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코드를 구하라 - 이야기로 만나는 코딩의 원리 과학과 친해지는 책 22
달에 지음, 최영훈 그림 / 창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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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넘치는 열두 살 초등학생 인오는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좀 더 놀다가고픈 생각에 놀이터에 갔다가 도움을 요청하는 인공 지능 로봇 반야를 만나게 된다. 인오의 허벅지 높이만 한 로봇 반야는 유명한 천재 과학자를 아빠로 두고 있고 연구소에 침입한 괴한에게 아빠와 같이 납치를 당해 도망치던 중 아빠는 다시 잡히고 자신은 간신히 빠져나와 무조건 멀리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망치면서 이리 저리 부딪히고 계단에서 구르기도 하며 충격을 받았는지 기억을 잃어버린 반야. 아빠를 구하기위해 자신의 기억을 복구하는걸 도와달라는 반야를 외면할 수 없었던 인오는 반야를 돕기로 한다.

인오가 학교 간 사이 스스로 몸의 손상된 부분이 어딘지 점검해 본 결과, 하드웨어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소프트웨어가 문제인 것 같았다. 소프트웨어를 재설치해야 손상된 소프트웨어를 복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실행 파일은 없고 소스 코드만 남아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스 코드를 복구해야만 하는데, 그러기위해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뭔지는 알지만,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혀 모르는 인호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에 대해서 배워야만 했다.

반야가 배에 뜬 화면을 보며 열심히 설명해 주었지만 인오는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코딩을 해보기는 커녕 컴퓨터도 잘 모르는 인호가 반야의 도움을 받아 이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입과 성대가 없는 대신 몸 속에 있는 떨림판을 진동해 소리를 내며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고, 로봇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상황 설정이 특이해서 읽는내내 정말 흥미로웠다. 자칫 지루하고 어려울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독특한 소재 덕분에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C언어, 자바, 파이썬 등과 같이 실제로 널리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바탕으로 어린이가 이해하기 쉽게 지은이가 새롭게 만든 언어로, 실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는 사용할 수 없으나 코딩의 기본 개념과 핵심 원리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야로부터 본격적으로 코딩에 대해 배우는 인오를 따라가다보면 코딩이란 무엇인지, 인오와 반야가 문제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소스 코드, 알고리즘, 함수 등 코딩의 기본 개념을 배우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알아볼 수 있다.

반야를 고치기 위해 반야의 도움을 받아 코딩의 기본기를 익히는 이 모든 과정들이 코딩을 처음접하는 사람이라면 좀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었을텐데 주인공 인호가 코딩이라는 걸 처음 접해본터라 그를 이해시키기위해 예를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처음 코딩을 접하는 사람도 쉽게 그 원리에 대해서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반야의 정보 창고>는 궁금해 할 법한 이야기들을 그때 그때 적절하게 설명해주어 그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도와준다.

<인오의 연습문제>는 단순히 책을 읽는것에서 그치는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이해했던 부분을 문제를 통해 본인이 직접 풀어보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다시금 읽었던 내용을 곱씹을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가 책을 만드면서 많이 심혈을 기울였다는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코딩의 코자도 몰랐던 인오가 반야를 통해 코딩의 기본 개념과 소스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익히고, 키워드와 함수를 조합해서 소스 코드를 작성하고, 컴파일도 해보는 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코딩이 무조건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하나하나 코딩의 기본 키워드를 배워나가면서 이제까지 별 생각없이 썼던 컴퓨터의 기능들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켜고 클릭 한 번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것도 다 소스 코드를 관리하는 규칙이 진화해 온 덕분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반야의 말대로 사람들이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해서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했겠지. 프로그래머들은 단순 반복과 오류를 줄이기위해 얼마나 꾸준히 노력하고 고민을 해왔던걸까.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들이 이렇게 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었을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나니 지금 이렇게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줘 프로그래머들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이 책 한 권으로 코딩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정확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코딩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컴퓨터 과학의 기초인 코딩의 개념과 원리를 잘 이해하고 코딩이 결코 마냥 어렵지 않다는걸 느낄 수 있게 해주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딩을 처음 접해보는 우리 아이도 부담없이 읽은터라 더더욱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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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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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69세 홀아비 아서 페퍼, 아내의 숨겨진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나다!

 

 

 

 

 

 

 

 

 

 

 

 

 

꼭 1년 전 오늘, 그의 아내가 죽었다.

