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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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려다보니 긴장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그런 다짐과 마음가짐이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끈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래서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생각한다. ‘그냥 하는 거야’라고. 그러고 나면 어떤 결과 앞에서도 담담해질 수 있다. 이미 그려놓은 계획표가 없고 상상해둔 결과가 없다면, 실망할 일도 바교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 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나 기쁨이 다가올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고난과 불행도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때도 다시 그냥 하면 된다. (p.38)

 

 

 

 

 

부모님은 우리의 첫 번째 어른으로서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 말은 부모님이 우리 인생을 결정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자신의 소유로 보고 통재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생각과 믿음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조언은 우리의 인생을 거들 뿐, 내 인생을 사는 건 나 자신이다. (p.124)

 

 

 

 

 

이번 일로 알게 됐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사과할 수 있고 또 그 사과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안하다는 마음은 묵혀둘수록 더 전하기 힘들어지고 통할 가능성도 희박해진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각자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두 사람에게 똑같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사과에도 정해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을.
사과의 타이밍은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용서하겠다, 다 잊어버리겠다는 결심은 사과받을 사람만의 권리다. 사과하는 사람은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이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p.152)

 

대부분의 불안과 걱정이 혼자 만드는 상상과 이야기 때문에 더 거대해진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벌어진 적 없는 일을 상상하느라 잠을 설치고 머리를 싸매는 부지런함은 그만 사양하고 싶다. 적어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만 본다면, 미리부터 염려하고 짐작하는 건 불필요한 과정이 되지 않을까. (p.208)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그 상처를 둘러싼 내 감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떠한 판단과 행동도 필요없이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머물면 된다. 모든 감정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은 없다. 그때그때 적절히 느끼고 귀 기울여주지 않은 감정만이 우리 안에 머물며 툭하면 덧나는 상처로 남을 뿐이다. (p.222)

 

 

성과는 없어도 늘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중독자 김신회 작가가 전하는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 
갑작스런 오른손 집게손가락의 통증으로 뜻하지 않게 덜컥 주어진 무기한의 휴가.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쉬는 법을 몰았던 저자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적잖은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피로와 불안으로 가득 찬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게 당연한 거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으니까. 일 년을 억지로 쉬고 나서야 조금씩 쉬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는 동안 깨달았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쉬어본 사람이 쉴 줄 아는 거였구나 하고 말이다. 나를 받아들이는 일, 그런 나를 돌보며 사는 일, 그러고 나니 많은 것들을 쥐고 있던 날들보다 마음이 말랑해졌다. 이 책은 그런 시간을 거치는 동안 작가가 느낀 깨달음의 기록이다. 질주하며 달려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좀 더 너그럽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힐링같은 시간이다.

쳇바퀴 굴러가듯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누군가에게 쫒기듯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해야할 일 투성이.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근근이 버텨내는 우리들의 삶. 쉬엄쉬엄해도 될텐데 뭐가 그리 급한건지, 잠들고 해가 뜨면 다시 반복되는 시간들. 열심히 하고자 노력하는 그 마음은 알지만,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나중에라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나만 이러고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하듯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눈치 보지 말고 나 하나만 신경쓰면 될껄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결국은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 눈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미 내가 겪었던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거나 고민할 수도 있는,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곧잘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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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 당신의 가치를 빛나게 할 능력 어필의 기술
잭 내셔 지음, 안인희 옮김 / 갤리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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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모두가 인정해줄 것이라 믿어왔는가?
안타깝지만 당신은 틀렸다. (p.15)

 

결코 무시헤서는 안 될 진실이 있다. 능력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잠재력을 갖춘 인재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아직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p.12)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상대 능력을 판단하는가? 실제 능력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능력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상대에게서 발견했다고 믿는 능력인 것이다. 보이는 능력과 실제 능력을 구분하고 보면, 세상에는 무능하지만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으며, 반대로 유능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무능력자로 간주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래서 마침내 다음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성공하려면 보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p.31)

