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간단한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최예지 지음 / 쿵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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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스스로에게 마음속 질문을 던져본다.
좋은 질문은 좋은 삶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믿기에···
삶의 모든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365가지 놀라운 질문들
진짜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물음표들을 만나다.


책은 취업을 하루 앞두고 문득 산티아고로 목적없는 순례길에 오른 26살의 취업 준비생이었던 저자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순례길을 마치자마자 이번엔 제주도로 향하면서 이전에 만날 수 없을 법한 수많은 질문들을 마주치고 스스로에게 답해가며 365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이 곰곰이 생각했던 고민들을 질문으로 풀어내면서 독자에게도 작가가 겪었던 터닝포인트의 순간을 상상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책은 위와 같이 총 4개의 부로 구성되어 1부 노란 화살표를 따라 가는 길(산티아고), 2부 지금을 차곡차곡 모으는 순간의 기록들(제주), 3부 내 삶에 ‘우리’가 없었더라면(관계), 4부 그 모든 질문 끝에 서 있는 단 한 사람(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금 당장 삶의 파편을 모으려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그 형태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더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끊임없이 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나도.

우선 책속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필요한 여행의 준비물은 단순하다. 온전히 나일 것, 솔직할 것, 떠오르는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 내려갈 것, 질문에 또 다른 질문이 생각난다면 더 크게 적을 것. 순서는 상관없다. 매일 꺼내볼 필요도 없고. 답한 질문에 또 답해도 된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이 책에서 만큼은 정처없이 내멋대로 흘러가면 된다.
처음 하나의 질문과 빈 여백으로 이루어진 페이지와 마주했을 때는 어떻게 이 공간을 채워야할지 정말 당황스러웠다. 하루에 하나씩 작가가 건내는 질문 중에서 쉬운 질문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하나의 질문지에 대한 답을 적기 위해서는 내가 흘려 보낸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과거와 지금의 내가 만나 잊고 있던 나를 떠올리거나 내 안에 있었지만 나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또 다른 질문들이 생겨나고 차곡차곡 빈 칸을 채워가다보면 결국 눈 앞으로 보여지는 건 내 자신이다. 딱히 정해진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 답은 내 안에 있었다. 타인을 배려하느라, 혹은 바쁜 일상속에서 스스로 돌보지 못하고 잊고 있었던 나와 만나고 그 시간들이 조금씩 더해질수록 예전보다 좀 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틈이 생기고 진정한 내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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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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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실격’이란 없다.
장애나 질병, 가난, 볼품없는 외모, 부족한 재능, 다른 성적 지향을 이유로
세상의 법정에서 실격을 선고당한 이들을 위한 변호사 김원영의 반론

 

우리의 부모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당신과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혹은 ‘열등한’ 혹은 ‘잘못된’ 어떤 속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을 더 화나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왜 하필 이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거지? 왜 나는 이렇게 키가 작지? 왜 내 지능은 좋지 않지? 왜 나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만성피로증후군을 타고난 거지?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이 ‘잘못된’ 상태가 아니라면 우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p.119)

 

 

질병과 장애에는 각각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는 질병과 장애를 안은 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시 해석되고 기록된다. 며칠 아팠다가 낫는 감기나 한 달 정도 입원했다가 치료를 받고 끝나는 일시적인 질병은 우리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계기가 되고, 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뿐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질병, 늘 약을 먹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고, 때로는 빨리 죽음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하는 질병이나 우발적인 사고로 갖게 된 ‘장애’라는 몸 상태는 한 사람에게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내 몸이 가진 이 속성, 흔적, 경험으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정제성이란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p.129)

 

 

저자는 골형성부전증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으며,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원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중이다. 그의 주변에는 장애, 질병, 가난을 이유로 소외받는 동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좋은 직업, 학벌, 매력적인 외모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저자는 진동하듯 살면서, 또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장애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을 여러 매체에 글로 썼다.