세상을 떠났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죽었다라는 말이 욕이라도 된다는 듯이. 아서는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증오했다.

그 말은 잔물결이 일렁이는 운하를 가르며 지나가는 보트처럼, 혹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떠다니는 비눗방울처럼 온화하게 들렸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그렇지가 않았다.

40여 년의 결혼 생활 끝에 이제 이 집엔 그 혼자만 덩그라니 남았다. 침실이 세 개인 이 집엔, 장성한 딸 루시와 아들 댄이 연금으로 시공하라고 했던 침실에 딸린 샤워 룸도 있었다. 새로 시공한 주방은 너도밤나무 원목에 나사 우주 관제 센터에나 있을 법한 레인지가 달려 있었다. 혹시라도 로켓처럼 집이 발사될까봐 아서는 그 레인지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집에서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가 얼마나 그립던지. 계단을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 심지어 문이 쾅 닫히는 소리마저도 너무나 듣고 싶었다. 층계참에서 떨어져 뒹구는 빨래 한 무더기가 그리웠고 현관에서 진흙 묻은 장화에 걸려 넘어지고 싶었다. 아이들은 그 장화를 웰리밥이라 부르곤 했다. 혼자 사는 삶의 정적은 그가 불평했던 그 어떤 생활 소음보다도 그의 귀를 먹먹하게 했다. (p.10-11)

주인공 아서 페퍼는 매일 아침 아내 미리엄이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정확히 7시 30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전날 밤 꺼내둔 옷을 입고, 면도를 하고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하고 8시 30분이 되면 설거지를 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매일 꾸역꾸역 견뎌내는 일상의 반복. 꼭 1년 전 오늘 그의 아내가 폐렴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

40여 년의 결혼 생활 끝에 이제 이 집엔 그 혼자만 덩그라니 남았다. 그와 아내 미리엄은 서로 너무나 사랑했고, 모든 걸 함께 했다. 그래서 그 상실감이란 이로 말할 수 없이 깊었다.

몇 주 전 마지막으로 딸 루시와 통화했을때 그녀는 유품을 정리하라고 말했다. 정리하고 나면 한결 기분이 나아질꺼라면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고 있는 아들 댄은 집 안을 박물관으로 만들지 말고 다 내다 버리라고 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대체 어디로 나아가란 말인가. 그의 나이는 예순아홉이었다. 10대 청년도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라니. 물론 그도 알고 있다. 언제까지고 그녀를 붙잡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걸 이제 그는 그녀를 그의 삶에서 걷어내야 했다.

그는 천천히 거울 달린 옷장 문을 열었다. 아내의 옷장을 정리하는 건 그녀에게 다시 한번 이별을 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내의 옷장에서 장미와 은방울꽃이 섞인 그녀의 향수 냄새가 풍겼다. 그는 이 모든 게 악몽이고 그녀가 아랫층에 있길 바랬지만 다 부질없는 꿈일 뿐이다. 이 일을 미루고 싶지만 해야만 했다. 신속하고도 조용히 일을 처리하며 정리를 반쯤 끝내고 신발을 정리하는데 부츠속에서 하트모양의 상자를 발견했다. 그 속에는 묵직하고 둥근 고리들과 하트 모양의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화려한 금팔찌가 담겨 있었다. 독특한 건,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 모두 여덟개의 참들이 달려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아내를 위해 이런 선물을 산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것들을 좋아했다.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봐도 미리엄이 그 팔찌를 끼고 있는 걸 본 기억도, 참을 그에게 보여준 기억도 없었다.

미리엄의 옷을 처분하는 건 하나의 의식이었고, 그녀의 물건들, 그녀의 신발들, 그녀의 세면도구로부터 이 집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상실감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한 걸음이었다. 그러나 새로 발견한 참 팔찌는 그런 그의 의지를 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그 팔찌는 의문이 없던 곳에 의문을 제기했다. 팔찌가 하나의 문을 열었고 그는 그 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코끼리 참을 시작으로 참 하나하나에 담긴 그녀의 추억들을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이처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서가 미리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곳곳에서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는 비록 그의 곁에 없지만, 그녀가 떠나고 나서도 그녀는 언제나 그와 함께였다. 보이는 곳마다 그녀와 함께 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상실감이 컸던 만큼 아내의 옷을 정리하다 발견한 팔찌에 그가 받았을 충격과 분노는 아무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충동적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뭔가에 이끌리듯 코끼리 참에 새겨진 번호를 눌렀고 전화를 받은 메라씨를 통해 그가 한번도 그녀에게 듣지 못한 아내의 과거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두 사람이 만나기 이전의 미리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참에 담긴 사연들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아마 그가 거기에서 멈추었다면 살아가는 내내 그는 나쁜 상상으로 절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은 그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휘저어 놓았다. 이건 더 이상 미리엄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다. 아서가 발견한 건 결국 그 자신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령 드 쇼펑이라는 작자에 대해 아서가 느끼는 감정이 불안과 질투라고 해도, 그 감정으로 인해 그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미리엄이 죽고 집안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우울한 표정으로 서성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여행은 그가 그녀에 대해 알지 못했던 아내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아내의 행적을 쫒으며 그를 만나기 전에 미리엄이 이토록 충만하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다는 걸 알게 된 지금 그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혹시나 그녀를 숨막히게 했던 것은 아닌지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이내 그렇지 않음을 깨닫는다.  