 

 

 

 

당신의 유능함을 납득시켜야 할 첫 번째 상대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스스로 능력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다른 누구도 당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다.
(p.56)

이 책은 20년 동안 탐구해온 문제에 대한 해답이다. 그 문제란 바로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것. 그에 따르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상대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은 잠깐 스친 첫인상, 인사치레로 나누는 대화 등에 근거해 상대를 규정짓는다. 그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을 실제 능력과 구분해 ‘보이는 능력’이라 이름 붙인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하려면 보이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에서 그는 ‘보이는 능력’을 높이는 사소하지만 완벽한 8가지 기술을 소개한다. 딱히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를 예로 들며 스스로가 가진 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믿게 만드는, 완벽하게 주도적인 자기 표현의 기술을 알려준다.  

내 능력을 겉으로 내보이기 위해서는 저절로 능력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기보다 움직여야한다. 표현하지 않아도 당신이 얼마나 유능한 인재인지 단번에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능력에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보여주어야야 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책에 나오는 기술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 만큼 아주 사소하지만 바로 이런 작은 차이가 경쟁자와 당신의 격차를 벌어지게 만든다. 자신의 능력을 몰라주는 상대를 탓하기보다 내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느냐 아니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이느냐는 바로 우리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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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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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 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 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p.75)

 

사물이란, 한 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이제 그는 그것을 알았다. 한번 날린 주먹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한번 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 아무것도 잃지 않은 듯,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 계속 살아갈 수는 있다. 그걸 다 잊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깊은 핵은 잊지 않는다. 그 일로 인해 우리가 영원히 바뀌어버렸기 때문에. (p.352)

 

삶의 슬픔. 그것은 그가 가끔 생각에 잠기게 되는 또 다른 난제였다. 어느 것이 올바른-또는 더 올바른-공식이었을까. ‘인생은 아름답지만 슬프다’, 아니면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둘 가운데 하나는 분명히 진실이지만, 어느 것이라고는 결코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 사랑은 그에게는 완전한 재난이었다. (p.368)

 

대학 첫 해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폴은 못 이긴 척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테니스클럽에 가입하게 되고 임시 회원이 되고 나서 얼마 후 추첨식 혼합복식 대회가 열리면서 자신의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얼마 후 폴은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에게 급속도로 빠져 버리고, 수전 또한 그런 그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 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녀는 폴보다 나이도 훨씬 많았고 이미 결혼도 했으며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도 있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이 두 사람. 그러던 어느 날 폴은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그곳에서 구하고자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함께 가족을 떠나 런던에서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져 버리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점점 더 고통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둘이 함께라서 너무나 행복한 사랑,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기만 한 사랑,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슬픈 사랑 등 이렇게나 많은 사랑 이야기 속에서 사랑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은 두 배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연인의 사랑 이야기로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시선으로, 한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만남에서부터 시작해 이별에 이르기까지 연애에 대한 기억을 생생히 담아낸다. 때론 강렬하게, 때론 냉철하게 열심히 사랑하고 또 그만큼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끝나버린 그들의 사랑. 이 사랑 이야기는 내가 그간에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사랑 이야기여서 읽는 내내 특별했고 또 그만큼 낯설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고 아프게 끝나버릴 사랑이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두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남자 한 사람만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그들의 사랑은 그의 내면에 자리한 고독감과 상실감 그리고 아픔이 절절히 전해져와 괜시리 가슴이 더 미어진다.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이렇게 기억에 남지도 않았을테지  너무나 강렬했고 또 그만큼 고통스러웠던 사랑이라 책을 덮고 나서도 쉬이 그 여운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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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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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빛깔에서 노랗게 노랗게 이쁜 옷을 갈아입은 나무가 돋보이는 이달의 샘터.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너무 더웠던 터라 어서 빨리 가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표지를 보니 이제 진짜 가을이 왔구나 싶다. 단풍이 참 곱기도 하다. 곧 있으면 저마다 빨갛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색색깔을 뽐내겠지. 그런 마음을 담아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는 샘터. 마치 알록달록하게 예쁜 선물 꾸러미를 받은 것 같아 설레임이 앞선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샘터와 함께 하는 행복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교실에는 주인 없는 연필들을 보관한 ‘연필의 고향’이 있다.
주인들은 연필을 잃어버린 줄 모르고, 알아도 찾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샤프심만 쏙쏙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데······.

