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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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 최근 경제학 연구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 정확히 구분해내기 위한 방법론을 ‘인과추론’이라고 한다. ‘인과’란 문자 그대로 ‘원인과 결과’를 뜻하며, ‘추론’이란 ‘있는 사실을 토대로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 추리와 추정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두 개의 사실이 각각 원인과 결과인지 평가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일상생활속에서도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차이를 이해하고 ‘정말 인과관계가 있는지’ 명확히 하는 훈련을 해두면 착각이나 근거 없는 통설에 현혹되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p.20)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에서 우리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고 반사실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사실만 보고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착각해 무조건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하거나 무턱대고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당신의 소중한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과관계를 밝히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 방법의 공통된 목표는 비교 가능한 그룹을 만들어 반사실을 타당한 값으로 채우는 것이며, 지금부터 설명하는 모든 방법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만 기억하자. (p.47)

 

건강검진을 받으면 오래 살 수 있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아이들 머리가 나빠진다? 공부 잘하는 친구와 사귀면 성적이 오른다? 명문대를 졸업하면 연봉이 높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 질문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 틀린 이야기일 수 있다. 그 이유인즉, 많은 사람들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관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으로 인과 추론의 입문서라 칭할 만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완전 초보자를 위한 입문이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수식 등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인과 추론과 데이터를 이용한 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그 자료를 보는 방법을 상세하게 일러준다. 또한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 데이터 해석이 잘못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풀어나간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일까? 진실일까? 책을 읽다보면 나도 우물 안 개구리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 것이 많으면 덩달아 시야도 그만큼 넓어지는 법!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느냐 그러지 못하냐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돈과 시간을 정확히 인과관계에 근거한 곳에 쓰면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기대했던 효과는 커녕 그것을 위해 투자한 돈과 시간까지 버리게 된다.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이 범람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경제학이라면 무조건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좀 더 유익한 생활을 위해 수 읽는 센스, 이 책으로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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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 자연사 박물관 : 생명 관찰 실험실 DK 박물관
DK 자연사 박물관 편집위원회 지음, 이한음 옮김, 데릭 하비 자문 / 비룡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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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확대 사진으로 관찰하고
탐구하는 생명의 비밀!
자연사 박물관

 

 

 

 

지구의 생물은 어떻게 살아 움직일까?
이 책은 백과사전의 세계적인 명가인 영국의 DK 출판사에서
어린이를 위해 기획한 자연 도감으로
생명의 기초에서부터 시작해
지구 곳곳에 분포해있는 생물의 서식지와
그곳의 생물 군계까지 더해져
책 한 권으로 많은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구의 생명은 37억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최초의 단순한 생물은 미생물, 균류, 식물에서 어류, 양서류, 포유류 등에 이르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생물체로 진화했다. 모든 생명체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세포라는 기본 단위로 이루어지고, 먹이에 저장된 에너지를 이용하며, 번식이라고 알려진 과정을 통해 자식을 얻는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생명은 37억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최초의 생명은 미세한 단세포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갖가지 생명체로 진화하면서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오늘날에는 핀 머리에 100만 마리를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은 세균에서부터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로 무게 150톤에 달하는 대왕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이 산다. 이 모든 생물들은 무생물에 없는 중요한 공통점 몇 가지를 지니고 있다.

 

 

 

 

 

달팽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연체동물은 대부분 몸이 부드럽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껍데기를 만드는 종이 많다. 달팽이류는 육지뿐 아니라, 바다와 민물에도 흔히 산다. 달팽이는 몸을 쏙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독특한 돌돌 말린 껍데기를 지닌다. 민달팽이는 달팽이의 가까운 친척이며, 껍데기 대신에 악취를 풍기는 끈적거리는 점액으로 포식자를 물리친다.