내가 남겨놓은 팔찌가 가져다준 파장은 실로 엄청났다. 규칙적인 일상을 좋아해 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웬만해선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던 그가, 일상의 조화가 깨어진다는 생각 만으로 이마에 진땀이 나던 그였지만 아내의 과거를 쫓으며 자신이 평소라면 절대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왜 새로운 것들에 좀 더 마음을 열고 살지 못했는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후회를 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기 시작한다.

그냥 생각만하고 그대로 있기만 했다면 모든 것이 그대로였겠지만 아서는 아내의 발자취를 따라 과거를 쫒으며 낯선 환경속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하고 받기도하면서 그렇게 소통하며 보다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 변화하며 성장해 나간다. 아서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그가 알지 못했던 그녀의 과거 때문에 크게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역경을 딛고 용기를 내어 일어섰다. 그리고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삶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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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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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한걸음 앞서 받아보는 샘터!

매 달 받아서 보고는 있지만 생각해보면, 매번 새로운 표지를 선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호 표지에서는 새하얀 바탕에 밥상이 차려져 있고 그 위에 먼지가 앉을까싶어 알록달록한 면보자기를 씌워 놓았다.

마치 손님이라도 맞이하는 것처럼 소박하지만 정성을 가득 담아 한상 차려놓은듯 하다.

2018년을 든든하게 시작하라고 샘터가 독자들을 격려해주는 것 같아 그 온기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할머니의 부업수업 넉넉한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맛과 인생

정성 어린 조리법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그녀는 형제자매의 상견례 음식을 도맡았을 정도로 젊은 시절부터 손맛이 좋았다. 9남매 중 여덟째, 딸로는 막내였던 그녀가 요리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건 취직 대신 대식구의 삼시 세 끼를 책임지게 되면서부터다. 맞벌이를 하느라 바빴던 엄마는 집안일을 돌볼 틈이 없었고, 언니들은 이미 결혼했거나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가 주방일을 맡게 된 것이다. 여느 사람들 같았으면 그 같은 상황에 투정과 짜증을 부릴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이 저녁밥상에 둘러앉아 하루의 피로를 푸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김예정씨가 알려주는 통팥죽은 한 시간 정도 푹 삶은 통팥과 냉장고에서 반나절 이상 불린 찹쌀을 섞은 뒤 압력솥에 물을 부어 끓여내는 그녀만의 겨울철 별미다. 압력솥의 추가 달그락거리기 시작한 뒤 중불에서 10분정도 더 두면 완성되는 통팥죽은 부드러운 통팥을 씹는 동안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가 팥을 으깼을 때보다 풍미가 좋다고 한다. 매번 만들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사서먹거나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그녀가 알려주는 방법이 쉬워보이기도 하고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주고픈 마음이 생겨 눈여겨 봐뒀다가 꼭 이번 겨울에 만들어 가족들에게 든든하게 먹이야지하고 혼자서 결심을 했다.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나도 익숙해지지 않을까. 매번 이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음식을 보다 쉽게 자세히 소개해주는 샘터 덕에 할 수 있는 요리가 하나 둘씩 늘어가는 것 같아서 너무나 즐겁다.   



