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에토 - 어느 광고감독의 사적인 카메라
유대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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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을 잔다.
그녀가 누워 있는 곳은 노을을 머금은 황금빛 앙부아즈성이
비치는 어느 창가 앞,
다시 말해 그곳은 고개만 들면 그 아름다운 성을 쉽게 바라볼 수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인 셈이다.

 

 

 

동화 속 마을 같은 무스티에 생트 마리, 좁은 언덕길에 조감독 할아버지 장뤽이 서 있다.
온갖 고민을 떠안은 듯한 그의 표정은 촬영이 끝나 갈수록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
음지에 서 있는 그가 바라보고 있는 저 양지처럼.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은 다르다. 사진은 거짓이다.”
“사진을 찍지 말고 눈으로 보고 느끼고 카메라가 아닌 마음속에 장면들을 담아 가라.”

대학 시절 첫 사진 수업 때 선생님께 가장 먼저 들었던 말과 프라하 민박집에서 만난 집주인 아저씨의 말은 목적은 달랐지만 분명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얼핏 보면 그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 가기 위해 기술이 더 발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담는 툴보다는 무엇을 왜 찍으려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두 분의 말에 내초되어 있던 의미는 이러할 것이다. “자신만의 색을 찾아라.” (p.161)

 

 이 책은 CF, 단편 영화, 웹드라마 등을 만드는 유대얼 감독이 해외에서 촬영 장소를 물색하거나 촬영하는 틈틈이 자신의 카메라에 담은 이야기들을 엮은 것으로 머물던 곳과 일에서 잠시 벗어나 저자의 삶에 쉼표가 되어준 시간들의 기록이다. ‘천천히, 매우 느리게’ 라는 뜻을 지닌 아다지오보다 조금 빠르게 연주하라는 의미를 가진 아다지에토처럼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있는 모습 그대로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대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사랑의 귀로 들어 보는 것, 거기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익숙한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그냥 스쳐 지나갈 만한 순간도 다르게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자 특별한 순간이 된다. 아름답게 꾸미지 않아도 저마다 이야기를 가진채로 천천히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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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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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멍하고 혼란스러웠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올라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거짓말이다. 왜 거짓말을? 왜 다들 거짓말을 하는 거지? (p.38) 

 

조셉은 아들 윌리엄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내 멀의 차를 발견하고 아들과 함께 그녀를 놀래켜 주고자 핸들을 돌려 그녀를 쫒아간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퇴근 후 테니스를 치러 간다던 아내는 호텔의 정문을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버리고 의아해하며 따라 들어간 호텔의 휴게 공간에서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의 남편인 벤과 다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벤은 화를 냈고 아내는 괴로워했다. 둘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여 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아직 어린 윌리엄에게 이런 장면을 보여 줄 수 없었던 조셉은 결국 아들을 달래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 안에서 아내를 기다리기로 하고 걱정이 되어 아내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곧장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버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음성메시지를 남기지만 연락은 오지 않고 잠시 후 주차장으로 내려온 아내는 그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출구를 빠져 나간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벤. 조셉은 그를 불러 세워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만 그는 말을 하지 않고 결국 몸싸움을 벌이다 벤이 자기 서류 가방에 걸려 넘어지면서 콘크리트에 머리를 부딪히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다. 그 순간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놀라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흡입기가 없었던 조셉은 벤을 그대로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가 아들을 안정시킨 뒤 다시 돌아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벤도, 그의 차도 자신이 잃어버린 핸드폰까지 모든 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가 알던 세계가 산산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거실 러그 아래 숨겨져 있던, 지하로 통하는 문을 발견한 듯했다. 그 문을 들어올리자 바로 발 밑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톱니바퀴들과 기계 장치들이 돌아가는 숨겨진 세상.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나는 한참 동안 말없이 현기증을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자금은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었다. 강해져야 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집중할 때였다. (p.131)

 