 

 

 

 

 

 

 

 

책은 생명의 기초 / 미생물과 균류 / 식물 / 무척추동물 / 어류 / 양서류 / 파충류 / 조류 / 포유류/ 서식지 등 총 9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장에서는 생명의 기초를, 2장에서부터 8장까지는 미생물과 균류, 식물, 동물을 분류별로 소개하고, 마지막 9장에서는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를 유형별로 구분하여 각각의 자연환경 조건과 그것에서 생물 군계를 이루는 대표적인 동식물을 알려준다. 그야말로 자연 대백과사전!앞서 말한대로 이 책 한 권으로 생명의 기초에서부터 시작해 지구 곳곳에 분포해있는 생물의 서식지와 그곳의 생물 군계까지 더해져 많은 생물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펼치자마자 너무나 생생한 화질의 사진으로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은 물론이요,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자연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각 생물들이 가진 특성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굳이 다른 책과 비교해가며 보지 않아도 충분히 다양한 동·식물 공부가 가능하다. 게다가 현미경으로 클로즈업, 단면, 엑스선, 열화상 사진 등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하여 촬영한 사진 덕분에 크고 작은 생물들의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눈 앞에서 본 것과 다름없는 사실적인 사진으로 더 또렷하게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다. 어찌나 사진이 실제 생물들과 비슷한지 책을 읽다가 징그럽게 생긴 곤충을 보고 놀란 아들이 겁이 나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책장을 덮어버릴 정도. 이 책 한 권만 있다면 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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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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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니 세상은 요구하고 있었다. 어서 철이 들기를. 하지만 내게 그 말은 철회하라는 요구처럼 들려왔다. 너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철회하라. 고갤 끄덕이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문득 방 한구석 참담하게 쓰러져 있는 이젤이 떠올랐다. 아, 그것이 나의 자화상이 아니던가. 그들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나는 아직 무엇 하나 이뤄낸 것이 없는 스물 아홉의 무명 화가, 아니 그저 화가 지망생에 지나지 않았다. (P.10)

조심스럽게 자신의 개인전을 만류하던 전공 교수의 말을 무시하고 어렵사리 연 전시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그림들이었다. 이 정도면 관념과 느낌도 농익었고 표현과 기법도 세련된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이것들을 세상에 야심차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정도면 어느 경지에 이르렀다고, 나만의 세계를 구축했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화가를 꿈꾸는 스물아홉 살의 기윤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박수 갈채와 더불어 찬사를 받기는 커녕 평론가들의 적나라한 비평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온 세상이 뒤흔들리고 무너져내렸다. 모든 것을 등한시하면서까지 그림 그리는 일에 열중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그에게 남겨진 건 메아리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기를 권유한다. 그제서야 기윤은 자신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살고 있었는지 깨닫지만 이대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자신이 가진 전부이기에.

그러던 중 오랜만에 참석하게 된 동창회에서 십년 만에 만난 친구들, 반가운 얼굴에 둘러싸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따스하고 안락하기까지 했다. 술자리는 현재가 아닌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추억을 곱씹으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웃음이 흘러넘쳤다. 그로 인해 조그맣게 세상을 향해 둘러친 그의 바리케이드가 잠시 허물어졌다. 하지만 과거로 향했던 시간은 다시 현재로 회귀했고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직업을 비웃는 친구들의 험담에 쫒기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더 이상 그곳에 있기가 싫었다. 그러던 중 기윤은 담배를 피우러 나온 친구 수형와 마주하고 그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 단짝 친구 민재를 떠올린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했던 시간 속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 순간들을 뒤로한 채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가야만 하는 거지. 조류에 떠밀려가듯이 말이야.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의 곁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순리라는 게 자명해지더라고. 나의 어머니가, 그녀가 내 곁을 떠난 것처럼···.”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순간 속에 영원히 머물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숨 쉬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직은, 아니 앞으로도 그것이 무엇인지 규명할 수 없겠지만, 내 안에 점점 커져만 가는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열망이 내가 살아갈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건 말이지··· 사랑보다 지고한 그 무언가야. 나는 이제 그걸 위해 살아갈 거야···.”
(p.133)

 

 물론 죽는다는 것은 슬프고 또 두렵기도 하지. 하지만 죽음이란 건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간밤에 이곳 강당에 불이 나서 우리가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고 말이야. 그저 극단적인 예를 든 것뿐이니, 인상 쓰지 말고 잘 들어봐.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의 삶에 불현듯 죽음 찾아온단 사실은 곧 우리의 삶이 유한하단 증거라는거지. 이러한 삶을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서, 자신의 본성대로 멋지게 산다면, 그런 사람에겐 언제 죽는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저 주인공처럼 말이야. 나는 그런 삶을 살거야. (p.149)