나의 연필들이 들려주는 사각사각한 이야기
혹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나요?

 

이 달 샘터의 신간도서인 <연필의 고향>. 책을 읽으며 잠시 동심에 젖어들었다. 잃어버려도 괜찮은 건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소중하다. 작다고 해서 혹은 많다고 해서 소홀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모든 것이 풍족해서 그런지 씀씀이가 헤프다. 그래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아서 쓰기보다는 사버리는 일이 흔한데 이 책을 통해 그런 습관은 버리고 물건의 소중함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이 많지 않고 만화처럼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

 

 

 

 

 

 

이달에 만난 사람 / 신미경 
앞서 걷는 길의 즐거움에 대하여

취미와 여가 활동을 즐기는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풍자와 해학이 깃든 우리 고유의 민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민화는 여전히 옛 작품의 밑그림을 따라 그리는 모사에 치우쳐 창작의 다양성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신미경은 전통민화의 화풍 속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한 창작 민화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p.14)

전통민화가 싫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조금 더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었던 분야라 처음부터 창작민화 작업에 더 욕심이 많았다는 그녀. 지난 2007년 민화에 입문한 이후 줄곧 창작 만화에 주력해온 그녀의 예술적 지향점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지난 2015년 인사동에서 열렸던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展이었다. 게임 회사가 주최한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게임 캐릭터가 민화 배경 속에 등장하는 순수 창작민화로 그녀가 그린 창작민화에는 민화 고유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현대적 캐릭터가 절묘하게 녹아들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창작민화가 거의 없을 때라 혼자 공부해가며 창작민화를 시도해 온 그녀에게 그 전시는 작가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게 해준 전화점이 되었다. 밑그림을 대고 모사하는 게 아니라 제작 기간이 길 수 밖에 없는 창작민화. 팔리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욕심보다는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수없이 고쳐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탓에 미경씨의 작품은 적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그녀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것이다. 이 모든 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녀의 열정 덕분이 아닐까. 열심히 하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더니 그녀의 열정이 드디어 제대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부엌수업
슈퍼푸드로 즐기는 보랏빛 진수성찬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기르는 경기도 포천 평화농원의 이우숙 씨는 동네에서 ‘베리 할머니’로 유명하다. 직접 딴 슈퍼푸드로 몸에 좋고 맛있는 요리를 잘 만들기 때문이다.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 정착해 농장을 가꾸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이우숙 씨. 이 행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정성들여 나무들을 보살피고, 수확한 열매로 보랏빛 밥상을 차린다. (p.24)

경기도 포천시 창수면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1,500평의 정원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우숙 씨. 블루베리와 아로니아가 자라는 보랏빛 정원을 자식처럼 여기며 농장을 가꾸어나간지 어느덧 10년, 이제 블루베리는 그녀와 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서울 토박이라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시골 체질인가 싶을 정도로 푸른 자연을 곁에 두고 사니 정말 좋다고 하는 그녀다. 몸에 좋고 맛있을 뿐 아니라 빛깔까지 고와 식욕을 더욱 자극하는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농장일 틈틈이 색다른 조리법을 연구한 결과 그녀의 손만 닿으면 블루베리 불고기며 아로니아 전병 등 다양한 요리가 만들어진다. 과거 남편과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며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이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그녀, 쉼없이 내달리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남편이 대장암 수술을 받고난 무렵부터다. 그때 운명처럼 만난 것이 블루베리였다. 이제는 블루베리 피자, 블루베리 빙수, 블루베리 송편 등 아로니아와 블루베리를 활용해 못 만드는 것이 없다는 그녀. 음식에 담긴 마음 그리고 살아온 세월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음식에는 저마다 사연이 담겨 있다. 우리 할머니도 그랬겠지? 할머니의 부엌수업을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음식을 배우는 재미도 솔솔 하지만 갖가지 사연을 담은 그 음식들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절로 난다.