이 책은 T.M.로건이 아내의 지인이 페이스북에서 겪은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신만의 어두운 상상력과 통찰력을 더해 완성해낸 작품으로 첫 페이지부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호기심 유발 아주 제대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처음부터 이리 밀당을 하시나?! 팽팽한 긴장감에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진짜 거짓말이 시작된 그 순간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궁금해, 너무 궁금해! 진실과 거짓 사이에 경계가 무너지고 수많은 거짓말 속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짐작 조차 할 수 없으니 숨어 있는 범인을 찾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대충 어느 정도 읽고 나면 윤곽이 잡힐 만도 한데 당체 누굴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 없으니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 이러니 결말을 예상하기는 커녕 끝까지 작가의 뒷꽁무늬를 쫒아가기에 바쁘다. 거짓 속에 숨겨진 진실, 진실 같은 거짓말. 심장이 두근두근 쫄깃쫄깃 왜 심리 스릴러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흡입력이 장난 아님! 스토리 자체가 너무 탄탄해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이게 데뷔작이라니 T.M.로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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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빵 1
보담 글.그림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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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마음이 쌓여가는 곳,
어서 오세요, 옥탑빵입니다.

 

 

 

 

아직은 밤 기운이 남아 있는 이른 새벽.
모두의 아침이 그렇듯
저도 일어나기가 쉽지 않네요.
이른 새벽 여러분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라디오를 켜고
빵 만들 준비를 하면
비로소 저의 하루가 시작돼요.

 

 

 

 

 

 

옥탑빵을 열기 전
작은 회사에서 일할 때
퇴근 후 사 먹던 케이크 한 조각이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시간이 늦어 선택권은
얼마 없었지만
남아 있는 케이크를 상상하고
기대하는 그것마저 즐거웠었죠.

그런 마음을 담아
‘오늘의 케이크’를 만듭니다.

 

 

 

 

 

하루는 수많은 생각과
걱정들이 가득하지만,
빵을 만들 때만큼은
좋은 생각을 하려 합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각과 마음이지만
그런 좋은 생각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빵에도 케이크에도 그런 맛이 담기지 않을까요.

 

 

 

 

 

책의 제목인 옥탑빵은 은혜 미용실 2층에 자리 잡은 빵집의 이름으로 서른셋에 회사를 퇴사하고 빵집을 차린 여주인공 지영이의 이야기다. 극중 주인공인 이름이 나와 같아서 일까? 더 몰입해서 읽게 되더라는... 책은 퇴근길에 케이크 한 조각으로 위로를 받는 지영,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혜수, 마음이 변한 연인과 이별을 준비하는 은혜 등 우리 모두가 현실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과 가슴 따뜻한 사연들이 더해져 주인공과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에 격려와 위로를 받기도 하면서 쉼없이 읽혀진다. 그 날의 재료와 주인공 지영씨의 기분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오늘의 케이크. 그녀가 만드는 빵은 저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달콤하게 위로해주기도 하고 또 토닥토닥 다독여주기도 하면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그 곳에 와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빵이 생각나 다시 옥탑빵으로 걸음을 옮긴다.

 인생은 공평하게도 정답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늘 불안하다. 주인공도 마찬가지. 자신이 선택한 길이지만 이 길이 맞는건지 아닌지 지영씨도 아직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지금 이 길을 선택한 자신의 행동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 지금 그녀는 행복하니까. 저마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이런 일로, 또 내일은 저런 일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녀가 건내는 위로. 먹음직한 빵들을 보고 있으니 빵 생각이 절로 난다. 맛있는 빵과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긴 <옥탑빵>. 오늘의 지친 마음을 달래기에 이만한 책이 있을까?! 옥탑빵의 지영씨가 들려주는 맛있는 이야기, 그 맛이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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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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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정으로 상대를 압살한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는 “컹!”