​디자인 이노베이션 정신을 채워주는 정류장

“디자인에서 기능성만이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매우 편협한 시각이다. 인간이 육체뿐 아니라 정신을 지니고 있듯이 디자인에서 기능만 강조하면 육체의 편익만 생길 뿐 정신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디자인은 기능을 넘어서 인간의 정신까지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독일의 멘디니의 버스정류장을 얼핏 보면 알록달록한 장난감 모양의 정류장 모양이 작가의 개성만 챙긴 것 같아 보이기 쉬우나 그런 모양이 삭막한 공간을 초현실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시민들을 상상의 세계로 초대해 오가는 사람들의 정신을 풍족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공공 디자인이라고 하면 이래야 하는데 우리나라와 너무나 비교가 된다.

길가를 둘러보면 적지않게 쓰레기로 어지럽혀진 조형물들이 눈에 띤다. 처음에는 분명히 좋은 의도로 설치되었을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의미는 사라져버리고 흉물스럽게 길가에 방치되어버렸다. 주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그 의미를 사람들이 되새길 수 있도록 좀 더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지금의 그런 현실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친환경 탐구 생활 ​새해엔 플라스틱 다이어트를!

다이어트를! 이라는 글을 보고 새해부터 다이어트 잘 할수있는 비법이라도 알려주려나 했는데 다시 보니 플라스틱 다이어트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구석구석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플라스틱은 정말 무분별하게 사용되어지고 있다. 특히 음료수를 담는 용도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은 거리 곳곳에 나뒹굴고 있을 정도로 과하게 사용되어 지는 것 같다. 

플라스틱은 100년 전쯤 석유를 이용해 개발한 물질로 인류에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가볍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정말 너무나도 많은 곳에 사용되어졌다. 그러나 플라스틱 분해 기간은 500년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고, 어떤 전문가들은 그 기간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도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낸 플라스틱이 태우지 않는 한 자연 상태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당연히 괜찮지 않다. 플라스틱은 아크릴, 폴리에틸렌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재질별로 따로 모아 선별하는 작업도 어렵고, 용기에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어 재활용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밖에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재활용률이 높은 페트병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기는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가 의식을 변화해야 할 때 라는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나 하나부터라도 사용을 줄여나가고자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플라스틱 컵 대신에 미리 준비한 텀블러를 사용한다던지, 화장품 공병수거에 앞장선다든지 노력하다보면 처음에는 변화가 소소하겠지만 하나둘 이러한 마음이 모인다면 빠르게 병들어가는 지구의 속도를 조금은 더디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복 일기 영원한 내리사랑

십 년 전 어느 날, 퇴근길에 잠깐 들르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본가로 향했더니 어머니 칠순 날, 직장 동료들이 선물한 순금 행운의 열쇠 두 개를 들고 나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큰 애 등록금에 보태라고 건내신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차곡차곡 돈을 모아 진작에 대학등록금을 마련해두었고, 형편도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어머니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열쇠를 몇 번이나 어머니쪽으로 밀었지만 어머니는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성화에 못 이겨 건내받긴 했지만 다시 건내면 또 승강이를 벌일 것 같아 금은방에 팔아 절반을 어머니께 떼어 드렸는데 어머니는 그마저도 한 푼 쓰지 않고 저축을 하셨다. 공부를 마친 큰 아이가 결혼하는데 혼수에 보내라며 이백만원을 내놓으시고 여든이 넘어서도 아버지와 함께 벼농사를 짓고 계신데 쌀값을 받았다며 용돈을 보낼테니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하신다.

부모님의 내리사랑은 어찌나 한결같은지 자식된 입장으로 읽으면서 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나도 나중에 내 자식이 자라면 저리되려나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기도한다. 그냥 본인이 먹고 싶은거 좋은 거 사드시고 좋은거 보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부모님은 항상 “괜찮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오직 자나깨나 본인보다도 자식 걱정이 앞선다.  

 

 

 

올해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지인 <샘터>가 오랜 고민 끝에 ‘국민 누구나 부담없이 사서 읽을 수 있도록 잡지 한 권 가격이 담배 값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전통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정가의 인상을 단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계속되는 원가 압박과 급변하는 제작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을까. 새해 첫 달 부터 이런 결정을 감행하기까지 무수히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텐데 그래봤자 고작 과자 2개 가격에 미치지 않는데 독자들이 너그럽게 잘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여 샘터가 새롭게 변화를 꾀했다.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페이지가 넘쳐난다. 기본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수도 있었는데 가격을 올린 만큼 샘터의 내용도 질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여기저기서 많이 고심한 흔적들이 돋보인다. 그러니 누가 불평, 불만을 얘기할 수 있을까.

