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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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그는 버번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잔 속에 든 얼음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노려?”
나는 반쯤 웃으면서 되물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뭘 노린다는 거야?”
“목숨을.”
그가 대답했다.
“누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왜 당신 목숨을 노리는데?”
“글쎄.”
그는 잠시 침묵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몰라. 왜 그런지.”
그의 목소리가 너무 무거웠던 탓에 내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p.11)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애인 가와즈 마사유키의 이야기를 농담으로 치부하며 웃어 넘겨버리려는데, 그는 진지했다. 느낌만이 아니라 정말 누군가가 자신을 노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형사가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알렸다. 도쿄 만에서 시체가 떠오른 걸 발견하고 시신을 인양해 신원 확인을 한 결과 그였다고 한다. 찬찬히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근처 카페로 장소를 옮겨 형사와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살해당했다고 한다. 이미 예상했던 말이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런데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한다. 둔기로 뒷머리를 내리친 뒤 마치 쓰레기처럼 아무렇게나 항구에 버려졌다고. 자신의 애인이 쓰레기처럼 버려졌다니, 도데체 범인은 왜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 
장례식을 치르고 이틀이 지난 저녁, 오랜만에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동생 가와즈 사치요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마사유키의 짐을 정리하려는데 옷장 안에서 방대한 양의 자료와 스크랩이 나와 고향에 가져가려 했지만, 가까웠던 분에게 도움이 된다면 드리는 편이 오빠도 기뻐할 것 같다며 혹시 필요하다면 택배로 보내겠다고 말이다. 그의 여동생이 보내준 유품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그녀는 지금껏 마사유키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에 대한 이야기와 남겨진 물건들에서 비춰지는 남자는 자신이 알던 마사유키와는 달라서 낯설기만 하다. 그의 물건을 전해 받은 이후 주변에서 느껴지는 수상한 움직임. 뭔가 이상하다. 누군가 그를 노린 것 같다. 결국 그녀 애인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을 파헤치기 위해 그의 수첩에 적힌 마지막 일정을 따라 행방을 쫓기 시작하고 그러던 중 그의 담당 편집자 다무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로 1년 전 요트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이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명 그 여행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다. 단순한 해난 사고는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존재한다. 그와 같이 취재를 나갔던 니자토를 시작으로 그 요트 여행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구해 그들을 추궁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어딘지 탐탁지 않고 심지여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신이 조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의외로 너무나 쉽게 끝났다.
마치, 그래 성냥을 태우는 것 같았다.
쿵, 하고 쓰러지더니 곧바로 추한 몸뚱어리만 남았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서 정적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잠시 후 민첩하게 뒤처리를 시작했다. 머리는 무서우리만치 차갑게 식어 있었다. 뒤처리를 끝내고 여자를 내려다봤다.
역시 이 여자도 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약해 보이는 교활함으로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내 증오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p.83)

 

손을 떼지 않으면 죽는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뱉었다. 역시 침입자가 있었다. 나에게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온 것이다.
손을 떼지 않으면 죽는다······고?
누가 이런 협박을 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자는 내 행동을 알고 있다. 그리고 두려워하고 있다. 방법은 서툴렀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틀림없이 실체에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p.146)

 

내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내게서 소중한 걸 빼앗아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가 자신들의 일방적인 가치관에 의해 이루어졌고, 따라서 그들이 어떤 수치심도 못 느끼고 있다는 데 격렬한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당연한 것이었다고까지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인간이라면?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가치조차 없다.
그들이 반격해온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다.
에이스도 조커도 모두 내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p.173)

 

책은 애인이 갑자기 살해당하고 난 후 그의 연인인 추리작가가 자신의 편집 담당자인 하기오 후유코와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애인의 죽음 이후 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가 조사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하기 시작하고 결국 본인도 위험한 지경에 처해진다. 살해된 사람들은 모두 지난해 해난 사고를 당했다. 그것 외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모두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경찰도, 그리고 주인공도 범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살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전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명성에 걸맞게 <11문자 살인사건>은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면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치밀한 구성과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절대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작가가 흐트려놓은 조각들을 하나씩 끼워 맞추다 보면 선과 악과 마주한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에서는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지어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선인도 악인도 없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건이 크게 달라진다. 악인을 비난하기보다 수긍하며 이해하게 되고 그들을 비난한다하더라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들이 가진 악이라는게 대부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악인과 선인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 상당히 독특하다. 선과 악의 경계란 무엇일까.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그들과 다를 수 있었을까. 나도 뭐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무엇이든, 어떤 이유에서라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여운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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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림 - 드로잉 일상의 아르테
이은설 지음 / 나무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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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시작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사물들을 떠올려보세요.