부모, 형제자매, 친구, 연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이 존엄한 인간임을 확인한 소수자들은 이제 세상으로 나아간다. 변호사이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법의 문지기로서 차별당하는 이들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법과 제도가 보호와 치료, 복지라는 이름으로 인간 존엄의 가장 기본적 전제인 개개인의 고유한 서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복잡하고 고유한 삶의 이야기, 배경, 몸의 경험이 무엇이든 오로지 법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정신질환자로 스스로를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법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바로 그 보호가 필요한 이유인 ‘속성’ 또는 ‘배경’ 안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온전히 구겨 넣으라는, 즉 지체장애와 발달장애 그 자체로만 존재를 쪼그라트리라는 요청이다. 헌법은 개인이 고유한 저자성을 갖기 때문에 존엄하고, 그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유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그 권리 보호의 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존엄의 핵심인 저자성을 침탈당해야 하는 셈이다. 나아가 저자는 그러한 고유성, 자기 삶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저자성authorship을 보장받기 위해 ‘이동권’과 같은 새로운 권리를 발명해나간 장애인들, 소수자들의 오랜 투쟁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존엄을 확인하고, 그것을 법과 제도에 진입시키려 노력해온 소수자들은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아름다움의 문제, ‘나는 법과 도덕, 교양, 인권 의식에 의존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써나가며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겉보기에는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사람도 모두 자기만의 색을 가진다. 다만 그 색을 드러낼 기회와 자원이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존엄은 우리나라 헌법을 비롯해 국제법상 인정되는 보편적인 가치이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존재하는 점을 변론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는 때로 너무 한심하고, 무가치하고, 추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실격을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실격을 당한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였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미 넘어졌는데 넘어지지 않은 척 행동하는 것처럼 실격당했으면서도 실격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저자는 변론을 통해 우리에게 넘어진 삶을 일으키는 방법과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걸어가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 주변의 현실을 돌아보면 누구도 보려하지 않았던, 아니 보았으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저자가 하려는 일도 이와 같이 않을까.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무관하지 않았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고, 가족들 중 누구라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보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의 집 불구경이라도 하는 것처럼 먼 산을 쳐다보듯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들이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시하며 우리가 사회적 강자인 척 지내왔다.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 그 기준을 우리 마음대로 정해놓고서 말이다. 그들이 실격을 받아야 하는 이유 따위는 없었다. 태어나면서 우리 모두는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났다. 그런데 왜 누군가는 부당한 대우와 함께 실격을 받아야 하는 걸까.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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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거예요, 어디서든
멍작가(강지명) 지음 / 북스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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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건 불가능하다

예전엔 누군가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다니거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으면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혹시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는 건 아닌지 혼자 고민에 휩싸이기도 하고, 모든 잘못의 화살을 나에게로 돌렸다. 때로는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 괜스레 평소에 하지도 않던,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는 이내 후회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렇게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걸 자초했나 싶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제 아무리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기 있는 셀러브리티라 할지라도 정작 그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거나 딱히 이유도 없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어쨌건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p.139)

 

모든 결정과 선택에는 어느 정도의 미련과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선택으로 얻은 소소한 행복 하나하나도 잃지 말고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또다시 후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단박에 꺼내어볼 수 있게. 그리고 내가 포기한 것들에 미련은 생기더라도 그것만 되씹으며 지금 이 순간을 망쳐버리는 실수는 더 이상 하지 않도록······. (p.153)

 

너무 재미나게 행복하게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새롭고 다이내믹한 것만 좇으며 아등바등 살거나, 내 삶은 왜 이렇게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할까 자학하며 사는 것보단, 이렇게 특별한 일 없이 매일을 소소하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p.273)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반드시 꼭 뭔가 이뤄야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깐.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 이야기를 온전히 했다면,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p.280)

 

 

많은 사람들은 목표한 뭔가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높은 연봉, 좋은 차, 내 집 장만, 사회적 성공 등 사회적 통념과 시선에서 성공한 삶의 기준에 맞춰 사느라 한번쯤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다. 저자도 그랬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그리고 대기업 취직을 위해, 똑같은 길을 달려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선택한 이 길에서 정말 행복한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여유 따윈 없었다. 그러다 문득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러한 삶이 오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회사를 퇴사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더 지나면 고민할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십 대의 마지막 어느 날,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을 찾아 떠났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나 인생역전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인생의 갈림길에서 조금은 다른 선택을 했던 한 평범한 사람의 일상의 기록들이다. 가끔은 여전히 방황도 하고 때론 참 많이 행복해하며 경험하고 느낀 일상의 하루들을 끄적이고 그때의 떠오르는 감성으로 일러스트를 더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도 똑같이 그랬다고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더 지나면 고민할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십 대의 마지막 어느 날, 과감하게 5년 동안 일했던 회사를 퇴사하고 행복을 찾아 나선 멍작가. 그녀의 소소한 일상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이러고 있는게 아니구나 하고 말이다. 멍작가는 퇴사 이후 무작정 떠난 낯선 유럽에서 5년 동안 다섯 개의 도시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며 억지로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으로 새롭게 자신의 일상들을 채워나간다. 물론 계속되는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흔들거리기도 하지만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 결코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진정 원하는 방향을 찾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회사를 관두고 떠난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더 지나면 고민할 용기조차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어찌 보면 참 무모한 결정이지만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한번 저질러보고 나서 후회하는게 나을꺼라 생각했다. 그렇게 떠난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전과 달리  행복이 담겨있었다. 그렇게 떠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냈을 소소한 행복들과 마주했다. 모든 결정과 선택에는 어디 정도 미련과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선택으로 얻은 행복을 잃지 말고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또다시 후회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꺼내어 볼 수 있게. 낭비한 인생이란 없다. 인생 속도가 조금 느릴 뿐이지. 너무 행복하게 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마음이 불안하다면 주문을 외워보세요.
“잘할 거예요,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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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긋기의 기술 -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 두기
와키 교코 지음, 오민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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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생활 범위가 넓어지고 아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그렇게 가정과 학교, 회사 등에서 여러 사람과 얽히면서, 우리의 머리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만 해’라고 하는, 남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학습하게 됩니다. 즉, 남의 판단 기준이 곧 나의 판단 기준이 되면서, 남 중심 선택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들에게 인정받기도 쉬워질 것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이 많아질수록 우리 자존감도 높아지므로, 이것이 무조건 나쁜 일이라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우리 대부분이 두려워하는 것, 즉 타인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며 살아갈 수도 있죠. 그러나 이런 남 중심 선택에 중독될수록, 부작용이 점점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 인간은 조금씩 까다로워집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p.30)