우선 기존의 페이지에서 8페이지를 증면하여 128페이지로 구성하고, 전 페이지를 컬러로 꾸며 큰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특히나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환경운동가 박경화의 <친환경 탐구생활>은 앞으로 우리가 반드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과제들이기에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또한 문화 지면을 대폭 늘려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연극, 전시, 책 등 다양한 분야를 소개해주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 해 또 얼마나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과 정보를 안겨줄지 앞으로 전해질 샘터의 소식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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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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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앞둔 엄마가

남매와 함께

아름다운 도시 런던과 파리에서

‘여행을 일상처럼’ 머물다 온 시간

 

 

 

 

 

 

목적지는 유럽으로 정해졌다. 이제 그 많은 유럽의 다양한 나라 중 어디로 갈 것인가가 문제였다. 동유럽보다는 서유럽쪽으로 마음이 기울면서 여러 나라와 도시를 생각해보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등 많은 나라 중에 어디가 좋을지, 아이와 나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지 생각하며 고민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조건이 정해졌다.

 

첫째, 안전이 최우선! 아빠 없이 아이들과 함께 다녀도 안전한 나라

둘째, 어느 정도 역사가 깊어서 가서 놀면서도 무언가 배우는 것도 있는 나라

셋째,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나라

넷째, 가능한 한 영어가 통하는 나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조건을 두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영국의 수도 런던이었다. ‘대영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낄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은 나라, 치안이 좋아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나라! 우리의 조건에 딱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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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런던에서만 한 달 머물까 생각했다. 하지만 어렵게 가는 여행인데 한 도시만 둘러보기에는 아까웠다. 유럽까지 간 김에 다른 도시 한 곳 정도는 가볍게라도 더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여러 나라를 다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혹시 런던 외에 가보고 싶은 다른 나라와 도시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았다. 첫째 아이 연희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며, 런던에서 가기가 어렵냐는 질문을 했다. 파리라면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니, 딸의 의견을 따라 파리에서도 머물기로 했다. 물론 나에게도 패션의 나라이자 쇼핑의 나라이니 어딜 가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에펠탑까지 있는 도시가 아닌가! 루브르 박물관은 며칠에 걸쳐 여유롭게 봐야 한다고 하니, 그럼 2주 정도는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런던에서 3주, 파리에서 2주로 한 달간 우리의 여행 일정이 결정되었다.    (p.27-28)

 

 

 

 

 

 

 

 

아이들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공부보다는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더 바라는 주의라고나 할까. 그래서 아이들 학원도 그리 많이 보내지 않는 편이고, 학교도 이렇게 오랫동안 막 빼먹으면서 여행 다니는, 어찌 보면 대책 없는 엄마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한심하고 속 편한 엄마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문법에 맞는 영어도 좋지만, 이렇게 여행지에서 꼭 문법에 맞지 않더라도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용기,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이랑 대화하는 그런 실전 영어 수업.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더욱더 자극되고 즐거운 영어 수업이 아닐까? 너무 자유롭고 싶은 엄마의 긍정적인 해석일지는 몰라도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 (p.156-157)

 

 

 

 

 

 

 

 

 

​엄마에게는 힐링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심어주리라 시작했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많이 배우고 많이 쉬고 많이 뛰어놀게 되었고 엄마는 엄마로서 조금씩 더 배우고 조금 더 성장하게 되는 그런 여행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368)




아이들이 커가면서 함께 떠난 몇 번의 가족 여행을 경험한 끝에,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게 되었으며, 성수기의 번잡함과 고가의 여행보다는 한적한 비수기와 최저가 항공권으로 알뜰하게 여행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마침내 가슴 속에 품고만 있었던 “아이들과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어느 날 ‘유럽 왕복 80만 원’의 최저 특가 항공권에 이끌려 용기 있게 실행으로 옮겨 “런던과 파리”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온전히 하고 싶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며 직접 만끽했던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나누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저자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처럼 늘 가슴속에 품고 망설이기만 했을터 그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저자도 처음 여행을 꿈꾸고 실행에 옮기는 순간에는 많은 걱정과 두려움에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물론 포기했더라도 그 시간을 열심히 살았을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용기있게 떠났고,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 책을 읽고 tv를 보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온전히 선물해 주었다. 솔직히 유명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 작품들은 그 곳에 가지 않아도 책으로도 충분히 보고 알 수 있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큰 차이점이 있다. 그렇기에 한 달이라는 어쩌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짧은 여행이지만 그 곳에서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낀 소중한 경험들은 이로 말할 수 없이 값진 것들이 아닐까. 누구나 그렇듯 혼자라면 아무 걱정없이 떠났을테지만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 정말이지 쉽지않다.