지금부터 이 책을 통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작지만 소중한 사물들을 하나씩 그리게 될 거예요.

완벽하게 그리지 않아도 좋아요.
그저 그리는 게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걸 그리는 거니까요.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나는 학창시절 미술시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연필 하나만 들고서 스윽스윽 거침없이 스케치북을 채워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참 많이 부러워했다. 분명 똑같은 손인데 어찌 그리 멋지게 잘 그리는지,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 나에게는 지금 이 책이 있으니까. 거추장스럽게 따로 구입해야하는 준비물도, 배워야 하는 기법도 없이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고 책을 펼쳐서 따라 그리다보면 어느새 그림 하나가 완성되어있다. 예쁘게 그리지 않아도 괜찮다. 내 느낌 그대로,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선 하나를 긋는 것부터 시작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기까지 처음엔 내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아 조금 어색할지 모르지만 계속 그리다보면 어느 순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책은 저자 자신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일상 속 사물과 풍경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집, 카페, 공원, 여행지 등 흔히 찾는 공간별로 구성하고 거기에 특별한 날을 더해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그림들을 소개한다. 나처럼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나 평소에 그림을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림은 상당히 어려운 분야인데, 이 책만 있다면 전혀 두려울 것이 없다. 완성된 그림 옆으로 밑그림을 그려 놓아서 스윽스윽 따라 그리다보면 어느샌가 그림이 완성되어있다. 밑그림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책과 다른 새로운 무늬를 그려보기도 하면서 자신이 가진 솜씨를 더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일반 책들과는 다르게 두꺼운 재질의 종이를 사용해 지웠다 썼다 반복하며 그림을 그려도 비치거나 구멍이 뚫릴 염려도 없고 실제본으로 만들어 180도로 쉽게 쫙쫙 펴지기에 그리면서 책이 접힌다던가 하는 어려움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와 펜 그리고 <좋아서 그림> 책 한 권만 있다면 혼자놀기 어렵지 않아요~ 각자 자신이 가진 스타일대로 그림을 완성시켜 나가다보면 그림에 어느새 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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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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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름휴가보다 더 좋은 것!

이번 특집에서는 <여름휴가보다 더 좋은 것!> 이라고 하여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모두들 놀러 갈 생각으로 들떠 여름휴가만 손꼽아 기다리는 가운데, 이들은 저마다 여름 휴가를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 나간다. 한 대학생은 햇볕에 달워진 아스팔트 위에서 찜통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강원도 고성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국토대장정을 이어가고, 착한 동생은 자신의 휴가를 아낌없이 포기하며 육아에 고생하는 언니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선물하고, 휴가 일정이 달라 혼자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된 아빠는 휴가기간동안 그 동안 미뤄왔던 버깃리스트 중 한 가지였던 버스운전면허 따기에 도전하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 후배를  따라 집짓기 봉사에 함께 하는 등 각자 자기 방식대로 여름 휴가를 보낸다. 이맘때 쯤이면 누구나 기다리는 여름 휴가, 꼭 휴가라고 멀리 어디론가 떠나가야 하는 걸까? 저마다 소중하게 여름을 보낸 사연들을 읽다보니 휴가라고 해서 꼭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각자 자기가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거 하나로 OK. 꼭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각자 만족할 만한 일들 한다면 그저 그런 휴가보다도 더 특별하고 값어치가 있는 값진 휴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가 사는 법 / 유승옥