 

 

나 중심 선택은 쉽게 말해 ‘마음에 있는 스위치’입니다. 마음과 생각이 일치할 때, 마음에서 나온 에너지가 전류처럼 머리로 흘러가고, 이 전류를 받은 머리가 나를 행복으로 이끌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들여야만 내 감정을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p.33)

 

 

인간관계라고 하면 흔히 타인과의 관계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은 저는 나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친한 친구에게 하듯이 마음을 이해해주고, 생각을 존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합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행복의 3원칙으로 ‘나를 사랑한다’ ‘남을 신뢰한다’ ‘주위에 기여한다’를 들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려면 일단 나를 사랑해야 합니다. 인간이라면 “난 괜찮아”가 선행되어야 “너도 괜찮아”가 가능해지는 법이니까요. (p.165)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직접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두며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1장에서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 원칙인 ‘나 중심의 선택’에 대해, 2장, 3장, 4장에서는 각각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라는 특정 인간관계에서 발생하기 쉬운 문제에 대해, 5장, 6장, 7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인 ‘나와의 관계’ 즉 ‘나와 마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나와는 동떨어진, 전혀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할까. 이대로 지내기엔 내 스스로가 너무 지치고 힘들고, 일정한 거리를 두자니 오히려 신경이 더 쓰이는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괜히 눈치만 보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유수의 회사들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역시나 인간관계가 문제였다. 열심히 일했고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껄끄러운 사람과 매일 얼굴을 봐야 한다는 건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계속 마주쳐야 하니, 쉽사리 싫은 내색을 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부정적인 생각들도 인해 점차 정신이 피폐해졌고 이렇게 살다간 몸도 마음도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저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여러 책들을 뒤져보고 관련 세미나에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강의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캐리어는 물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그 수업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자신 내면에 있는 불필요한 생각’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스스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마음’을 하나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단지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무조건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한다고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부적절한 질문은 오히려 부정적인 사고를 이끌어내고, 심지어 불안감과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때문에 좋은 질문을 찾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계 관리의 첫걸음은 상대와 나 사이에 정확한 경계선을 긋는 것이다. 책은 우리가 선을 잘 긋지 못하는 이유를 ‘나 중심 선택’이 아닌 ‘남 중심 선택’을 하기 때문으로 보고, 이런 상태를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나 중심 선택? 남 중심 선택? 쉽게 말해 나 중심 선택이란 내가 내 인생의 주연으로 산다는 뜻이고, 남 중심 선택이란 내가 남 인생의 조연으로 산다는 뜻이다. 
중심 선택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솔직해지면, 좁았던 시야가 넓어진다. 어떻게 행동해야 내가 만족스러울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남 중심 선택을 하게 되면, 남이 날 어떻게 보는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그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여전히 남 중심 선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내 생각과 마음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나를 옭아매는 습관이 되고 만다.

