지 하지요.

아이에게는 동물들의 그 모든 감정 표현과 행동이 자연스럽지만 엄마와 아빠는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기에 그런 표현들로부터 그저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하지만 모든 상황이 악화되기만 한다고 생각했을 때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도 하지요.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우르르 동물들은 집 밖으로 나와 퍼레이드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해럴드의 유일무이한 엉망진창 최악의 생일 파티는 그 정점을 어디에서 찍게 될까요?

(궁금한 건 직접 확인해야 제 맛이라는! ^^)

파티가 끝나고 해럴드는 우리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더없이 최악이라 생각한 순간에도 정말 믿을 수 없이 멋진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악의 생일 파티가 정말 믿을 수 없이 멋진 생일 파티였다는 거예요.

해럴드에게 이 파티는 진정한 축하를 받고,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해럴드가 한 가족임을 다시 확인하는 대소동이었거든요.

최악의 순간을 거쳐 최고의 순간을 만나기까지 그 모든 소동의 한 가운데에서 코끼리의 귀를 놓지 않고 있던 해럴드의 용기와 기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그리고 축하의 박수도 함께 말입니다.

해럴드는 이제 진짜 7살이 되었으니까요.

뒤죽박죽 엉망진창 난리법석이긴 해도 기적 같은 순간을 선물처럼 준비해 둔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

이렇게 스펙터클한 파티는 또 없을 테니, 아이의 성장과 함께 부모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이 멋진 파티를 부디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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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물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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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겨울일까요? 여름일까요?

분명 단발머리 여인의 뒷모습을 보면 여름에 어울리는 옷차림인데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겨울이 맞을 텐데 어째서 여자는 추위에 코끝이 빨개지도록 그냥 견디고 있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벌이라도 주는 걸까요? 도대체 누가 여자를 쫓아낸 걸까요?

눈이 내려 여자의 몸에 닿자 그대로 녹아 물이 되어 흘러내리네요.

저것이 눈이 녹은 물인지, 여자의 눈물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 잘 모르겠다가도 왠지 다 알 것 같아 서늘하면서도 평온해지는 이상한 기분이 드는 표지.

안녕달 작가님의 <눈, 물>은 시작부터 눈에서 물 그리고 다시 눈물이 되는 그 모든 순간이 한 번에 다가오는 신기한 경험을 기대하게 하는군요.



눈 내리는 겨울밤, 어쩌다 홀로 눈아이를 낳은 여자.

자신의 체온에 눈아이가 녹을까 전전긍긍하지요.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안는다는 행위로 전달하는 순간 눈아이는 사라져버릴 수 밖에 없어 여자는 최소한의 체온을 유지해 최대한 자신을 차갑게 만들고 아이와 거리를 두며 최선을 다해 아이를 지켜내야 합니다.

눈아이를 상실하느니 차라리 끊임없이 추위에 시달리는 고통을, 안고 싶지만 안을 수 없는 목마름을 기꺼이 받아들이지요.



그렇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눈아이를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깥 세상에는 눈아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봄이, 따뜻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운 봄이 옵니다.

여자는 어떻게든 이 눈아이를 지켜야 했기에, '언제나 겨울'이라는 것을 찾아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봄이라는 계절과는 무관하게 세상은 차가운 겨울 그 자체였지요.

'언제나 겨울'이라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여자는 세상의 유혹은 뿌리치지만 결국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외면받습니다.



시간은 그저 속절없이 흐르고 또 흐르네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언제나 겨울'이라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여자는 돈을 벌기 위해 그야말로 갖은 희생과 고생을 하면서도 정작 눈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데요.

어느 순간 여자는 세상의 덫을 끊고 유일하게 지켜야 할 눈아이를 향해 달려갑니다.

가진 것이 사랑 뿐인 여자에게 세상은 절대로 관대하지 않았고, 여자의 집에서 여자를 기다리는 것은 눈아이가 아니었지요.


차가운 눈아이는 어쩌면 애초부터 지킬 수 없는 존재임을 알았음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그것을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제발 여자가 눈아이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슬아슬하게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지만 결국 여자의 눈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 그 물이 눈아이와 만나는 순간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흐를 수 밖에 없었지요.