여행을 계획하기도 전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아이와 함께 그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감과 두려움이 앞서는게 사실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나와 같은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주저없이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불편함, 두려움 등 이런 걱정이 주는 것보다는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과 흥분과 설렘과 자유와 행복이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이다. 한국에서 살아도 한국을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런던에서 머문 3주, 파리에서 머문 2주 동안 그 곳의 얼마를 알았을까는 중요하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낯선 외국인에게 손짓과 발짓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의사소통을 하고,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그 나라에서의 경험들을 통해 아이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좀 더 넓을 세상을 알게 되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와는 또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이다.


이들과 함께 한 조금 긴 여행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거웠다. 어디를 봐도 아름답게 보였고 그들을 따라 가다보니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처음하는 여행이라 당연히 힘든 날도 있었고 즐거운 날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이 주는 힘 덕분일까 저자와 아이들은 매일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책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이 책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 이야기뿐만 아니라 출발하기 전 부터 도착해서까지 일정을 아주 상세히 적어두었다. 어떻게 하면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지, 숙소는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 효율적인 짐싸는 방법, 교통편 등 아주 상세히 잘 나와 있어 이 책 한 권으로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책을 덮고 나에게도 목표가 생겼다. 당장에 해외로 떠나는건 자금이 부족하기에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가보지 못한 곳들을 당장 겨울방학에 아이와 함께 둘러보기로! 저자의 말처럼 언제까지만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럼 계속 그 곳에 머무르다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지 그간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오던 것들을 하나둘씩 용기를 가지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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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홍신선 외 지음 / 새봄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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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문학을 선도한 대표적인 시인이자 연극인이었던 노작 홍사용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2001년에 재정되었으며, 매년 그 해 가장 주목할만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한다.

2017년 올해는 여섯 사람의 심사위원들이 추천한 열세 분 시인들의 작품을 심의하여, 홍신선 시인의 작품 「합덕장 길에서」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이번 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자 홍신선의 시를 비롯하여 추천 우수시인인 공광규, 김승희, 김중일, 맹문재, 박성우, 우대식, 이채민, 이현승, 최문자. 함민복의 시가 함께 실려있다.

이번에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홍신선 시인은 폐허의 세계를 견뎌오면서 자기 인식와 초월의 방법을 탐색하는 데 공을 들여온 우리 시단의 대표 중진이라고 한다. 시인의 당선작인 <합덕장 길에서> 시인이 걷고 있는 곳은 합덕장과 얽힌 기억의 길이다. 아침나절이면 읍내버스에 어김없이 장짐을 올려주던 한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되는 이 시편은, 그가 올려 주었던 오랜 세월을 천천히 투과해간다. 저자에 내다팔 채소와 곡식 등속의 낡은 보퉁이들을 들어올리던 그의 외팔과 버스가 출발하고 뒤에 남은 그의 숱 듬성한 뒷머리가 언젠부턴가 보이지 않고 아침녘 버스가 그냥 지나친 휑한 정류장엔 그가 없는 세상이 멍하니 버려져 있다. 오랜 시간의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고 점점 바래져 그가 없는 공간이 휑하니 쓸쓸하게 느껴진다.


사실 매번 감상적인 시들에 익숙해져 있다가 노작문학상 수상작들의 시를 읽어보니 하나같이 심오한 뜻이 담겨있어 이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읽어도 읽어도 공감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아직 내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웠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지 않고 읽은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속에 담긴 시들이 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느낌들이 좋아서였다.

특히 김승희 시인의 <작년의 달력>이 내 눈길을 끌었다.


12장의 그림 달력을 다 넘겼을 때

그 순간

속수무책이다

손 써볼 도리가 없다 

지구를 들어 올리고 있던 힘줄이 일시에 다 끊어졌다​

(계속-)​ 

 

새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아서 일까? 이제 곧 작년의 달력이 되어버릴 달력 앞에서 유난히 짧게 느껴진 올 한해가 떠올라 후회와 아쉬움에 자꾸만 이 시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시처럼 달력을 다 넘겼을 때 그 순간 속수무책이다. 손 써볼 도리가 없다. 흐르는 시간을 우리가 멈출 수나 있을까. 시가 표현하는 바에 너무 공감이 되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아 잠시 동안이라도 이대로 잠시만 머무르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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