 

 

 

 

 

 

특집 내 단골 ○○을 소개합니다

이번 달 특집에서는 자주 다니다 보니 내 집처럼 편한하고 마음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따뜻한 인정과 위로가 있는 각자의 단골집을 소개한다. 취업 준비로 힘들었던 시절부터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편안한 안식처 같은 카페,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사정을 알고는 알뜰살뜰 저녁을 챙겨주었던 자전거 가게의 사장님 내외, 서로를 챙기며 친자매처럼 지냈던 공예공방 수강생 허수아비 언니, 변함없는 친절과 맛으로 사랑받고 있는 25년 단골 음식점, 동네 이발소에서 떠나는 나만의 추억 여행, 엄마의 기억을 가득 품고 있는 동네 야채 가게, 하루의 피로를 사르르 녹여주는 풀빵 등 저마다의 가슴 따뜻한 사연을 담고 있다. 읽다보니 절로 떠오르는 나의 단골집. 맛은 물론이요, 아낌없이 음식을 퍼담아주시는 사장님의 두둑한 인심이 생각나 흐뭇해진다.  

 

 

 

 

 

 

 

이 여자가 사는 법 / 송소희
소릿길에서 발견한 ‘나만의 색깔’

 

민요는 끊임없이 제게 질문을 던져요. 앞으로 어떤 민요를 부르고 싶은지, 내 목소리의 매력은 무엇인지···. 계속 답을 못 찾게 될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멈추지 않으려고요.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우리 음악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지 않을까요? 민요를 부르면 제 자신이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요. (p.58)

 

‘국악신동’이라 불리며 자란 실력자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기가 더 어려웠을 법한데 그녀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기만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손에 이끌려 처음 국악을 시작한 터라 무작정 사람들이 박수쳐주는 길로만 가는 건 아닌지, 자신이 원하는 길이 맞는지 늘 불안했었다는 그녀.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느라 예비 국악인들과 가창 실력을 견줘볼 기회 조차 없어 자신에게 전문 소리꾼이 될 정도의소질이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자신만의 소리로 대중들을 사로잡는 송소희 양. 단국대학교 국악과에 다니고 있는 요즘, 중·고등학교 떄부터 체계적으로 국악을 공부해온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신은 이론이 부족해 창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려기는 커녕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져들어 국악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교수님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즐겁게 이론을 배워가고 있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고민하며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그녀, 이 후또 얼마나 성장해있을지 앞으로가 더욱 더 기대된다.

이 밖에도 재밌는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생활에 필요한 이야기 등 좋은 이야기를 가득 담은 이 달의 샘터. 얇은 두께에 무게도 가볍지 않으니 어디 가볍게 외출할 때나 여행 시 가방 속에 쏙 담아가면 심심할 때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더 즐거운 하루가 되지 않을까. 원고가 채택되면 소정의 고료와 사은품도 주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를 보내주신 분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샘터사에서 출간한 단행본 한 권을 준다하니 재미삼아 겸사겸사 사연을 써서 응모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다음달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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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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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코로는 입학한 첫 달인 4월만 학교를 가고 그 뒤로는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 학교가 싫어졌다.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친한 친구가 될 뻔한 모에와도 멀어지고 미오리네 그룹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 그 뒤로 모든 게 엉망이 돼버렸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있을 곳이 없어 방에 틀어박혀 지내던 고코로에게 학교에서 자신을 따돌리던 미오리와 그녀의 친구들이 집까지 찾아와 협박을 하고 돌아간 이후에는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방 창문 커튼 마저도 열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안에 있던 거울이 빛나기 시작했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거울은 안쪽에서 빛이 나오는 것 같았고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손을 뻗자 싸늘한 감촉이 만져지더니 손에 힘을 준 순간 빛이 몸을 삼키고 순식간에 거울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뜨자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축하합니다!
안자이 고코로 씨, 당신은 이 성의 게스트로 초대받았습니다!