따스한 그 눈물은 눈아이를 해치지 않는 유일한 따스함이었어요.

여자는 그렇게 눈물로 눈아이를 겨우 안고 입맞출 수 있었고요.

따뜻한 사랑과 눈물 없는 이 미친 세상에 지켜야 할 유일한 존재가 있는 한 사람이 맨몸으로 뛰어들어 외롭고도 눈물겨운 싸움을 합니다.

남은 것은 눈물 뿐인 이야기지만 그것은 그냥 눈물이 아니기에 항상 우리들 마음 밑바닥에 고여 있을 거예요.

<눈, 물>은 사라질 뻔한 눈물의 생존을 눈물로 그린 이야기로 메마른 우리를 적셔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두의 마음에 소리 없이 <눈, 물>이 내려서 쌓이고, 흘러 넘쳐서 눈물로 돌아오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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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학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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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이 되어 처음 학교에 갔던 날을 기억하나요?

자세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 몸보다 큰 옷을 입고 다른 아이들과 운동장에 서 있던 이른 3월의 조금은 차가운 공기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아직도 몸이 기억하는 그날의 찬 공기가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올 텐데요.

곧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에요.

학생이 아닌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니 또 학교와 연결고리가 생기는군요.

(게다가 학교가 직장이었던 터라 전 삶의 대부분을 학교와 함께할 운명인가 싶네요. ^^;;)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을 학교에 다니는 우리들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림책 <와 학교>에서 어쩌면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를 향해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디 아이가 착지를 잘 하기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따라가 볼까요! ^^



'드르륵' 낯선 교실 문을 열고 그 자리에 멈춰 선 아이.

익숙하고 포근한 엄마 품 같은 집이 아닌 낯선 학교와 교실 그리고 친구가 될 낯선 아이들을 바라보며 설렘과 불안함에 그대로 정지.

집에서는 아이인 나였다면 이제부터 학교에서는 학생으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오롯이 받던 아이에서 수많은 학생 중 하나가 됩니다.

그렇게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는데요.



엄연히 집과 다른 학교만의 분위기와 질서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겠지요.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저 어색하고 낯설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될 거예요.

하지만 나라는 존재 밖에 있는 공동체가 가정 외에 또 있음을 아이는 조금씩 깨닫고 서서히 알아가고 배웁니다.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는 지식만 전수받는 장소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역할의 확장을 배우고 깨닫는 장소였음을 깨닫게 되는데요.

사실 본래 그런 곳인데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싶더군요.



학교가 좋은 날도, 학교가 싫은 날도 있습니다.

마치 내가 좋은 날도 있고, 싫은 날이 있는 것처럼, 엄마가 좋은 날도 있고, 싫은 날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빛과 어둠, 맑은 날과 흐린 날, 웃음과 눈물, 칭찬과 야단, 흑과 백, 네와 아니오 같은 수많은 양극의 사이를 오고 가는 여행을 하며 아이는 그렇게 성장해 가네요.

상처를 입을 때도 있지만 상처를 보듬고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며 점점 더 단단해져 가면서요.


새삼 돌이켜 보면 전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이 그리 달갑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와 학교>를 보면서 내가 몰랐던 학교를 새롭게 알아가는 것 같았어요.

다니카와 슌타로 작가님의 단순한 문장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이 있는 글과 하타 고시로 작가님이 그린 다정한 친구 같은 그림은 우리의 손을 잡고 학교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가 어떤 곳인지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학교에 가고, 학교를 다니고, 학교와 작별인사를 나누기까지의 모든 시간들을 함께 하며 다시 학교를 만나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지요.

그리고 아마 어른들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인생으로 확장해서 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요.

살아가는 일이 배움의 연속이고 우리는 모두 삶의 학생들이기에 제게는 '나와 학교'라는 제목이 '나와 인생'처럼 보이기도 했답니다.

'학교'와 '인생'이 나를 어떻게 품고 기르는지, '나'는 어떻게 배우고 살아가는지를 발견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저 책 속으로 폴짝 뛰어 들어오시면 돼요.

표지의 아이인 나처럼 말이지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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