여자라면 누구나 평생 등에 업고 다니는 다이어트. 여름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너나할것 없이 각자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덩달아 티비를 틀면 여기저기서 앞다투어 운동법을 소개하느라 바쁜데 그 중에서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이달 <이 여자가 사는 법>에 나온 피트니스 모델 유승옥이었다. 173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몸무게 58킬로그램으로 많은 여성의 워너비 몸애로 꼽히는 유승옥은 그저 삐쩍마른 모델과는 다르게 탄력 넘치는 건강미를 물씬 풍긴다. 이왕이면 살만 빼기보다는 건강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면 좋을터 당연히 그녀의 운동법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데, 그녀는 일반의 다이어트 운동법과 달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재밌게 할 수 있는 운동법에 앞장선다. 원하는 몸매가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재밌게 운동해야 몸매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그녀. 지난날 부작용의 아픔을 이겨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걸어온 이야기를 듣다보니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싶어 애틋한 마음이 생겨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신이 번 돈을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그녀, 건강한 신체만큼이나 예쁜 마음씨가 그녀를 더 빛나게 만든다.

 

 

 

 

 

 

 

어느샌가 깊숙히 다가온 여름, 우리말로 타오름달이라 불리는 8월 답게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전국이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요즘 받아든 샘터는 이번에도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처럼 먹을거리도 볼거리도 풍부했다. 특별하진 않지만 저마다 가진 소소한 일상이야기에 웃음과 감동이 묻어난다. 매달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가뜩이나 더운 요즘, 이 찜통같은 더위를 이겨내고 사연을 끌어 모아 우리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샘터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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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달리! -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심쿵 라이프
이지은 지음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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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작은 강아지의 몸으로 너도 낯선 세계에 덩그러니 혼자 왔다. 커다란 사람들 틈에서 말도 통하지 않고, 행동도 이해되지 않고···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나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까지 알아듣고 이해하려고 매 순간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알아듣는 것도 힘든데 의사를 표현하긴 또 얼마나 더 어려웠을까? 같은 사람끼리도 언어가 다르면 의사소통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동물은 평생 어떨지···. (P.50)

 

 

 

 

 

그동안 착하게 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내 동생이라니!
너무 큰 복을 가불받은 것만 같아서 그걸 다 갚으려면 부지런히 착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p.64)

 

 

 

어제 식탁 밑에서 내내 기웃거리더니 달리 뒤통수에 초고추장이 묻어 있었다. 달리는 내가 닦아주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초고추장을 묻히고 다니기도 하고, 깨끗히 씻겨 예쁜 침구에 눕혀주면 베개 베고 이불 덮고 아이처럼 잠이 들기도 한다. 내가 뭐라고 내 손길에 따라 한 생명체의 존엄이 결정되고, 그 영혼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다. 책임감을 갖고 달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P.82)

 

 

 

 

정현종 시인은 만남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 말은 비단 사람 사이의 관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려동물과의 만남은 훨씬 중한 책임이 따른다.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지만,
동물의 삶은 만나는 사람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은 이별 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지만,
동물은 사람에게 버림받는 순간 생존을 위협받는다.
물건 쇼핑하듯 쉽게 데려오고,
갖가지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행태를 멈추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P.84)

 

 

 

 

 

 

 

 

 

 

 

매일매일 일상에 행복을 전하는 우주 최강 귀요미 달리의 성장 에세이 <달려라, 달리>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강아지 달리, 지금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사랑과 예쁨을 받는 강아지지만 달리에겐 남모를 아픔이 있다. 달리는 병원에 버려진 아이였다. 전해 듣기론 신혼부부가 키우던 아이였는데 사고로 발 하나를 절단해야 한다고 하자 입양 포기 의사를 밝히고 두고 갔다고 한다. 당시 달리 나이가 두 살이었으니 1년은 함께 보냈을 텐데, 하루아침에 달리는 발도 잃고 가족도 잃었다. 몸이 더 아팠을지 마음이 더 아팠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지금에 이르기전까지 희망도 없고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살아오다 운명처럼 저자를 만나게 되면서 몸은 불편하지만 언제나 씩씩하고 힘차게 달리라고 달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사실 저자는 처음엔 달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너무 안쓰러워 꼭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다가도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외로울 때나 힘들 때나 언제든 옆에서 함께 해주었던 동생과 다름 없었던 달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너무 빨리 다른 아이에게 마음을 주면 하늘에서 달구가 서운해하고 슬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달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새 가족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내 달구라면 내가 슬픔의 감정에 오래 매몰되어 있는 것보다 일상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것을 더 많이 바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새로 온 강아지 달리를 정말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달리는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야단을 쳐본 일이 없다. 달리가 말썽을 피운 적도, 속을 썩인 일도 없다. 그 정도로 달리는 너무 착해서, 때론 그게 마음이 아프다.