 

그건 꿈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낮에 꾸는 꿈, 백일몽이란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 걸까. 나, 이상해진 거 아니야?
조금 안정되어 생각할 여유가 생기자 정말 자신이 이상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불안감 때문에 가슴속이 아파온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만약 종일 집에 있던 탓에 환상을 보게 된 거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혼란스러운 속에서도 왠지 그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네 소원을 뭐든 하나 이루게 해준다잖아!’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귓가에 그 소리가 맴돈다. 뒤집어놓은 전신거울이 자꾸만 신경 쓰여 눈길이 간다. (p.42)

 

그 모습에 너무 놀란 고코로는 늑대소녀의 손길을 뿌리치고 거울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빨려 들어가더니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밤에 잠들기 전, 거울이 또 빛날까봐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무섭다며 도망쳐 놓고는 뒤늦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거짓말 같이 거울이 또 다시 빛이 났고 고코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손을 뻗어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어제 보았던 성의 안. 그곳에는 어제 보았던 늑대가면을 쓴 소녀와 그녀와 똑같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여섯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싫은 사람은 싫어해도 괜찮아. 도망쳐도 괜찮아.”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살아야 해!
힘내서 어른이 되어줘!

 

 

 

지난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기서 보낸 날들, 여기서 사귄 친구들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도 고코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거다. 나는 친구가 없는 게 아니다. 앞으로 평생 아무하고도 친구가 될 수 없다 해도 나에게는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 기억이 고코로의 마음에 얼마나 큰 자신감을 가져다 주는지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모를 것이다. (p.457)

 

 

괜찮다. 잘할 수 있다. 어디든 갈 수 있다. 게다가 어디를 간다 한들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을 리 없다. 싫은 사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싸우는 것이 싫다면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까 돌아가보자고 생각했다. (p.622)

 

자였던 소녀가 빛나는 거울 속에서 만난 가슴 뭉클한 기적. 책은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는 주인공 고코로를 중심으로 그녀와 비슷한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관계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를 도와 함께 이겨내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약 열달 동안, 성 안에 숨어 있는 열쇠를 찾아내어 소원을 이루기 위해 현실세계와 거울 속의 성을 오가는 고코로와 여섯 명의 아이들. 책은 한 번 펼치면 이 책 특유의 감성에 동화되어 책을 쉽게 덮을 수가 없다. 나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서 그런지 고코로가 처한 이 상황이 남일 같이 않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녀의 곁에 그녀를 이해해주고, 함께 해줄 친구가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이 절로 나온다. 그런 상황을 만든 아이들이 원망스럽다. 마음속으로 절박하게 몇 번이나 구해달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런 그녀의 아우성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혼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고코로. 그런 고코로에게 위로가 되어준 것은 바로 거울속 세상이었다. 어디에도 편히 있을 곳이 없었던 고코로에게 이 곳은 천국과도 같았다. 때로는 의견이 충돌하고 다투거나 삐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에도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난관이 닥치면 함께 극복해나간다. 거울 속의 성은 고코로와 아이들에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과 공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렇게 고코로는 그 곳에서 만난 여섯 명의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며 꼭꼭 닫혀있던 마음을 허물고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고코로와 아이들의 이런 삶은 우리와도 맞닿아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예기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받기도 하며 관계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코로가 힘을 낼 수 있기를,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지지 않기를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방 속에 갇혀서 웅크리며 떨지 않기를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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