선긋기가 필요한 대상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나와의 관계가 망가지면 타인과의 관계가 잘 이루어질 리 없다. 그러니 일과 나 사이에도, 부정적인 감정과 나 사이에도 정확한 선긋기가 필요하다. 이점을 놓치면 타인과의 관계마저 꼬이게 마련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다. 이제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사이에 적당한 선을 그어보는 건 어떨까. 모든 선택의 기준에 있어서 제일 고려해야 할 점은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우리 모두에게는 나 자신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권리가 있다. 내가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제부터라도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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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가 집에서 논다고 말했다
최윤아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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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내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회사에 더 이상 내가 앉고 싶은 자리가 없었고, 그토록 경멸 혹은 경계했던 인간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이 싫었다. 말하자면 나는 치명적인 스트레이트 한 방이 아니라, 수십 번의 잽에 맞아 백기투항을 결심한 셈이다. 흰 수건을 링 위에 던지기 전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시는 일하지 못해도 괜찮겠냐’고. 두 번의 사표는 내게 ‘조직 부적응자’라는 주홍글씨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그만두면 난 노동시장에서 최하등급인 ‘애 없는 기혼 여자’가 된다. 다시 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수건을 던졌다. 다시는 일하지 못해도 좋다는 결심이 섰을 때였다. 전업주부로 산다면 더 이상 피말리는 100대 1 에 노출되지 않아도 됐다. 성취도 없지만 상처도 없는 세계, 그곳으로 어서 빨리 가고 싶었다. 지체하지 않고 사표를 냈다. 회사의 휴직제도도, 부모님의 필사적인 만류도 내게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100대 1 사회에 이별을 고했다. (p.25)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었다. 기자와 저자의 궁합은. 일단 적성에도 맞았고 진로 상담을 한답시고 만난 역술가나 점쟁이들이 하나같이 기자를 하라고 권했다. 이건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기자가 되고부터 쩍쩍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데도 성과가 없었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나 자신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때부터 재능에 대한 회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없는 건 재능이 없기 때문이란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재능이 없다고 확신하는 일을 매일, 그것도 하루 열 몇 시간씩 해야 하는 것도 정말 고역이었지만 무엇보다 자꾸 일에 겁을 먹었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일인데도 두려움이 앞섰다.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그려보느라 일을 처리하는 속도도 무척 더뎠다. 상사에게 잔뜩 혼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으면서도 낮에 들었던 선배의 지적을 끊임없이 되새김 남편과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더 이상 재능 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하면 대충해도 그럭저럭 잘 해낼 수 있을 까 고개를 돌리니 내 능력의 절반만 써도 잘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이 눈에 들어왔다. 살림이었다.
처음에는 그리 난이도가 높아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기술이나 요령 없이도 부지런하기만 하면 거의 빈틈 없이 해낼 수 있었고, 실패해 봤자 요리를 살짝 태우거나 니트가 줄어드는 정도였다. 무엇보다 살림은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120퍼센트 최선을 다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결혼 후 내게는 고민 하나가 더 추가됐다. ‘이 일을 과연 가정과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남편은 이런 문제를 나만큼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내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다독였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내게는 결혼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 문제였지만, 그에겐 아직 먼 미래의 얘기였다. 고민의 깊이와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고민 없이 일하는 그가 부러웠다.
아주 가끔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토끼처럼 낮잠을 자며 게으름을 부린 것도 아닌데, 단지 결혼을 했을 뿐인데, 어느새 거북이에게 추월당한 느낌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일었다. (p.159)

 

결혼 이후 남자와 달리 여자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혼을 하기 전이라면 퇴근 후 꿀맛같은 휴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결혼 이후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살림! 예전과 달리 부부가 같이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내의 손이 닿아야 하는 부분들이 더 많다. 그리고 친정과 시댁 등 신경써야 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더불어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까지. 내가 원해서 한 결혼이긴 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 며느리, 그리고 엄마가 되고나니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지는 의무들이 줄을 섰다. 물론 좋은 점도 많긴 하지만, 가끔은 내가 이럴려고 결혼을 했나 싶을 정도로 두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 엄청나다. 특히나 일을 하다가 전업주부로 전향했을 경우, 주변에서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들로 스스로 자존감이 상당히 낮아진다. 나름 스스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무시 당하기 일쑤다. 경력만 안쳐줄 뿐이지 엄연히 직업란에 전업주부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로 이것도 하나의 직업인데, 직업으로 대우해주기는 커녕 능력이 없다고 오히려 깔보고 무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업주부는 절대 놀고 먹지 않는다. 좀 알아주라!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의 이야기가 아니라, 돈 벌지 않고 살아본 여자의 이야기다. 회사가 싫어 집으로 도망친 그러니까 퇴사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워킹우먼이 전업주부가 되고 나서 겪은 이야기들을 가감하게 들려준다. 경제활동을 남편에게 의지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시댁을 향한 원인 모를 피해의식과 갈등,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 전업주부는 페미니즘을 논할 수 없다는 같은 여자들의 차별까지 모두. 평온할 줄 알았던 전업주부는 생각만큼 편하지 않았다. 눈치 볼 필요 없지만 자꾸만 눈치를 보게 되고, 희생할 필요 없지만 저도 모르게 스스로를 희생하게 됐다. 회사를 그만두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주부가 되고 또 다른 방황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여자라서 공감가는 글들이 상당히 많다. 이 책을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남자분들이 읽어본다면 조금이나마 여자들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결혼을 고민하고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계속 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여자들이 본다면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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