책에는 소심하고 겁이 많던 달리가 저자를 만나 진정한 가족이 되기까지 소소한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태어난지 1년 만에 우연한 사고로 다리를 잃고 병원에 버려져 안락사의 위기에 처하지만 운명처럼 저자를 만난 달리는 아픈 기억들을 조금씩 덜어내며 저자와 함께 그 자리를 행복한 시간들로 채우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힘차고 건강한 강아지로 성장해 나간다. 이 둘의 만남은 인연이 아닌 필연! 세 다리로 누구보다 당당하게 달리는 달리. 작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당찬 성격을 가진 달리는 주위를 행복하게 만드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달리의 선한 눈망울, 맑은 미소를 바라보면 절로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겁이 많던 달리가 저자를 만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달리와 저자에게 매일매일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이들이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이 책으로 달리의 해맑은 모습을 바라보며 유기견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조금은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이상 달리와 같은 아픔을 가진 반려견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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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켜보고 있어 스토리콜렉터 6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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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마니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나는 그애의 사진들 가장자리에 절반만 찍힌 존재, 그애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사라지는, 시야 가장자리의 그림자다. 그애의 감은 눈꺼풀 뒤에서 춤을 추는 유령이자 눈을 깜빡일 때마다 따라 깜빡이는 어둠이다. 이름 없는 수호자, 팡파르도 없이 등장하는 영웅, 그리고 마니라는 교향곡의 지휘자다. 나는 지켜보는 사람이다. (p.8) 

 

마니는 차광판을 끌어내리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점검한다. 이게 정말 내 인생일까? 마니는 의아하다. 돈을 위해 다리를 벌리는 것. 돈 많은 사업가들하고 노닥거리면서, 그들의 매력과 기지에 홀딱 반한 척하는 것. 패트릭 헤네시를 위해 재주를 넘으며 그때그때 돈을 갚아가는 것. 마니가 조이의 나이였을 때, 또는 대니얼과 결혼했을 때, 그도 아니면 그렇게 갑작스레 대니얼을 잃었을 때조차 이런 인생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p.21)

 

 

이제 대니얼은 가버렸다. 없다. 사라졌다. 일 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전화도, 이메일도, 목격담도, 문자 메시지도, 은행 계좌 인출도. 대니얼은 여권도, 신용 카드도, 체육관 회원권도, 휴대폰도 이용하지 않았다······.
그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니는 대니얼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에 매달려왔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흠칫 놀라고 쉴 새 없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며칠에 한 번씩 경찰서에 전화했다. 기도를 올렸고 지나가는 차 한 대도 눈여겨보았으며 우편함을 열 때마다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그렇지만 이제 더는 매달릴 처지가 아니었다. 마니는 돈이 필요하고, 대니얼의 남은 자산에 손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본인이 문간으로 걸어 들어오든가 아니면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뿐이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타협도, 임시방편도 존재하지 않는다. (p.35)

 

 

마니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살 형편도, 이사 갈 처지도 못 된다. 집세가 벌써 두 달치나 밀렸다. 대니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 쥐꼬리만한 저금과 친구들한테 빌린 돈으로 근근이 살아왔지만, 13개월이 지나자 돈도, 친구들의 호의도 모두 동이 났다. 한 층 아래, 2층에  사는 건물주 브러머 씨는 금요일마다 찾아와 집 안을 돌아다니며 밀린 월세를 내든지 아니면 집을 비우라고 닦달한다.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고작해야 몇 푼. 가스 요금도 내야하고, 딸 조이의 통신비도 더 채워줘야 하고, 학교에 신고 갈 새 신도 사줘야 하고 돈 나갈 데가 더 있지만 패트릭 헤네시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빚진 3만 파운드에 비하면 전부 아무것도 아니었다. 빚을 진 건 남편 대니얼이었다. 실종 되기 전에 잃은 돈. 도박으로 날려버린 돈. 빚은 대니얼이 사라졌다고 해서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없다고 눈물로 호소하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해도 탕감받을 수 없었다. 그러기는 커녕 마치 사람의 DNA를 통해 내려지는 유전적 기질처럼 물려졌다. 결국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마니는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그가 시키는대로 일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대니얼의 빚을 갚아나가야 했다.