한국과 일본 각종 커뮤니티에 입소문으로 퍼져나가
‘친절한 티벳여우’ 열풍을 일으킨 스나오카 씨의 일상 폭격 활약상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처음 이 책을 보고 깜짝 놀랬다. 분명 늑대인줄 알았는데 친절한 티벳여우라니,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무표정의 주인공.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읽다보면 무표정속에 숨겨진 그의 진짜 속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험상궂은 인상과 달리 무척이나 친절한 스나오카 씨. 아이를 좋아하는 탓에 아이가 자신의 꼬리를 물더라도 꾹꾹 참고 견디고 회사에서 직장 상사에게 한 소리 듣고 우울해하는 직원을 찾아가 쿠키와 허브 티를 건내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부하들의 고민상담은 물론이거니와 여자 직원에게 치근덕거리는 상사에게서 직원을 보호하는 등 스나오카 씨가 가진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재다능하여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의 딸 스나코!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 스나오카 씨는 딸에게 정말 천사같은 아빠다. 다음 날, 허리 근육통으로 고생할지 언정 스나코가 원한다면 몇 번이고 스케이트 보드를 밀어주고 아무리 달래도 스나코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면 누가 보거나 말거나 둠칫둠칫, 꿀렁꿀렁 댄스를 추며 퇴근길 스나코가 그려준 그림을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는 딸 밖에 모르는 바보. 이러니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고단한 직장 생활부터 시작해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 생활까지, 기대 이상으로 다양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의외로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다 일일히 신경쓰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자에겐 강하지만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특별한 그의 매력속으로 GO!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은 덤, 이제는 당신이 반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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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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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그리며」

자줏빛 퉁소 소리 붉은 구름 흩어지니
주렴 밖 찬 서릿발 우지짖는 앵무새
깊은 밤 비단 휘장 비추는 그윽한 촛불
때때로 성긴 별이 은하수 건너는 것 바라보아요,

또르륵 물시계 소리 서풍에 묻어오고
이슬 맺힌 오동나무 저녁 벌레 우는데
명주 수건으로 훔치는 깊은 밤의 눈물
내일이면 점점이 붉은 자국으로 남겠지요. (p.46)

 

「느낀대로」

창가에 놓아둔 난초 화분
난초꽃 벙글어 행기 그윽했는데
건듯 가을바람 불어와
서리 맞은 듯 그만 시들었어요.

어여쁜 모습 비록 시들었지만
여전히 코끝에 맴도는 난초의 향기.
마치도 시든 난초가 나인 듯 싶어
흐르는 눈물 옷소매로 닦아요. (p.76)

 

 

「마음에 있는 말 7」

멀리서 나를 찾아오신 손님
당신이 보내오신 잉어 한 쌍을 주셨어요.
무엇이 들어있나 배를 갈라보았더니
그 속에 편지 한 장이 들었지 뭐에요.

첫 말씀을 ‘늘 보고 싶다’ 쓰셨고요
그다음은 ‘잘 있느냐’ 물으셨네요.
편지를 읽어가며 당신 뜻 알고는
눈물이 흘러서 옷자락을 적셨어요. (p.123)

 

 

시인 허난설헌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여성 시인이었다. 그 시대에 주목할 만한 여성 시인으로는 이매창, 황진이, 홍랑, 이옥봉 같은 분들이 있었으나 앞의 세 분은 기생 출신이었고, 이옥봉 한 분만 허난설헌과 더불어 사대부집 부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여성 시인들 가운데 시 작품의 편수로나 품격의 높이로 발군의 시인은 허난설헌이었다. 마음이 간질거리다가도 이내 아프도록 한스러운 그녀의 작품에는 여인네의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 있어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인 지금에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아름답고 가슴이 저리도록 감동적이다. 그밖에도 자신이 속한 양반의 삶과 다른 장사꾼의 삶을 읊기도 하고 출정하는 병사들의 기백을 노래하는 등 다양한 모습의 삶을 고스란히 시로 담아냈다.  

이 책의 편역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맡았다. 섬세한 감수성으로 허난설헌의 작품을 고르고  골라 오늘의 말로 옮겼다. 덕분에 기존의 허난설헌 시집에 비해 훨씬 더 친근하고 쉽게 읽혀진다. 또 한쪽 페이지를 시를 닮은 한 폭의 그림으로 꾸며 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한 편 한 편에 담긴 그녀의 인생 그리고 열정, 빼어난 글 재주를 가졌으나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난 탓에 그 능력을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그녀의 삶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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