 

 

책은 스물 아홉살의 기윤 그리고 과거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열아홉 민재를 통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여과없이 그려낸다. 꿈을 향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인정받지 못해 결국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기윤과 모두가 반대하지만 시인이 되기 위해 세상에 저항한 무척이나 모범적이었던 민재. 평범한 삶에서 몇 발자국 벗어난 그들의 삶은 처절했고 상처와 고뇌로 가득했지만 결코 포기란 없다. 꿈을 쫒아 지독하게 갈망한다.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면서도 제 꿈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안타깝게 여겨진다. 다양함을 지양하지만 여전히 평범함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남들과 똑같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면 편할텐데 스스로의 꿈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한때 치열했던 나의 모습이, 또 앞으로 살아갈 내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가슴 한 편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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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일라나 쿠르샨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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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탈무드에 관한 책이 아니다.
탈무드를 읽는 여자에 관한 책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탈무드를 드는 여자의 ‘읽는’ 이야기.

 

 

 

 

 

당시 하루를 버티기도 버거운 판에 바빌로니아 탈무드 통독이라니 어처구니없었다. 총 6부, 37권의 주석집, 약 2,700장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닌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봤다. 나아간다는 것은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고, 한 장씩 읽어나가는 게 그 방법일 듯 했다. 한 챕터에서 다음 챕터로 넘어가고, 그다음으로 넘어가면 곧 주석집 한 권을 다 읽게 되리라. 이것은 시간을 나이 드는 흔적으로 보지 않고 지혜를 키울 기회로 보는 관점이었다. 그러니 시간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방법이었다. 매일 한 장씩 익히면, 하루 더 나이 들었다고 체념하는 대신 하루 더 지혜로워졌다고 위안 삼을 수 있었다. 결국 이것이 유대인이 시간을 보는 관점임을 깨달았다. (p.012)

 

 

 

 

 

 소설가 매들린 렝글은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내가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처럼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리처드 도킨스나 내 십대 제자들을 만족시킬 만큼 신이 존재한다고 증명하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왜 신의 계명 하나하나가 날 더 나은 인간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지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신을 경외하고 토라를 공부하는 삶이 나를 풍요롭게 하고 이해를 도와준다. 생의 가장 기쁘고 경이로운 순간들 속에서 신이 없는 세상은 상상되지 않는다. 이 정도 믿음이면 내세에 자리를 얻기에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 매일 새롭게 신의 자리를 만들려는 마음을 내기에는 충분하다. (p.245)

 

 

가장 중요한 유대 율법서이자 지식의 정점으로 불리는 탈무드. 이 책에는 탈무드를 읽는 여자가 전하는 7년 반의 기록이 담겨있다. 폴과 결혼하자마자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녀. 폴을 사랑해서 그를 따라 뉴욕의 직장과 친지들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향했지만 그 사랑은 오래 가지 않아 끝이 났다. 사랑은 땅에서 뗏장이 벗겨지듯 완전히 뿌리채 뽑혀 버렸고 그들은 인연을 끊었다. 사랑도 잃고 서있을 땅조차 없었던 그녀에게 운명같이 다가온 탈무드.

그녀가 탈무드 공부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 어느 새벽이었다. 그날 친구 안드레아와 둘이 언덕을 달리던 중 안드레아가 하루 한 장씩 탈무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평소 술집 순례, 문고판 스릴러 소설, 멋부리기에 몰두하던 친구가 세세한 유대 율법을 복잡하게 분석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탈무드를 읽는다니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하루 한 장씩 읽으면 7년 반 후에나 다 읽게 된다는데 그녀는 왜 그런 고생을 자처하는 걸까? 도전의 짜릿함? 불가능한 목표를 정해서 천천히 실현하는 재미? 오후 7시쯤 조깅을 마치고 헤어졌지만 안드레아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장장 7년 반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어떤 기분일까? 7년 반 후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전히 이스라엘에 살까? 가슴에 쌓인 고통과 수치심을 여전히 느끼려나? 다들 장담하듯 시간이 약이 되서 거기서 벗어나 있을까? 7년 반 후에도 여전히 슬픔에 젖은 자신을 상상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었다. 이렇듯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판에 탈무드 통독이라니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새로운 관점이 보였다. 나아간다는 것은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고, 한 장씩 읽어나가는 게 그 방법일 듯 했다. 이것은 시간을 나이 드는 흔적으로 보지 않고 지혜를 키울 기회로 보는 관점이었다. 모든 게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웠던 그녀는 의지할 게 필요했고 그 깨달음을 계기로 탈무드를 한 장씩 읽고 다프 요미를 하면서 탈무드의 풍부한 논제와 토론의 구조를 익혀나갔다.