대니얼이 사라진 이후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마니는 조 올로클린 교수를 만나 슬픔과 버려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돈은 국민의료보험에서 대준다. 그게 없었으면 그녀의 처지에 임상 심리학자를 만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안 발작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기억 상실을 겪는다. 기억나지 않는 구간들이 있다. 때로는 몇 분간, 때로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데, 그 구간이 지나가면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다. 다만 그 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뿐. 실종. 시간의 경과. 건망증. 조는 몇 달째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써왔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은 조에게 닫혀 있다. 마니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로 향하는 묵직한 시선들이 느껴진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치 누군가가 숨어서 자신을 감시하거나 몰래 비웃는 것만 같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그녀를 둘러싸고 연이어 의문의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고 그녀는 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그녀를 상담해오던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또한 이 사건에 가담하게 되고 곧이어 그의 부탁으로 친구인 은퇴한 형사 루이츠까지 합세하면서 의문의 죽음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랜드크루저가 속도를 높여 멀어진다. 디젤 한 줄기가 루이츠의 목에 걸린다. 이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꺼림칙하다. 마치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줄거리상의 어떤 중요 지점, 사건들의 전환점 같은 것. 이는 그 이야기가 그다지 서로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왜 그토록 신경이 쓰일까? 그것은 루이츠의 싸움이 아니다. 루이츠는 은퇴했다. 편안한 삶을 위해 정착했다. 범죄자들, 갱스터들, 중독자들, 부패한 경관들, 피고 측 변호사들, 테러리스트들, 또는 피해자들은 더는 없다. 책임도 더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만 같다. (P.212)

 

 


역시 여름에는 추리소설이지! 책을 펼치자마자 시작되는 독백에 섬뜩, 넌 누구냐!!!
이 책은 펼치는 순간 중간에 덮을 수가 없다. 영미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극찬한 작품답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나다. 읽을수록 책속으로 빠져든다. ‘왜?!’ 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한 번 펼치면 끝까지 정주행이다. 마음은 급한데 눈이 빨리 따라가지 못하니 답답할 지경이다. 난 왜 빨리 읽지 못하는지 ㅠㅠ

처음에는 이른바 벽돌책 같은 엄청난 두께에 놀라고 다음엔 전혀 생각치 못한 반전에 놀라고 책은 읽다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껍지만 읽다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하나같이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 있다. 도데체 누가? 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동안 마니는 용의자였다. 비록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아무도 마니한테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그녀 역시 강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어떤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고 굳건하게 버터내는 그녀. 상처 입고 위태롭지만,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지지 않으려 오히려 더 억척같이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모든 사건은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일제히 그녀를 가리킨다. 분명 그녀의 주위에 누군가 있기는 한데, 흔적은 있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고 그가 누구인지 자꾸만 더해져가는 물음표 사이에서 조와 루이츠의 활약으로 점차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조금씩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 진짜 헉!!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말 충격적이다! 앞을 예측할 수가 없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이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어쩜 끝까지 이리 독자를 쥐었다폈다 하는건지! 최근에 읽어 본 스릴러 소설 중에 최고이지 않나 싶다. 읽는 내내 전혀 예측불가! 흡입력도 장난아니고 엉켜있는 실타레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스펙터클! 이 정도면 스티븐 킹 작가님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극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진짜 이 작가님 뭐지?!!! 꼭 읽어보세요! 어서 읽어보세요! 진짜 추천합니다!! 웬만해서야 이 정도로 흥분하지 않는데... 와, 반전이 정말 기가 막힌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아 섬뜩한 기분을 지워낼 수가 없다. 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 것!
이어서 다음편이 나올 것 같은데!!!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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