그녀는 하루에 한 장씩 ‘오늘이 유대력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는 가르침에 따라 매일을 소중히 살아간다. 이혼 후 상실감, 고독, 외로움을 이겨내고 남성의 소유물에서 벗어나 스스로 당당히 홀로 서기까지 그녀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혼을 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이 태어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탈무드는 언제나 그녀의 삶에 스며들어 있었다. 탈무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탈무드 속에서 발견한 진정한 삶의 가치 그리고 지혜. 이것은 그녀 자신의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그녀의 진심 어린 외침이다. 한 챕처 한 챕터 그녀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탈무드를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하며 남성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바라보며 아픔을 딛고 일어나 당당히 세상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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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 삶이 괴롭기만 한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김영식 옮김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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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일이란 무엇인가.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생각하는 과정이 전혀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한 물음으로 쳇바퀴 돌아도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궁지에 빠질 뿐이다.
그렇다면 한 번쯤 발상을 바꿔보면 어떨까. 우선 ‘진정한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나를 몰라도 당연하다’고 결정해버리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그것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인지를 생각한다. 즉 ‘물음’을 바꾼다. ‘나는 무엇인가’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내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내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소중히 하고,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배반하지 않고 살아가면 자연히 길은 열린다. (p.114)

 

 

 

 

 

 

 

내 생각에는, 바른 것이란 지금 당장의 말에 불과할 뿐, 어느 일정한 조건에서 성립되는 ‘바름’에 불과하다. 무조건 바른 것이란 세상에 없으며, 인생에 정답 같은 것은 없다. 누구도 인생의 프로는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잘 알지 못해서 어떻게든 짐작하며 살아갈 뿐이다. 세상의 상식, ‘당연한 것’ 등은 일종의 이야기로, 식품처럼 유효기간이 있다. 정말로 ‘당연’한 것인지 수시로 맛보아야 한다. (p.143)

 

 

 

 

 

 사람은 관계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으므로, 자신만으로 무언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면 ‘타자’가 그렇게 생각해줘야 한다. 그러나 남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자신도 남을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존경받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그런 것이 아닐까. ‘나’의 가치 운운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 내가 남을, 주위와의 관계에서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p.211)

 

책은 삶의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스스로 불교에 입문하여 20년간 수행한 선승이 살기 힘든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쓴 책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수행하고 또 승려의 신분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을 직접 들으며 알게 된 지혜를 이 책에 담아 놓았다.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불교를 염두해두고 쓴 글이라 너무 종교에 치우쳐져 있지는 않을지 책을 읽기 전부터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내 생각과는 무관하게 책에는 불교 용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읽힌다. 다만 저자에게 깨우침을 준 것이 석가와 도겐 선사의 가르침이기에 불교의 사상을 토대로 하여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생겨나는 고민이나 걱정을 어떻게 하면 잘 대처할 수 있는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용기와 지혜를 전한다.

불교라는 종교에 기반을 둔 책이라 책의 특성상 자칫하면 좀 꺼려지거나 읽기 힘들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것보다는 평범하고 흔한 질문이긴 하지만 평소 우리가 고민하고 또 걱정을 일삼던 일과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사건과 사고 등 삶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인생에 명확한 답이 있을까. 우리는 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만 딱히 이거다 하고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 저마다 처한 상황도 틀리고 걱정도 다르기에 각자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같이 고민하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걱정을 덜어 내기도 하는 등 위로를 받기에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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